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애인은 미묘한 장거리 연애를 한다. 집과 집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않은데 나의 직장이 애인의 집과 너무 멀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꼭 2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칼퇴근을 해야지 겨우 밤10시 부근에 얼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평일에 두번은 꼬박꼬박 얼굴을 보고 함께 잠에 든다. 내가 애인 집에 가거나 애인이 내 집에 온다. 애인은 나보다 일찍 퇴근을 하는데, 가끔 내 회사까지 지하철을 타고 나를 마중온다. 애인집으로 올라가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왕복 4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하는 애인이 안쓰러워 한사코 오지말라고도 해봤지만 이제는 어느새 애인이 오겠다고 하면 기쁨이 더 앞서고만다. 

익숙해지면 안되는데, 당연한 것이 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에 애인이 주는 사랑에 그어왔던 선이 이제 흐릿해진다. 선 따위는 무의미할 정도로 퍼부어지는 사랑에 속수무책으로 행복을 느끼고 만다. 

지하철 문에 기대어 서로를 나란히 쳐다보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 우리의 데이트가 됐다. 

오고가는 인파에 파묻혀 나의 가장 부드럽고 연한 마음을 애인에게 꺼내어놓는다. 진하게 풍겨오는 숯불갈비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기도하고 우리를 빤히 쳐다보는 할아버지와 눈싸움을 벌이기도 하면서. 

 

쓰고싶은 글을 쓰는 사람 / 에세이,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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