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플루토 김희정입니다.

트위터에 정리한 '디앤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마스터들을 위한 간단한 마스터링 팁' 타래가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포스타입에 정리해 봅니다!


1. 기억 조작


저도 예전엔 이거 자주 썼었죠. 그냥 '기억 조작!'을 외치시면 됩니다.

가끔은 NPC 이름 잘못 알려주고는 나중에 정정하면서 '기억 조작!' 할 때도 많아요. 😉


2. 불소급


룰을 잘못 적용하고 있었는데 그걸 나중에 깨달았을 때 앞까지 되돌리려고 하면 엉망진창이 되거든요. 그럴 땐 그냥 '불소급!'을 외치면 됩니다. 전투할 때 특히... 라운드 넘어가면 불소급 취급하고 이제부터 제대로 적용하면 돼요!


3. 우선권 쉽게 진행하기


오프나 Roll20아닌 곳에선 우선권 트래킹도 쉽지 않죠. 전 그래서 그냥 가장 빠른 사람의 숫자부터 그냥 숫자를 불러요. 자기 순서에 손들어! 하고요. 가장 빠른 사람이 21? 그러면 21이 한 뒤에 20! 19! 18! 17! 하면 당사자가 자기 순서에 손들기.


4. 전투 행동 안 빼먹기


첨에는 그냥 진행하려면 헷갈리거든요. 그냥 차례대로 '무브/액션/보너스액션/리액션' 이라고 머리속에 진행 순서를 적어두고 매 순서마다 무브했어요? 액션 했어요? 보너스 액션 했어요? 맘에 둔 리액션 있어요? 남은 무브 있어요? 하고 턴 엔드 시키면 됩니다.


5. 높이 추정하기


보통 D&D의 던전 1칸은 10피트x10피트X10피트거든요. 대략 3미터X3미터X3미터인데 이게 현대식으로 치면 1층 높이에요. 그래서 즉석에서 높이를 알려줄 때 머리 속에서 컨버팅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여기는 3층 높이에요 하는 게 마스터나 PL에게 더 잘 인식돼요.

아 위의 던전 1칸은 맵 1칸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던전이 보통 만들어져 있는 기본 1단위'를 말하는 거에요. (맵 1칸은 5피트니까)


6. 반보장


마스터링하는데 PC들이 너무 잘 죽을까봐 걱정되나요? 캐릭터마다 hp 분산이 너무 심해서 밸런스 맞추기가 힘든가요? 그럼 렙업 hp를 굴릴 때 반보장을 해주세요. HD 다이스의 절반보다 적게 나오면 그냥 절반이라고 해주는 거죠. 8면체면 4점 보장, 10면체면 5점 보장. PL들도 좋아해요.


7. 갑작스런 전투


랜덤 인카운터를 굴렸는데 갑작스레 대량의 적이 나왔고 몬스터 데이터를 찾아두지 않았나요? 그럼 그냥 일단 우선권부터 굴리게 하세요. 몬스터의 우선권은 수정치 생각말고 그냥 냅다 20면체 굴리세요. 끽해야 +1~+2일 텐데 그 정도는 마스터가 손해보고 시작해도 돼요.

다들 우선권 굴리고 대열 맞추느라 정신없는 동안 마스터는 재빨리 몬스터 데이터를 찾으면서 시간 낭비 없이 전투에 돌입할 수 있어요. 마치 데이터는 다 갖고(외우고) 다니는  마스터처럼 보이는 효과는 덤. 던전 안이라면 우선권 전에 기습체크부터 시키세요. 그것도 역시 수정치 없이 굴려도 됩니다.


8. 이름 짓기


갑자기 PC들이 지나가던 NPC의 이름을 물어봤나요?  그럴듯한 이름 지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알파벳 순서대로 지으세요. a - 알버트, b- 베일리, c- 첼시, d-데릭, e-에이미, f-프레드... 지난 번에 나온 애가 알버트/앨리스였으면 그 담에 나오는 애는 밥/베스면 되는 거죠.


9. 룰 헬퍼


내가 아직 룰을 잘 몰라서 어리버리할 것 같아 걱정되세요? 룰 헬퍼 규칙을 운영하세요. 마스터가 어 이게 뭐였더라 하는 규칙이 생겼을 때 그걸 재빨리 룰북에서 찾아와서 도와주는 사람에게 플레이 끝나고 보너스 경험치를 주는 겁니다. 마스터도 PL도 윈윈하고 플레이에 문제도 안생김.


10. 자기 자랑 시간


플레이 끝나고 경험치/고양감 정산할 때 뭘 어떻게 줘야 할지 잘 모르겠나요? 경험치는 몬스터 경험치가 아니라 플레이 몇 번만에 레벨업시키는 게 좋을지 계산해보고 그거만큼 나눠주세요. 고양감은 누구를 줘야할지 모르겠어요? PL들 스스로 자기자랑 할 시간을 주세요.

마스터가 일일히 채점(?)하고 있는 것보다, 본인들 생각에 그날 잘한 건 본인들이 젤 잘 알아요. 자기 자랑 시간을 주면 옆에서 PL들끼리 서로 추천해주기도 해요.


11. 리퀘스트


단편은 덜하지만 중장편을 진행할 때 마스터가 가장 두려운(?) 점은 PL들이 재미있게 하고 있으려나? 하는 점이겠죠. 중장편 시작하기 전에 PL들에게 '리퀘스트'를 받아두세요. 이번 캠페인에 당신이 경험하고 싶은 건 어떤 겁니까? 하고 물어보고 그걸 플레이에 적용시켜주면 안심.


12. 일반 쇼핑


모험가 아이템이야 비욘드를 찾건 룰북을 찾건 아무튼 찾으면 나오지만, 여관에 들어가서 묵고 한끼 사먹겠다 라고 말하는 순간 당황하게 돼죠. 그럴 땐 1sp를 만원으로 생각하세요. 현대 물가에서 컨버팅 하면 됩니다. 맥주 한잔? 5cp! 와인 한잔? 1sp! 여관 하룻밤? 5~10sp!

공식에서도 모험가용 장비 물가와 일반 물가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략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답니다. 골드 드래곤 인(호텔 5성급) 이면 하룻밤에 2gp 에서 5gp (20만원에서 50만원) 이라는데 그럴듯 하죠.


13. 패시브 퍼셉션 (자동 감지)


함정이 있는데 아무도 체크 안한다? 숨어 있는 적이 있는데 아무도 신경 안쓴다? 원래 디앤디는 맞아야 배운다고 하지만 마스터는 너무 안타깝죠. 패시브 퍼셉션이 DC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가장 높은 패시브 퍼셉션을 가진 PC에게 그냥 굴려 볼 기회를 주세요. 뭐 굴려도 실패하면 그건 다이스 신이 내려주신 운명이죠.


14. 너도나도 체크


진행하다보면 한사람이 '이거 해볼래요' 했는데 주변에서 갑자기 '저도요' '저도요' 이럴 때가 있죠. 원래는 허용 안되는 건데 마스터들은 당황하게 되죠. 

  • PC들끼리 논의할 수 있는 상황 - 누군가가 '저요'를 외치는 순간 그룹체크로 변경하세요. 
  • PC들끼리 논의 불가한 상황 - 
    • 체크가 기발한 착안일 경우 - 나머지 저요는 허용X 
    • 체크가 일상적인 착안일 경우 - 각자 굴림 허용해주되 결과 공유 불가 

디앤디는 20면체를 굴리기 땜에 너도나도 많이 굴리면 결국 성공하게 마련이란 말이죠. 많은 경우 마스터보고 Yes를 외치라 하지만 이럴 땐 No를 외치는 걸 주저하지 마세요.


15. 고양감의 다른 사용법


때로 PC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데 아예 '리와인드'를 하고 싶어할 때가 있죠. 물론 전원이 논의해서 이 부분은 리와인드 합시다 라고 합의할 수도 있겠지만 진행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예 고양감을 '이로움 굴림'에만 쓰지 말고 리와인드에도 쓸 수 있게 하세요.

다만 '바로 직전 상황' 에만 쓸 수 있다던가 어느 정도 제약은 필요 하겠죠. 리와인드가 가능하다는 룰이 있으면 PC들의 행동이 어느 정도 대담해질 수 있습니다.


16. 난 패시브가 더 높은데!


가끔 Feat나 능력치로 인해 패시브 굴림이 15나 20을 넘어버리는 PC들이 있죠. 근데 이런 사람들은 직접 굴리라고 하면 더 억울할 때가 있단 말이에요. 패시브는 자동이니까 그걸로 적용하게 해주세요! 라고 할 수 있는데, 될 때가 있고 안될 때가 있습니다.

패시브 수치는 Take 10이라고 해서 충분히 안정적인 상황일 때 자동으로 주사위를 10 굴린 걸로 쳐주는 D&D4의 흔적이랍니다. 지금도 DMG를 보면 Take 10 이나 Take 20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면 무조건 성공) 그러니 반대로 '급박한 상황'이면 Take 10이 안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 주변 상황이 충분히 안정적임 - Pasive 대신 써도 됨 
  • 주변 상황이 급박함(혹은 전투) - Passive로 대체 안됨 

이렇게 기준 두시면 됩니다. 간단!


17. 던전 탐색에 시간이 너무 걸려요


던전스앤드래곤스이지만 OR에선 던전을 뒤지는 것 자체가 지루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땐 방 전체를 뒤지는 걸 '그룹 체크'의 '도전'으로 생각하고 그냥 퍼셉션이나 인베스티게이션을 굴려서 뽑아내게 하세요.


18. 지각 경험치


PL들이 제시간에 잘 안모이나요? 지각 경험치를 두고 차감하세요.  사소하지만 정시에는 모두 제자리에 앉아있도록 해줍니다. 단, 미리 연락했다면 면제해주지만 연락된 시간보다 넘는 만큼은 또 차감하구요. 10분 늦으면 그날 받을 경험치의 1/10이 깎일 정도 수준이면 좋아요.

그리고 마스터가 지각하면 그만큼을 경험치 보너스로 주면 PL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룰은 공평해야 하니까... 😂😂😂

사실, PL들에게 '지각 경험치'를 이야기 하면 급 분위기가 경색될 수 있지만, 마스터도 지각 경험치를 매긴다! 라고 하면 그저 공통의 룰이 되어서 적용하기 쉬워요. 😉


19. 저널 & 연성 고양감


PL이 플레이 관련해서 저널을 쓰거나 연성을 올릴 경우 고양감을 주세요. 서로 기분이 좋고, 저널이나 연성을 부추길 좋은 촉진제가 되지요.

저널이나 연성으로 받은 고양감은 시트의 일반 고양감과 별도 관리해서 누적시켜주는 것도 좋아요. 어차피 고양감은 1턴에 한번 밖에 못쓰게 되어 있기 때문에 좀 쌓인다 해도 어뷰징은 힘들거든요. 누적된 고양감은 PC가 NPC에게 나눠줄 수도 있어요.


20. 이건 무슨 스킬?


무슨 스킬을 써야 할지 애매하면 비슷한 거 아무거나 굴리게 하세요. 각 캐릭터마다 적용하는 스킬이 달라도 돼요. 담장을 넘어가고 싶다고 꼭 운동(Athletic)체크만 해야 하는 게 아니거든요. 곡예로 해도 되고 어쩌면 생존으로 가능할 수도 있죠. 그럴듯하면 사실 상관없어요!


21. NPC의 위압감을 보이고 싶으면


지혜 내성을 굴리게 하세요. NPC의 Cha 수치를 DC로 삼아도 되고 그냥 마스터 생각에 얘는 이정도 위압감이야 싶은 DC를 주세요. (15 어려움 20 겁나 빡셈) 실패하면 저도 모르게 위압감을 느낀다거나 무릎이 떨린다거나 해주세요. 원래 PC들은 건방지거든요. 😉


22. 쟤 얼마나 세요?


21번과 마찬가지지만 상대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어하는 PC들이 은근히 많답니다. 퍼셉션 혹은 인사이트 체크로 상대의 레벨을 DC 삼아 굴리라고 해보세요. (물론 DC는 비밀) '얼마나 강한지 당신의 레벨로는 가늠이 안됩니다' 라는 말이 사실은 제일 무섭죠. 😉


23. DC 알려주기 금지!


아 너무 당연한 거라 빼먹었군요. 초보 마스터들은 굴림 난이도를 알려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니에요! DC는 감추세요! 몬스터의 AC도 감추세요! 일단 적이나 NPC의 데이터는 알려주는 거 아니에요! 난이도를 마스터가 손에 쥐고 있어야 오히려 긴급 상황에 적절하게 주사위 눈을 속이면서 PC들에게 맞춰줄 수 있어요! 다 알려줘버리면 그냥 까놓고 주사위를 굴리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어져요! 최후의 보루를 잡고 있는 게 좋아요! hp 1 남았다고 한 라운드 더 전투 하느니 끄아악 죽었습니다! 해버리는 게 나을 때가 많아요.


24. DC 알려주기


그럼 DC는 항상 감춰야 하나요? 아뇨 스킬 체크의 경우에는 알려주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는 어떻게 판단? 도전 시도를 할 때 난이도 낮추기가 가능할 경우엔 알려주시면 좋아요. (서로 에이드라던가) 급박한 상황이고 협력이 불가능할 땐 감추는 게 좋아요.

PC들이 일반적인 굴림으로는 해결 불가능할 때 (DC 20 이상을 넘는다던가)는 차라리 알려주고 난이도를 낮추는 방법이나 달리 돌아가는 길을 탐색하게 만들면 그게 더 재밌어요.


25. 실패 실패 실패


PC들이 뭘 해야 하는데 자꾸 실패만 할 때... 대부분의 다른 룰의 경우엔 그냥 정보를 주거나 성공시키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디앤디는 딱히 그럴 필요 없어요. 실패했으면 실패한 겁니다! 

오우 우리 개망했어요! 하고 넘어가세요. 개망한 상황을 억지로 성공시키지 마세요.

그거 아세요? 사실 디앤디에서 제일 재밌는 상황은 전멸했을 때에요. 실패와 죽음을 가볍게 다루세요. 디앤디는 바로 마법으로 죽은 자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판타지 룰이에요. 다만 PL들이 충격 받지 않도록 미리 고지해두는 게 좋겠죠.


D&D : 도적들의 명예 영화에서, 주인공 파티원들이 '지난 스토리'의 마지막에서 한 일이 그거잖아요. 중요한 아이템을 훔쳐서 나오려다가 NPC의 함정에 빠져서 모조리 실패! 모조리 투옥! 개망함!! 

하지만 그건 더 재밌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어주죠. 실패도 그냥 모험의 일부인 게 디앤디의 좋은 점이죠.


26. 장편과 죽음


장편을 하고 싶은데 PC가 그렇게 막 죽으면 어떡하죠... 장편을 마스터링한다면 딱히 이런 팁 안보셔도 될 거 같은데... (농담) PC가 죽으면 새 캐릭을 만든 뒤에 원래 PC를 살리는 퀘스트를 주거나 아니면 생존한 PC에게 퀘스트를 주세요. 도시에서 부활 마법을 쓰고 부활한 1인마다 1만gp 정도의 요금을 매긴 다음 갚도록 하는 퀘스트를 줘도 되겠죠? (Resurrection이라면 그정도도 오케이. Raise Dead라면 인당 1000gp라도 될 듯?) 디앤디에선 실패/전멸도 플레이의 일부입니다. 그걸 없애지 마세요. 😉




혹시 더 생각나는 팁이 있다면 앞으로도 더 추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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