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혁 생일 기념 연성
*유중혁 생일 기념 특별 외전이 풀리기 전에 써 외전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계획은 기억하지?"

"네놈이야말로 또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리겠다."


옆에서 들려오는 여상한 목소리에 흑천마도를 점검하던 유중혁이 눈을 부라렸다. 메인 시나리오가 후반에 이를 무렵 접근할 수 있는 히든 시나리오는 대부분 두 종류였다. 지극히 난이도가 높아 굳이 위험을 무릅쓰기에 부담스러운 것과 쉬운 대신 후반 시나리오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보상만 토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진입하고자 하는 히든 시나리오는 그 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해당 시나리오의 보상은 후반 메인시나리오 깨는데 필수적인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손에 넣는다면 상당히 요긴하게 쓰일 물건이었다. '멸살법'에서 유중혁은 전력을 낭비할 생각이 없다며 건너뛰엇지만 현재 김독자 컴퍼니는 제법 안정적인 상황이었고 다음 메인시나리오까지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복기하자면 이번 시나리오의  형식은 '극장던전'이랑 유사해. 그때처럼 영화의 엔딩을 봐야하는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 속 배경이 다양하고, 난이도도 그에 따라 달라지니까. 운 좋으면 별 문제 없이 쉽게 깰 수 있을 거야. 사람이 적으면 합류하기도 어렵지 않고 덜 복잡한 시나리오가 주어질 확률이 높으니까.

"시나리오에 진입시 '한낮의 밀회'를 사용해 곧바로 합류지점을 정한다. 도착에 시차가 있는 경우 정보를 수집하며 기다리고, 만 이십사시간이 넘어갈 경우 가능한 선까지 독자적인 행동을 수행한다."


이번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는 유중혁도 김독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유중혁은 이러한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별개로 김독자가 단독행동을 하는 것은 용인할 수는 없었기에 표정을 구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점검이 끝나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큼 던전의 입구로 발을 내디뎠다. 던전 입구에서 쏟아져나온 빛이 이내 두 사람의 신형을 감쌌다.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뜨거운 열기였다. 후끈한 공기는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피부에 내리쬐는 볕이 따가울 정도로 뜨거웠다. 딛고 있는 단단한 지면에서도 열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옥염화나 묵시룡의 두번째 꼬리짓처럼 단숨에 사람을 재로 만들어버릴 법한 열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 비하면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유중혁은 이 더위가 무척이나 익숙하다고 느꼈다. 눈부신 빛이 사라지고 비로소 시야가 온전히 확보된 그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게 느껴지는, 그러나 그가 '알고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너진 곳 하나 없는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부서지지 않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위를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삐 오갔다. 반면 낮에도 하늘을 빼곡하게 채우는 별이나 간접메시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은 정말로 멸망하기 전의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유중혁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을 더듬었지만 언제나 패용하고 있는 흑천마도가 만져지지 않았다. 극장던전이나 카이제닉스 제도에서도 이런 경우는 없었건만. 긴 코트나 먼지로 더러워진 배틀부츠 역시도 온데간데 없이 그의 복식은 검은 색 반팔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로 바뀌어 있었다. 유중혁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펴 보았다. 전신을 맴돌던 초월자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환생자들의 섬'에서 그러했듯 코인이나 아이템처럼 시스템에 의한 스탯 보정치는 사라진 것 같았다. 그 때, 허공에 시나리오 창이 나타났다.




<히든 시나리오 - ■■ 던전>


분류: 히든

난이도: ???

클리어 조건: 제한 시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하단의 조건들을 완료하시오.

 1. ???

 2. ???

 3. ???

제한 시간: 11:57:45

보상: 아이템 선택권

실패 시: 시나리오에 귀속


※조건을 달성하기 전 탈출을 시도하거나 과도하게 세계관을 망가트리는 경우 시나리오에 갇힐 수 잇습니다.




클리어 조건의 세부사항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여차하면 무력으로 강행돌파할 생각을 하던 유중혁이 혀를 차고는 자신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 외에는 주머니에 든 지갑이 전부였다. 그때, 스마트폰이 약하게 진동하며 화면에 메시지를 띄웠다. 상단에 적힌 김독자라는 이름에 유중혁이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김독자: 어디야? 나는 지금 양재역 근처.


-유중혁. 그거 나 맞아.



유중혁이 메시지의 진위여부를 고민하고 있자 때맞추어 '한낮의 밀회'가 도착했다. 단순 메시지만으로는 유중혁이 의심하리라는 사실을 파악한 듯한 처사였다. 유중혁은 메시지에 답신을 보내는 대신 '한낮의 밀회'로 대꾸했다.



-왜 처음부터 이쪽으로 얘기하지 않은 거지? 조금 전에 정한 규칙을 잊었나?

-시나리오에 막 도착했을 때 메신저 채팅창이 켜져 있었어. 그러면 해야할 건 뻔하지 뭐.


김독자: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아무래도 입장한 인원이 합류해야 시나리오가 제대로 시작될 것 같으니까.



몇 번의 메시지가 오간 끝에 김독자가 유중혁이 있는 강남역에 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유중혁은 팔짱을 끼고 선 채로 김독자가 모습을 보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예민한 감각에 오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힐끗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여느때와 같이 적개심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호의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유중혁!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김독자가 눈을 마주치자 팔을 흔들었다. 제게로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을 본 유중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김독자의 반팔셔츠 위로 목걸이 형태의 사원증이 흔들리고 있던 탓이었다. 유중혁이 무엇을 보는 지 알아차린 김독자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사는 오랜만이라도 끔찍하더라. 반차 쓰고 나왔어."


아, 역시 만나야 활성화 되는 건가 보네. 시나리오 창을 확인하던 김독자의 말에 유중혁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 창을 응시했다. 그 말대로 물음표로 감추어져 있던 부분이 서서히 활성화 되고 있었다. 그러나 적혀있는 내용을 확인한 유중혁은 다시 미간을 구겼다.



1.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골라서 같이 시간을 보내시오. (0/2)

2. 배경에 맞지 않는 행동 수행 시 시나리오의 제재가 가해집니다.

3. ■■■■■■■■■■■■■■■■■■



여태 진입했던 시 나리오 중 가장 한심한 내용이었다. 어려울 것이 없었으나 그런 만큼 오히려 시나리오의 진위를 알기 어려웠다. 이 시나리오 자체가 사실 함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맥이 풀리는 조건이 아닌가. 심지어 3번은 아직 필터링처리가 되어 읽히지 않았다. 아무리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지만 이 정도라면 수상히 여기고 의심하는 게 맞지 않나. 김독자 역시도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린 채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함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알아낼 방법이 없어."

"이것도 네놈의 잘난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건가?"

"…너야말로 아무 정보도 없잖아."


멸살법을 언급하자 김독자가 샐쭉하게 눈을 뜨며 툴툴거렸다. 유중혁은 가볍게 그 모습을 무시하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시나리오를 과도하게 파괴하지 말라고 했지만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는 애초에 강제로 시나리오를 부수기 어려웠다. 부수지 않고서도 망가트릴 수는 있겠지만 이는 최후의 수 단으로 남겨 둘 요량이었다. 그나마 평소에도 단련을 한 덕에 더운 날씨에도 그렇게 피로하지는 않았다. 놈은 어떻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바라본 김독자는 평소보다 더 창백한 안색으로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창백하던 얼굴이 거기서 더 하얗게 질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뭘 감추고 있는 거지?"

"그냥 여기선 시스템의 능력치 적용이 안 되니까 좀 피곤한 것 뿐이거든."


아저씨는 시스템 없으면 영 못써먹겠더라구요. 그냥 걸어다니는 나뭇가지가 따로 없더라니까. 유중혁은 이지혜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던 '환생자들의 섬'에서 김독자의 모습을 떠올려내고 그를 유심히 살폈다. 창백하면서도 뺨은 발갛게 익어있고 안그래도 비실거리는 몸이 더 맥아리가 없어 보였다. 들여다본 손목시계는 어느덧 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역시도 덥다고 느끼기는 해도 견딜 만 했지만 저 볕을 쬐어야 할 것 같은 놈은 금세라도 햇볕에 타 죽을 것 같은 몰골이었다. 


"식사부터 해야겠군. 혹시 회사에서 먹고 나왔나?"

"반차썼는데 뭐하러 회사에서 밥을 먹어."


굶었다는 말을 무척이나 당당하게 하는 모습에 유중혁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굳이 타박을 놓는 대신 스마트폰을 몇 번 만진 유중혁이 무언가 확인하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김독자는 휘청휘청 하면서도 곧바로 유중혁의 뒤를 따랐다. 십여분을 걸어 도달한 곳은 골목에 있는 조그만 가게였다. 한적한 가게 안에 들어서자 주문을 하기도 전에 냉침해서 얼음을 띄운 차가 두사람 앞에 놓였다. 김독자가 차를 마셔 갈증을 달래는 동안 메뉴판을 살핀 유중혁이 몇 가지 메뉴를 주문하고, 이내 몇 종류의 만두와 요리가 테이블에 놓였다.


"먹어라."

"…이런 가게는 어떻게 알았어?"

"네놈 손에 들린 건 장식인가?"


유중혁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김독자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눈짓했다. 말을 해도 꼭. 툴툴거리면서도 김독자는 제 앞에 놓인 무림만두를 닮은 형태의 빠오즈를 집어 호호 불었다. 유중혁은 굳이 그러한 절차 없이 곧바로 만두를 베어 물었다. 폭신하고 보드라운 피 속에서 잘게 진 채소와 더불어 잡내 없는 고기가 씹히고 육즙이 배어나왔다. 당연히 무림만두보다는 못했고 입맛이 까다로운 그의 기준에서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유중혁이 만두를 하나 다 해치우고 두개째를 집어들 즈음에야 겨우 한입을 먹은 김독자도 입에 맞는지 뺨을 부풀려가며 만두를 우물거렸다.


"그래서 이후엔 어쩔 생각이지?"

"글쎄, 남은 시간은 이제 열시간 정도니까 공개된 내용이라도 클리어해야겠지.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이딴 시간 낭비는 때려치고 싶다."

"그런거 말고."


[세계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감지하여….]


"그럼 밥부터 먹고 결정해볼까?"


개연성 스파크가 일기 전에 김독자가 황급히 유중혁의 말을 가로막았다. 유중혁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본인보다는 저 비리비리한 놈을 잘 먹여야 그나마 데리고 다니겠다 싶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요리가 입에 맞는 듯 곧잘 젓가락을 움직이는 김독자를 눈에 담으며 그 역시도 식사에 집중했다.


-수행해야할 것 말인데,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세계관에 맞게 행동하라고 했으니까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그게 더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까?

-그렇게 치면 식사도 포함이 되는 거 아닌가?

-시나리오 조건을 맞추겠다고 생각 안 했잖아. 아무튼,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할 일이야 빤하지.


뻔하다라. 김독자의 말에 유중혁이 상념에 잠겼다. 이런 뻔한 평화 같은 것은 너무 오래 전의 일이었기에 잊어버렸다. 아니 잊어버린게 맞던가. 유중혁의 인생은 유료화 전에도 결코 평탄치 않았다. 그의 삶은 늘 치열한 구석이 있었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의문은 단 한 순간도 잊혀졌던 적이 없었으니까. 여상스레 이런 말을 하는 이의 인생 역시 평화와 거리가 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독자의 속눈썹이 드리운 새하얀 뺨 위의 그늘을 응시하며 걸음을 옮기던 유중혁은 오락실을 발견하고 멈추어섰다. 감이 잡히지 않으니 김독자의 말대로 우선 목적 의식을 지니고 가벼운 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난 이걸로 하지."




"이건 사기야."

"내 '팬'이라더니 내 특성을 잊었나 보군."


와 대박이네. 뒤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과 감탄사를 들으며 김독자가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중혁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화면에 거두어 또 한 번 정확하게 헤드샷을 날렸다. 유중혁은 그야말로 오락실을 평정했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게임도 몇 번 버튼을 누르고 나면 금세 조작법을 파악하여 신기록을 내기가 벌써 수차례였다. 김독자의 손에는 유중혁이 인형뽑기로 뽑은 인형도 들려있었다. 허옇고 밋밋하게 생긴 게 네 놈을 닮았군. 유중혁이 그리 말하며 건넨 것이었다. 슈팅게임부터 격투기게임, 직접 몸을 써야하는 게임까지 모두 완벽하게 해낸 유중혁이 거절한 것이라고는 김독자가 가리킨 노래방 부스 뿐이었다. 김독자가 멱살을 잡힐 뻔 한 것은 덤이었다. 총을 내려놓으며 유중혁이 재수없게 입꼬리를 올려보였다. 같이 게임을 시작했다 진작 게임오버된 김독자는 구경꾼이 된 지 오래였다.


"네놈의 체력은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시끄러."

"그래도 네 놈의 말이 맞군."


유중혁은 녹초가 된 김독자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혀를 찼다. 그나마 김독자의 예측이 맞았는지 시나리오 세부조건의 첫번재 항목이 (1/2)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여전히 세번째 항목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언제까지나 필터링이 걸려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첫번째 항목을 전부 충족해야 할 것 같으나, 저 모습을 보면 우선 김독자의 체력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일단 네놈의 목이라도 좀 축여야겠군."

"아, 안 그래도 카페 찾아놨어."

"그게 네놈이 하고 싶은 일이었나?"

"그건 아니고 일찍 게임오버 되니까 심심해서."


김독자가 씩 웃으며 지도 어플을 켜 유중혁에게 디밀었다. 흘긋 지도를 확인한 유중혁이 걸음을 옮겼다. 위치는 확인했으니 굳이 켜놓을 필요 없다. 잠깐 보고 그걸 기억했다고? 네놈처럼 길치가 아니니까. 유중혁은 옆에 따라붙은 이에 맞춰 아주 약간 걸음을 늦추었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잘 꾸며진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는 지금까지 두 사람에게 힐끗거리는 시선이 와 닿았다. 남자 둘이 카페에 온 것이 이질적이어서가 아니라 둘 중 한쪽은 대단한 미남이고, 다른 한쪽은 그와 대비되는 섬세한 외모를 지닌 탓이었다. 물론 두 사람 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에는 다른 의미로 이골이 났기에 개의치 않았다. 울리는 진동벨을 들고 음료를 찾으러 갔던 유중혁은 쟁반 위에 놓인 두 개의 조각케이크에 잠시 멈칫했다.


"당 충전해야지."


쟁반을 들고와 내려놓자 김독자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쩐지 주문이 오래 걸리더라니 케이크를 고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유중혁은 김독자에게 아이스티를 밀어주고는 아메리카노를 집어들었다. 아이스티를 한모금 마신 김독자는 포크를 들고 케이크를 공략하고 있었다. 시트 사이사이 딸기 슬라이스가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와 돔형태를 띤 초콜릿 케이크였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시트가 포크의 옆면에 쉽게 잘려 나가고 김독자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김독자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지켜보며 유중혁이 제 앞에 놓인 음료를 집어들었다. 혀끝에 번지는 맛을 보아하니 산미가 있는 원두를 사용한 모양이었다. 녹아가는 얼음이 잔 안에서 잘그락 소리를 내었다.


"유중혁, 너도 먹어."

"필요 없다."

"맛있는데? 한 번만 먹어봐."

"어린 애 어르듯 말하지 마라."


쯧. 혀를 찬 유중혁이 다른 케이크를 공략한 김독자의 손목을 붙잡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진한 초콜릿 향이 풍기는 무스는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씁쓸한 풍미 사이로 느껴지는 오렌지 향은 커피와 제법 잘 어울렸다. 자신이 먹으려던 것을 빼앗긴 김독자는 불평을 늘어놓는 대신 유중혁의 감상이 궁금한 듯 눈을 빛냈다. 김독자의 손을 놓은 유중혁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군."

"그렇지?"


나도 먹어봐야지. 아, 오렌지 들어갔나봐. 초콜릿 무스를 한입 먹은 김독자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재차 포크를 가져갔다.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는, 기실 유중혁과 김독자가 단 한 번도 나누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유료화가 된 세계에서 만났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지금 시간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이러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처음일지라도 김독자와 함께 쌓아온 설화가 적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묘한 감상에 그는 아이스티를 마시던 김독자가 짧은 소매 아래 드러난 팔을 문지르는 것을 발견했다. 냉방이 잘 되는 카페 안이 김독자에게는 약간 추운 모양이었다. 짧게 주변을 둘러본 유중혁은 카페 한쪽에 쌓여있는 담요를 발견했다. 담요를 가져와 건네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던 김독자가 머쓱하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어, 어. 고마워."

"어느 정도 쉰 것 같으니 묻지. 넌 뭐가 하고 싶지?"

"생각이 안 나는데."

"시나리오에서 원하는 게 그리 어려운게 아닐 거란 건 네가 한 말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란 건 이미 유중혁이 증명했다. 그의 조건은 오락실에서 게임을 한 것으로 충족시켰으니 김독자도 비슷한 식으로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건만 김독자의 태도는 영 미지근했다. 흑천마도가 있었으면 바로 뽑을 것처럼 험악해지는 기세에 김독자가 손사래 치면서 황급히 대꾸했다.


"그, 어차피 시간도 좀 있으니까 그럼 이것저것 해보지 뭐. 아직 시간은 충분하잖아. 그럼 일단 서점부터 들를까?"




대형서점에 들어선 김독자는 바삐 매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책을 펼쳐보았다. 소설코너에서 멈추어 책 하나를 집어들더니 취향에 맞았는지 잠시 집중해서 읽다가 아쉬운 듯이 그것을 내려놓았다. 안 살 건가? 어차피 이곳에서 산 건 못 갖고 나가잖아. 오늘 안에 다 읽을 수도 없는데 남은 시간 동안 짐만 되니까. 미련이 가득한 눈을 했으면서도 단호한 것이 정말로 책을 들고 다니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유중혁은 책 표지를 쓰다듬는 손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점을 빠져나온 뒤에는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 역시도 김독자가 고른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강남의 번화가도 사람이 많았으나 백화점 역시 인파가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유중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서점에서도 김독자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던 데다 '같이' 수행하라는 전제가 달려있었으니 어딘가로 가 버릴 수도 없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해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같이 있는 쪽이 나았다. 다만 김독자 역시도 그리 들뜬 기색이 아닌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설레기는 커녕 오히려 피곤해보이기까지 했다. 유중혁은 멸망 전 김독자의 삶을 그저 일부만 알고 있었지만 그가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 아닌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백화점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 믿을 뿐이었다. 김독자의 발길이 멈춘 것은 어느 매장 앞이었다. 매장 안에 들어선 그는 곧바로 손목시계가 있는 쇼케이스 앞으로 향했다. 한참 쇼케이스 안을 들여다보던 그가 손 끝으로 쇼케이스 중앙에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이 시계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어떤 분이 착용하시는 건가요?"

"이쪽이요."


김독자가 그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시계를 골랐다고 생각하던 유중혁이 그가 자신을 가리키자 미간을 찌푸렸다. 김독자는 유중혁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으면서도 직원이 시계를 꺼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김독자는 직원이 꺼낸 시계를 유중혁의 손목에 대보았다. 확실하게 유중혁에게 더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이것도 꺼내주시겠어요? 유중혁이 손을 빼내자 그의 것에 비해 얄쌍하고 하얀 손이 다시 유중혁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뿌리치려면 쉽게 뿌리칠 수 있을 손에 제 팔을 내어준 채 유중혁이 한낮의 밀회를 켰다.


-뭐하는 짓이지?

-가만히 있어봐. 시나리오에서 이번엔 인정해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다 잘 어울린다. 어떤 게 마음에 들어?"

"……."


유중혁은 그 질문이 낯설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템도 아니고 시나리오가 끝나면 사라져버릴 물건의 기호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은 무척 이상했다. 멸망한 세계에서도 일정 수준의 취향은 있었다. 검은색 코트를 골랐던 것처럼 호불호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대적인 조건은 늘 아이템의 성능이지 지금처럼 디자인이 아니엇다. 그 사실이 유중혁은 무척이나 새삼스러웠다. 


김독자는 그렇게 고른 시계를 손수 결제했다. 비록 할부이기는 했으나 그건 별 다른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몇시간 안남았으니까. 어차피 갚을 필요 없는 할부라며 대꾸하는 모습은 무척 태연했다. 책은 어차피 없어질 거라고 사지 않았으면서 싶었으나 왠지 그 말은 나오지 않았다. 김독자가 즐거워보이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딴지를 걸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이유보다 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직원이 시계를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는 동안 김독자는 그 앞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유중혁은 시나리오이 조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시나리오창을 열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골라서 같이 시간을 보내시오. (1/2) 시나리오창의 항목은 여전히 오락실에서 나왔을 때 그대로였다. 저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는데 어째서 충족이 되지 않는 거지? 수려한 얼굴을 구기며 유중혁이 스마트폰 꺼내들었다. 딱히 스마트폰으로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서 굳이 다시 매장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스마트폰 액정을 무심코 내려다 본 유중혁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고개를 들어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쇼핑백을 들고 나오던 김독자가 시선을 마주하며 웃어보였다.




백화점에서 나오자 어느덧 길던 해는 넘어가고 있었고, 저녁까지 먹고 나니 완전히 해가 져 어두워졌다. 비록 해가 졌다 하더라도 숨막힐듯 후끈한 공기는 여전했다. 저녁 메뉴는 제법 비싼 파인다이닝이었다. 본래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을 법한 식당은 시나리오 상의 개연성 허용인지 예약이 없이 찾아간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차례로 나오는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든 요리는 까다로운 유중혁 입맛에도 제법 괜찮았고 김독자는 낯선 음식들을 신기해하면서도 가니쉬로 나온 구운 토마토를 쏙쏙 골라냈다. 굳이 그 모습을 지적하는 대신 유중혁은 지금 먹는 음식의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헤아려 보았다. 디저트로 나온 셔벗을 먹을 때까지 김독자의 눈은 내내 반짝였다.


"내가 낸다니까."

"네놈은 내 연봉이 얼마일 거라 생각하지?"

"치사하게 수입으로 공격하기 있냐."


김독자가 해당 시나리오 시작 시점에 미노소프트에 있었듯, 이 세계에서는 유중혁이 프로게이머였던 것 역시 반영되어 있었다. 비록 그만두고 잠적한 상태이긴 했지만 그 전까지 그는 수년간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였다. 유중혁이 한쪽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카드를 내밀자 김독자가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식당을 나서자 다시 부서지지 않은 도시의 정경이 펼쳐졌다. 가로등과 간판 조명, 건물의 불빛이 온통 휘황찬란했지만 별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별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관람당하며 유희거리로 소비되었던 이들에게 별이 없는 대도시의 하늘은 오히려 달가운 것이었다.


나란히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사이로 무겁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시나리오 창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상태였다. 김독자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세번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시가는 채 세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유중혁은 곁눈질로 김독자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아래 약간 상기된 뺨과 긴 속눈썹을, 그리고.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까부터 자꾸 자신을 흘긋거리는 별과 같은 눈동자를. 눈이 마주치자 찔끔한 김독자가 머쓱하게 얼굴을 더듬었다. 김독자 손목에서 작은 쇼핑백이 달랑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바삐 걸음을 옮기느라 딱히 이 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저히 달성이 안되네. 유중혁의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자 김독자가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다. 묘하게 어색함이 묻어나는 어조였다. 유중혁은 김독자가 거짓말을 잘 못 한다고 말하던 김독자 컴퍼니의 구성원들을 떠올렸다. 이놈은 연기에도 영 소질이 없군.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니, 조건 충족이 안 돼서…."

"그건 네놈이 '하고 싶은 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지."

"……!"

"내 조건이 충족된 것을 보면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 없다는 건 사실이겠지만 참가자에게 명확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게 우선순위가 되는 것 같군."

"무, 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담담한 목소리에 김독자가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맨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던 혓바닥 긴 놈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당황하거나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있었으나 오늘은 귀끝도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유중혁의 말에 시치미를 떼면서도 김독자는 그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중혁은 다음 질문을 하기로 했다.


"시나리오를 건드리기 위한 개연성은 어디서 빌려왔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냐? 그냥, 저번에 얻은 아이템을 쓴 거야."


김독자가 내내 셔츠 앞주머니에 꽂혀 있던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그는 그 만년필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던전에서 시나리오 내용에 개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본래라면 카이제닉스와 같이 거대설화가 존재하는 시나리오나 등급이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나 이 시나리오는 무작위이기는 해도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 개입이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떻게 알았냐? 서울로 설정한 게 문제였나."

"그것도 공교롭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건 이거였다."

"아."


유중혁이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켜 김독자에게 내밀었다. 거기에는 시계와 더불어 날짜가 적혀 있었다. 8월 3일. 유중혁의 생일이었다. 한 번도 챙겨본 적, 축하받은 적 없으며, 무수한 회귀에서 많은 것들이 그러했듯이 마모되어 의미조차 없어진 날.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은 그가 수많은 삶을 거쳤으며 그 이전의 삶도 순탄치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그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설정값'에 불과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유중혁은 태어난 날이 존재하되 그와 별개로 처음부터 성인으로 조형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가 태어난 날은 읽은 이가 없는 삶의 페이지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은 생일에 관한 기억은 나쁘지는 않았으나 다른 의미로 곱씹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유중혁은 시나리오가 가리키는 날짜가 김독자의 안배에 의한 것임을 확신했다. 두 사람은 멸망하지 않은 도시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하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저녁을 먹고 선물로서 구입한 시계가 든 쇼핑백을 든 채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유중혁과 김독자가 한 번도 함께 경험해본 적 없는 일들을, 유중혁의 생일로 설정된 날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한 번쯤은 직접 축하해주고 싶었어."


김독자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이야기 시작함. '직접' 축하해주고 싶었다는 말에 유중혁은 본 것 같기도, 읽은 것 같기도 한 김독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겨울에 있는 제 생일은 어떠한 것도 기념하지 않고 넘어가면서 그와 대비되듯 뜨거운 계절이면 조그마한 조각케이크나마 사던 소년을, 청년의 모습을. 그의 생일이 김독자를 버텨내게 한 활자 중 몇 자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유중혁은 설정값으로 존재하되 그저 그 뿐이라 여겼던 것이 실은 의미를 가졌음을 깨달았다. 유중혁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김독자는 변명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야, 그래도 쓸 데 없는 짓은 아니거든? 덕분에 난이도가 고정됐잖아. 물론 어려워도 클리어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쉽게 갔으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건 다 했나?"

"그건."

"아직 클리어되지 않았는데."


유중혁이 시나리오 창을 가리켰다. 여전히 시나리오 1번 항목은 (1/2)로 되어 있었다. 김독자가 그 말에 정곡을 찔린듯이 멈칫했다. 흡. 짧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에는 긴장한 기색이 어려있었다. 유중혁은 김독자의 망설임을 읽어냈다. 그는 그것이 거부감에서 오는 망설임이 아니고 몇 번이나 그려왔던 순간을 눈앞에 둔 것을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주저인 것을 알아챘다. 밤이지만 조명이 밝아서 눈을 빠르게 깜박거릴 때마다 팔랑거리는 속눈썹이 뺨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거두는 것이 보였다. 그 아래로는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일렁이고 입술이 달싹거렸다. 유중혁은 그 순간 난생 처음으로 생일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생각해냈다.


"생일 축하해, 유중혁."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아마 오늘 하루 내도록 속에 담아왔을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독자는 어색하게 쇼핑백을 내밀었다. 어차피 시나리오가 종료되면 사라지겠지만, 네가 저번에 나한테 시계를 돌려줬으니까. 다소 횡설수설하듯 늘어놓는 변명은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중혁은 김독자가 건네는 쇼핑백을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쇼핑백을 받아드는 대신 마른 손목을 쥐어 제 쪽으로 당겼다. 김독자의 몸이 종이인형마냥 저항없이 훅 딸려왔다. 삽시간에 거리가 가까워지고, 당황한 김독자와 눈을 맞춘 유중혁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생일 선물은, 하나 더 받는 걸로 하지."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니 생일 선물을 두개 받겠다는 욕심 정도는 충분히 부릴 수 있으리라. 그는 곧바로 김독자의 허리를 감싸 당겨서 김독자에게 입을 맞추었다. 열기를 머금은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유중혁의 혀가 놀라 벌어진 입술 사이를 침범했다. 바짝 맞닿은 두 사람의 몸에 여름밤의 습기가 눅진하게 달라붙었다. 사정없이 흔들리던 김독자의 눈동자가 이내 눈꺼풀 안쪽으로 감추어졌다. 유중혁의 어깨에 올린 손끝은 긴장이 어린 듯 바짝 굳어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응시하던 유중혁이 자신도 눈을 감고 김독자에게 더욱 깊이 입을 맞추었다. 시나리오 클리어를 알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그도, 김독자도 그에 신경 쓰지 않았다.






1.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골라서 같이 시간을 보내시오. (2/2)

2. 배경에 맞지 않는 행동 수행 시 시나리오의 제재가 가해집니다.

3. 화신 '유중혁'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시오.









제목은 김독자 생일 연성과 맞췄습니다.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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