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부디

제 말을 들어보세요.


첫 만남에 어리숙했던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대를 보는 순간

사고의 회로가 잠시

멈췄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저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대의 눈망울에 잠시

시간을 빼앗긴 것을

부디 제 탓이라 하지 말아 주세요.


그대의 한마디와

그대의 표정 하나에

제가 멈추는 건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어요.


그러니 그대여, 부디

그대의 마지막 인사에

가만히 서있던 저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그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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