슉-!


귀에 익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 반즈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 그곳에, 익숙한 신형이 능숙한 낙법으로 착지한다. 아이든 헌터가 그들 뒤에 서 있었다.


"아이든."

"아이든, 오랜만이네."


이제는 익숙해져서, 두 청년은 입술에 호선을 그리며 헌터를 반겼다. 조금 흐트러진 안경을 고쳐 쓴 아이든이 두 청년을 보았다. 이미 군복을 입고 있었던 아이든 헌터가 말한다.


"오랜만이다. 꼬맹이들."






-일기-


2014년 10월 1일 -> 1944년, 5월 17일


아침 메뉴: 파운드 케이크 한 조각, 홍차 한잔.


점심 메뉴: 빵, 토마토, 염장베이컨, 물.


중략..


1994년 5월 2차 세계대전 전장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현재 머무는 곳은 이탈리아 서부 전선으로 덴마크에 위치한다. 내 기억이 맞다는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시작으로 한 오버로드 작전이 펼쳐질 것이다.


(-날려 쓴 글씨체로-오버로드 작전: 프랑스 전역 탈환 작전)


내 생각에, 스티븐 로저스와 제임스 반즈 역시 이 작전에 참가할 듯 싶다. 기억상 암호명이 '해왕성' 인 것으로 추측된다.


숙소는 페기 카터의 옆방으로 배정되었다.


-날려쓴 글씨체로-memorise for advice

mars, apple, cocacola, pepsicola, microsoft, Disney, costco, walmart, nike, mcdonald, burgurking, domino, kelog, kfc, delmont, fixar, dreamworks, netflix, GM, ford, hush.. e.t.c

삼성, 롯데, 오리온, 농심, 넥슨, 네이버, 다음, ~-아또뭐있지



보급품을 새로 받고 몇몇 작전과 전쟁상황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았다.

아래는 지금까지 진행된 각 전선의 상태로..


중략..




1944년, 5월 18일


아침 메뉴: 빵, 주스, 베이컨, 계란, 사과(채소는 없음)

점심 메뉴: 빵, 주스, 소세지, 옥수수죽, 토마토

저녁 메뉴: 닭고기 정찬(캡틴 아메리카 식탁 미친)


주요 인물들을 소개받았다. 체스터 필립스와 인사를 나눈 뒤 하울링 코만도스의 훈련에 다시 참가했다. 몇몇 장교들에겐 짐 모리타의 여동생이라고 소개를 했다. 

*체스터 필립스가 정체를 확실하게 감추어준다고 했으나 항상 조심할 것.

왠 사내새끼들이 인종차별 하길래 싸대기를 날림.




1944년, 5월 19일


체스터가 군인들 팬 것 가지고 뭐라고 하길래 짐 모리타와 자크 데르니에, 제임스 몽고메리 펠스워스를 불러 인종차별에 대해 역으로 고소함. +페기도 참가함. fucking racist


아침 메뉴: 빵, 주스, 베이컨, 계란, 사과(채소는 없음)

점심 메뉴: 빵, 주스, 소세지, 오트밀죽, 당근

저녁 메뉴: 카레(영국군 식단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


부락의 것보다 식사의 질이 좋았음. 향신료를 많이 썼는지 좀 짰음.


스티브 로저스의 달리기 기록이 100m에 5초 돌파.

발전 가능성이 충분함.

*더 갈굴 것.




1944년, 5월 20일


듣자 하니, 아침과 점심 식사는 거의 매일이 똑같음으로 메뉴가 특별할 때만 기록할 것.

저녁 메뉴: 쌀밥(인디카), 고기스튜


자크 데르니에에게서 프랑스어 맞춤법 배울 것.

짐 모리타에게 구식 통신장비 사용법 배울 것.

페기 카터에게 응급처지 심화 과정 배울 것.


(섬세한 총기:낙서)(군화:낙서)(나무:낙서)




1944년, 5월 21일


/Bucky Bans is Brooklyn DANDYYYY/

반즈 개새끼 이거 볼펜으로 썼네 시발, 안 지워져.


저녁 메뉴: 치킨스튜, 빵, 주스


오늘부터 행군이 시작됨. 다음 작전을 위해 전선을 이동할 것이라 함.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로드 작전 인듯 하다.) 아무리 하울링 코만도스와 캡틴 아메리카라도 행군때 차량을 타진 않는듯.




1944년, 5월 22일


저녁 메뉴: 잡탕 콘비프 스튜


행군 느림.


Je m'applelle Iden Hunter. -my name is Iden hunter.

Je ai' quatorxe ans. -I am fourteen years old.


(구식 통신장비 설계도:낙서)




1944년 5월 23일


저녁 메뉴: 파운드 케이크에 라즈베리 잼.


숫자 시발, 프랑스 이 미개한 새끼들.. 누가 숫자를 이렇게 셈. 다시 배워도 거지같네.


(구식 통신장비 청사진: 낙서)

(전선 구조: 낙서)




1944년, 5월 24일.


저녁 메뉴: 말린 생선으로 끓인 수프(이름 모름)


매일 행군을 하니 운동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하는게 좋을 듯.

너무 강도가 약함. 아침 저녁 두시간.




1944년 5월 25일


아침 메뉴: 인스턴트 팬케이크

저녁 메뉴: 치킨 샌드위치(오이 맛이 감)(나만 그럼)


아침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저녁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Je déteste le concombre.


(무전기 해체도와 구조:낙서)

(할리 데이비슨 모델 오토바이 구조:낙서)




1944년 5월 26일


저녁 메뉴: 풀무침에 닭고기


아침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저녁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페기 카터와 무전기로 통화함. 권력 남용 같음.


je

tu

il/elle

nous

vous

ils/elles




1944년 5월 27일.


저녁 메뉴: 파운드 케이크 통조림


아침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저녁 조깅 1시간, 기본 체조 1시간


제임스 모리타가 핸드폰 쎄벼다가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 곡 외움. 미친 자. 로저스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채권팔이를 했을까.


Iden, Pls don give your phon <-'Phone' to Jim.

I begg you.


꺼져줬으면.







캡틴 아메리카가 자신의 캐릭터 송인 Star-Spangled Man에 의해 고통받는 동안, 행군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까지 날아간 하울링 코만도스는 가장 먼저 숙소를 배정 받아 짐을 풀고 고위 장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것은 대부분,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의 일이었다.


"쟤도 참 고생하면서 사네."


아이든이 조금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비행기에서 내내 경제학 책을 읽느라 잠을 못 잤더니 눈이 조금 뻑뻑했다. 버키가 옆에서 트럼프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자기가 만족한다면야."

"뭐야, 원카드? 나도 할래."

"나두요."


알록달록한 일러스트의 낡은 트럼프 카드가 동그란 탁자 위에 올라오자, 심심한 하울링 코만도스들이 어느새 몰려와 의자 위에 둥그랗게 모여 앉았다. 1차 세계대전에 대해 기술한 책을 들고 있던 아이든에게 버키가 물었다.


"너도 할래?"

"..."


아이든이 책을 덮더니, 잠깐 침묵했다. 책표지를 손가락으로 몇번 문지르던 아이든 헌터가 말했다.


"나 원카드 할 줄 몰라."

"진짜?"


버키가 조금 놀라 되물었다. 아이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몰라."

"..왜?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하지 않아?"


심심하면 학교에서 사탕을 걸고 원카드를 했던 버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소리였다. 아이든 헌터는 눈을 한번 깜박였다.


"한국에는 포커 카드가 없어."

"..아! 아, 그렇구나!"


버키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덤덤과 몽고메리도 생각치 못했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이든이 알량한 지식을 꺼낸다.


"거기선 마작을 해. 아니면 장기나, 바둑이나.. 포커는 안 해."


아이든이 담백하게 말했다. 기준은 1940년대다. 버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시아에 트럼프가 있을 리가 없지. 그가 웃었다.


"괜찮아. 가르쳐줄게."

"..."

"자, 일단 이름부터 알려줄게. 이게 하트고, 이게 클로버고.."


자신에게 카드의 이름을 알려주는 버키에게 아이든 헌터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트는 성배, 스페이드는 검, 다이아몬드는 화폐, 클로버는 곤봉. 각각 성배와 성직자, 기사와 귀족, 상인과 재물, 농민과 지혜를 뜻하지. 스페이드는 최고위 문양, 클로버는 최하위 문양. 조커를 죽이는 것은 클로버이며, 스페이드 에이스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지.


아이든 헌터는 버키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버키의 설명이 끝나고, 하울링 코만도스들이 원 카드를 하고 있자니, 열심히 고위 장교들과 인사를 하고 온 스티브가 돌아왔다.


마르고 뼈가 조금 도드라진 단단한 손가락으로 스페이드를 뽑아 버린 아이든이 스티브에게 인사했다.


"왔냐."

"응. 원 카드 하고 있네?"

"응."


아이든이 답하며 이번엔 다이아몬드 카드를 뽑아 툭툭 던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사라지는 아이든의 카드에 덤덤이 침을 삼켰다. 이대로라면 3연속 꼴찌다.


"지금까지 누가 이겼나?"

"반즈 한번, 데르니에 한번, 나 한번."

"대단하군."

"더 대단한 건 덤덤이지."


몽고메리가 키득거리며 제 몫의 카드를 덜었다. 버키가 낄낄 웃으며 카드를 버렸다. 저 녀석 혼자 3연속 꼴찌야.


"야, 너 잘못 버렸잖아."

"어, 아 이런."

"가져가."


아이든이 버키의 손목을 턱 잡아채더니 눈을 부라렸다. 덤덤이 이때다 싶어 말을 얹었다.


"패널티! 패널티로 한장 더 가져가라."

"아, 진짜 이럴래. 너희들?"


아이든이 말없이 턱짓을 했다. 버키가 쳇 혀를 차더니 스페이드 5 한장을 가져갔다. 아이든은 고개를 살래살래 젓고, 하트 2를 2장 꺼내 탁자 가운데로 툭 던졌다. 천장에 달린 연약한 조명이 아이든의 손가락을 비췄다.


"흐응."


헌터가 입을 열었다.


"원카드."

"아, 거의 다 털었는데."


몽고메리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아이든 헌터는 자신의 손에 남은 클로버 12를 미련없이 던져버렸다.


"몽고메리 몇장 남았냐."

"3장."

"아쉽네. 데르니에는?"

"5장이요."


아이든은 덤덤을 쳐다보았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혼자 13장이 남는 건데?"

"...."


덤덤이 침통한 표정으로 제 레몬사탕들을 꺼내놓았다. 자크가 말없이 눈으로 재촉했다. 덤덤은 한숨을 크게 쉬고, 딸기와 오렌지맛 사탕도 꺼냈다.


"으흑흑흑.."

"나 오렌지!"

"아냐, 내꺼!"


아이든은 재빠르게 딸기맛 사탕을 챙겼다. 때론 경쟁이 많은 1위보다 널널한 2위가 좋은 법이다. 망설임 없이 사탕을 까서 스티브의 입에 넣어준 아이든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 했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네."


아무래도 기밀인지라. 한쪽 뺨이 조금 불룩해져 스티브가 곤란하게 웃는다. 아이든 헌터는 스티브 로저스를 시큰둥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대충 떠보았다.


"암호명.. 뭐였더라. 해왕성(Neptune)?"

"!!!"


스티브가 깜짝 놀라 아이든을 바라보았다. 그런 스티브의 반응에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하울링 코만도스가 스티브를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든은 손톱을 약하게 씹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날(D-day)?"

"아이든, 그걸 어떻게."


솔직히 말하자면 들렸다. 아이든 헌터는 여러가지 의미로 초인이었고 두꺼운 벽 뒤에서 나는 소음쯤은 감각을 집중시키면 그냥 들렸다. 그리고 그런 것보다..


"미래."


21세기에서 이 이야기는 꽤나 유명한 것 중 하나니까. 오버로드(overload)작전, 노르망디 전투의 암호명. 아이든은 역사를 좋아했고, 특히 낭설이나 잡지식에 관심을 가졌다. 먼 과거부터 그러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스티브가 긴장이 풀린 듯 푸스스 한숨을 쉬었다.


"놀랐네."

"알아."

"어차피 다 말해줄 예정이었네만."

"이미 아는데."


아이든이 담백하게 말하며 카드를 정리했다. 탁탁, 탁자에 어지럽혀진 카드를 반듯하게 정리한 아이든이 카드를 케이스에 집어넣고 버키에게 건넸다.


"너 거기 참가해?"

"그렇다네."

"역사에 이름을 새기겠군."


아이든이 흥미없다는 듯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 엄청나게 흥미로운 이야기에 하울링 코만도스들이 아이든을 바라본다. 헌터는 어깨를 으쓱하곤 제 책을 들고 가버린다. 스티브는 입에서 달디단 딸기맛 사탕을 굴리며 조금 얼떨떨한 눈으로 그 모습을 쫓았다.


'역사에 이름을 새긴다라..'


한번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그건 진실이었다. 만약 역사에 이름을 새긴다면 그 이름은... 캡틴 아메리카일까, 스티브 로저스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아흐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