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임>


 해가 질 시간이 된 터라 큼지막한 유리 창문 너머는 고요하고 그늘져있었다. 그와 반대로 전등을 환하게 밝혀둔 거실은 아주 밝았고 켜둔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돌 유닛이 리본 달린 옷자락을 팔락이며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텔레비전을 마주하고 시키와 아스카가 앉아있는 널찍한 소파 위엔 쿠션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으나 하나는 시키가 소파에 앉으며 바닥으로 휙 떨궈버려서 반들거리는 나무 바닥 위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 떨어진 쿠션 하나 말고는 이치노세 시키의 거실은 단정하게 정리되어있는 편이었다.

 다만 물건들은 전부 제자리에 있으나 구석구석 먼지 쌓인 것이 많은 모양새가 늘 청소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이 곳에서 잘 생활하지 않아서 어지를 일이 없다는 인상을 풍겼다. 당연했다. 이치노세 시키는 하루 종일 집 밖에서 온갖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톱 아이돌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 공간에 주거지 이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그것에 얽매일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뜻이니까.

 그만큼 이치노세 시키는 얽매이는 것이 싫었다. 시키의 천재성은 모든 것을 너무 빨리 이해해버렸다. 더 자극적이고 더 재밌는 걸 찾아내어도 금방 질리고 지루해졌다. 시키의 삶에서 설렘이라거나 기대감 같은 감정은 너무나 금방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런 사람치고 이치노세 시키는 제법 일본의 아이돌판에 오래 머무르고 있었다. 5년. 가끔 시키는 생각하곤 했다. 이제 슬슬 여기에서도 실종될 때가 되지 않았나? 처음 아이돌을 시작할 때 자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대는 오르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질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 무대는 이 세상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고도 말했었다. 어린 이치노세 시키가 자신이 너무나 천재인 나머지, 그보다도 더 천재적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했던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키가 아이돌 무대에 머무르게 만드는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5년 뒤의 톱 아이돌 이치노세 시키는 무대에 오르기 세 달 전부터 그 무대가 어떻게 될지 보인답니다. 냐하하. 이러다 무대가 잡히기도 전에 보이면 어쩌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네 자신감은 시간과 장소를 안 가리고 아무 때나 나온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옆에 앉아있던 아스카가 숨기지 않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키는 오늘 갑작스레 "나 간만에 이번 주말에 일정 없으니까 집에 놀러와" 라는 한 마디로 아스카를 집에 초대했다. 시키가 지금까지 벌여오던 기행에 비하면 그나마 놀랄 구석 없는 행동이었던지라 아스카는 한숨만 한 번 푸욱 쉬어준 뒤 시키가 불러준 주소로 찾아왔다. 사실 아스카는 시키에게 호감을 잔뜩 가지고 있었던지라 그 한숨은 반쯤은 연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시키는 그 한숨 뒤에 숨겨놓은 기대감을 모른 척 했으며 아스카에게 단 맛나는 디저트와 향긋한 차를 잔뜩 먹였을 뿐 정작 말은 몇 마디 하지 않았다. 아스카도 고요를 불편해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터라 오늘 두 사람의 사이엔 대화보다 침묵이 더 길었다. 그랬던 시키가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툭 던졌으니, 아스카가 '이야, 그거 참 대단한걸? 역시 시키 너는 천재군!' 하고 대답하지 않은 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지금 자학하는 중인걸."

 "아아, 그거 참 잘도 그렇겠군. 내가 너무 당연한 걸 물어봤어."

 5년. 중학교 2학년짜리 꼬맹이 니노미야 아스카가 훌쩍 자라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니노미야 아스카는 장황해서 정작 사람 마음엔 와 닿지 않는 문장을 사용하곤 했지만, 키가 훌쩍 큰 아스카는 짧고 간결하게 비꼬는 법을 터득했다. 물론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늘을 찌를 만큼 뻔뻔한 이치노세 시키는 그 문장에 들어있는 비꼬는 뉘앙스를 무시하는 티도 안 내고 넘겨버렸다.

 "진짜라니까.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시키는 교묘하게 몇 가지 사실을 빼놓고 말할지언정 거짓말은 좀처럼 안 하는 사람이었다. 아스카도 그 사실은 알았기에 거짓말 말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 말이 어떻게 자학이 될 수 있는 건지 난 천재가 아니라 이해가 안 되는데. 난 이럴 때마다 시키 넌 범재도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해."

 "아이돌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거든."

 사고의 과정을 두 문장쯤 뛰어넘어서 내놓은 대답이 나왔다. 담백한 어조였다. 시키는 대수롭지 않는 대답이라는 듯 텔레비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카는 그 평온한 한 마디에 내포된 진심을 읽어내려는 듯 잠깐 침묵했다. 아주 짧은 정적이 지나간 뒤 아스카가 입을 열었다.

 "아이돌, 재미 없다고 생각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니노미야 아스카는 단순한 듯 사람을 잘 읽었다. 아스카가 내놓은 짧은 질문에 시키는 결국 눈길을 아스카 쪽으로 돌렸다. 아스카는 담담한 척 하고 있지만 마주한 보라색 눈동자가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바라고 있었다.

 "아직은 아니라구. 아직은.  아스카 슈뢰딩거의 고양이 밈 좋아하지 않아? 시키냥은 지금 슈뢰딩거의 시키냥 상태랍니다. "

시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을 붙들어놓으려고 애쓰는 아스카를. 어떤 것이든 금방 알고 익숙해져버리는 시키의 예상마저도 뛰어넘어 그 이상을 보여주곤 하던 아스카. 범부라 할지라도 천재와 동등한 위치에 서보이겠다 선언했을 때 눈동자에서 뚜렷하게 빛나던 그 선명한 보랏빛. 시키의 입에서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서는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날이 온다고 해도 아스카는 그 말마저도 딛고 일어날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그런 때 쓰는 게 아니란 것 쯤은 너도 알텐데."

 실없이 웃으며 대답하는 시키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던 아스카는 그냥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작위적인 느낌이 나는 동작이었다. 이제 아스카는 중학교 2학년이 아니지만 행동과 언어 곳곳에 아직 그 시절 같은 겉멋과 허세가 남아있었다. 시키는 여전히 아스카의 그런 모습을 귀여워했다. 아스카는 그 모습이 멋있어 보이길 바라겠지만.

 "그리고 아무데나 슈뢰딩거 어쩌고 하면서 좋아하던 중학교 2학년 시기는 이제 갔으니까 들추지 말아주지 그래."

 더 이상 그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건 슬쩍 넘어가주겠다는 뜻이었다. 아스카는 다시 텔레비전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관심은 여전히 옆에 비스듬하게 앉은 시키에게 쏠려있었다. 눈치 채지 않길 바랐을 테지만 시키는 꽤 감이 좋은 사람이었다. 사실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아니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꽤 예전부터 아스카는 쭉 그랬다. 자꾸 시선이 시키를 향하고, 아닌 척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도 시키에게 신경을 쏟았다. 일부러 시키의 손 옆에 자기 손을 두었지만, 겹치진 못하고 우연히 손끝이 스치는 작은 우연 정도나 기대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아스카와는 달리 시키는 대놓고 아스카를 뚫어질 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시선을 아스카가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눈치 못 챈 척, 모르는 척하는 표정이 결국 미세하게 무너져버리고 결국 아스카는 고개를 시키 쪽으로 다시 돌렸다.

 "내 얼굴에 텔레비전이 붙어있는 모양이지.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아니. 난 아스카를 보고 있는 건데? 냐하하, 그야 아스카를 보려고 부른 거잖아."

 "......텔레비전 메이트가 필요해서 부른 게 아니라서 다행인데."

 시키의 대답이 아스카는 조금 당혹스러우면서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스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아닌 척 시키를 의식하던 방금 전보다 훨씬 풀어진 표정이었다. 농담처럼 건넨 그 한 마디에 흔들리고 설레하는 모습이 좋았다. 아스카의 조심스러운 애정은 늘 시키의 마음을 간질거리게 했다. 오늘따라 그 간질거림이 더했다. 아니, 그동안 그 간질거림을 참아왔지만 이제 무시하기 힘든 걸지도 모르겠다. 시키는 오늘 하루 동안 아스카에게 하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문장을 꺼냈다.

 "아스카가 보고 싶었어."

 아무리 시키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괴짜 천재라고 한들, 모처럼 쉬는 때 관심 없는 사람을 불러다가 사적인 공간에 앉혀둘리가 없었다. 시키가 아스카를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보고 싶었으니까. 아스카의 얼굴 생김새쯤이야 머릿속에서 어떤 각도로든 완벽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시키의 머리로는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아스카 그 자체는 머릿속으로 완전히 그려낼 수 없으니 아스카를 불렀다. 그러나 언젠가 좀 더 오랫동안 아스카와 깊이 알고 지내면 그것마저도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시키는 문득 불안해졌다. 두려움은 넘실거리는데 계속 마음이 그 이상을 향해 가려고 했다.

 "아스카도 그래서 온 거 아냐?"

 얽매이는 건 싫었다. 그래서 여태껏 형태도 본질도 바꾸어가며 무엇에도 깊이 마음을 주지 않았다. 제멋대로인 고양이처럼 훌쩍 장소도 사람도 떠나곤 했다. 더 마음을 주게 되어버리기 전에 얼른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니 지금도 아스카를 기껏 불러놓고는 말도 몇 마디 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시키는 이게 말도 안 되는 모순임을 알고 있었다.

 보고 싶었다는 한 마디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담담함을 가장하려고 애쓰는 입매, 흔들리는 눈빛과 그 안에 번져있는 애정. 그것들이 시키에게 속삭였다. 이 모순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금 도망가거나, 얽매일 각오를 하고 더 다가가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아스카가 시키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시키는 장난스럽게 웃지도 않았고 의미 모를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저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을 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 섞인 묘한 기류가 흘렀다. 단순히 보고 싶은 마음보다 훨씬 더한 욕망이 표면으로 올라오려고 하는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시작될 것이다. 그 다음은 예전과 똑같을 수 없으리란 것 역시 시키는 알았다. 그래서인지 입 밖으로 바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시키가 너무 빨리 모든 걸 이해해버릴 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시키를 미워하거나, 혹은 시키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했다. 그 모든 건 시키에게 상처로 돌아오기 마련이었으니, 더더욱 얽매이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기에 세상 모든 것을 아직은 재미있는 것과 이미 재미없는 것으로만 나누고 실험쥐라도 관찰하듯 구는 자신을 시키는 잘 알았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재밌다는 말과는 무게부터가 달랐다.

 시키를 물끄러미 보던 아스카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소파 위에 얌전히 놓여있던 시키의 손 위에 아스카가 자기 손을 얹었다. 아스카의 손끝은 의외로 서늘했다. 곧 흰 손가락이 손등 위를 쓸듯 부드럽게 움직여 시키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자리 잡아 손깍지를 꼈다.

 "사람이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지."

 시키에게 아직 망설임이 남아있다는 걸 눈치 챘다는 듯 아스카가 물었다. 평소에 허세를 부리곤 하는 모습이 우스워보여서 그렇지, 사실 아스카는 그리 아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스카는 알고 있으리라. 변덕스럽고 쉽게 질리고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며 실종이랍시고 어딘가로부터 훌쩍 떠나버리곤 하는 천재 이치노세 시키를. 그렇기에 아스카는 여태 마음을 전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시키의 곁을 맴돌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시키가 더 다가와도 좋다는 신호를 주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싫으면 솔직하게 말하면 돼. 그것도 못하겠으면 그냥 고개라도 젓던가."

 "……."

 이제라도 시키가 뒤로 물러서면 아스카도 순순히 뒤로 물러설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은 하질 말라며 투덜거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굴어 주리라. 시키는 그 애정과 욕망을 다시 수면 아래로 밀어 넣을 아스카를 상상했다. 그 순간 아스카가 지을 표정을 머릿속에 그렸다. 무덤덤한 척을 할까? 아니면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웃을까? 아직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둘 중 어떤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는 건 분명했다. 아스카를 밀어내고 싶지 않다는 건 더욱 확실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무게가 무서워 이 순간을 밀어내고 나면, 또 다시 갈등과 열망이 찾아오고 그걸 또 다시 애써 외면하는 날들이 반복되리라는 걸 아스카의 눈빛을 마주하며 깨달았다.

 "아스카."

 시키는 아스카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상체를 기울이고 깍지 끼지 않은 다른 손을 아스카의 어깨 위에 얹어 아스카를 끌어당겼다. 기다렸다는 듯 다가오는 얼굴에 입술을 가까이 하며 눈을 감았다. 따뜻함, 말랑한 감촉. 꽃잎처럼 가장 여리고 예쁜 것 위에 입 맞추듯 가볍게 맞댔던 입술을 잠깐 떼었다. 눈을 뜨면 방금 전보다도 더 선명한 아스카의 눈동자가 눈앞에 있었다. 시키는 다시 아스카에게 키스했다. 방금 전보다 좀 더 짙고 무겁게, 더 밀착해서. 벌어진 입술 안 쪽에서 시키는 따뜻함이 열기로 변하는 순간을 느꼈다. 단순히 서로 젖은 혀를 얽고 있을 뿐인데 농밀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흔히 볼 수 있는 첫 키스에 대한 묘사를 접하며 상상해온 것과 비슷한 듯 어딘가 다른 듯 한 감각. 시키는 새삼 자신이 아스카와 입 맞추는 그 순간을 얼마나 많이 상상해왔는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상상이 단순히 키스만으로 끝난 적은 몇 번 없다는 것도.

 시키가 아스카 쪽으로 무게를 싣자 상체가 점점 기울었다. 아스카가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건드린 쿠션 하나가 툭 굴러 바닥에 떨어졌지만 둘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입맞춤은 길게 이어졌다. 심장이 뛰었다. 열기 어린 호흡이 거칠어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붙이기도 했다. 입술과 입술 사이로 이어지던 가느다란 실에 흥분감을 느끼는 것이 몹시도 이상스러웠다. 그 이상함이 거북하지 않은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시키는 그 기분에 몸을 맡겼다. 아스카의 어깨를 붙들고 있던 손이 팔뚝을 쓸며 내려가다가 허리 위로 올라갔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피부를 가린 천을 들춰 올리고 그 감촉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머리로는 사람의 맨 살갗에 직접 닿는 일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는 생각이 스쳤지만 열망은 계속 생각과 반대로 흘러갔다. 

 아스카 위로 기울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니 소파 위에 반쯤 눕듯이 한 아스카가 내려다보였다. 아이보리색 소파 위엔 하늘색 에쿠스테가 길게 늘어졌고 치맛자락은 흰 허벅지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 위에 온전한 맨 몸이 서로 닿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가까워질수 있는만큼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아니, 가깝다라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게. 

 줄곧 눈을 감고 있었던 아스카는 무게가 덜어진 걸 느끼고 눈을 떴다. 바로 시선이 마주쳤다. 붉은 빛이 맴도는 보라색 눈동자에 도는 열기를 시키는 읽었다.

 "장난으로 한 말 아니야."

 "그거 다행인데."

 시키는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고양이 흉내를 의식해서 내곤 하는 그런 웃음소리와는 조금 다른 웃음이었다. 자유분방한 고양이 이치노세 시키는 잠깐 어딘가에 밀어두기로 했으니 이 순간은 조금 더 진지해져보기로 했다. 시키는 다시 한 번 손가락과 손가락을 얽고 목덜미에 입술을 묻어 향취를 깊이 들이마셨다. 설원에 선 듯 서늘한 향기가 온 몸 안에 퍼지는 듯했다. 그 향이 시키의 안에서 맴돌며 속삭였다. 애정에 얽매여버렸노라고, 이제 마음이 갈구하는 곳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 끝을 볼 수밖에 없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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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도 한 번 서정적인 함뜨씬을 써보고 싶어! 하고 시작한 글인데 한 달 가까이를 이 글을 붙들고 있으며 깨달았다. 내 머릿속에는 함뜨의 ㅎ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실 심리묘사가 저렇게 대책없이 길어진 건 인물 심리를 자세히 묘사해놓으면 함뜰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소용없었음.

결국 일단 쓴 곳까지만이라도 업로드해두기로 했다. 그런데도 굳이 상편으로 해둔 건 언젠가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그마한 희망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디멘션3 이벤 언제 나옴.

+놀랍게도 이벤 나왔다...! 나와서 글을 어떻게든 거기 맞춰 뜯어고쳐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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