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거리는 금발은 곱기만 했지만, 그 고운 모습이 카센 카네사다의 손을 거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남사는 혼마루에 없었다. 올곧게 늘어져 쇄골과 가슴 그 사이에서 살랑거리는 금발은 본래 약간의 곱슬기가 섞여있기에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금세 헝클어져 도저히 우아함을 사랑하는 노사다의 검이 용납할 수 없는 몰골이 된다는 것도. 


그랬기에 사니와의 말은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어느때와 같이 가지런히 빗질되어 어여쁜 장식까지 꽂힌 머리카락도, 정갈하게 차려입은 후리소데도 모두 카센 카네사다의 작품이 아니라니. 사건의 진상을 아는 미다레 토시로만이 부루퉁한 얼굴로 구석에서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사니와, 세이즈키는 혼란에 빠진 남사들을 앞에 두고 멋쩍게 웃었다.



"토모에. 이런 건 언제 연습한거야?"


"주인이 배움을 위해 현세로 나갔을 동안. 카센과 미다레의 도움을 받았다."


빗을 움직이는 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아무것도 걸리는 일이 없을 때까지 빗어내린 토모에는 미리 준비한 머리장식을 꺼냈다. 분홍색 후리소데와 잘 어울리는 붉은색의 꽃 장식. 곱지만 회의에 하고 가기에는 조금 화려한 감이 있는데. 그런 속마음을 읽은건지 토모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공적인 자리에 나가는 것이니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차림이 좋겠지. 주인이 다른 누군가에게 차림으로 지적받거나 기죽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나는 주인이 그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아름다웠으면 한다."


어쩜 저렇게 말할 수 있는건지. 얼굴은 물론 귀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세이즈키는 머리가 헝클어질까 고개는 물론 소매로 얼굴을 가리지도 못했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한 혼마루에서 유일하게 가지런해질 수 없는 것. 남사들은 그 1순위를 제 주인의 머리카락으로 꼽았다. 얼마 전 깔끔히 단발로 잘라버렸다 하더라도 곱슬은 곱슬. 제 머리카락을 금과 같이 여기는 코기츠네마루가 한번 사니와의 머리카락을 만진 후 차라리 제 머리카락을 심으라며 비단실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한뭉텅이 잘라 사니와에게 내민 일은 혼마루 내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영원히 가지런하지 못할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것은 언제나 코우세츠 사몬지의 몫이었다.


"......쓸데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근 10년을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와서 이렇게 동백기름을 바르고 비단끈으로 꾸며보았자 의미없는 일입니다."


"사요의 앞에서도, 같은 말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 말에 아오이노우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미묘하게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서 주인은 관리가 좀 더 필요하다며 중얼거릴 사요 사몬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아오이노우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 코우세츠 사몬지는 머리빗을 내려놓고 들고있던 비단 리본으로 솜씨좋게 짧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다. 여전히 이리저리 삐져나오긴 했지만 아까보다 훨 단정한 모습에 그는 옅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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