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에 앉아 있으니 카일이 손수 차를 끓여 내왔다.

"직접 하나?"

"돌아다니다 보면 하인을 못 쓸 때도 많습니다. 하인이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할 때도 있고. 작은 배를 타야 해서 못 데려가거나 하기도 하구요."

"선원을 시켜도 될 텐데?"

"혼자 마시면 그러기도 하지만 손님한테 대접하기는....제가 탄 게 나을 겁니다."

카일이 차를 내오며 말했다.

"알칸 지방에서 재배하는 찻잎의 새순만 따서 말린 겁니다."

카일이 익숙하게 말했다. 이어 찻잔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도 차도 좀 마시고 나니 카일이 물었다.

"평소에는 뭘 하고 지내십니까?"

"그냥 뭐 출근하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그냥 그러는 거지."

"출근이요?"

"출입국 관리직 같은 건데 거의 이름만 올린 거야. 자네는 바쁠 것 같은데?"

"네. 한 해의 절반은 배 위에서 보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장사를 하죠. 주로 룬다의 사치품과 알칸의 찻잎과 도기를 전 대륙에 공급합니다. 이번에 샬루스에도 거래를 트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청산유수다. 알리체는 턱을 괴었다. 데이트 신청을 있길래 관심이 있나 했는데. 말하는 건 또 그냥 비즈니스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렴 좋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심심했다. 뭔가 재밌는 일이라면 환영이다.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선원이 들어왔다.

"알케어테스가 돌아왔습니다"

카일이 환한 얼굴로 알리체를 돌아보며 말했다.

"서펜트 구경하러 가시겠습니까?"

"좋지."

이거야말로 어디서도 볼 수없는 구경거리다. 카일은 알리체를 도로 갑판으로 데려갔다. 푸른 몸체를 가진 씨 서펜트가 난간 너머에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눈매는 먹으로 그은 것 처럼 진하고 머리는 맹금과 뱀을 섞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들이 갑판으로 나오자 날씬한 목이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아직 젖어 있는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갑판을 적셨다.

알리체는 감탄사를 흘리며 난간으로 다가갔다. 카일은 이 손을 내밀자 서펜트가 손에 머리를 비볐다. 알케어테스 호의 이름과 외관은 이 서펜트에게서 따온 거였다. 카일의 소환수인 이 서펜트는 해적들이 상단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했고 폭풍이 오는 것을 미리 알려 주며 때로는 구조자 노릇도 했다. 물총새 상단이 신용이 높은 것은 카일의 장사 수완 뿐 아니라 이 서펜트 덕도 있었다.

"만져 보시겠어요?"

"그래도 되나?"

알리체가 손을 내밀자 서펜트는 냄새를 맡아보고는 조심스레 콧잔등을 가져다 대었다. 푸른 비늘이 햇빛을 받자 은빛으로 빛났다.

"해가 밝은 날엔 윤슬이랑 구분이 가지 않겠는데."

"은신 능력이 탁월하죠. 원한다면 물 위로 물살 하나 일으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진심이 되었군 이 인간. 아까까진 비즈니스 모드더니만. 알리체는 생각했다. 하지만 알리체도 서펜트를 구경할 기회는 환영이었기 때문에 별 불만 없이 콧잔등과 목을 실컷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들이 몰리는군?"

네. 너무 눈에 띄어서 보통 항구에는 안 오게 합니다. 잘못하면 군대가 출동할 수도 있구요.

"근데 이번엔 왜 왔나?"

"한번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

카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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