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싶어. 나...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휘와 통화를 끊낸 우진은 제 손에 쥐어진 친자확인결과지를 들여다 보았다.

 

<두 사람은 모자지간일 확률이 0.000011%입니다.>

 

이어 우진은 제 책상 위에 놓인 서울대 의대 동문명부에 실린 정석훈과 동기라는 96학번 윤수정의 사진을 내려다봤다.

 

- 최근에 두 번이나 마주쳤소. 며칠 전엔 우리 병원에 왔었고.

 

정석훈에게 물었을 때 최근에 윤수정과 만난 건 교외의 카페에서라고 했고, 두 번째는 병원에서 만났다는 날은 미연이 응급실에 들어갔다 병실로 옮겨진 날이었다. 며칠 더 입원을 해야하는데도 미연은 당일 바로 퇴원을 했다. 한번 의심을 시작하니 자꾸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휘가 몰고 다니는 차의 블랙박스에서 석훈과 미연이 잠깐 마주치는 장면도 확인했다.

 

- 원장과 윤수정이 각별한 사이인 건 동기들 사이에서도 쉬쉬하는 이야기야. 원장이 전부인과 이혼한 이유도 윤수정이때문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윤수정? 예쁘다는 말만으론 설명이 안 되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법원으로부터 이미연의 친자로 확인받는 절차부터 혜성병원에 이미연의 치료기록을 신청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후였다. 합의를 전제로 의료사고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정석훈에게 이미연의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정석훈으로부터 접근할 수 없다는 답변에 우진은 이미연의 사고에 다른 의문점이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러나 대휘에게 섣불리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연의 이야기만 나오면 비정상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휘였다.

 

혜성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이 도착하기 전에 승혁의 전화를 받은 우진은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심상스럽게 승혁과 마주했다.

 

- 의뢰인은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범인도피교사죄와 함께 9개월 전 여름 뺑소니 사고 사망사건 피의자로 여죄가 드러난 뺑소니 진범인 오세연이 구속되자 방송을 비롯한 언론은 앞 다투어 떠들어대기 시작했지만 혜성병원 원장이자 이사장인 아버지는 병원과는 관련없는 오세연 개인의 문제이며 개인적으로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는 요식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대기업 외동딸이라는 오세연의 모친도 정계와 법조계의 인맥을 동원했지만 윤창호법으로 인한 뺑소니 가중 처벌의 여론을 막을 순 없었다. 결국 마지막 해결책은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 그건 당연한 거고 피의자는 형사처벌에 대한 딜은 거부합니다. 형사소송과 함께 민사소송도 같이 들어갈 겁니다.

- 왜 그렇게 저희 의뢰인에게 가혹한 겁니까? 저희 의뢰인에 대한 사적 감정입니까? 아니면 저 때문에 대한 뭐...연적...아니면 사랑의 라이벌 의식...그런 겁니까?

 

우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 문변이 말하고도 웃기지 않나? 지난 번엔 씹다 버린 껌이라더니...이제와서 연적? 사랑의 라이벌 의식? 감히 그런 숭고한 말을 갖다 붙일 자격이나 되나? 이 바닥에서 문변같은 변호사를 뭐라 부르는 줄 아나? 좋게 말하면 집사. 나쁘게 말하면 씹. 던. 껌. 껌은 단물이 빠지면 버려지지. 문변이 전 애인의 단물만 빼먹고 버린 것처럼.

 

승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진은 그 또한 예상했다는 듯 제 앞에 놓인 물건들을 여유있게 챙겼다.

 

- 형사소송이 끝난 후엔 민사소송에 들어갈 겁니다. 이번 뺑소니 사건 말고 지난 여름 뺑소니 사망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으로부터. 문변. 그 유가족들은 이제 어린 초등학생들이야. 약자니까 모르쇠로 버티면 잊혀질거라 생각했나? 강하게 짓밟으면 못 일어날거라 생각했나? 진실은 언제가 밝혀져.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서는 당당한 우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승혁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신경질적으로 풀어헤졌다.

 

우진은 가끔 미란다원칙이 역겨웠다. 지금 승혁과 같이 있는 자들 편에 들러붙어 떨어지는 콩고물을 줍기 위해 굽신거리는 변호사를 볼 때마다 피의자의 인권이라는 허울로 약자의 억울함과 고통을 짓밟고 얻어내는 이익이 역겨웠다.

 

 

“여기 비싸겠다.”

 

대휘는 고급 파스타 전문식당의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지레 놀래 저를 데리고 온 우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긴장한 대휘의 모습이 귀여워 우진이 부끄러운 듯 덧니를 드러내 웃었다. 대휘의 코트를 받아주고 의자를 빼주어 앉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라고 맨날 가게나 집에서만 만나나? 이런 곳도 와 봐야지.”

 

연애를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우진이었다.

 

“근데 나 파스타 잘 몰라. 거의 먹어본 적 없어서.”

“실은 내도 몰라. 하얀 거랑 빨간 것만 알지. 우리야 시간에 쫓기니까 빨리 먹을 수 있는 국밥이나 먹지. 왜 지검 근처에 설렁탕, 해장국 전문점이 많은데. 밥 말아서 후루룩 먹을 수 있거든.”

 

우진의 말에 대휘가 하하 웃었다. 형 너무 웃긴다.

 

“그럼 난 하얀 거.”

 

대휘가 손가락으로 메뉴판에서 해물크림파스타를 손으로 가리키자,

 

“그럼 내는 빨간 거.”

 

마침 서버가 오자 대휘와 마주보며 쿡쿡 웃던 우진이 웃음을 거두고는 토마토치즈파스타와 해물크림파스타를 주문했다. 카프레제샐러드와 스파클링 와인까지 한잔씩 주문하더니 잔을 들어보이는 우진에 대휘가 살풋 웃으며 같이 잔을 들어 살짝 부딪혔다.

 

“이거, 맛있다.”

“휘야 달달한 거 좋아하잖아.”

 

대휘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한 우진이었다. 한 모금 더 입안에 살짝 머금은 대휘가 음식이 도착하자 손뼉을 치듯 두 손바닥을 마주 대더니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 맛있어. 포크로 파스타면을 돌돌 말아 입안에 쏘옥 넣고 가는 손끝으로 입가를 살짝 닦았다. 맛있다니 다행이다...만족해하는 대휘를 보며 우진도 포크를 들어 파스타 면을 돌려 입에 넣었다.

 

“쫌 더 먹지?”

 

말하는 우진도 평소 먹성 좋은 저답지 않게 파스타를 반도 먹지 못했다. 그러나 대휘는 냅킨으로 입술을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

 

“이젠 말 해도 돼.”

“응?”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우선 먹고.”

“병원에서 엄마 진료기록 나왔지?”

 

대답 대신 우진이 브리프케이스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건네주는 내내 대휘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인적 사항이 지갑 속 신분증과 똑같았다. 두개골 타박상, 경추골절, 늑골골절, 고관절 탈골, 대퇴부골절...사람의 뼈란 뼈는 모두 부러지고 금이 간 중증 외상에 보는 대휘의 얼굴이 다 찌푸려졌다. 이 정도 외상이면 간병인의 도움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료기록서가 마치 그 시절의 엄마라도 되는 듯 애틋하게 몇 번이나 훑어보며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던 대휘는 무언가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 우진을 바라봤다.

 

“말도 안 돼.”

 

대휘가 알 수 없는 의문과 놀라움으로 얼굴이 빨개진 우진을 응시했다.

 

“이런 상태의 엄마가 1월 30일 날 퇴원을 했어.”

 

1월 28일 사고로 몸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어 정형외과의 외과 수술을 받아야 했을 미연이 이틀 후 퇴원을 한 것이다.

 

“보호자도 없는데...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었을 텐데.”

 

우진은 대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또, 결국 1월 29일이야.”

 

우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1월 29일 도대체 혜성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월 28일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대휘의 엄마 미연은 우연히 혜성병원으로 옮겨져 긴 시간 외상수술을 받았고, 1월 29일 우진의 엄마는 위암절제 수술을 받다 수술도중 사망을 했다. 1월 30일 수술 직후 미연은 퇴원을 했고 의료사고를 일으켰다는 집도의는 사라졌다...

 

12년 전의 의료사고로 정석훈의 말만 듣고 임의대로 혜성병원 원장을 불러 참고인조사를 할 순 없었다. 결정적 물증이 없다면 결국 집도의의 증언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대휘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착한 밀포대가 자꾸 신경쓰이는 미연이었다. 뭐든지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미연이었다.

 

선생님. 저 없는 사이에 물건이 도착하면 그냥 그 자리에 두세요. 제가 돌아와서 옮길게요.

 

체격만 보면 미연이나 대휘나 별 차이 없건만 대휘는 미연의 보호자 노릇을 하려고 했다. 일하다가도 이상하다 싶으면 대휘가 미연을 빤히 바라보고 있기 일쑤였고 괜찮으니까 우진과 데이트를 즐기라 해도 미연과 원이형제 걱정을 많이 하는 대휘였다. 미연은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창고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앙상한 두 팔로 포대를 들어올리려 할 때였다.

 

“제가 할게요.”

 

미연의 손보다 먼저 포대를 들어 올리는 우진의 탄탄한 팔이었다. 10킬로짜리 포대 하나도 미연이나 대휘는 끙끙거리며 옮겼는데 우진은 세 개를 한번에 번쩍 들어 미연이 가리킨 작업대 한쪽에 보기 좋게 쌓아주는 우진이었다.

 

“전화를 미리 하고 왔으면 대휘씨 봤을 걸. 학교 갔는데 좀 기다려야겠다.”

 

차를 내오는 미연의 말에 우진이 빙긋 웃었다. 향이 좋네요...

 

“대휘한테 이야기 들으셨나요? 대휘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우진은 말을 돌려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휘를 기억 못하세요. 큰 교통사고를 당하셨대요. 12년 전 1월28일에.”

 

역시 우진의 말에 미연의 얼굴은 금세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병원으로 옮겨지셨는데 온몸에 골절상을 입어 1월28일 응급수술을 받으셨어요. 그리고 1월 30일 퇴원하셨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그 후로 대휘를 기억못하세요. 사고 나기 전까지는 대휘를 데리러 가려 했을 만큼 의지나 모성이 강한 분이셨는데.”

 

우진은 긴장으로 눈빛이 흔들리고 찻잔을 쥔 손을 바들바들 떠는 미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휘 어머님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응?”

“이 미자 연자를 쓰세요.”

 

찻잔을 쥔 미연의 손이 떨려 찻잔과 잔받침이 부딪혀 날카로운 비명같은 소리가 났지만 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대휘 어머님이 사고를 당하고 입원했던 병원이 어딘지 궁금하시죠? 혜성병원이예요.”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미연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우진씨...이제 그만...가줄래요?”

 

지난 번 응급실에 들어갔을 때 대휘의 말대로였다. 12년 전 이야기와 혜성병원 이야기만 나오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미연이었다. 우진은 제 이야기는 다 끝났다는 듯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차를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진이 떠나고도 미연은 놀랐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이미연...이대휘...늘 자신을 바라보는 대휘의 눈빛은 무언가 물어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말해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놀란 가슴을 어루만지며 우진이 앉았던 테이블로 다가간 미연은 바닥에 떨어진 수첩을 보고 집어 올리다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서울대 의대 동문명부였다. 미연은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펼쳐 나갔다. 96학번...ㄱ,ㄴ,ㄷ...차례로 넘기던 미연은 ㅇ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윤수정...

 

“...그거 제 껀데...”

 

우진의 목소리에 미연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우진은 백짓장처럼 핏기없는 미연의 얼굴과 함께 손에 쥔, 한 페이지를 찢다 만 의대동문명부를 번갈아가며 봤다. 우진이 미연의 손에서 동문명부를 받아들고는 찢다 만 페이지를 펼쳤다. 윤수정. 외과, 혜성병원 외과전문의.

 

“아는 분이세요?”

 

바들바들 떠는 미연에게 우진이 낮게 물었다. 미연은 차마 우진의 눈을 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 위의 찻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소 듣기 좋은 우진의 중저음이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으로 느껴지고 웃을 때는 어린 소년처럼 장난끼 가득한 눈이 웃음기를 거두면 이렇게 매서울 줄 몰랐다.

 

“대휘 어머님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입원한 다음 날인 1월 29일, 혜성병원에서는 의료사고가 있어요. 위암절제수술을 받던 40대 초반의 여자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안 돼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일어나죠. 혜성병원 측에서는 30대 초반의 집도의의 과실로 발표했는데 집도의는 이미 사직서를 내고 잠적해버린 후였죠. 그 집도의 이름이 윤수정이었어요.”

 

쨍그랑!!

미연이 손에 쥔 찻잔을 떨어뜨렸다. 미연은 현기증이 났다.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세요?”

 

미연에겐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미연은 힘이 빠져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주저앉았다. 미연의 눈 앞에 깨진 찻잔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크고 작은 붉은 장미꽃과 꽃봉오리 무늬가 섬세하게 그려져있고 테두리엔 가늘게 순금의 도료가 칠해진 고급스러운 찻잔이라 손님들에게는 잘 내주지 않는 것이었다. 미연은 더듬거리며 찻잔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다. 한때는 누구보다 빛나던 자신이었지만 이렇게 깨지는 한순간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깨지는 것이다.

 

“위암절제수술을 받던 그 여자환자한테 가족이라곤 막 열여덟살이 된 고등학생 아들 하나뿐이었어요. 병원에서는 잠적한 집도의의 과실이라고만 할 뿐 더 이상 설명이 없었지요. 그러다 최근에 그날 수술방에 같이 있던 관계자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었어요. 그날 수술 집도의는 윤수정이 아니라 혜성병원 원장이었던 한혜성이었다고. 그런데 아직도 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삼일 간의 일들이 이해가 안 돼요. 왜 윤수정이 원장을 대신해서 모든 죄를 뒤집어썼는지...온 몸의 뼈란 뼈는 다 골절상을 입은 진짜 이미연씨는 어떻게 응급수술을 받자마자 퇴원을 했는지...그 이미연씨인 선생님은 왜 12년 전의 이야기만 나오면 과민반응을 내보이는지...그리고 결정적으로 선생님에겐 12년 전 전신 골절상을 입은 외상에 대한 흔적은 없었어요.”

 

어떻게서든 조각을 맞춰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싶었다. 선명한 장미꽃무늬로 되돌려놓고 싶었다. 한번 깨져버린 찻잔은 되돌려 놓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연의 관심은 온통 깨진 조각을 맞추는 것에 쏠려 있었다.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깨진 찻잔을 맞추면 자신도 12년 전 그날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왜 12년 동안 이미연씨로 사신 거죠? 한혜성원장이 시킨 건가요? 왜 한혜성원장의 말을 들은 거죠?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뭐였어요?”

 

그날...그 곳에 있지 않았다면 자신의 삶은 조금 달라졌을까. 자신의 꿈처럼, 가족의 꿈처럼 존경받는 외과의가 됐을까. 지난 12년 간 매일 그랬듯이 원장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의 인생이 꿈이 산산이 부서진 건 원장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 때문일 것이다.

 

“소문대로 정말 원장과 내연관계였기 때문인가요?”

“그만해!!”

 

우진과 미연 사이를 막아선 대휘의 큰 목소리에 우진은 말을 멈추었다. 설움과 원망과 분노가 서린 대휘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칠 기세였다.

 

“이럴려고...웅쌤한테 부탁해서 별 것도 아닌 걸로 날 불러낸 거야?”

 

우진은 아차 싶었다. 대휘가 모든 걸 알기 전에 미연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미연은 거의 가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처음엔 심장이 약해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과할 정도로 사람들을 만나는 걸 피했다. 그러다 모든 증거들을 보며 깨달았다. 미연은 아파서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숨어 다녔다는 걸. 그러나 성당에서 수녀를 만나고 온 후 대휘 마저 미연의 곁을 떨어지지 않아 미연과 단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 수 없어 우진은 결국 웅이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2년 전 이미연이 교통사고로 옮겨진 병원이 혜성병원이라는 걸 경찰에 확인하고 이미연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대휘와 친자확인검사를 할 때 대휘가 내민 건 12년 전 사고 날 때 미연이 가지고 있었다는 낡은 지갑이었다. 바로 제 눈앞에 미연이 누워있는데도 대휘가 내민 건 오래 된 지갑이었다. 그때 우진은 알았다. 대휘도 어쩌면 무언가 눈치챈 게 아닐까 하고. 그래서 우진은 병실에서 나와 대휘의 배웅을 받으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다가 휴대폰을 놓고 왔다는 핑계로 병실로 되돌아가 미연의 머리카락을 챙겨와 국과수에 대휘의 머리카락과 낡은 지갑과 미연의 머리카락을 같이 보낸 것이다. 낡은 지갑에서 나온 유전자와 미연이 같은 사람인지. 대휘와 친자 관계는 지갑의 주인인지 미연인지.

 

“휘야. 니도 궁금하다 하지 않았나? 12년 전 1월 28일...사고를 당한 엄마가 왜 널 기억 못하는지...그 이후로 왜 널 데리러 오지 않았는지...”

 

우진이 흥분한 대휘를 달래러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추느라 한쪽 무릎만 세운 상태로 대휘의 손을 쥐었다.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아!”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침묵이 흐르면서 대휘가 우진의 손에 쥐어져 있던 제 손을 가만히 거두어들였다.

 

“휘야!!”

“형이 뭐래도 우리 엄마 맞아...”

“이대휘!!”

“형도 엄마를 잃고 힘들었지? 그래도...형은 엄마 얼굴 기억나지? 난 엄마를 본 적도 없어. 어릴 때 사진 한 장뿐이었어. 이제야 엄마를 만났는데 엄마는 날 기억도 못 해. 기억 못한다고 부모자식이 아닌 게 아니야.”

 

미연을 부정하는 우진에 대한 원망과 알 수 없는 설움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삼키며 대휘가 또박또박 말했다. 차라리 울면 나을 걸 울지 않는 모습에 더 가슴이 아파와 우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휘를 끌어안자 비로소 대휘가 우진의 가슴을 밀어내며 말했다.

 

“엄만 모른대잖아. 윤수정도. 12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우릴 그냥 내버려둬 .왜...우리 엄마한테 그래...왜!!”

 

혈연관계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관계가 아니었다. 생모의 얼굴을 모르고 자란 대휘조차도 적 앞에서 핏발 선 눈빛으로 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본능적으로 제 핏줄을 지키는 소동물과도 같았다. 미연을 두고는 우진 저 조차도 대휘에겐 적일 뿐이었다.

 

설득하려는 우진과 이빨을 세우며 막아서는 대휘를 보며 미연은 지쳐버렸다. 12년 전 이미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진 일에 당사자인 자신의 존재는 지워져버렸다. 누군 한원장의 내연녀라 했고, 누군 의료사고를 일으키고 사직한 무책임한 집도의라 했고, 누군 기회주의자라 했다. 원장의 말대로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은 어느새 12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느 누구에게도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나도 내가 그냥 이미연이면 좋겠어...”

 

대휘와 우진은 울먹이는 미연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연이 아니야.”

“말하지 마요. 엄마. 아무것도...”

 

수정은 저를 대신해 싸우고 있는 대휘를 바라보다 입술로만 말했다. 미안해...

 

“...윤수정이지. 서울대 의대 96학번. 혜성병원 외과의.”

 

대휘는 힘이 빠졌다.

 

“그날 위암 종양제거 수술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한원장이었어. 어시를 하던 다른 펠로우가 개복을 하고 원장이 종양을 제거하는 사이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종양은 예상외로 너무 컸고...그 자리에서 종양을 절제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설전이 오갔지만 원장은 무리해서 절제를 시도했지만 이미 환자의 심장과 호흡도 멎은 후였어. 뒤늦게서야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너무 늦었고. 한원장은 나에게 딜을 제안했어. 내가 집도의로 의료사고를 낸 걸로 하면 나머지 뒷일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환자의 위암수술 도중 사망사고 집도의가 나라고 발표하면서 원장은 나를 사직처리했고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조용해지면 그때 다시 부르겠다고. 때 맞춰 28일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진 환자가 29일 응급수술 도중 결국 사망을 했어. 그 사람이 이미연이었어. 이미연의 신원을 나에게 주며 경찰에는 신원미상의 무연고사망자라고 통보했고. 이미연에게는 보호자도 없었으니 경찰도 병원 말만 믿고 그렇게 사고처리 되버렸지.”

 

수술 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자주는 아니지만 드문 경우도 아니었다. 더구나 이처럼 말기 암 환자라면. 그러나 문제는 다른 펠로우도 아니고 원장이 집도하던 수술이었다. 원장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수술이니 실패했을 때는 그만큼의 데미지도 컸다.

 

“왜 그러셨어요?”

“왜냐면...암전문의료기관으로 인가받으려면 어려운 수술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일정정도의 수술실적과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해야 했거든. 한원장의 목표는 국내 암전문의료기관으로 인가받은 후 국내 TOP3의 대형병원으로 성장시켜 국제메디컬센터를 건립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게다가 2월에는 실사팀이 나온다. 하필 실사 전날 원장의 수술 도중 의료사고는 한원장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소송에 휘말리면 병원이 폐업하고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거짓말...”

 

이어지는 수정의 말을 막은 건 대휘였다. 대휘는 수정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울음이 잠긴 채 소리쳤다.

 

“고작 사랑 때문에 한혜성의 탐욕에 동조한 거라구요?”

 

자신이 첫연애에서 비참한 을이었기에 대휘는 그 비참함이 얼마나 큰지 알았다. 고작 직장 상사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무서운 일을 묵과한 수정이 혐오스러웠다.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불행속으로 빠뜨릴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이 그렇게 무자비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이란 말인가.

 

“대휘씨.”

“휘야.”

“나한테...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했는데...왜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자비하셨어요?”

“대휘씨...내가...다 잘못했어. 그날 그래선 안 되는 거였어. 용서해달라는 것도 변명도 아니야.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편하게 잠든 적이 없었어. 내 자신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어.”

“선생님을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용서할 수 없어요.”

 

부들부들 떨며 수정을 노려보는 대휘의 눈은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애원하는 듯 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듯 대휘는 지난 시간 미연에게 가지고 있던 모든 환상이 무너지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농담이라고, 서프라이즈라고 거짓말해주길 기다렸다.

 

“그래...마음이 풀릴 때까지 날 욕해도 되고 원망해도 되고 때려도 돼. 그렇게 한이 풀릴 것 같으면 그렇게 해...매일 나를 보며 엄마 이야기를 하는 대휘씨를 보며 죄책감에 견딜 수 없었어. 사실을 말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고. 그렇지만 내 죄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어.”

“뭘 어떡하실 건데요? 죽은 엄마를 살려놓기라도 할건가요? 아니면...아악!!”

 

수정을 원망하던 대휘는 그대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저 깨진 찻잔 조각을 맞추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가는 손으로 날카로운 찻잔 조각을 들고 있을 때부터 말렸어야 했다.

 

“선생님...손이...”

“대휘씨...미안해...나도 내 자신이 미워.”

 

대휘는 피투성이가 된 수정의 손을 붙들고 놀라고 서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아 안절부절 못했다. 우진이 지혈하기 위해 재빨리 냅킨으로 울컥울컥 피가 쏟아지는 수정의 손목을 묶자 대휘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억누르며 허둥거렸다.

 

“어떡해요. 이 손을...선생님...”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어....내 자신이 너무 미워...”

“그냥 아니라고 해요. 내 엄마라고 하면 되잖아요. 이대휘 엄마 이미연이라고. 윤수정따위는 모른다고. 그럼 됐잖아요.

“그때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도...모두 나 때문이야...”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고...아 이 손 어떡해!! 말하지 말아요.”

 

미연의 팔에서 너무 많은 피가 흘러 제 옷이며 얼굴까지 피투성이가 되는 것도 모른 채 대휘는 우진의 팔을 붙들고 매달렸다.

 

“형 뭐라도 좀 해줘. 우리 엄마 좀 살려줘.”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미연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제일 먼저 본 사람은 제 병상에 엎드려 얼굴을 두 팔에 묻고 잠든 대휘였다. 대휘의 손끝이며 옷자락엔 아직도 미연이 흘린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미연은 제 왼쪽 손목을 단단히 감고 있는 흰 붕대를 보았다.

 

“출혈이 너무 많아서 위험했어요. 대휘가 아니었으면...”

 

우진이 불편하게 잠든 대휘의 팔을 제 어깨에 걸게 하고 앉은 채로 등허리와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가뿐하게 안아 올려 비어있는 소파에 편하게 뉘어주곤 가슴 위까지 담요를 더 단단히 여며주며 말했다. 울다 잠들었는지 눈가가 아직도 빨갛고 눈물 자국이 남아 까칠했다. 하루 사이에 살이 내린 대휘가 안쓰러워 우진은 가만히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우진은 더 이상 미연에게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처음 미연이 윤수정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니 윤수정이 지난 12년 간 미연으로 살아왔다는 걸 알았을 때 우진은 그날의 진실을 알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대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주저됐었다.

 

“지금은 이해돼요. 왜 그렇게 대휘가 선생님을 엄마로 생각했는지. 제가 유전자검사를 통한 친자확인을 제안할 때까지도 대휘는 선생님과 모자지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아기 오리가 알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본 걸 자기 엄마로 알고 쫓아다닌대요. 그걸 각인이라고 해요. 대휘는 그랬던 거예요. 자신이 위암 말기인 줄 알고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나기 위해 떠났다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선생님인데다 이름까지 똑같았으니...자신이 위암이니 죽는 순간까지 매 순간 선생님을 자신의 엄마로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선생님 옆에 있고 싶어 했어요. 비록 제대로 엄마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지만.”

“.......”

“아마 대휘는...자신이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사랑을 엄마라고 생각하며 선생님께 드렸는지도 몰라요.”

“.......”

“그날의 진실을 말하고 안하고는 선생님의 선택이예요. 진실이 마냥 아름답고 기쁘지만은 않죠. 아니 어쩌면 추하고 슬프고 아프기에 그게 진실일지도 몰라요. 진실을 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가끔은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까...몰랐어도 잘 지내왔으니까...잊으려고 마음먹으면 까짓것 잊은 척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외면한 과거의 진실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엔 내 발목을 잡는 거예요. 대휘나 나처럼, 그리고 선생님처럼.”

 

우진의 말에 수정은 다시 눈물이 흘렀다.

 

“엄마를 죽게 만든 사라진 집도의를 찾으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도 싶었어요. 모두가 그런 나를 무모하다고 말릴 때 대휘만 내가 옳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누군가 한명쯤은 나를 이해해주고 내 편이 있다 생각하니 비로소 마음이 진정됐어요. 그런데 내 엄마의 진실이 밝혀지면 대휘가 다칠거라는 건 미처 생각 못했어요. 내 편이 되주었는데 정작 난 대휘의 편이 되주지 못했네요....”

 

모든 걸 체념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을 때는 휘몰아치는 불길처럼 거침없이 달리면서도 진실이 밝혀지면 홀가분해질거라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진실을 목전에 둔 지금 자신 때문에 대휘가 상처입고 아플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대휘를 위해서라도 그만 두고 싶었다. 죽은 엄마에겐 정말 미안했지만 죽은 엄마보다는 살아있는 대휘를 먼저 지켜주고 싶었다.

 

“미안해. 우진씨...”

“...그렇지만 같은 날 엄마를 잃어버린 대휘와 저는 그 이유라도 알고 싶은 거예요. 알 권리 정도는 있잖아요.”

 

우진은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가벼운 얼굴로 웃었다. 이걸로 됐다. 결국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모두가 우진이 다칠거라고 했는데 결국 다친 건 제가 아니라 대휘였다. 그것도 우진 제가 대휘를 아프게 했으니 자신이 대휘에게 무슨 짓을 했나 싶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게 나았을까...고작 여기서 끝내려고 의심없이 수정을 미연으로 믿으며 스물 여섯 해 삶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대휘를 울게 만들었나. 그게 미안해서 우진은 잠든 대휘의 이마를 손으로 한번 더 어루만지고 일어났다.

 

“깨어나신 거 보니 안심하고 가볼게요. 다행히 혈액형이 맞아서 선생님한테 수혈해줄 수 있다고 대휘도 좋아했어요.”

 

심상스런 얼굴로 가방과 코트를 챙겨 들고 병실을 나선 우진은 병동 스테이션을 지나 사람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대휘를 업고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입을 맞추려했던 기억이 났다. 혀엉, CCTV...우진은 저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천정 모서리에 있는 CCTV를 올려다 봤다. 그날도 우진 저는 괜찮았는데 자신과의 연애가 혹시라도 우진에게 데미지가 될까 몸을 사리던 대휘였다.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진은 자신의 SUV를 찾아 올라타 시동버튼을 누르다 말고 멈춰버렸다. 위암 말기라는 말에 대휘를 밀어내버린 우진이 대휘에게 찾아갔을 때 대휘와 함께 이 차 안에서 나누었던 다정한 키스가 떠올랐다. 세상 다시 없을 것 같이 예쁜 미소로 다정하고 뜨겁게 저를 안아주고서 사람은 같은 아픔을 두 번 겪을 필요는 없다며 돌아서던 대휘가, 매 순간, 저보다 상대에게 먼저 마음을 내주고 사랑하고 다독이다 손해만 보는 대책없이 바보같은 대휘가 떠올라 우진은 울컥 눈물이 흘러 핸들에 고개를 묻었다. 빠앙!! 경적소리가 신호가 되어 우진은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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