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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lation은 주1회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Revelation 15화는 2021. 5. 30.(일)에 무료 전환됩니다.
    *뒷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선결제하시거나, 기다리셨다가 무료로 보시면 됩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장 8절)





철썩! 콰당!

모친의 힘찬 손놀림에 맞은 뺨이 아프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호연의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호연의 뺨을 때린 모친, 김 여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엄마 아빠는 일 때문에 바쁘니까 누나인 네가 동생 잘 돌봐야 한댔잖아! 동생 잘 보랬더니 그거 하나 못 해서 애 손을 저렇게 만들어 놔!?”

“…….”

호연은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싼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여린 뺨이 혈관이 터진 것처럼 붉어지더니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뻔하지! 엄마 없을 때 호석이 막 때리고 밥도 제대로 안 챙겨줬겠지! 대체 뭐로 쑤신 거야! 애 손을 어떻게 저따위로 만들어놔! 니가 인간이니! 니가 인간이냐고!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도 너 같진 않을 거야! 너 같은 건 인간도 아냐!”

“!”

호연의 동공이 커지더니 눈가에 빠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어떻게 저따위 괴물이 내 배에서 나왔어! 동생 하나 제대로 못 보는 멍청한 여자앤 진즉에 지웠어야 하는 건데! 널 낳는 바람에 내 커리어 박살 나고, 호석이까지 저 꼴 됐잖아! 너 같은 건 낳는 게 아니었어!”

모친의 입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비수가 호연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찢긴 가슴으로 맹독이 계속해서 스며들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신이 달달 떨리며,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와도 소리 내어 엉엉 울 수 없었다. 자신은 울어도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랑받는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자, 잘못…….”

“입 닥쳐! 당장 방에 들어가! 오늘부터 굶어!”

호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몸을 일으켜 느릿한 움직임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누굴 닮아서 굼벵이처럼 굼뜬 거야!”

타악—

방문이 닫히고 호연은 문에 기대어 스르르 주저앉았다.

“읍…… 끄읍…… 흐으…….”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애처롭게 흐느꼈다. 절대로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모친에게 들키면 뭘 잘했다고 우느냐며 더한 욕을 먹을 테니까. 입을 틀어막던 양손은 곧 기도하는 손으로 바뀌었다.

‘주님…… 아시죠? 제가 안 그랬어요…… 제가 우리 호석이한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가 호석이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제 동생이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제 말을 안 들어주세요. 너무 억울해요. 저 진짜 안 그랬는데. 왜 엄마는 제 말을 안 들으실까요. 왜 저를, 미워하시는 걸까요…… 저도 제 친구들처럼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놀이공원 못 가도 괜찮으니까,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해, 우리 딸. 엄마는 우리 딸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제 친구들처럼,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꺽꺽 소리 없는 울음이었고,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Revelation 15

written by 휴위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에베소서 6장 1-3절)

“세상 사람들은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라고 가르치는 성경 말씀에 반발합니다.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수직적으로 찍어 내리는 꼰대 사상이라며 욕도 하죠. 부모가 나를 때리고 욕하고 학대하더라도 순종하고 공경해야 하느냐고. 예를 들어도 꼭 그렇게 극단적으로 들곤 하죠.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독교를 깎아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봐야겠죠. 혹은 자신이 그런 부모를 만났기에 당한 경험이 너무 아파서 마음속에 화가 가득하거나, 또는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으니 무조건 배척하고 보거나.”

초등부 예배를 마친 호연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어른 예배에 참석했다.

오늘은 ‘가정’을 주제로 한 설교였다.

“성도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십계명은, 신앙고백으로 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려주는 윤리 내용입니다. 1계명부터 4계명까지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5계명부터 10계명까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그중 5계명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말씀이 있지요. 살인, 간음, 도둑질하지 않는 것보다 상위에 둠으로써 사람과의 관계 중 부모 공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부모님을 보내주셨고, 자녀들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고 순종하면 이 땅에서 반드시 잘되고 장수할 거라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걸 몰라요. 옛말에도 부모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하죠?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사무엘상 15장 22절)

살아계실 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효도해야지, 돌아가신 후에 아무리 비싼 제사상 차려도 의미 없어요. 자, 그럼. 부모는 자식에게 공경만 받으면 되느냐, 내 자식이니 마음대로 막 대해도 되느냐, 내 소유물로 여기면 되느냐, 아니요.”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에베소서 6장 4절)

“부모는 어떤 경우에서라도 자녀를 노엽게 하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화풀이를 하며 독설을 뱉고 욕함으로써 마음에 상처를 줘선 안 됩니다. 폭력을 사용해서도 절대 안 되고요. 오직 주의 말씀으로,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수긍하고 잘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훈계는 하되, 자녀를 화내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자식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귀한 존재이니까요.”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시편 127편 3절)

“기업이라는 말이 뭘까요? 대기업, 중소기업 할 때의 그 기업이 아닙니다. 기초가 되는 사업,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재산과 사업이라는 뜻이죠. 하나님의 작정에 기초가 되는 사업이 바로 자식이라는 겁니다. 아이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가장 귀하고 귀한 상(償)이니, 우리 성도님들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식을 학대해서는 안 됩니다. 최선을 다해 아들딸을 아끼고 사랑하고 말씀을 가르치며 믿음을 지키게 하여 주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죠.”

가장 구석에 앉아 설교를 듣던 호연의 눈가에 천천히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는 신이 부모에게 보내준 귀한 존재인데도, 양친은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지 않았기에.

“예전에 한 성도님이 저를 찾아와 이런 말씀을 하더군요. 신부님, 저는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은 Y 유전자만 저에게 준 남자로부터 학대를 당했습니다. 그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엄마가 힘들게 번 돈을 모두 술값으로 탕진하고, 엄마와 저와 여동생을 때리며 욕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집에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집을 전전했습니다.

오랫동안 전전하다 보니 더는 신세를 질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여동생과 엄마는 제가 없는 동안 제 몫까지 맞아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다시는 친구들 집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제가 없어지면 여동생과 엄마가 끔찍한 일을 당하니까요.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요양병원에 누워 있습니다. 제가 보고 싶다고 매일매일 요양사를 통해 제게 전화를 겁니다. 그가 제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피를 나눈 아들이기에 병원비는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한 남자의 사연에 예배실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이 성도분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세상 사람은 말할 겁니다. 안 봐도 된다. 그 정도면 네 할 일 다 했다. 억지로 용서할 필요 없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아니, 아예 병원비도 끊어버려라. 죽든지 말든지 내버려 둬라.”

사람들이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러분.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선택된 백성이자 그분의 길을 따르는 성도들입니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를 노쇠한 부모를 외면하는 게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일까요? 나를 학대한 부모가 밉다, 증오스럽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과 타인을 해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절대로 하나님이 주시는 게 아닙니다. 분란과 분열, 미움과 증오, 다툼을 일으키는 사탄이 주는 감정이지요.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께 맡기고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5장 44절)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라. (로마서 12장 20절)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받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 전서 3장 9절)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베푼 축복과 친절과 사랑은 하나님이 다 기록하고 계십니다. 결코 그냥 두지 않으시고, 모든 걸 다 기록해놓으시고 후에 천 배, 만 배로 되돌려 주십니다. 이렇게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이들을 보며 세상 사람들은 호구같다고, 어리석다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사람들과 달라야 합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하죠.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대로 행동하라고 사인을 주시는 것임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성도님은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시다가 집으로 가셨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성도님이 다시 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 한 말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였습니다.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다고 ‘그’라고 지칭했던 분이, 아버지라고 한 거죠.

성도님은, 마음 같아서는 꼴도 보기 싫었다고 합니다. 죽든지 말든지 나랑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자꾸 하나님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신 거죠. 어릴 적 어린이날에 목말을 태우고 놀이공원에 갔던 것을요.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요.

결국,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물론 마음은 마지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지요. 그때 아버지께서 눈물을 흘리며 ‘너무 늦게 말해 미안하다. 그동안,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 너와 네 동생, 네 엄마에게 상처 준 것들 모두 미안하다.’라고 사과하고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성도님은 아버지의 몸을 끌어안고 오열했다고 합니다. 긴 시간 동안 가슴에 꽉 맺혔던 응어리와 아픔, 고통, 증오와 미움이 모두 거짓말처럼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고 간증하셨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화해였죠.”

“…….”

“여러분, 과연 이 성도님이 끝까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화해를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요. 임종도 못 지키고, 마음에는 언제까지나 해소되지 않은 분노와 아픔이 가득 차 인간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켰을 겁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대인관계가 원만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태어나 제일 먼저 만나는 부모와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죠. 그러나 부모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고, 자기도 모르게 학습하여 내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기억해야 하실 것은 언제나 성경대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감정을 따르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어리석다고, 호구라고 손가락질당해도 당당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창조주이시자 위대하신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편이십니다. 지금도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억울함과 아픔 등을 다 지켜보고 계십니다. 모두 기록해두셨다가 후에 천 배, 만 배, 후하게 갚아주실 것을 믿으세요.

오늘 이 시간, 성도님들 마음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있다면 주님께 내려놓고 기도합시다. 그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고.”

호연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소리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1인실 병실에서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호석의 얼굴은 시무룩했다. 누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요일에 손이 뻥 뚫려 피가 났고, 호연이 울면서 모친에게 전화했다. 의외로 그녀는 서둘러 달려왔다. 화가 난 표정으로 호연을 노려보고는 호석을 안아 들어 병원으로 향했다.

―누가 이랬어! 네 누나가 그랬지!

―누나 아니야아…… 그냥 아파써…….

―똑바로 말해! 호연이가 했잖아! 호연이가 시켰어? 자기가 한 거 아니라고 말하라고?

치료를 다 받고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호석은 윽박지르는 모친의 모습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렸다.

―정호석 뚝 그쳐!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내가 이런 거로 여기 와야겠니! 어떻게 조용할 날이 없어!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쓸어올리더니 꼼짝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고는 회사의 전화를 받고 출근했다.

드르륵, 슬라이딩 식의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호석이 고개를 돌렸다.

“앗! 누나아~”

호연이 보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석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병상에서 내려오려다가 팔에 연결된 링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앉아 있어. 누나가 갈게.”

“응! 응!”

호석이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호연이 호석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등 뒤에 숨겨두었던 손을 꺼냈다.

“짠!”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된 귀여운 캐릭터 솜사탕이 들려 있었다.

“호석이 혼자 있느라 지루했지? 누나가 교회 갔다가 맛있는 솜사탕 가지고 왔지요~”

“우와아아~”

호석은 붕대 감긴 손으로 손뼉 치며 즐거워했다.

“그럼 솜사탕이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맛을 볼까요? 우리 호석이 입 아~”

“앙~”

호석이 입을 벌리자 호연이 방긋 웃으며 솜사탕 한 점을 떼어 호석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마이쪄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솜사탕에 호석이 자신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며 해사하게 웃었다.

“누나도 머거요~”

“응.”

호연도 한 점 떼어먹고는 호석과 시선을 마주하며 웃었다.

“정말 맛있네. 달다.”

“누나아, 오늘은 교회에서 무슨 이야기 들어쩌요?”

“음…… 오늘은, 엄마 아빠를 미워하지 말라는 설교를 들었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슬프고 힘들어도 하나님이 다 지켜보시고 보상해 주신다고.”

“오옹.”

―니가 인간이니! 니가 인간이냐고!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도 너 같진 않을 거야! 너 같은 건 인간도 아냐!

―부모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들도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고, 자기도 모르게 학습하여 내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어쩌면…… 엄마도 외할머니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웅?”

―너 같은 건 낳는 게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엄마는 외할머니를 참 싫어했던 거 같아. 전화도 안 받고, 만나러도 안 가고. ……그렇구나. 엄마도 그랬던구나…… 엄마도 그런 소리를 당연하게 들으셨겠구나…….”

호연은 제게 독설을 날리고 마음에 상처를 준 모친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용서하려고 했다. 부글거리며 올라오는 감정대로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미워하면 오늘 설교처럼 후회하게 될 테니 말이다.

“누나아?”

호석은 호연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손을 톡톡 쳤다.

“아, 응.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호석이 솜사탕 또 먹을까?”

“앙~”

호연은 호석의 입에 솜사탕 한 점을 넣어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호석이 방싯 웃으며 호연의 귀에 손을 대고 몰래 속삭였다.

“있지, 누나아. 호서기는, 엄마보다 누나가 더 조아요. 엄마는 어흥 무셔운 사잔데 누나는 나 안아주고, 책도 일거주고, 마싯는 뽀끔밥도 해주니까.”

“…….”

“누나도 호서기 조아요?”

호연은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리더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호석을 와락 끌어안았다. 다 먹지 못한 솜사탕이 호석의 이불 위로 떨어졌다.

“당연하지. 정말 정말 좋아해. 내 동생. 내 소중한 동생. 우리 호석이…….”










김 여사는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호석을 입원시키고, 호연에게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을 행사하곤 회사로 돌아왔다. 대기업의 포장 하청을 맡은 작은 공장은 사장 내외를 비롯해 다섯 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계약도 끊기고 원자재 값이 상승하는 등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중에 호석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자 예민함이 폭발해버렸다. 풀 곳 없는 분노는 자연스레 저항할 힘이 없는 약한 딸에게 향하고 말았다.

김 여사는 사장실로 들어갔고, 업무 때문에 통화하던 남편은 곧 대화를 마무리하며 통화를 끝냈다.

“호석인 어때? 괜찮아?”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정 사장이 말했다.

“괜찮을 리가 있어요?”

“어떻게 다친 건데?”

“호연이 그 기집애가 애 손을 찔러서 움푹 패이게 했지 뭐야. 그것도 양손 다.”

“뭐!? 그게 말이 돼! 호연이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해!”

“당연히 지는 안 했다고 발뺌하지. 근데 지가 안 했으면 누가 그래. 가만히 있는 손이 뻥 뚫리기라도 한단 말이야? 호석이 입단속을 얼마나 단단히 했는지 누나가 한 거 아니라고 하더라니까. 기가 막혀서. 호연이 그 어린 게 아주 못된 것만 배웠어.”

똑똑.

“!?”

살짝 열린 사장실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노크하며 안으로 발을 디뎠다. 장례식장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온통 검은 정장 차림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검은 양말, 검은 구두를 신고 검은색 스퀘어 프레임 디자인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슈트 재킷의 라펠에는 금으로 된 부엉이 모양의 배지가 달려서 시선이 갔다.

“혹시 김 사장님이신가요?”

정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사장님께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셔서 모든 것을 일임받아 제가 대신 왔습니다. 방 비서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방 비서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정 사장 내외에게 내밀었다.

“제가 좀 많이 일찍 왔나요? 초행길이라 서둘렀더니 너무 일찍 온 거 같네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여기 앉으시지요. 여보, 차 좀 내와 줘.”

남편의 부탁에 김 여사는 탕비실로 들어가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방 비서와 정 사장은 손님맞이 소파에 마주 보며 앉았다.

“김 사장님께서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 사장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방 비서는 손사래 치며 마음 좋게 웃었다.

“크게 보면 동종 업계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돕고 살아야 한다고 저희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잠깐 들었는데 아드님 양손에 상처가 생겼다고……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부끄럽지만, 제 딸이 동생한테 상처를 입히고 말았더군요.”

“양손에 구멍이 뻥 뚫렸지 뭐예요. 피가 철철 나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김 여사가 투명 유리잔에 담긴 얼음 띄운 냉커피를 가져와 두 남자 앞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끼어들었다.

“혹시, 이렇게 기도하는 손으로 모으면 구멍 위치가 똑같지 않던가요?”

방 비서는 자신의 양 손바닥을 마주 댔다.

“맞아요! 딱 그랬어요! 손등에 똑같은 위치에 구멍이 났지 뭐예요!”

김 여사가 호들갑에 방 비서의 눈매가 가늘어지더니 입매를 늘이며 웃었다.

“따님은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네!?”

“간혹 그런 상처가 생기는 사람이 있지요. 아무 이유 없이 손이나 발이나 배 등에 상처가 생기는데, 그 부위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상처와 비슷한 위치라는 뜻에서 성스러운 흉터, 성흔(聖痕; stigmata)이라고 합니다.”

방 비서는 냉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빙긋 웃었다.

“정말 축하할 일이로군요. 정 사장님의 아드님은 선택받았어요. ‘신’에게.”

“!”

신에게 선택받았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의아해하는 정 사장 내외였다.

달칵. 방 비서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네!? 가, 갑자기요? 아직 이야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 반응에 당황한 것은 정 사장 내외였다.

“저희 사장님께서 무척이나 기뻐하실 내용이라서요. 서둘러 알려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정 사장님 내외께서는 부디 회사 걱정은 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계세요. 다음에 올 때는 저희 사장님을 모시고 더 좋은 조건으로 오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떠나는 방 비서의 모습에 잡을 수도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었다.










호석이 9살이 되던 날의 밤은 참 신기한 날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자고 있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고 밝은 빛이 눈을 찌르는 듯했다.

“우음…….”

호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살짝 떴다. 분명히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주변이 온통 새하얬다. 자신의 방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공간에서 황금색의 빛 한 줄기가 저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빛을 타고 활짝 펼쳐진 한 쌍의 하얀 날개를 지닌 아름다운 존재가 제게로 천천히 날아왔다.

“이제부터 네게 하나님의 권능이 임하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며, 오직 그분을 위하여 그것들과 담대히 싸울지니라. 그 어떤 세력도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너의 생명을 빼앗지 못하리라.”

그는 붕대가 감긴 호석의 손을 만지며 말했다. 이 세상의 언어로 들리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호석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의 손이 닿은 부분부터 따스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갔다.

그것이 천사를 통한 신의 계시임을 어렸던 호석은 알지 못했다.

신의 계시를 받은 날은 호석의 집이 찬란한 빛에 둘러싸였고, 그 기이한 현상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얼마 안 가 호석이 성흔 발현자임이 세상에 드러났고, 호석과 가족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신을 섬기는 시온성지는 물론, 신을 대적하는 세력에게도.

“성흔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기독교 가문에서 나고 자라나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호석 군입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주님의 뜻. 부디 저희 시온성지에 호석 군을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주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도록 저희가 가르치고 싶습니다.”

교황조차도 성흔을 발현하지 못했건만, 아직 9살밖에 안 된 호석이 성흔이 발현했다는 사실은 시온성지엔 엄청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호석을 시온성지에 데려와 그에게 신학을 배우게 하고, 더 나아가 신의 뜻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얼마 줄 건가요?”

“……네?”

“멀쩡한 남의 귀한 아들 데려가면 돈을 줘야 할 거 아니에요. 전 세계 신도들이 낸 헌금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돈도 많으면서 공짜로 데려갈 생각이었어요? 억만금을 가져와도 보낼까 말깐데. 신을 모신다면서 양심도 없으시네.”

김 여사는 코웃음으로 거절했다.

하지만 시온성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근 1년간 찾아와 호석을 맡겨달라고 부탁과 사정과 애원을 했고,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김 여사가 아들을 아끼고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호석을 점 찍은 자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시온성지에 줄 수 없었다. 

“어찌나 찰거머리처럼 구는지. 거절하느라 진땀 뺐다니까요?”

김 여사는 남편과 맞은편에 앉은 두 손님과 함께 느긋하게 티타임을 가졌다. 

“행여나 시온성지에 아드님을 넘길까 봐 노심초사했잖습니까.”

50대 후반의 김 사장과 방 비서였다.

“호호, 그럴 리가요. 김 사장님이 저희에게 도움 주신 게 있는데. 사람이 은혜를 잊으면 안 되죠. 그런데 왜 하필 10살인가요?”

“취향이지요.”

김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네?”

“크흠, 그나저나 호석이를 볼 수 있을까요? 얼마나 자랐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아, 그럼요. 제 누나랑 놀고 있을 거예요.”

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석의 방으로 갔다. 노크 없이 문을 열고 호연과 호석이 뭘 하는지 지켜보았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나귀를 타셨는데, 사람들이 모두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 호산나! 외쳤어.”

“호산나가 뭐예요?”

“‘예수님, 우리를 구원해주세요’라는 뜻이야.”

“풉.”

성경 동화책을 읽던 호연과 호석은 뒤에서 들려온 낯선 비웃음에 고개를 돌렸다. 새까만 옷을 입은 남자 둘과 부모가 서 있었다.

“!”

흠칫. 두 남자를 본 호연은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울렁거리고 속이 메스꺼워졌기 때문이다. 호석도 마찬가지인지 두려워하는 낯으로 호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김 사장이 천천히 다가가자, 호연은 더욱 기분이 나빠져서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호연과 눈을 마주치며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그렇게 열렬히 환호하던 그들은 구원받았다던?”

“……예수님을 믿었다면 구원받았겠죠.”

“정작 본인은 십자가에 달려 죽었는데? 그런 주제에 과연 누굴 구원할 깜냥이 될까?”

불신자. 비기독교인. 그걸 넘어선 혐기독교인. 호연은 남자의 말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그게…… 하나님의 계획이시니까요. 우리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돌아가셨기에, 우리는 예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리고 예수님은 부활하셨는걸요. 죽음을 이기셨다고요.”

“푸하하하하!”

김 사장은 박장대소하며 호연을 비웃었다.

“아하하하. 너는 정말 신실하구나. 죽은 자가 살아난다는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전설을 믿고.”

사실인데도 믿지 않는 남자의 반응에, 호연은 울컥하며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너 같은 아이가 취향인 놈도 있지. 그 신실한 믿음이 하나씩 하나씩 망가지는 걸 지켜보며 좋아하는 성격 고약한 변태 녀석이 말이야.”

김 사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 사장님, 사모님. 조건을 더 추가해도 될까요? 따님도 주시죠.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드네요.”

“네? 저, 그러면…….”

“공장 하나 더 세우면 되겠습니까? 덧붙여 H 기업과도 연결해드리죠.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버셔야죠?”

“H! 네! 좋지요! 얼마든지요! 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따님이 올해 14살이었던가? 내년은 15살.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 별미겠지.”

김 사장은 또 중얼거리다 호석을 지그시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귀엽네요, 역시. 마음에 들어요.”

호석은 고개를 돌려 호연의 품에 숨었다. 호연은 입술을 앙다물고 호석을 지키려는 듯이 끌어안으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럼 내년에 뵙지요. 내년에 보자, 귀염둥이들.”

네 사람이 방을 떠나자, 호석이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누나, 저 사람 누구예요? 무서워. 기분이 이상해요.”

“나도 몰라. 근데, 나쁜 사람 같아. 호석아, 절대 혼자 다니면 안 돼. 알겠지? 꼭 누나랑 함께 다녀야 해.”

“응응! 누나랑 학교 가고 집에 오는 거 좋아.”

 호석은 해사하게 웃으며 호연을 꼭 안았다.










“성하께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셔.”

“?”

석진은 시온성지로 귀환하여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책꽂이 뒤편에서 수도사들이 소곤거리는 말이 들려와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성흔 발현자 부모가 그렇게나 완고하다면서?”

‘성흔 발현?’

석진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다.

‘오, 신기하네. 이런 게 있다고?’

다시 석진의 귀가 쫑긋했다.

“억만금 가져오라잖아. 대단해. 그렇게 돈을 요구하다니. 어차피 자기네들은 성흔 발현자를 제대로 케어할 수 없을 텐데. 성흔 발현자는 시온성지에서 자라야 자신의 소명을 깨달을 수 있다고. 하나님이 선택한 특별 케이스인데, 그걸 아무것도 모르는 비종교인이 데리고 있어서 어쩌자는 거야.”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헤어지는 건 원치 않겠지.”

“시온성지에 감금하는 것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집에 보내 준대도 말이 안 통해. 그런다고 그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느냐. 그건 아닌듯. 조사원에 따르면 그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가거나 외식하는 거 본 적이 없다더라. 부모는 집에 잘 안 들어오고, 맨날 남매만 둘이서 같이 다닌대.”

“이상하네.”

“더 이상한 건.”

“?”

“딱 한 번이지만, 부엉이들이 방문했다는 거야.”

“……그 교단 놈들!?”

‘부엉이? 교단?’

석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동종 업계 사업자라 인연이 있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찜찜하다며 조사원이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나.”

“와…… 진짜 어이없다. 부엉이라니. 설마, 성흔 발현자한테까지 그러지는…….”

“모르지. 놈들이 얼마나 미친놈들인지 잘 알잖아.”

“…….”

수도사들은 원하는 책을 찾았는지 자리를 옮겼고, 석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도서관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달려가는 요한을 만났다.

“석진아, 준비해. 임무니까.”

“네.”

두 사람은 나란히 뜰을 달렸다.

“신부님. ‘부엉이’와 ‘교단’에 대해 아시는 거 있어요?”

“……어디서 들었니?”

“그냥, 어쩌다 보니.”

“……전에 말했지? 바벨인들이 저지르는 죄들. 그중 유독 아동 납치, 소아성애, 인신 공양 세 가지를 미덕으로 여기는 변태 집단이 있어.”

너는 결단코 자녀를 몰렉에게 주어 불로 통과하게 함으로 네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레위기 18장 21절)

“사탄의 부하인 몰렉을 받들며 신으로 섬기는 ‘미네르바 환상교단’. 상징은 지혜를 의미하는 부엉이. 자신들이 이 땅을 지배하는 지혜로운 지배자라고 큰 착각에 빠져사는 미친 놈들이지.”

“성흔 발현자에게도 그럴까요?”

“……케이스가 케이스인 만큼, 시온성지 쪽  담당이 지켜보고 있으니 놈들이 노린다고 해도 쉽게 납치되진 않을 거야. 우리는 일단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 돼.”

“네.”

납치되는 게 아니라, 그의 부모가 갖다 바칠 것임을 알지 못했다. 그 옛날, 부귀영화를 빌며 자신의 아이를 직접 불구덩이에 넣어 피의 제사를 지낸 부모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흘렀다. 석진이 오파님에서 바벨인들과 싸우는 동안, 호석은 10살, 호연은 15살이 되었다.

운명의 때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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