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와 은퇴 후 급조

*졸업식 후편



모니와는 졸업 후 고교시절 만큼이나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지금은 겨우 숨을 돌리

고 있는 중이었다. 시험을 끝내고 방학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사야, 시험 끝났어?”

“아니...죽을 것 같아...전공이랑 교양 하나 남았다...”

“엑...교양 뭐 듣는다 했지? 늦네...”


모니와는 사사야와 함께 대학에 합격하여 대학생이 되었고 카마사키는 꽤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사실 이들 중 한가한 건 모니와 뿐이었다. 카마사키는 신입사원으로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고 사사야의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심했어. 교양은 버린다.”

“공부 좀 해.”

“장학생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공부 할 맛 전혀 안나.”

“그냥 하기 싫은 거잖아. 그러고 보니 곧 인터하이인가?”

“애들 연락은 피하면서. 보러 갈 거야?”

“바빠서 못 받은 거라니까...”


실은 후타쿠치가 보고싶을 것 같아서, 생각날 것 같아서 연락 할 수가 없었어. 


뒷말은 삼켰다.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여전히 애틋한 마음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일에 몰두하면 잊을 수 있겠지, 편하게 얼굴 보게 될 날이 오겠지.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다. 후배들의 연락도 모른채하며 공부에 매진했더니 과수석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었다. 모든게 잘 되고 있다. 2년간의 짝사랑은 조금도 희미해지지 않았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 할 일이었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지우는 게 맞다고 위로했다.


“후배들 걱정 안돼? 특히 사쿠나미 말이야. 물론 우리보다 더 잘해내고 있겠지만 주장이 후타쿠치라고. 후타쿠치 녀석, 여전하다니까.”


사사야는 한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후타쿠치와 코가네가와의 합동 플레이에 너덜너덜해진 사쿠나미가 연습을 봐주러 온 사사야에게 울다시피 매달려 모니와를 찾는 모습은 꽤나 안쓰러웠다. 자신이 모니와가 아닌 것에 죄책감마저 느꼈으니. 후배들에게 다정하던 모니와를 동경하고 의지하던 사쿠나미였는데 그 모니와가 졸업 후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춘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그 날은 사쿠나미의 울분에 찬 하소연을 듣느라 종일을 보냈다. 카마사키와 사사야가 후배들과 만남을 가질 때도 모니와는 늘 바쁘다며 자리를 피했었다. 연락도 잘 받지 않는 모양이었다. 뺀질나게 다테공을 들락거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동안의 모니와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사야는 한숨을 포옥 쉬었다. 뻔하지, 바보녀석.


“하하. 그래도 후타쿠치 착한 애야. 잘 할 거야.”

“사쿠나미 퇴부해도 그 말 하나 보자. 난 후배들이 죄다 퇴부하기 전에 연습 봐주러 갈 거야.”

“시험은?”

“읏차- 교양 버린다니까?”

“그래도 전공 남았다고...으앗!”

“시험 얘기는 그만하고. 자, 가자!”


자신의 시험을 남의 일 말하듯 담담하게 말하는 사사야의 옆에서 도리어 자신의 일인 양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걱정하는 모니와를 단숨에 들쳐업은 사사야가 교정을 가로지르고 뛰기 시작했다. 배구부를 은퇴하고 나서도 꾸준히 관리하는 사사야의 힘도 좋지만 대학에 간 뒤 부쩍 살이 빠진 모니와를 들쳐매고 뛰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사사야의 어깨에 매달려 영문도 모른 채 흔들리는 모니와는 눈 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우욱...”


결국 전철을 타고 모교 앞에 도착한 모니와는 내내 붙들려서 뒤흔들린 속을 진정시키기 바빴다. 속 뿐만이 아니었다. 머릿속도 뒤죽박죽이 되어 어쩔 줄 몰랐다.


그렇게 피했는데 결국 와버렸다. 강제적이긴 했지만. 어떡하지? 겨우 보고싶은 거 참고 연락도 무시했는데 여기에 오면 어떡해...


쭈그려앉아서 앞으로의 생각에 울먹거리는 모니와의 어깨를 미소를 띄고 툭툭 두드린 사사야가 원망스레 올려다보는 모니와의 얼굴을 마주보고 거칠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만 피하고 정면돌파 해. 속으로 끙끙 앓지말고, 애들 연락도 괜히 피하지 말고. 니가 제일 힘들잖아.”


모니와의 마음을 읽은듯한 말에 모니와는 눈물이 핑 돌았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는데 다 알고있었구나.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사사야에 모니와는 작은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식었다면 벌써 식었겠지. 고백하자. 이기적이라도 이렇게 차이는 게 나을 거야. 그런데 후타쿠치가 화내면 어떡하지...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더럽다고 하면...추억마저 꺼내보기 힘들어지면 나는...


“후타쿠치한테 시원하게 차이면 술 사줄게.”

“야, 너...!”


장난스럽게 모니와의 어깨를 치며 학교로 들어가는 사사야에 얼굴이 새빨개진채 허둥거리는 모니와가 앞서가는 사사야에게 달려들어 언제부터 알고있었냐며 울상이 되었다. 꽤 오래되었다는 사사야의 말을 들으며 얼굴을 더 붉게 물들인 모니와는 아까의 불안함은 생각 뒤편으로 밀어버렸다.


“여어- 전 주장 모셔왔다.”

“모니와상!!!”


기세등등한 사사야가 아직은 살짝 망설이는 모니와의 등을 꾹꾹 밀어넣으며 체육관에 외치자 연습을 하던 선수들이 일제히 모니와에게 달려들었다. 사쿠나미는 눈물까지 퐁퐁 쏟을 기세였다.


“모니와상, 왜 이제 오셨어요! 저 오늘 진짜 내려했단 말이에요!!”


저도 모니와에게 안기려는 코가네가와를 발로 우악스럽게 밀어낸 사쿠나미가 모니와의 품에 안겨 우는 소리를 내다 품에서 곱게 접힌 퇴부서를 슬쩍 내비쳤다. 모니와가 흠칫 놀라자 사사야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퇴부서를 밀어넣었다.


“아직은 이른 것 같다 사쿠나미. 주장님은 뭐해? 모니와 안 반기고.”


사사야의 장난끼가 실린 말에 등을 돌리고 음료를 마시던 후타쿠치의 등이 움찔거렸다. 모니와도 잔뜩 굳어져서 후타쿠치를 빤히 바라보자 시선을 느낀 후타쿠치가 고개만 슬쩍 돌려 고개를 까닥였다.


“오랜만이네요. 모니와상.”

“으응...후타쿠치. 오랜만이,”


야...

모니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지만 후타쿠치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고개를 휙 돌리고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졸업식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모니와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건 고백하기도 전에 차인 것 같은 기분인데...

모니와는 독하지 못했다. 후배들의 연락을 피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바보 같이 속앓이를 했던 모니와가 후타쿠치의 연락을 단번에 끊어버릴 수 있었을리 없었다. 둘은 졸업 후에도 간간히연락을 이어왔었다. 모니와는 후타쿠치와 연락을 주고받은 날엔 자신의 미련함과 더욱 깊어지는 마음에 밤마다 침대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지쳐 잠이 들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리고는 제 풀에 지쳐 답장을 하지 못한 수많은 날 중 어느 날 아예 후타쿠치의 번호를 지워버렸다. 번호는 외워버려서 소용 없었지만 후타쿠치가 번호를 지운 걸 알기라도 한 걸까,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나도 그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대놓고 자신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니와에게 지쳤을 것이다. 최근엔 아예 답조차 해주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울고싶었다. 나는 너를 좋아해. 말하지 못하는 진심이 가시를 세우고 속을 잔뜩 할퀴어댔다. 후타쿠치는 뜨문 답장에 종종 서운함을 내비쳤었다.


있잖아, 난 늘 자기 전 너와 주고받은 얘기들을 꼭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더듬어가며 하나하나, 그렇게 모두 읽어. 매일 밤 착한 니가 가끔 해주었던 다정한 말들이 생각나서 귀를 붉혀. 이런 마음을 가지고 계속 연락을 잇는건 내가 너무 괴로워서 더는 할 수 없었어. 너를 속이고 흑심을 품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웃기가 너무 비참하고 미안했어. 그만 좋아하고 싶은데 너를 좋아하는 건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봐. 생각대로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내 착각인 것 같아. 처음엔 달큰한 향을 풍겼을지 모를 감정을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방치해두니 썩고 곪아서 아프더라. 나는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 숨기고 울고 피하고 외면하고 더이상 안그럴래. 지금부터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래. 나 그래도 돼?


“사쿠나미 잠깐만.”


고개를 숙인 채 심상치 않은 표정을 한 모니와를 본 사사야가 여전히 모니와의 품에 안겨있던 사쿠나미를 슬쩍 때어내자 모니와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나 실은 후타쿠치랑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모니와상 후타쿠치 선배 좀 죽여주...아니 말씀 잘 나누시라구요.”

“후타쿠치한테 가볼게. 사사야, 애들 연습 도우고 있어!”

“너 없을때 맨날 내가 연습 봐줬거든?”


모니와는 입시 발표를 기다릴때 보다 진지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더니 후타쿠치가 사라진 쪽으로 다급히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번엔 꼭 둘다 솔직하게 굴기를 비는 사사야였다. 너희 때문에 내가 다 피곤하다고...


 


“저...후타쿠치.”


후타쿠치는 부실에 홀로 앉아있었다. 등을 보인채 앉아있는 후타쿠치의 곁에 모니와가 다가가자 후타쿠치가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았다.


“왜 오셨어요? 엄청 바쁜 것 같은데 겨우 고등학생들 배구 연습이나 봐주러 와도 돼요?”


모가 난 후타쿠치의 말에 모니와는 돌을 삼킨 기분이 들었다. 후타쿠치 화났구나...


“후타쿠치 화 많이 났어...?”

“네? 제가요? 제가 왜요? 모니와상 무슨 잘못이라도 하셨어요?”

“그...바쁘다고 연락 못한 거 미안해...”

“제가 무슨 모니와상 연락 못 받아서 화난 것처럼 구시네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누가봐도 삐진게 분명한 후타쿠치의 모습에 모니와는 안심이 되는 마음을 느낌과 동시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풉...푸흡...”


참는다고 참았지만 새어나간 웃음소리에 후타쿠치가 세모눈을 하고 째려보았다. 하지만 모니와의 웃음은 더 격해질 뿐이었다.


“모니와상 지금 웃겨요?”

“아니...크흡...후타쿠치가 귀여워서...흡”


서운해 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대놓고 나 삐졌소를 시전하고있는 후타쿠치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자신은 후타쿠치에게 그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타쿠치의 유니폼에 있는 2번이 눈에 들어왔다. 겨우 진정시킨 모니와가 그동안의 변명과 하고싶었던 말들을 꺼내기 위해 고개를 든 순간 눈가가 붉어진 후타쿠치와 눈이 마주쳤다.


“후, 후타쿠치?”

“모니와상 대체 뭐예요!!”



캐비넷을 주먹으로 치며 소리친 후타쿠치가 모니와를 노려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게 화가 나게 만들 정도로 웃었나 싶어 당황한 모니와가 얼른 사과하기 위해 입을 땐 순간 후타쿠치의 입에서 거친 말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어떻게 대학가자마자 바로 우리는 뒷전이에요? 내가 모니와상에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였어요? 잠깐 친했던 후배가 다인가? 그래, 씨발. 난 원래 양아치에다 모니와상 속만 썩이는 후배였죠. 그래서 나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으셨겠죠. 가능하면 빨리 연락도 끊고싶을 정도로!! 그런데 왜 나한테만 답장 해주셨는데요? 다른 부원들 연락은 한 번도 답장 안 해주셨다면서요. 왜 나한테만 그랬대요? 골탕먹이는 거에요? 아니면 그냥 주장이라서? 사실 나도 구질구질하게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다 모니와상 때문이에요. 왜왔어요? 왜 나한테 인사해요? 전 치졸하고 비겁한 놈이라서 모니와상 이러는 거 못참아요. 지금 존나 열받았어요. 아 씨발 그래요, 내가 모니와상을,”


꿀꺽


“존나 좋아해요!!!”


말해버렸다. 망했다.

고백하려고 마음먹었던 날들은 모두 입이 뭐에 붙은듯 떨어지지 않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였지만 이번엔 생각지도 못하게 치졸함과 속좁음을 등에 업고 이판사판으로 고백을 해버렸다. 고백 한 순간 마주친 모니와의 눈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황했겠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고백 할 생각은 없었는데. 사실 모니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은 후부터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고백이었다. 소식이 없는 모니와에게 자신이 찾아가거나 연락을 받으라고 닥달하기라도 하면 실은 니가 싫어서 일부로 그랬었다는 답을 듣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모니와에게 더이상 아무런 연락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홧김에 고백이라니... 진짜 최악이다.


그렇게 자기혐오에 빠진 후타쿠치가 정신을 못차리는 와중에 몸으로 둔탁한 충격이 느껴졌다.


“으억!”


모니와의 몸이 부딪혀 왔다. 몸통박치기를 할만큼 내가 싫었구나 싶었지만 이윽고 꼬옥 안아오는 손길에 급하게 모니와의 어깨를 손으로 때어냈다.


“모, 모니와상?”

“내 얼굴 보지말고 가만히 있어. 제발...”


고개를 푹 숙이고 후타쿠치가 잡은 어깨의 손을 팔로 쳐내더니 다시 포옥 안겨오는 작은 몸에 후타쿠치의 얼굴은 터질듯 빨개졌다. 하지만 머리속은 의문으로 가득차있었다. 동정인가? 그래도 좋았다. 시간이 멈추길 바랬다. 숙인 고개 사이로 보인 빨간 귀가 착각이어도 좋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1분이 1초같은 시간을 보낸 후타쿠치는 서서히 몸을 때어내는 모니와에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드디어 보인 모니와의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모니와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다.


“모니와상 왜 울어요?! 아니, 울정도로 싫었어요? 저 상처받을 것 같은데요?”

“흐윽...후타쿠치...다행이다...으...”


여전히 우는 중이었는지 엉망인 얼굴로 흐느끼는 모니와가 후타쿠치의 유니폼을 손에 꼭 쥐었다. 고백을 한 건 저인데 모니와가 우는 것을 보니 후타쿠치는 오히려 찔끔 나오려던 눈물마저 쏙 들어가버렸다. 모니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울음소리에 먹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모니와상.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알아 듣...”


난감해 하며 뒷통수를 헤집던 후타쿠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코를 훌쩍이던 모니와가 소매로 얼굴을 벅벅 닫고서 까치발을 들고 후타쿠치의 어깨를 잡고 급하게 끌어당겼다.


우느라 거칠어진 숨이 얼굴가에 닿았다. 눈물에 젖어 축축하고 따뜻 말캉한 입술이 꾹 도장을 찍는 것 마냥 오래 붙었다 떨어졌다. 후타쿠치는 현상황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뭐지?


“나는...끕...평생...짝사랑만 하다...흑...차일 줄 알았는데...끅...”

“모니와상 그러니까...지금 이거 저 위로한 거 아닌 거죠? 진짜...죠?”

“후타...흑..치...으욱...연락...끅...”

“아니, 잠깐만요. 모니와상 진정 좀 해봐요.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방금 그거 대체 무슨 의미인데요. 네?”


울음이 좀처럼 멈추지 않아 모니와는 발을 동동 굴렀다. 드디어 닿았다. 닿았는데 상대방이 그걸 몰라주니 이렇게 급할 수가 없었다. 내가 뽀...뽀뽀까지 했는데! 내가 아무한테나 불쌍하다고 뽀뽀하는 사람으로 보여?! 너는 그러냐?!

모니와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했다. 오는 길에 사사야에게 너무 과도하게 용기를 받은 탓도 있고 바보같은 얼굴을 한 후타쿠치에 조급한 짜증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모니와는 다시 까치발을 들고 이번엔 후타쿠치의 목에 팔을 둘렀다. 모니와가 힘을 주고 끌어당기자 저항 없이 딸려오는 후타쿠치였다. 둘의 입술은 다시 맞닿았다. 하지만 아까와는 확연히 달랐다. 모니와의 혀가 후타쿠치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달큰한 내음이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설움이 모두 녹아내리는 따뜻한 키스였다. 후타쿠치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알겠어?”


아쉽게 입술이 떨어지고 모니와는 젖은 눈으로 후타쿠치를 바라보았다. 울음은 잦아들은지 오래였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후타쿠치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모니와의 동공이 다시금 사정없이 흔들렸다. 아니 이정도 했는데도 모르면 어떡해...?


“그러니까.”

“응?”

“한번 더 해요.”



“그래.”


-


“그러니까 바쁜척 했으면서 제가 보낸 메일을 밤마다 읽었다는 거에요? 답도 잘 안해줬으면서?”

“연락 피한 건 미안해...그리고 부끄러우니까 그만 물어봐...”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그동안 있었던 오해를 풀며 오랜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후타쿠치는 저의 옆에 앉아서 부끄러워 얼굴이 분홍색이 된 모니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나를 그렇게나 애타게 만들어놓고 뒤에선 이렇게 귀여웠다고? 아, 정말 어쩌면 좋아.


“모니와상.”

“으응...”

“저 사실 졸업식 날 고백하려 했어요. 모니와상한테.”

“정말?!”

“근데 제가 용기도 없는 한심한 놈이라 못했어요. 차이면 못 볼 거라 생각하니까 무서웠거든요. 쌍방인줄 알았으면 그때 할 걸 그랬네. 괜히 힘들...모니와상 또 울어요?”

“나도...나도 그날 고백하려 했는데...흐”

“하...쌍으로다가 삽질이라니...”

“우으...진짜 그냥 그 날 고백할 걸...아 나 덕분에 과수석했으니 잘 된 일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원래도 서러웠던 시간들이 배로 서러워진 모니와가 울상으로 무릎에 얼굴을 묻자 후타쿠치가 모니와의 양 볼을 잡고 들어올렸다.


“헛수고한 시간만큼 사랑하면 되잖아요.”

“후타쿠치...은근슬쩍 수작부리지마.”


다시금 몸을 붙여오는 후타쿠치에 눈을 흘기며 푸스스 웃은 모니와가 말과는 다르게 목에 손을 둘렀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애틋하고 달콤한 커플의 깨가 쏟아지는 소리가 부실을 가득 채웠다. 아주 오래도록.


“모니와 언제와!! 코가네가와 운동장 돌지말고 토스연습이나 해!!”


그리고 사사야의 괴로운 외침은 모니와가 후타쿠치와 부활동 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불쌍한 사사야. 이젠 커플에게 치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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