과거의 표현이 유치할지라도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생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회고하는 자락 끝부터는 현실에 집중해서 글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끝이라 함조차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저 희미하게 옅어진다 아니다, 어느 순간 뚝 끊겨 바닥으로 깎아지른다 나는 허공을 걷다가 어느새 발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성영화처럼 추락한다 결국 원료는 괴로움이다 

 나는 장엄한 기록을 현재의 언어로 가다듬으려 했다 그게 머리에 새긴 미(美)의 콤파스가 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머리에 부딪힌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나는 동그랗게 말린 태양광의 동공 위에서 기진했다—이거야말로 밖으로 새어 나온 최선이지 않은가 이 볼품없음을 나는 놓칠 수도 되감을 수도 없지 않은가 이것은 개인의 슬픔이지 비극이 아니다 

 현재의 어휘가 기다랗게 이어진 수평선 위에 존재하는 '나'들을 보았느냐 나는 수많은 '나'들의 꼴이 영 좋지 않다고 현재의 어휘들로 생각했다 한편 수평선 위에서 겅중겅중 시간의 앞뒤로 춤추는 '나'를 보았느냐 시간에는 뒤안길이 없어서 갈 길 잃은 등은 그저 허공에 부딪힌다 하더이다 


외젠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