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늦은 밤, 약속한 시간보다 늦어졌다는 걸 깨달은 위텅은 걸음을 재촉했다. 잘 잡히던 택시도 유난히 잡히지 않았다. 데리러 오겠다는 걸 막은게 후회되었다. 기다리고 있을텐데 급한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지만 무심하게도 택시는 멈춰서지 않았다.

후-

한숨이 새어나왔다. 어두운 밤거리 위텅은 길 한복판에서 초조함에 서성거렸다.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그에게서 온 문자 하나,

-늦어도 괜찮아. 천천히 -

웃음이 나왔지만 초조함에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여전히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데리러 오라고 할까? 잠시 고민하는사이 익숙한 차 한대가 위텅의 앞에 멈춰섰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위텅은 그 차가 누구의 것인비 바로 알아차렸다. 조수석 창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위텅을 보며 미소지었다. 곧 운전석에 내린 그 사람이 위텅의 앞으로 걸어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데려다 드릴게요. 어디까지 가세요?"

왜 이 순간 그사람이 나타난 걸까? 위텅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위텅을 보며 다시한번 웃었다. 훤칠한 그 사람은 웃을때 얼굴에서 빛이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위텅은 그가 보고싶었다.

"혼자 갈 수 있어요."
"이 시간에 택시 잡기 힘들겁니다. 그 분하고 만나기로 한거 맞죠?"
"네."
"진짜 그냥 지나가다가 보여서 세운거니 부담 갖지 말고 타세요."

위텅은 핸드폰시계를 확인했다. 차를 조금 얻어탄다고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그냥 타는게 나을 듯 했다.

"그럼 신세 좀 질게요."

그 사람이 웃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신경쓰지않으려 했다. 어찌됐든 빨리 갈 수 있으니 상관 없었다. 그 사람이 힐끔거리며 위텅을 보았다. 시선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창밖을 응시했다.

"작품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안될까요?"

분명 거절했었는데....

"저번에 분명히 말씀드린거 같은데."
"꼭 위텅씨하고 하고싶은데."
"왜 꼭 저여야 하는거죠?"

그가 위텅의 물음에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긴걸까?

"그야 제가 그쪽에 관심있으니까."

그 사람의 말에 위텅은 놀랐지만 그러지 않은 척 했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게 맞았다. 이럴때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사이 그가 기다리는 곳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내리려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두 눈이 커진 위텅니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직 대답 안하셨는데."
"둘 다 싫어..."

순간 그 사람의 입술이 위텅을 덮쳐왔다. 벗어나려 했지만 뒷목과 머리를 같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곤 어깨를 겨우 밀어내어 벗어났다.


  화가났다.


  무방비 상태로 타인에게 원하지 않는 스킨쉽을 당했다는 것이 불쾌했다. 그런 위텅의 표정을 읽었는지 그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제야 그사람은 잠금장치를 풀었고 위텅은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불쾌했다. 손등으로 입술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위텅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 사람의 진한 향수냄새가 벤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적 드문 주차장, 그의 차가 멀리서 보였다. 서둘러 뛰어가자 그가 운전석에서 내리며 웃었다. 왠지 그 사람과의 일을 들킨것만 같아 가슴이 철렁했다.

"택시가 너무 안잡혀서 늦었어."
"데리러갈 걸 그랬나?"
"아니야."

그가 자연스럽게 위텅을 끌어 안으려 했다. 위텅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왜 그랬는지 본인도 알 지 못했다. 그가 당황하는 듯 했다. 낯선 느낌이었다. 위텅은 서둘러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아까는 분명 웃고 있었는데 나쁜일을 들킨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양위텅."
"응."
"나한테 할말 없어?"
"......"

그가 위텅을 쳐다보았다.

"글쎄."

어떤 말을 원하는걸까?
그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일까?

"할말... 내가 널 사랑하는거?"

그를 향해 웃었다. 잠시 후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이 풀어지며 평소의 다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안도했다. 거짓말이 아니니까 그를 사랑하는건 당연한거니까 그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그거면 된거였다.



오해는 오해를
거짓말은 거짓말을
의심은 더 큰 의심을
우리의 믿음은
거기까지....
였나보다...






#거짓말과 거짓말






약속 시간에 늦어지는 그가 데리러 오지 말라는 말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데리러 갔다면 벌써 만났을텐데 그렇게 길가를 서성이다 멀리서 보이는 그의 모습에 차에 올라탔다. 마치 차에서 내리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 너머로 보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가까이 오자 차에서 내렸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보였다.

"택시가 너무 안잡혀서 늦었어."
"데리러갈 걸 그랬나?"
"아니야."

품에 안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낯설었다. 그가 이내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에게서 낯선 향기가 났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다.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그의 눈과 마주쳤다.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뭐라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가 내게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았다. 바로 잡았어야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게 내가 이제까지 한 제일 큰 잘못이자 제일 큰 거짓말이었다.

그날 이후 모든게 달라졌다. 못본 척 모른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건 그저 위선일 뿐이었다.





"나랑 얘기 좀 하자."

  그가 등돌린 채 대답했다.

"무슨얘기?"

뭘 하는지 분주해 보이는 그의 등을 응시하며 어떤 걸 먼저 물어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제 나하고 끝내고 싶은거야?"

그가 멈칫했다. 그러나 돌아보진 않았다.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었을까... 차라리 나말고 다른 이가 있다고 얘기해준다면 보내기 쉬울텐데...

그가 돌아섰다.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넌?"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나 없이 살 수 있어?"
"넌 나 없이 살 수 있어?"

정적이 흘렀다.

 나도 그 역시도 그에 대한 해답을 알지 못한다. 












샘유포타쟁이 그러나 BL작가가 되고싶은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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