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풀었지만 독자가 중혁이 짝사랑해서 술 멕여가지고 올라타는 거 넘 보고싶다... 중혁이랑 자기는 죽을 때까지 안 될 걸 알기에 잘못된 행동인 걸 알면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는 맘으로 그랬던 건데 그 한 방에 애 들어섰음 좋겠다.. 

부쩍 졸립고 몸이 안 좋고...하다가 어느날 음식이 역한거야. 너무 놀라서 구석에 쳐박혀 머리싸잡고 덜덜 떨다가 마음을 다잡는거지. 어차피 내가 말만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하지만 이설화랑 잘 되어가는 중혁이 얼굴 보는 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결국 회사 그만두고 짐싸서 어디 멀리 바닷가도시로 가버렸음 좋겠다. 그간 모아둔 돈이 조금 있으니까.. 그 동네 사람들은 처음엔 독자보고 경계했다가 애 아빠 없는 산부라는 걸 알게되곤 경계심 풀고 잘해줬음 좋겠다. 유승이랑 길영이도 거기서 만나고... 그 덕에 혼자 힘겨웠을 10달이 생각보다 외롭진 않았겠지.
 
그렇게 열달만에 아이 낳았는데 중혁이랑 너무 똑 닮은 아들이 나와서 증맬 씨도둑질은 못하겠구나 싶음ㅋㅋㅋ 내 아들인데 내 유전자 왜 없어요..() 몰라.. 여튼 몸 푸는 것도 동네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걍 여기서 정착해 평생 살아야겠다 맘 먹는 거지. 아이 얼굴 볼 때마다 중혁이가 보고싶어지는데 거기서 잘 살고 있을 사람한테 무슨 민폐인가 싶어서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겠지... 몰래 아이 낳은 것만해도 솔직히 들키면 큰 일이잖아... 이제 아이가 있으니까 독자는 괜찮음 중혁이랑 닮은 아이가 저를 엄마라고 부르며 사랑을 듬뿍 담은 신뢰의 눈빛으로 매달려오니까.

그렇게 6년이란 세월이 흐르는데 ...독자와 아이가 사는 그 바닷가 마을은 규모가 작긴 하지만 풍광이 아름다워서 여름이 되면 제법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었음. 초여름날씨에 구멍가게는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렸음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문을 밀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음. 방금 들어온 남자 손님... 어디서 본 거 같아. 키 크고 연예인처럼 잘생기긴 했는데 연예인은 아니고... 분명히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음.. 그가 커피 하나를 빼와서 계산대로 오자 그녀는 넉살을 부려봤음. 손님 혹시 예전에도 여기 왔었수? 남자는 고개를 흔들었음.

그가 가고 나서도 그녀는 계속 아리송했음. 분명 어디서 봤는데. 그때 다시 문이 딸랑거리며 열렸고 아이가 들어섰음. 안녕하세요! 아이는 마을의 몇 안 되는 어린아이로 온 마을 노인들의 귀염둥이었지. 아이에게 웃어주려던 아줌마는 순간 깜짝 놀라 어머나, 하고 육성으로 내뱉었음. 방금 그 남자.

독자는 몇 년 전부터 잡지사와 신문사에 사설과 칼럼을 쓰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음. 아이를 키워줄 사람도 없고 돈이 떨어져 곤란하던 차에 지인 소개로 얻게된 일자리였음. 적은 돈이지만 아직은 괜찮았음. 그날따라 날이 화창했고 독자는 빨래를 해다 바깥에 내다 널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달려왔음. 엄마! 독자는 아이 앞에 쭈그려 앉아서 뺨을 닦아 주었음. 아이스크림 자꾸 먹으면 이 썩는다. 아이는 이것만~하고 애교스럽게 몸을 흔들며 웃었음. 맙소사. 내 새끼지만 정말 슈퍼하게 귀엽다... 독자가 지 웃는 얼굴에 약하단 걸 아는 아이는 곧잘 애살을 떨곤했지


어느새 얼굴이 헤벌쭉해진 독자에게 아이가 뜬금없는 소릴 했음. 근데 엄마 슈퍼 아주머니가 그러시는데 아까 나랑 닮은 사람 봤대. ...그래 뭐 세상에 나랑 닮은 사람이 셋은 있다잖아. 관성적으로 오냐오냐하던 독자는 순간 멈칫했음. 뭐? 어디서? 독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하게 변했음. 독자는 가슴이 불안하게 쿵쿵 뛰는걸 느끼고 아이를 채근했음. 너랑 닮은 사람? 남자? 어디서?  언제?  아이는 갑작스레 굳어진 분위기와 다른사람처럼 변한 독자의 모습에 놀라 쭈뼛거렸고 곧 털어놨음. ...랬어. ...근데 엄마 화났어? 이야기를 듣는동안 눈을 바삐 굴리던 독자는 아차하고 표정을 풀었음
아니 화 안났어. 내가 왜 화를 내. 어서 들어가자... 독자는 애써 미소지으며 석연찮게 저를 올려다보는 아이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음. 문을 닫기 전 밖을 한 번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음. 아이가 낮잠을 자는동안 독자는 책상 앞에 앉았지만 글은 한자도 나오지 않았음. 심기가 어지러우니까.

아이가, 근데 남잔건 어떻게 알았어?하고 물었을 땐 정말 할 말이 없었음. 그 사람이 네 생물학적 아빠일 확률이 있어서.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가 없었지. 독자는 애써 부정했음. 아닐거야. 그 하고 많은 바닷가중에 해수욕장조차 변변찮은 여길 왔을리가 없어. 그가 사진찍는 취미가 있었단 사실도 같이 떠올랐지만 독자는 일부러 외면했음. 그래, 최악으로 진짜 그 남자가 유중혁이라 해도 뭐 어때. 지금쯤이면 이설화랑 결혼했을 거고... 저를 만나도 알아보지도 못할 거임. 아이만 들키지 않으면. 독자는 가슴이 답답해져서 아이 뺨을 한 번 쓸어보았음. 너는 내가 지켜줄게...

독자네 집은 골목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 현지인들 말고는 발걸음하지 않는 장소였음. 그래도 혹시나 그 '남자'와 마주칠까봐 독자는 그날부터 최대한 바깥 출입을 삼갔음. 아이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 두었음. 유치원 가지말고 엄마랑 놀자고 하니 좋다고 까르르 웃었음. 아침을 같이 먹고 뒹굴뒹굴 티비를 보는데 아이가 좀이 쑤신지 방을 헤집고 돌아다녔음. 이리와서 엄마랑 놀자고 해도 6살, 세상 모든 것을 부술 흑염룡을 품었을 시기의 사내아이가 가만 앉아있는 건 못할 짓이었음. 아이가 밖에 나가자고 졸라댔음. 독자는 엄근진하게 안된다 일렀음. 그러자 아이가 이번에는 바닥에 주저앉아 떼를 썼음. 나갈래, 나갈래에! 요 앞에 공원에 가고 싶어! 떼 쓴다고 들어줄 것 같아 이놈이... 라고 했지만 정신차리고보니 공원에 나와있지 않겠음. 하여튼 얼빠 ...어쩔 거야... 생애 가장 사랑했던 남자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한테...어떻게 이겨 망할 세상아....

그네만 빨리 타고 얼른 들어가자. 아이는 신이 나서 응응!하고 고개를 끄덕였음. 아이가 탄 그네를 밀어주며 주변을 살펴보자 다행히 아무도 없었음. 독자는 좀 안심해서 아이 웃음소리에 정신이 팔렸고.. 그때 누군가가 공원으로 다가오고 있었지. 키가 크고 셔츠 아래 잘 다듬어진 몸을 가진 남자가.

그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작은 공원을 지나가던 중이었음. 그러다 안에서 들려오는 아이 웃음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음. 한 청년과 어린 아이가 공원에서 그네를 타는 장면이 꽤 예뻐보여서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음. 조리개를 열고 줌을 당기는 순간.

...김독자? 심지 굳게 닫혀있던 남자의 입술이 열렸음. 아닌게 아니라, 저기서 아이 그네를 밀어주는 흰 가디건의 남자는 6년전에 사라진 김독자였음. 그리고 그 옆의 아이는... 남자는 뒷주머니에서 서둘러 자신의 지갑을 빼냈음 그 안에는 자신과 여동생의 어릴 적 사진이 있었고... 아이는 어린 자신과 판박이였음. 그리고 그 사진 뒤에는 머리꼭지만 빼꼼이 보였지만 김독자의 사원증 사진이 있었지. 남자, 유중혁은 눈 앞에 벌어진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잠시 멈춰있었고 하늘로 높다랗게 올라가며 한창 그네를 타던 아이가 우연히 그를 발견했음.

와! 아이가 고함을 치자 유중혁은 깜짝 놀라 상념에서 헤어나왔고 곧 얼어붙은 독자와 눈이 마주쳤음. 그건... 정말 얼어붙었다는 말 밖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음. 방금까진 해사하게 웃고 있었으면서 지금 김독자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서 비틀거리고 있었음. 독자는 아이와 자신을 번갈아 보다가 번개같이 아이를 낚아채서 도망갔음. 엄마? 아이의 말이 귀에 낙인처럼 떨어졌음. 엄마...? 나를 쏙 빼닮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김독자를 '엄마'라고 불렀다는 건...잠깐 머뭇거린 사이 독자가 저만치 달아난 걸 깨달은 유중혁은 일단 생각을 접고 그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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