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느 만달로리안을 사랑했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2.

마스터 루크 스카이워커는 모범적인 제다이였다. 비록 그 이전에 존재했던 기사들이 그러하였듯 어린아이일 때부터 사원에서 정식으로 훈련받은 것은 아니었으나, 괴멸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게 완전히 끝장나 버렸던 제다이 기사단을 본래의 균형대로 되돌려놓은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그였다. 새로운 희망. 그 이름은 그가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고 있든지 언제나 그를 따라다녔다. 아직 세상 물정 따위는 모르던 어린 파일럿이었을 때에도, 저항군의 핵심 구성원이 되었을 때에도. 우주 각지에 흩어져있던 어린 영링들을 모아 보호할 때나 신 공화국의 협력 요청을 받을 때도 이명異名은 마치 인식표처럼, 마스터 스카이워커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그가 거둔 영링들이 나이트가 되고, 그 나이트들이 다시 어린 영링과 파다완을 보살피게 될 때까지도 그는 은하계의 새로운 희망이었으며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훌륭하게 부응하는 제다이 마스터였다.

그래서 고작해야 중년에 막 접어들 무렵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조금 의아하다고는 생각했으나-제다이들 중에 이렇게 이르게 병사한 이가 있었던가?- 딱히 아쉽다거나 두렵다는 상념은 가지지 않았다. 그는 작열하는 타투인의 사막을 떠난 직후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에 충실했다. 은하계의 평화를 되찾았고 부서졌던 사원을 새롭게 지어 올렸다. 그가 훈련 시킨 기사들은 평화를 수호하기에 정신적으로도 육신적으로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건 그들에게서 길러지는 어린 기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니 후회도 초조함도 없었다. 막연한 예상보다 이르게, 그것도 전투에서가 아니라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의 걸어온 삶은 사원을 구성하는 석재처럼 단단하게 쌓여있는 것이라, 마스터 스카이워커 본인이 우주에서 사라진다 한들 주변에 위험한 파란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견고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새삼 덧없는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제다이로서 아무런 후회가 없었기에.

소식을 들은 레아는 울지 않으려는 듯 이를 꽉 다물었고 한은 평소와 같은 여유로움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어두운 낯빛을 했으나, 정작 이별의 소식을 전한 본인은 담담했다. 태연하게 죽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그를 본 레아가 결국 화를 냈지만 제다이 마스터는 차분하게 제 쌍둥이를 위로할 뿐이었다. 받아들이지 못할 일은 아니야.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그렇게만 말했다. 마지막이 어떤 형태든, 우린 주어진 끝을 향해 걸어가면 되는 거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3.

이르게 선고받은 결말이 다가오는 동안 사원에 있는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방-짙은 갈색의 나무숲이 잘 보이는 공간-을 찾는 이들이 조금 늘었다. 여러 가지 위험과 변수를 고려하여 마스터의 몸 상태를 비밀에 부치고 있는데도 그랬다. 신 공화국의 일들로 바빴지만 레아는 최대한 시간을 내어 자신의 혈육을 찾아왔고 그럴 때마다 한도 함께였다. 애착을 멀리하는 집단인 만큼 동료들이나 제자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예지의 능력이 강하거나 포스에 유독 예민한 기사들은 자신들의 마스터와 마주칠 때마다 성급하게 다가온 죽음을 읽어내고 숨기지 못한 슬픔을 내비치고는 했다. 그들에게 괜찮다는 의미로 나른한 웃음을 보내면서도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들, 정말로 그럴 필요는 없는데.

방문객 중에는 마스터라도 놀랄 만한 이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선한 눈빛과 강인한 태도를 하고 있는 아소카 타노를 보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지었다. 병색이 짙어가며 여윈 얼굴 위로 푸른 눈이 곱게 휘어졌다.


“마지막까지 뵙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애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뼛속까지 매정해지라는 뜻은 아니지.”


아소카는 농담처럼 답하며, 아직은 젊은 제다이 마스터를 살폈다. 그의 생명력은 이런 때까지도 흔들림 없이 온화하고 단정하였으나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꺼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씁쓸한 웃음을 입가에 건 아소카가 이어서 말했다.


“그로구가 사원으로 오고 있어.”

“그로구가요?”


의외의 방문객이 예고하는 또 다른 의외의 방문객에, 마스터 루크가 고개를 살짝 모로 기울였다.


“…파다완 시절부터 애정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그 애는 여전히 제 말을 들어줄 생각을 안 하네요.”


타박하듯 말하려고 했건만 제 입에서도 조금의 애정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구 말을 따르자면- 그로구는 고집이 세니까.”


그래도 잘 자랐잖아, 안 그래? 아우터 림에서 그로구만큼 열심인 제다이는 없을걸. 덧붙이는 말에는 그도 동의했다. 마스터 스카이워커의 첫 번째 제자이자, 전무후무한 첫 자퇴생 겸 첫 재입학생. 우여곡절이 많았던 조그마한 학생- 이제는 어엿한 나이트가 된 제자를 생각하던 마스터는 문득 제 방 창문 너머에 시선을 주었다. 쏟아지는 환한 빛 사이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옹알이만 겨우 하던 자신의 어린 제자. 그리고 그 곁을 지키고 서 있던 어느 만달로리안. 매끄러운, 검은빛이 도는 은색…. 베스카 갑옷은 차갑고 위압감이 있는 모습이었지만 정작 그 한 겹을 벗겨냈을 때 드러나는 건 약하다고 느낄 정도로 깊고 따뜻한 갈색이다. 루크는 갑자기 흘러내리듯 찾아오는 피로감에 잠시간 눈을 닫았다. 닫힌 눈꺼풀 너머에서 꾹꾹 밀어놓았던 과거의 감정들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4.

베스카 체인메일과 라이트 세이버 앞에서 울 것처럼 옹알거리던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몸에 비하면 한참 커다란-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전자를 선택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보낸 갑옷을 꼭 쥔 손은 그리도 자그마했건만 노련한 기사처럼 단호했다. 그래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그 아이를 떠나보냈고, 다시는 초록빛의 조그만 아이를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었다. 아쉬운 마음은 사실이었으나 그런 마음은 조심히 접어 서랍 아래에 넣어두고 잊을 것이다. 첫 학생에 대한 씁쓸함도, 학생이 선택한 베스카를 보낸 이에 대한 것도. 그 어떤 것도 다시는 펼쳐볼 일이 없으리라. …다시는 스칠 일도 없으리라.

그러나 루크의 생각과 달리, 아이는 고작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사원으로 돌아왔다. 그새 조금 자란 것인지 예전처럼 옹알거리는 소리 대신 제법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하게 된 아이의 눈에는 슬픔이 범람했다. 주저하며 아이의 생각을 읽었을 때, 초록빛 작은 아이의 서러움이 제다이 마스터의 서러움이 될 이유는 전혀 없는데도- 루크는 자신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얼어붙은 스승을 올려다보며 그로구는 말했다. 커다란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가, 저를 지켜주다가… 돌아가셨어요.

 



5.

흔한 이야기였다. 아직도 지긋지긋한 구 제국의 잔당들이 있었고, 그로구와 그의 보호자는 하필이면 다른 동료들도 없는 때에 함정에 빠졌다고 했다. 그로구도 그의 아버지도 강한 전사였지만 때때로 전투에서 살아남는 건 실력 덕분이 아니라 확률 덕분이었다. 그 확률을 배반당한 순간, 그로구는 위기에 처했고 만달로리안은 주저하지 않았다. 만달로리안은 아이에 대한 것이라면 단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었다. 그 다정한 성정이 그러하듯이. 그로구의 포스로도 수습할 수 없는 부상을 입고도 유언을 남길 틈이 있었다는 것만은 역설적인 행운이었다. 깊은 갈색 눈의 상냥한 사내는 그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로구, 네가 안전했으면 좋겠어. 제다이 사원으로 돌아가. 그 사람은 착하니까, 너를 다시 돌봐줄 거야. …사랑한다.

 



6.

아소카가 돌아간 후,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홀로 한적한 오후의 숲속을 걸으며 어린 그로구가 돌아왔던 직후를 떠올렸다. 비록 사원 깊숙한 방에 틀어박혀 수심에 젖어있는 괴로운 시간을 제법 오래도록 보내야 하긴 했지만, 그로구는 조금씩 회복해나갔었다. 그로구의 아버지가 바랐듯이. 마스터의 염려와 달리 깊은 애착 때문에, 그리고 애착의 대상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 때문에 제다이로서의 그로구가 비틀리는 일은 없었다. 애착과 결속이 만달로리안들의 힘이며 전부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로구는 훌륭한 제다이임과 동시에 하나의 완성된 만달로리안이었다.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더 강하고, 선하고, 완전해졌기에. 아우터 림에서 질 나쁜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조그만 제다이 기사에 대한 소문은 지금도 은하계에서 유명했다.

그와 반대로 자신은 어땠었지? 루크는 쓴 기억을 되새겼다. 그때의 자신은 제다이로서 한심하게도 쓸모없는 상념에 빠지는 일이 잦아졌었다. 명상 훈련 도중에, 잠들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려 거닐던 산책로에서, 때로는 아무런 전조도 이유도 없이, 갑자기. 별안간 찾아드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가만히 허공만 응시하던 시간들.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공허했던 시간의 기억을 지우려 피로한 눈을 깜빡였으나 한 번 터진 기억들은 막을 수도 없이, 죽음을 머금고 있는 지친 몸을 감싸 안아왔다. 루크는 고개를 돌려 찬란한 햇빛을 머금은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았다. 부드럽고 단단한 갈색. 바로 저기에, 그 사람이 서 있었는데.

 



7.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짙은 초콜릿 색 눈동자에 어울리는 낮은 목소리는 울림이 좋았다. 전투에서 매번 맨몸부터 부딪히는 스타일이더니, 어쩌면 진심마저도 저렇게 솔직하고 직설적일 수가 있을까.

…만달로리안. 제다이는 그런 사적인 애착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잠시간의 사이 후에 단호히 끊어내는 저의 말에 갈색 눈에는 무엇이 담겼던가. 당황? 모욕감? 슬픔? 분노? 후회?

그래도 앞으로 제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갈색으로 일렁이는 따스함 속에 담긴 것은 그저 루크 스카이워커, 그의 모습이었다. 루크는 부드러운 눈빛 속에서 다른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나 추잡스러운 욕망도 읽어낼 수 없었다. 오로지 이 다정한 만달로리안의 진실- 애정과 경애만이 자애로운 햇살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순간 루크는 제 안에 터질 만큼 쌓여있던 모든 말들을 고하고 싶다는 지독한 유혹을 느꼈다. 그러나 루크 스카이워커의 안쪽을 가득 채운 그 문장 중에, 제다이 마스터가 해도 좋을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목 아래까지 가득 찬 유혹을 삼키느라 루크가 미간을 좁히고 침묵하는 동안, 만달로리안은 온기가 있는 갈색 눈을 휘어 보였다.

제다이의 길은 그럴지 몰라도, 제 길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루크.

그렇게 말한 만달로리안은 천천히, 내려두었던 헬멧을 썼다. 매정하리만치 잘라 말한 주제에 루크는 만달로리안의 눈이 가려지는 것이 조금, 아주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정한 이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고한 후 등을 돌렸고 무정한 이는 숲속에 남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게 그들의 마지막 대화였고, 마지막 이별이었다.

 



8.

생의 마지막 며칠간은 몹시 앓았다. 사경을 헤맸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것이다. 갑작스레 혼절해버린 마스터 대신 R2-D2가 넣은 전갈을 받고 달려온 레아가 비명을 삼키며 쌍둥이를 간호했지만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가쁜 숨만 겨우 이어갈 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속되는 지독한 고열 앞에 의료 드로이드들은 무용지물이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오늘이 며칠인지, 쓰러진 후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자신의 주변에 누가 있는지는커녕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몸을 웅크리고 소리 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가끔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마른 입술이 달싹거렸으나 차마 아무런 소리도 터져 나오지 못했다. 몇 번이고 고비를 넘기는 동안도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우주의 새로운 희망이었기에, 그의 고통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극소수의 지인만이 마스터의 방을 오갈 수 있었고 치료에 필요한 장비들은 은밀하게 조달되었다. 먼 길을 건너 마스터를 찾아온 그로구가 걱정스러운 작은 손을 제 선생님의 손에 포개는 데도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가 일어나지 못하는 수일간은 마치 적막한 지옥과도 같았다.

 



9.

-딘. 딘 자린.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어요.

 



10.

어느 날 아침 마스터 스카이워커가 정말로 마법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 때, 사원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레아는 마치 그들이 처음으로 조우했던 10대 시절처럼, 그녀의 형제를 와락 끌어안고 여윈 뺨에 키스를 남겼다. 한도 예전 같은- 처음으로 데스 스타를 폭발시켰던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포옹 중인 쌍둥이를 한 번에 끌어안았다. 익숙한 이들의 품에 안겨 그들의 넘치는 온기를 느끼며, 마스터 루크는 지친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걱정이 그득한 눈빛들에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이라고.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는 걸.

본래도 기후가 좋은 행성이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R2-D2와 C-3PO가 제발 침대에 누워있으라는 것을 만류하고 사무실로 돌아간 마스터 스카이워커는 염려되는 서류들을 모두 정리했다. 다행히 예전부터 차곡차곡 죽음을 준비해둔 덕에 해야 할 것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한 번 더 확인만 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들이었다. 좀 더 사원에 남아있겠다고 우기는 레아와 한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고된 일이었다. 이제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달랜 후에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는 그들을 배웅하고 나면 시간은 벌써 늦은 오후였다. 제다이 마스터는 천천히 훈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련 중인 어린 영링들과 파다완들을 둘러보고 자신이 길러낸 나이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예전부터도 그의 잔잔한 기쁨이었다. 담담히 그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저를 마치 보모처럼 따라오려는 C-3PO를 R2-D2에게 슬그머니 떠맡기고 즐겨 걷던 숲속에 들어서면 이제 서서히 노을이 내리는 시간이다.

기억이 쌓인 숲을 거니는 동안도 그의 마음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으나, 그에게 매여있는 생명의 힘은 서서히 흘러나와 숲의 바닥에 내리깔린다. 생이 무너지고 있음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숨이 멎어가는 제다이 마스터는 점점 무거워지는 발을 억지로 옮겨 익숙한 나무 한 그루에 다다른다. 십수 년 전, 어느 만달로리안이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사랑을 고했던 그 나무다. 지쳐버릴 대로 지친 몸을 그 나무에 기대면서도 루크는 조금 혼란스럽다. 분명히, 제다이로서 저는 후회 없는 생을 살아 냈는데도.

왜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나 텅 빈 것처럼 괴로운 것인지.

눈앞이 흐려진다. 세상을 감싸는 따뜻한 노을빛마저도 아프고 쇠약한 몸에는 통증으로 느껴져, 그는 떨리는 눈꺼풀을 닫는다. 닫은 눈 너머는 어둠이다. 제 지친 영혼을 일부러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버렸기에, 이대로 숨을 꺼트린 후 우주의 일부로 돌아가는 자신을 상상한다. 바스러진 자신을 받아들여 줄 우주는 무슨 색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부드럽게 밀려드는 수마睡魔를 거부하지 않는다. 생명이 손에 쥔 사막의 모래처럼 흩어져가는 것을 인지하며 그는 최후의 호흡을 내뱉는다. 이르게 낡아버린 몸이 스러지고 모든 것이 꺼져가는 동안 루크는 어쩐지 온기를 느낀다. 죽음이 이토록 다정한 것이었던가? 흐려지는 정신으로 멍하니 생각하면, 어둠 속에서 갈색 불꽃이 일렁인다. 저를 끌어안는 우주의 빛깔을 확인한 순간, 루크는 그가 평생을 밀어냈다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그의 모든 삶을 지탱해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0.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느 만달로리안을 사랑했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저 그가 평생을 믿어온 거짓말일 뿐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느 만달로리안을, 딘 자린을 사랑하고 있다. 찰나조차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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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들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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