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즘 어느 요즘에 마리안느라고 하는 예쁜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리안느는 구름 너머까지 볼 수 있는 크고 맑은 눈과 숨어있는 도토리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멋진 코를 가졌습니다.
단단한 호두도 갉아먹을 수 있는 튼튼한 앞니는 마리안느의 자랑거리지요.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황금빛 곱슬머리는 천사의 날개처럼 부드럽습니다.

 

마리안느는 사람도 동물도 아무도 없는 깊은 숲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침 해가 뜨면 잠에서 깨어나 장미꽃에 고인 물을 마시고 낙엽 밑에 숨어있는 도토리를 찾아 식사를 하고 은쟁반 같은 연못속의 예쁜 마리안느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가끔 하나뿐인 친구인 아기 파랑새가 찾아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아기 파랑새의 재잘거림을 듣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행복하던 어느 날,
오랜만에 아기 파랑새가 마리안느를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이구나, 아기 파랑새야 어떻게 지냈니? 나에게 즐거운 이야기들을 들려주렴.”

“마리안느야 나는 이제 짝짓기를 하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한단다.”

“짝짓기? 그게 뭐니 아기 파랑새야?”

“나는 이제 아기 파랑새가 아니라 그냥 파랑새란다. 어른이 되면 평생 함께할 짝을 찾아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야 해. 너도 이제 어른이니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지 말고 얼른 나가서 짝을 찾으렴.”

“어른은 꼭 짝이 있어야 하는 거니?”

“당연하지. 너는 참 답답한 소리를 하는구나.”

 


그냥 파랑새는 마리안느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포르르 날아갔습니다.
마리안느에게 혀를 쯧쯧 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지요.

 

“어른이 되면 짝을 찾아야 하는 건가 봐!”

 

마리안느는 자기도 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아끼는 도토리와 물을 담아 마실 장미꽃을 한 송이 따서 짐을 꾸렸습니다.
숲 속을 떠날 채비를 마치고서 연못 속의 마리안느에게 인사 했어요.

 

“안녕, 잘 지내고 있으렴. 예쁜 마리안느야. 너처럼 멋진 아이는 모두가 짝이 되고 싶어 할 테니 금방 짝을 데리고 다시 돌아올 거야!”

 

마리안느는 행복한 숲 속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머리 위를 가리던 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촉촉하던 길이 바싹바싹 마른 길로 바뀔 때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마리안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 도착했습니다.
사막은 새하얀 모래로 가득했어요.
사그락 사그락 마리안느의 걸음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따라왔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여기서 나의 짝을 만나게 될까?”

 

마리안느의 가슴이 설레임으로 가득 찼습니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침 목이 말랐던 마리안느는 물소리를 따라 갔습니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하얀 모래 틈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리안느는 물을 뜨려고 꽃송이를 꺼냈어요.
그런데 꽃송이가 물줄기에 닿자마자 탐스럽던 꽃송이가 시들어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마리안느가 시든 꽃송이에 담긴 물을 마셔보았습니다.

 

“에퉤퉤! 아이 짜! 이건 소금물이잖아!”

 

물줄기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소금물이었어요.
물줄기는 점점 가늘어지더니 하얀 모래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흑흑흑흑흑..”

 

어디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자 다시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물줄기의 끝엔 슬프게 울고 있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내 짝인가요?”

“흑흑 나는 너무 못생겼어. 난 누구의 짝도 되지 못 할 거야.”

 

여자는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어서 마리안느는 여자의 얼굴도 볼 수 없었어요.

 

“나를 봐 주세요. 내가 당신의 짝일지도 몰라요”

 

여자는 손가락 틈으로 마리안느를 살펴보았습니다.

 

“너는 나보다 더 못 생겼구나.”

 

여자는 손을 내리고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아니에요. 나는 아주 예쁜걸요.”

“아니야. 너는 눈도 하나밖에 없고, 들창코에 뻐드렁니잖니.”

 

여자의 말에 마리안느는 한 바퀴 돌며 뽐내듯이 이야기 했어요.

 

“내 눈은 아주 크고 맑아서 구름 뒤 까지 볼 수 있고 내 코는 숨어있는 도토리도 찾을 수 있어요. 튼튼한 앞니는 호두도 갉아먹을 수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지요.”

 

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아니야 넌 크고 징그러운 두꺼비눈에 더러운 돼지 코, 누런 토끼이빨이야. 아주 못생겼어. 예쁘려면 사슴 같은 두 눈과 오뚝한 코와 앵두 같은 입술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만 하나요?”

“그래. 그래야만 해”

“그럼 나는 못생겼군요.”

 

마리안느는 자기가 못생겼구나 생각했어요.

 

“너는 누구니?”

“나는 마리안느라고 해요. 짝을 찾고 있답니다. 당신은 짝이 있나요?”

“아니. 난 못생겨서 아무도 내 짝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아”

 

마리안느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은 사슴 같은 두 눈과 오뚝한 코와 앵두 같은 입술이 있으니 예쁜 거 아닌가요?”

“내가 예쁘다고?”

“네”

 

마리안느가 예쁘다고 하자 여자는 울음을 그치고 마리안느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래 내가 너보단 예쁘지.”

 

여자는 뽐내는 듯이 말했습니다.

 

“맞아요. 예쁜 당신이 나의 짝이 되어 주시겠어요?”

 

마리안느의 말을 듣자 여자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눈을 뾰죽한 삼각형으로 뜨고 마리안느를 노려보았습니다.

 

“감히 네 짝이 되어 달라고? 난 너 같은 못난이는 필요 없어!”

 

여자는 온 힘을 다해 마리안느를 밀쳤습니다.
마리안느는 데굴데굴 굴러 소금 사막에 처박혔어요.
여자는 다시 울면서 어딘가로 떠났습니다.

 

“흑흑흑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나를 예뻐 해주지 않아. 흑흑흑...”

 

마리안느는 눈에 소금이 들어가 너무 따가웠어요.

 

“아이 따가워! 아이 따가워!!”

 

마리안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마구마구 달렸습니다.
위로 아래로 동으로 서로 눈의 따가움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쿵!

 

단단한 것에 부딪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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