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of four seasons

🎵 스탠딩 에그 -Little Star

1. summer 

#첫 번째 기록

찌는듯한 무더위에 지쳐가던 계절일 뿐이던 여름은 언젠가부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피부가 약한 네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종일 분주했고, 잘 때 이불을 걷어차는 습관이 생긴 네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로 자리 잡았다.

내 욕심을 채우고자 필요 이상으로 챙길 때면 가끔 도하는 자신이 귀찮지 않냐고 묻곤 한다. 커다란 눈이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힐 때면 언젠가부터 아무 생각도 못 하도록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자책으로 물들어가던 눈동자에 귀여운 웃음이 걸리고, 투명한 눈동자가 나를 담아낼 때면. 누군가는 고생이라고 정의하는 일들을 도하의 곁에서 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손차양을 만들어 햇빛을 가려줄 때, 그림자 아래로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잠결에 이불은 걷어차 놓고 몇 배는 더 답답할 내 품으로 파고들면서도 무의식중에 안아달라 보채는 움직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어차피 평생 알게 될 일은 없을 테니 모른다고 해도 괜찮았다. 허락 없이는 보지 못할 텐데도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도 모르게 도하를 감추듯이 끌어안게 된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은 특유의 푸릇함을 뽐내며 늦은 시간까지 활기를 전해준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도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저녁에는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야겠다. 손을 잡고 걷기 좋은 날씨니, 산책도 하고 네가 원하면 업어주기도 하면서 반가운 여름을 즐겨야지. 

내게 여름은 도하를 처음 만나게 된 뜻깊은 계절이다.

2. autumn 

#두 번째 기록

슬슬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씨 덕에 따뜻한 음료가 더 잘 팔린다던 도하의 목소리가 종일 귀에 맴돌았다. 

태생이 다정하고 포근한 도하는 어디든 온기가 머무는 곳을 좋아하는 편이다. 카페 안에서 손님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찾아오는 걸 반기지만 내 입장은 다르다.

뜨거운 음료의 특성상 차가운 음료보다는 다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을 건네줄 때, 가게를 벗어나기 전까지 눈을 맞추며 친절을 베푸는 도하가 이따금 불만스럽기도 하다. 

아마 너는 모르겠지. 네 친절 하나까지 질투하는 나를. 다정한 너를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속 깊은 곳에 숨겨둔 이기적인 독점욕이 흘러나오곤 한다. 

가끔은 도하가 빚어내는 다정이 내게만 쏟아지길 바란 적도 있다. 욕심인 걸 알지만 참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낼 때면, 도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는 나라는 걸 최선을 다해 보여주었다. 한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하지만 입을 맞춰주는 미약한 움직임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풀리곤 한다. 

사람들이 찾는 게 과연 따뜻한 음료일지, 네가 보여주는 다정일지는 모르겠지만 서늘한 계절을 데워주는 도하가 기특한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가 따뜻한 사람인지 모르는 네가 영영 온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3. winter

#세 번째 기록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아침이 밝았다. 올겨울에 처음 내리는 눈이라며 이른 아침부터 설레하던 도하는 못 참고 거실 창을 열어젖혔다. 

얇은 잠옷 차림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도하를 지켜보다 결국은 두꺼운 이불을 들고 마당으로 향했다. 내리는 눈 만큼이나 하얀 이불이 더러워질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아무렴. 이 공간에서 중요한 건 너밖에 없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모른 척 뺨에 입을 맞추며 끌어안자 배시시 웃으며 기대오는 얼굴이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 때마침 흩날리기 시작한 눈 아래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부지런히 발자국을 찍었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우리만의 공간에 네 흔적이 덧입혀지는 순간은 아무리 겪어도 처음처럼 설레고 즐겁다. 

추위에 붉게 물든 코끝을 녹여줄 요량으로 입을 맞추자 이어서 내 입술 위로도 사뿐한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짧은 접촉이 아쉬워 품에 가둔 채 온 얼굴에 마구잡이로 입맞춤을 흩뿌렸다. 

귀여운 웃음소리가 반가워서 힘 조절을 못 했더니 결국, 폭신하게 깔린 눈 위로 뒤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영락없이 이불 빨래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 

그냥, 네가 있으면 고생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것만 같다.

‘눈 맞으면 차가우니까 제가 가려드릴게요.’

혹여 내 아래 깔린 네게 버거운 무게가 전해질까 재빨리 몸을 굴려 자세를 바꾸자 꽁꽁 둘러싼 이불 사이로 빠져나온 손이 내리는 눈으로부터 내 얼굴을 가려주었다. 의도하지 않고 흘러나오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이다지도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보드라운 머리칼 위로 그새 내려앉은 눈송이를 털어주다 도하의 어깨에 걸쳐진 이불을 머리끝까지 치켜올렸다. 안 그래도 둘 뿐이던 공간이 완벽한 둘만의 은신처가 되었다. 

눈이 마주치자 예쁘게 눈매를 휘는 도하의 뒤통수를 당겨 입을 맞췄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그만 들어가야 하는 걸 알지만 한참이나 너를 놓아주지 못했다. 

살면서 숱한 첫눈을 만나왔지만 가장 좋았던 기억들은 전부 도하와 얽혀있었다. 언젠가의 테라스에서 함께 봤던 첫눈처럼 오늘 역시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지. 

나만큼이나 네 기억에도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길.

4. spring  

#네 번째 기록

긴 겨울을 지나 또 한 번의 봄이 찾아왔다. 도하를 만나고부터, 이전의 삶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으레 시간이 흐르면 찾아오고 사라지는 게 계절이었는데 이제는 특정 기억을 떠올리면 그날의 풍경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술에 취한 너를 처음 만난, 내게 고백을 했던 소란스러운 가게. 울고 있는 너를 만나게 된 집 앞. 안개꽃 다발을 들고 나를 데리러 왔던 순간. 네게 고백했던 카페. 네 생일에 함께 갔던 바다. 내가 느낄 서운함을 달래주고자 이벤트를 준비했던 테라스의 눈 내리는 풍경과 아픈 너를 안고 단잠에 빠져들었던 아침.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그리고 돌고 돌아 또다시 찾아온 봄까지.

돌이켜보면 네 개의 계절을 가득 채운 건 언제나처럼 도하였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앞으로 찾아올 시간 속에서도 변함이 없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내가 보낼 언젠가의 겨울에도 함께 발자국을 찍어주는 네가 존재할 것이고, 언젠가의 가을 역시 네 다정함이 내게만 쏟아지길 바라는 내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의 여름에도 얇은 이불 대신 내 품으로 파고드는 네가 있겠지. 

가끔은 막연히 먼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연인이 아닌 다른 관계로 도하와 묶이고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 네게 진짜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상상.

 언제나 과분한 너의 평생을 감히 탐내도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욕심은 줄어들지 않고 날이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

네가 아플 때 주저 없이 찾는 사람이 앞으로도 쭉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함께 속상해하는. 네가 늘어놓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변함없이 내가 되기를. 네 단잠이 내 품 안에서만 이루어지길 바라며, 네가 꾸는 좋은 꿈의 주인공마저도 내가 되길 소원한다. 

봄을 맞이해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 아래서 네게 평생을 약속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벌써부터 코가 시큰거리는 걸 보면 어쩌면 도하 앞에서 펑펑 울게 될 지도 모르니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물론 아직은 혼자만 가끔. 아주 가끔 떠올려 보는 상상일 뿐이다. 언젠가 내가 네게 영원을 약속해도 될 만큼 믿음직스러워졌을 때. 늘 그렇듯 과분한 네게 조금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됐다고 여길 때쯤. 영원히 사랑해 달라고, 그렇게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부디 언제까지나 내가 네 눈에 사랑스럽게 비치길 바라며.

우리의 봄은, 그리고 우리의 모든 계절은 한결 같은 애정을 선물해 주는 네 덕에 따스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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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오늘도 평온한 하루 보내셨을까요? 저는 메일을 보내거나 인사를 할 때 '좋은 하루 보내셨을까요?' 또는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셨을까요?'로 서두를 여는 편이에요. 저 역시 저런 인사말을 받으면 종일 기분이 좋답니다. 예의상 건네는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을 가득 담아 독자님들의 오늘을 묻고 싶어요. 

다들 좋은 하루를 보내셨나요? 우선 저는 굉장히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너랑 하는 연애의 별점이 무려 1,000개를 기념했어요. 별거 아닌 숫자일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저 숫자가 무척이나 벅차고 또 감동적이랍니다. 어떻게 제게 이런일이.. ㅠㅠ 언제나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여러분 덕에 때로는 울고 싶을 만큼 행복한 날을 보낸 적이 무수히 많답니다😭너하연이라는 작품을 좋아해 주셔서, 또 아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제게 있어서 또 한 번의 뜻깊은 날인데요.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지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작년 9월에 상실의 관계 일주년을 기념한 게 엊그제 같은데 너랑 하는 연애 역시 출간 일 주년을 맞이했습니다.(와아) 윤오와 도하의 일 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짧게라도 글을 준비해 보았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셨을까요?

제가 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떠올릴 때면 작품마다 생각나는 분위기가 다르답니다. 윤오와 도하를 보면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새하얀 이불처럼 포근하고 몽글한 분위기가 떠오르고는 해요. 너랑 하는 연애라는 작품을 쓰면서도 제가 우선으로 생각한 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달달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탓에 지루하지는 않으실까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요. 결론은 제 의도만큼이나 행복하게 즐겨주신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쁘답니다. 

제가 언제 또 윤오와 도하 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평생 제 기억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 같아요. 물론 그런 행복하고 잔잔한 일상을 여러분께도 공유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글을 쓴다는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어려운 것 같아요. 순간마다 넘을 수 없는 벽에 갇힌 것처럼 고단한 작업이지만 이렇게 아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답니다. 언제나처럼 제 원동력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은 윤오 도하의 날이기도 하지만 그런 윤오와 도하의 이야기가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게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의 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날이니까 함께 즐겨주세요...❤️ 

저는 언제나처럼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는 그런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있을 10주년 100주년까지 함께해요❤️ 

윤오와 도하, 그리고 제가 보냈던 네 개의 계절을 한결같이 지켜봐 주시고 같이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만큼은 다들 평온하고 행복한 꿈 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다시 돌아올 봄에 또 찾아올게요. 사랑해요💓

2022.05.14. 말로 드림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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