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인특수부대(경찰수인교육기관), K-9]

K-9 부대, 과거에 개과를 칭하는 K9(canine)과 발음이 같아서 경찰견을 일컫는 말이었다. 오늘날 K-9은 단순 경찰견을 칭하는 말이 아닌,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후각, 시각 등을 가진 수인경찰을 육성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교육기관이자 파견부대가 되었다. 경찰청과는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며 경찰 수인들을 교육하여 경찰기관으로 파견하거나, K-9에 존재하는 부대에 배치한다. 현재까지 약 1600명의 우수 경찰수인을 배출했으며, 작년 부로 각국 경찰기관 상부 20%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러 종류의 수인들이 입학하지만 주로 개과의 수인들이 주를 이룬다. (이하 생략)

 


 남준은 대한민국 canine 부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작년에 중국 마약밀매건, 러시아 마피아 소탕작전 등 굵직한 사건을 연달아 처리한 남한의 대표 경찰수인이었다. 대대로 경찰수인을 하고 있는 독일 셰퍼드 집안의 자랑이자 국제 범죄를 주로 맡아 처리하는 엘리트로, 아직까지도 수인을 배척하고 무시하던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ICPO, 인터폴)에서 직접 컨택이 올 정도면 그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갈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인터폴에 들어가거나 특수부대원으로 빠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남준은 K-9부대 내에서 특별수사대를 꾸렸다. 사람들은 그의 애국심에 탄복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아무 K-9부대원 혹은 학생들을 붙잡고 남준에 대해 물으면 백이면 백 그를 찬양했다.

 

 지민도 그를 존경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남준의 한 학번 후배인 지민은 소위 말하는 아싸였으며 남들 눈에 띄는 것을 꺼려하는 조용하고 순둥한 성격의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그런 그가 K-9을 차석으로 졸업하고 남준의 새 프로젝트에 참가하겠다고 나섰을 때 동기들 모두가 놀랐다(심지어 지민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동기도 있었다). 그도 그럴게 남준의 새 프로젝트는 현재 국내에 일어나고 있는 수인 연쇄살인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마약탐지, 폭발물 수색 등 지민이 추천 받은 부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피만 봐도 벌벌 떨 것 같은 유순한 눈으로 과연 그가 제대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들 의문을 가졌다. 모두의 걱정과 관심(혹은 질투) 속에 지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남준 휘하의 K-9 특별수사대에 들어갔다.

 

 


-60회 랩민전력: 살며시 감은 눈-


W.모볼

 

 

 쿵. 


 지민의 몸이 남준을 축으로 크게 허공을 돌아 바닥에 떨어졌다. 묵직한 소리가 꽤 아플법도 한데 그에 굴하지 않고 지민이 뒤로 잡힌 손을 꺾어서 포박을 푼 뒤 남준의 아킬레스건을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고 했지만 그걸 예상한 남준이 발을 들어 가뿐히 피했다. 공격은 무산됐지만 약간의 틈이 생기자 지민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남준의 품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었다. 약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남준과 지민이 대치했다. 빠르게 상대를 자세에서 허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남준의 자세는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지민의 관자놀이를 타고 땀이 뚝 떨어짐과 동시에 재빨리 한걸음 다가가자 남준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순식간에 자세를 낮춘 지민은 한쪽 팔로 방어한 후, 다른 한 팔로는 바닥을 짚고 다리를 내둘러 발을 걸었지만 남준이 빨랐다. 지민의 몇 수 앞을 읽고 있는지, 어느새 자세를 낮춰 지민과 같은 눈높이가 된 남준이 얼굴을 방어하고 있는 지민의 한쪽 팔을 잡아 꺾음과 동시에 자신을 넘어뜨리려고 내두른 지민의 다리를 가볍게 쳐내고 지민을 뒤집어 등허리에 올라탔다. 지민의 97번째 대련 패배였다.

 

 헉헉거리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대련장을 울렸다. 밑에 깔린 지민이 끼잉하는 앓는 소리를 냈다.

 


“어, 미안. 괜찮아?”


“으으.. 네..”


“진짜?”


“..아니요”

 


 남준이 사과하며 잡았던 지민의 팔을 놔주었다. 조금만 더 꺾었으면 탈골 될 뻔 했다며 피가 몰린 얼굴로 남준을 돌아보자 남준이 난처하게 웃고 있었다. 대련이라고 봐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저번에 살살했다가 지민이 식식거리며 선배 왜 저 무시하시냐고 화를 냈던 통에 살살할 수도 없었다. 주변을 빠르게 살피는 능력이 뛰어나 수색과 추적에 강하고, 용의자 검거 시 공격력이 제일이라는 셰퍼드를 이기기에 하나하나 증거를 꼼꼼히 좆는 것을 잘하는 지민은 아직 부족했다.

 


“아까 다리 거는 것만 제대로 들어갔어도,”


“너 다리 걸려고 하는 게 눈에 훤히 다 보이는데 안 피할 수가 없었다, 야.”


“진짜요? 그게 다 보였어요?”


“그래. 시선처리 하는 걸 나한테 다 보여주면 어떡하냐?”


 

 어찌나 억울한지 어느새 축 쳐진 황색 귀까지 내 놓은 지민이 남준의 손을 잡고 일어나 도복을 털었다. 저러다 꼬리까지 내놓을 기세라서 남준이 피식 웃으며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응..”

 


 기분이 좋은지 귀를 살짝 뒤로 젖히고 눈이 스르르 감긴 지민이 쓰다듬받는 개의 전형적인 표정을 하자 남준이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씨! 선배 일부러 그랬죠!”


“아니, 아핳, 미안. 되게 기분 좋아한다, 너.”


 

 턱밑도 긁어주려다가 저번에 한 번 그런 이후로 입술이 댓발 튀어나와서 개 취급 하지 말라고 툴툴거리던 지민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대련장 한 켠에 쌓여있는 매트 위에 털썩 주저 앉아 귀를 갈무리하는 지민에게 물을 떠준 남준이 지민의 금발머리에 가볍게 입맞췄다. 지민이 그걸 느끼고 남준을 올려다 보자 남준은 세상에서 제일 달게 웃었고, 그 웃음에 들어가려던 귀 뿐만 아니라 꼬리까지 퐁 튀어나온 지민이 그거 하지 말라고 파닥거렸다.

 

 놀랍게도 남준과 지민은 아는 사이었다. 심지어 그냥 사이도 아니고 사귀는 사이였다.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던 둘은 아무도 모르게 인연을 엮고 추억을 쌓아가며 세상에서 가장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K-9 훈련 시절, 남들의 눈을 피해 어렵사리 연애를 한 둘은 졸업을 하고 나서는 꼭 같이 일하자고 다짐했고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남준이 지민을 감싸 안고 매트에 폭삭 눕히며 아이고 좋다아 하는 할아버지 같은 소리를 내자 지민이 다 늙었다며 놀렸다. 이게 선배를 물로 안다며 납작 말랑한 코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긴 남준이 짐짓 엄한 표정을 했다. 그에 굴하지 않고 지민은 개구지게 히히 웃다가 남준의 목에 걸린 계급장을 만지작거렸다. 수인과 일반 경찰을 구분하기 위하여 수인은 검은색 띠 형태의 계급장을 목에 둘러야 했다(아직까지 수인을 배척하는 어떤 이는 이를 개목줄이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지민이 그걸 받던 날 남준이 손수 채워줬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후 남준이 불타올라 그날 밤이 새도록 계급장을 목에 달고 괴롭힘당했다. 도대체 뭐에 그렇게 흥분했나 했는데 지금 남준의 계급장을 만지작거리니 그 이유를 알았다.

 


“왜?”


“지금 알았는데 이거 되게 야하다.”


“그걸 지금 알았어?”

 


 묘한 눈빛으로 계급장에서 손을 못 떼는 지민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남준이 대답했다. 저가 차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제 애인이 차고 있으니까 이게 그렇게 섹시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막 눕히고 싶고 점령하고 싶고 그렇잖아. 지민이 괜히 혓바닥으로 마른 입술을 쓸었다.

 


“지민아, 이거 뭐야?”


“뭐가요?”

 


 어느새 지민의 조막만한 손이 남준의 도복 안으로 침범해있었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하는 순둥한 얼굴로 으쓱하며 남준을 쳐다보자 남준이 한쪽 눈썹을 쓱 올렸다. 그러자 그걸 기점으로 지민이 남준 위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유연하게 올라탔다. 볼살이 밀려 올라가 뽀둥하게 빛이 났다. 지민이 살며시 눈을 감으며 허리를 숙여 남준에게 입맞췄다. 가만히 입맞춤 받던 남준이 순식간에 자세를 뒤집더니 지민을 내려다봤다. 모든걸 남준에게 맡긴다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지민이 못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통통한 눈두덩이에 가볍게 입술도장을 찍자 지민이 팔로 목을 감아왔다. 혀가 깊게 섞이기 시작했다.





+검은색 띠 형태의 계급장은 사실 그냥 초커입니다..ㅋㅋㅋㅋ 초커 좋아...(욕망 대방출


ㅁㅂ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