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자.”

 “먹고 말 거야!”


 두 사람은 동시에 전혀 다른 답에 도달했다.


 “프로미넌스를 쓰면!”

 “잠깐! 안 돼, 파인. 우리 자신을 위해 프로미넌스를 쓰면 안 된다고.”


 배고픔에 규칙을 어길 뻔한 파인을 다행히 레인이 저지했다.


 “어…… 그런가?”


 두 사람은 다시 호완의 식당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호완 아저씨는 왜 그런 명물 요리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한 걸까?”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어디 아픈 것 같지도 않던데.”


 파인은 우렁찬 거절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한편, 겨우 개에게서 도망친 푸모는 너덜너덜해진 채 작은 나뭇조각을 지팡이 삼아 천천히 걸어오다 두 공주를 발견했다. 날 기력도 없었다.


 “푸……모. 겨우 그 개를 따돌렸네, 푸모. 앗, 레인 공주님, 파인 공주님!”

 “푸모! 어디 갔었어!”


 반갑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두 공주를 보고 푸모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푸모……. 두 분 다, 저를 걱정하고 계셨던 거예요, 푸모?”


 푸모는 감격에 차 지팡이를 버리고 둘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의 환상은 곧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파인이 푸모를 꽉 잡았다.


 “푸모! 나 배고파 죽겠어! 어떻게 좀 해봐!”

 “나도…….”


 지친 상태로 또다시 격하게 흔들어진 푸모는 어지러워 눈앞이 핑핑 돌았다.


 “산 넘어 산이구나, 푸모…….”


 그들은 근처 커다란 시시 족 조각상에 걸터앉았다.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귀엽게 설치해놓은 조각상이었다.


 “배가 고프시다는 건 잘 알겠지만, 우선은 방문한 나라의 성에 찾아가서 인사부터 해야죠.”

 “몰라, 몰라……. 배고파…….”


 푸모의 타이름에도 파인은 싫은 소리를 냈다. 먹을 것을 좋아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파인에게는 너무 힘겨운 사투였다.


 “파인.”


 레인이 파인을 나무라듯 불렀다.


 “무엇보다 식욕이 우선이라니……. 신비한 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공주답지 않은…… 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푸모. 사실은 아주 훌륭한…….”

 “배고파서 꼼짝 못 해.”

 “으윽…….”


 평소 파인의 식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레인은 파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푸모에게 넌지시 말했다.


 “얘, 푸모. 불꽃 볶음밥을 먹으면 파인도 괜찮아질 것 같은데.”


 푸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할 수 없지, 푸모.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푸모.”

 “정말?”


 파인이 반색하며 고개를 내밀다가 걸터앉아 있던 조각상의 등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

 “잘 들으세요, 푸모. 사실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프로미넌스 외에 자신을 위해 써도 되는 단독 프로미넌스의 힘도 부여받았습니다, 푸모.”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두 공주의 눈빛이 설렘으로 차올랐다. 파인은 푸모가 시키는 대로 루체를 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마음을 가라앉히시고요.”

 “응.”


 집중한 파인이 가운데 해님 문장을 한 번 눌렀다. 그러자 단독 프로미넌스 할 때처럼 로열 써니 로드가 나왔다.


 “트윙클 블루밍!”


 파인이 써니 로드를 가볍게 돌리며 주문을 외웠다.


 “숨바꼭질해봐요!”


 그러자 빛이 나더니 파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라졌어!”

 “숨바꼭질 프로미넌스예요, 푸모. 호완 씨가 요리를 안 만드는 이유를 조사하는 거죠, 푸모.”

 “좋아! 나만 믿으라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허공에서 파인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작게 흙먼지가 일었다. 곧 호완 씨 가게의 뒷문이 조용히 열렸다가 닫혔다.

 파인은 요리하는 호완 씨의 뒤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으나 때마침 울리는 배꼽시계 때문에 잠시 당황했다.


 “잘못 들었나?”

 “휴…….”


 파인이 무심결에 내쉰 한숨 소리에 호완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


 “이상하네? 주방 안에 누가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러나 호완은 투명하게 변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다행히 곧바로 의심을 거둔 호완은 완성된 볶음밥을 한 번 떠 식히기 위해 후 불었다.

 파인이 숨죽이고, 푸모와 레인이 밖에서 창문으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볶음밥을 한 입 시식한 호완은 낙담했다.


 “아……. 아니야……. 이 맛이 아니야. 이제 진정한 불꽃 볶음밥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인가!”


 호완이 고뇌할 때 숟가락 하나가 슬쩍 다가와 볶음밥을 가득 떴다. 파인이 그걸 입에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파인의 프로미넌스가 풀리고 때마침 고개 돌린 호완과 마주쳐버렸다.


 “응?”

 “엄마야!”


 밖에서 지켜보던 레인과 푸모도 덩달아 놀랐다.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으악! 넌 아까 그 여자애 아니야. 어디로 들어왔어! 뭐 하는 거야,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니까!”


 놀란 두 사람이 허둥댔다.


 “원래대로 돌아왔어.”

 “이런, 저걸 보면 파워가 보통의 10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군요, 푸모. 생각 이상으로 프린세스 레벨이 낮네요, 푸모…….”


 생각보다 너무 짧은 지속 시간에 당황한 건 푸모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래요!”

 “빨리 안 나가면 경찰 부를 줄 알아!”


 그러는 사이 호완은 문을 열고 파인의 등을 마구 떠밀었다. 레인이 재빨리 다가가 사과했다.


 “죄송해요. 저희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사실 저희는 해님 나라에서 온 공주예요!”


 레인이 신분을 밝혔으나 호완은 오히려 더욱 분노했다.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외출복을 입고 남의 주방에 몰래 들어와 있는 공주라니.


 “거짓말 마라. 내 평생 이렇게 공주답지 않은 공주는 본 적이 없어!”


 의도치 않게 정곡을 찔린 두 공주가 대답할 말을 얼른 찾지 못했다. 그래서 파인은 변명하는 대신 그대로 받아치는 쪽을 택했다.


 “그,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는요? 요리도 안 만드는 요리사는 저도 본 적이 없네요!”


 이번에는 호완이 제대로 찔렸다. 그의 표정을 본 파인이 당황했다.


 “심했나……?”


 호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 만드는 게 아니야. 못 만드는 거지.”


 그의 속내가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 산을 보거라.”

 “산?”


 별안간 호완이 높이 솟아있는 산 하나를 가리켰다.


 “산하고 요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죠?”

 “저 산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향신료가 불꽃 볶음밥에 꼭 필요하거든.”

 “독특한 향신료? 진짜, 진짜 맛있겠다!”


 아무래도 파인은 ‘불꽃 볶음밥’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흥분하는 듯했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 들어 분화구의 활동이 뜸해지는 바람에 그 특별 향신료를 얻을 수가 없게 됐단다.”

 “네?”

 “다른 향신료를 써서 실험해 봐도…… 그 맛이 나오지 않아.”


 잔뜩 풀이 죽은 호완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레인이 물었다.


 “얘, 파인. 이것도 혹시 해님의 축복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어, 그러게. 푸모, 곤경에 빠진 호완 아저씨를 돕기 위해서라면 괜찮겠지?”

 “물론이죠, 푸모.”


 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프로미넌스 할래?”

 “할래?”

 “할까?”

 “할까?”


 당연히 답은 하나였다.


 “하자!”

 “팡, 팡, 파인!”

 “랑, 랑, 레인!”

 “프로미넌스, 드레스 업!”


 둘은 호완을 돕기 위해 힘을 합쳐 프로미넌스 했다. 주방 안에서 둘의 모습을 변신한 호완이 놀라 다시 문을 열고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아니, 너희들!”


 그를 보며 레인이 웃었다.


 “정말 놀라시려면…….”

 “아직 멀었다고요.”

 “트윈 트윙클 블루밍!”

 “아저씨에게!”

 “스파이스를!”


 두 공주가 주문을 외우자, 프로미넌스의 힘이 향신료가 나온다는 분화구를 향해 날아갔다.


 “오, 이제 됐어!”


 호완은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분화구의 힘도 원래대로.”

 “불꽃 볶음밥 부활이다!”


 파인이 외치는 그 순간, 금방이라도 분화할 것 같이 그르렁거리던 분화구는 다시 잠잠해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 일도…… 없잖아?”

 “말도 안 돼!”

 “세상에 프로미넌스가 실패! 그 정도로 프린세스 레벨이 낮을 줄이야…….”


 단언컨대 가장 실망한 사람은 푸모였다. 푸모는 이제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내가 모시는 공주님이 아니죠, 푸모?”


 그는 현실을 부정했다. 자긍심 높은 우수한 ‘푸모 나이트 일족’의 한 일원으로서, 이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던 푸모는 무언가에 머리를 맞고는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푸모의 옆에 뼈다귀 하나가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뼈다귀가?”

 “이게 프로미넌스의 결과?”


 두 사람은 얼떨떨해했고 그 사이 호완은 완전히 절망해버렸다.


 “이젠 틀렸어! 이런 뼈로는 향신료를 대신할 수 없다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푸모?”


 정신을 차린 푸모는 프로미넌스의 힘이 남아있는 뼈다귀를 집어 들었다.


 “역시 실패한 건가, 푸모?”


 푸모가 뼈다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예의 그 개가 킁킁거리고 있었다. 개의 코는 곧 그것이 뼈다귀의 냄새임을 감지했다. 개가 냄새를 따라와 푸모를 발견할 동안, 푸모는 뼈다귀를 자신의 꼬리를 감아든 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저번엔 아무 문제 없이 잘 됐단 말이야, 푸모. 일단 두 분 공주님을 믿고…… 응?”


 개가 코로 푸모를 툭툭 쳤다. 자연스럽게 돌아본 푸모는 새파랗게 질려 굳어버렸다. 그가 혀를 내밀어 푸모를 핥았다. 아까와 같은 상황, 푸모가 줄행랑쳤다.


 “큰일 났어!”

 “푸모가 잡아먹히겠어!”


 그들은 세 사람 주위를 빙빙 돌며 술래잡기를 벌였다. 두 공주는 개를 잡아보려 시도했지만 넘어져 버렸고, 그 사이 푸모가 멀어졌다. 세 사람이 급히 뒤를 쫓았다.


 “거기 서!”

 “기다려!”


 푸모가 개에게 쫓기는 동안 그들은 점점 가게 근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푸모는 개의 입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했다.

 푸모는 안간힘을 써서 높이 날아 나무 위에 달린 열매 위에 앉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개가 나무를 타고 올라왔다. 놀란 푸모는 얼떨결에 열매 하나를 집어 아래로 던졌다.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개는 매운 향에 고개를 마구 저으며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는 개와 쫓아오던 세 사람은 서로 부딪혀 와르르 넘어지고 말았다. 다 같이 향신료를 들이킨 그들이 함께 재채기했다.


 “이…… 이건 향신료! 에취!”


 호완은 자신의 손을 살짝 핥았다.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호, 이 향신료면 화산에서 나오는 향신료를 능가할지도 몰라. 에취!”

 “정말요? 에취!”

 “응!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정말, 알려줘서 고맙다, 에취!”


 그들은 대화를 하면서도 향신료의 강한 향 때문에 재채기를 멈추지 못했다.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푸모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푸모? 일이 잘 된 거야?”


 그들은 곧 호완의 가게로 돌아왔다. 식탁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호완은 활활 타오르는 볶음밥 두 개를 내왔다.


 “자, 다 됐다. 이거야말로 지금까지의 맛을 뛰어넘는 맛. 이름하야 궁극의 불꽃 볶음밥! 많이들 먹어라. 감사의 뜻으로 주는 거야.”


 레인과 파인은 맛있는 볶음밥을 앞에 두고 밝게 웃었다. 호완이 기운을 차린 것도 기뻤고, 그가 계속 명물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기뻤고, 고대하던 불꽃 볶음밥을 드디어 먹게 된 것도 기뻤다.


 “잘 먹겠습니다!”


 동시에 한 입 떠 넣은 두 공주는, 잠시 후 얼굴이 붉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맛있다!’, ‘우와!’ 같은 감탄사가 곧바로 나올 거라 생각했던 푸모가 의아해했다.


 “왜 그러세요, 푸모?”

 “매워! 으아아악!”


 그것은 8살짜리 공주님들이 먹기에는 너무나 매웠다. 오늘, 8년 인생에서 가장 매운 맛을 본 파인과 레인이었다.


 “어서 오세요! 맛있는 궁극의 불꽃 볶음밥 대령이요!”


 어쨌든 그날 오후, 다시 문을 연 호완의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문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활짝 열린 문 사이로 신이 난 호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맛있다니…….”

 “다들 매운 걸 참 좋아하나 봐.”

 “하지만 프로미넌스로 도움이 됐으니까, 뭐.”

 “그래.”

 “흥.”


 가게에서 나온 레인과 파인이 분수대에서 가게를 보며 대화하는 와중, 뒤에서 코웃음치는 소리가 들렸다.


 “겨우 그 정도 일로 만족하다니, 그것밖에 안 되는 거냐?”


 검은 바지에 외투, 그리고 검은 모자. 목에 맨 노란 타이와 모자에 한 바퀴 둘러진 노란색 장식이 눈에 띄었다.


 “누구지?”

 “어……?”


 모자 아래로 언뜻 날카로운 눈매가 보였다. 이 느낌. 파인은 분명히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남자를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화산의 분화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야. 화룡의 돌을 한 번 봐. 많은 걸 알 수 있을 거야.”

 “화룡의 돌?”

 “그게 뭔데?”

 “…….”


 레인과 파인이 되물었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돌아섰다.


 “어쩐지 좀 수상한걸.”

 “어? 응…….”


 레인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파인은 여전히 미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녁이 가까워오는 하늘에 어느새 그믐달이 떠 있었다. 두 공주는 일단 성으로 돌아왔다.




**********




 푸모는 푸모 박스에 앉아, 별 모양이 그려진 자신의 꼬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뼈다귀를 감아 들 때도 그렇고, 꼬리가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럼 시작합니다, 푸모.”


 아래에서 동그란 구슬 하나가 올라왔다.


 “시작해?”

 “뭘 말이야?”


 크리스탈 포츈렛이었다. 혹성에 있는 여분의 프로민이 쌓여 형태가 바뀐 것으로, 나중에 일정 레벨이 되면 그 속에 모아놓은 프로민을 쓸 수가 있었다.


 “오늘 수업으로 프린세스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 보겠어요, 푸모.”

 “응.”

 “별의 물병 체크!”


 푸모가 눈을 감고 외치자 투명하던 구슬이 밤하늘의 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프로미넌스의 힘과 같은 반짝이는 빛이 떨어져 아래에 고였다.


 “축하드려요, 합격이에요, 푸모!”


 푸모의 귀가 쫑긋거렸다.


 “성공이다!”


 뭔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합격이라는 말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두 분은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파워가 10분의 1뿐인 최저 레벨의 ‘왕 실망 공주’라고요, 푸모.”


 신나하는 두 공주에게 푸모는 크리스탈 포츈렛을 톡톡 짚으며 찬물을 끼얹었다.


 “왕 실망…….”

 “공주…….”

 “두 분 다 지금보다 더욱더 수행에 매진해 주길 바라요, 푸모.”


 그가 두 공주에게 당부하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와 함께 카멜롯이 두 공주를 불렀다.


 “레인 공주님, 파인 공주님!”


 파인이 재빨리 푸모 박스를 닫았다. 두 공주는 박스를 뒤로 숨기며 대답했다.


 “아, 네! 들어와요!”


 카멜롯은 어김없이 책을 가득 들고 방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양손이었다. 그 무거운 책들을 쌓아 흔들림 없이 들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녀의 열정, 쌍둥이 공주를 훌륭하게 가르치겠다는 열의 하나였다.


 “오늘 수업까지 빼먹고 도대체 어디를 다녀오신 거죠?”


 카멜롯의 표정이 짐짓 무서웠다.


 “아, 그게…….”

 “그 벌로 내일 공부 시간을 배로 늘릴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싫어, 싫어, 싫어!”

 “앞날이 캄캄하다, 푸모…….”


 푸모 박스 안에서 얘기를 듣던 푸모가 중얼거렸다. 공주들은 그들대로, 푸모는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그런 그들을 위로라도 해주듯 하늘에는 노랗고 붉은 막바지 노을이 예쁘게 물들어 있었다.



영롱한 색채로 찬연하게 빛나는 글을 쓰고 싶은 임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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