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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감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어디엔가 속해있다는 그 감정은 마냥 포근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어느틈엔가 깨달았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는다는 따스한 느낌이라던지, 혹은 너와 나 사이의 끈끈한 유대관계라던지. 그런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어찌 됐든 내가 봐온 소속감은 그것보다 부작용이 컸다.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같이 위치해 있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서 꽤 위험한 짓들을 저지르곤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직 그 무리에 속하지 않은 채 그들의 소속감을 멸시한다는 건.

 

“표정 좀 풀지, 문별이.”

“좋은 날 왜 그러니.”

 


글쎄 그러니까 이게 좋은 날 이냐고. 내가 봤을 땐 생판 이 집구석 스토리라곤 모르는 불쌍한 여자, 인생 하나 종치는 날 같은데, 이게 정말로 좋은 날이냐고.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외적으론 사람 구색을 갖추고 있는 오빠도, 고상한 귀부인인 척 아침 일찍부터 비싼 돈 주고 머리를 하고 온 엄마도, 그 옆에서 과묵한 이 시대의 아버지상으로 비치기 위해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는 아빠도. 정말 이 날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다.
입술을 깨작거리며 물어뜯던 별이가 한숨을 내쉬며 제 앞의 냉수를 들이켰다. 여기에 도대체 나는 왜 끼어있어야하냐고. 꼴같지도 않은 가족이란 울타리가 갑갑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오다가 일이 좀 생겨서….”

 


드르륵 소리와 함께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온 용선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런저런 형식적인 말들이 오가는 자리였다. 겨우 제 자리를 지키며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별이가 제 맞은편에 앉은 용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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