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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후배님.]

장해좆 선배. 

이제 안 볼 줄 알았던 이름이 휴대폰 상단에 뜬 걸 보고 흠칫 놀람. 혹시 누가 봤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림.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누군데 당황해?”하고 물은 친구가 눌러버려 1이 사라진 상태임. 좆됐다. 싶지만 이태준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으로 유연하게 문자를 작성함.

[선배님 어쩐 일이세요? 방금 겸우 갔는데요.]

번뜩 뭔가 떠오르긴 함. 배영현이라는 타과 선배가 한겸우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도는 중.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한겸우한테 어제는 캔커피와 함께 전번도 물어봄. 설마 그걸 들었나?

[겸우가 아니라 그쪽한테 볼일이 있어서요.]

이 선배 뭐야. 한겸우 몰래 나한테 무슨 볼일? 이태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장해경이 알파였던 마기연과 사귀었던 게 문득 떠오름. 에이 설마 아닐 거야. 고개를 흔들어도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음. 선배가 설마 나를...?

[무슨 일이신데요?]

이태준은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작성해서 보냄.

[겸우가 박선양 교수님 강의 신청했다는데 그 교수님이 팀플 많이 하잖아요.]

다행히 망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음. 우수한 성적으로 먼저 졸업한 장해경은 교수의 강의 성격을 다 꿰고 있음. 이태준도 그 소문 때문에 한겸우가 같이 강의 듣자고 제안한 것도 거절한 상태임. 이제 팀플은 질림.

[네, 그렇죠.]

[수강 정정해서 겸우랑 같이 들어요. 제가 교수님한테 말해둘게요.]

???

[제 강의를 왜 선배님이 정하세요?]

[그럼 누구한테 부탁해요? 우리 겸우 친구 없는데.]

아니, 한겸우가 친구 없는 게 누구 탓인데? 그 어린 애를 데리고 이짓 저짓 다 해놔서 학과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왜 나한테 전가하는 거지?

[싫으세요, 태준 후배님?]

[제 강의고 제 점순데요.]

이런 식이면 제가 곤란하지 않을까요? 태준은 휴대폰을 잡고 우울한 얼굴을 함.

[부탁해요. 겸우한테 내가 그랬다는 말은 하지 말고요.]

정중해 보이지만, 은근한 협박이 깔려있음 한겸우한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짐. 이게 부탁하는 말투냐고. 짜증이 나지만 이태준은 유교정신이 뇌에 배어있어 선배들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함. 눈물을 머금고 [네.]라 작성함.

 

 

*그 시각 겸우*

 

웅웅. 휴대폰이 진동함. 톡을 보니 이태준임.

[너 애인 잘 뒀더라.]

비꼬는 건가? 한겸우의 이마에 실주름이 생김.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장해경이나 마기연이나 정상적인 사람은 아님.

[박선양 교수 강의 너랑 같이 들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갑자기 왜?]

[몰라, 새끼야.]

뭐야, 왜 화내. 한겸우는 화면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뜸. 그래도 걱정거리 하나 덜어 다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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