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도 서툰 0개국어 능통자가 영작한 거라.. 영어 대사가 어눌할 수 있습니다. 이런 뉘앙스다만 봐주세요.

* 차유진 독백은 다 영어라고 생각해주세요 (뉘앙스 살릴 부분만 생각하다가 차유진 독백 영어라고 표시하는 걸 잊었어요...ㅜ)

박문대는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 반응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 클립이 많이 돌아다니네..'

다양한 콘텐츠를 연예인이 찍으며 일종의 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위튜브 채널의 클립이었다. 팬 인터뷰 영상인데... 희한하게 조회 수가 높았다. 특정 클립이 많이 돌아다닌 것뿐이긴 하지만.

"문대문대~ 뭐 봐?"

이세진을 비롯한 멤버들이 박문대 주변으로 다가왔다. 박문대는 화면을 살짝 틀어서 보여주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테스타 멤버 모두는 연습실 바닥에 둘러앉아 그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Q. 테스타 멤버 중에서 가장 가벼울 것 같은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한다고...?'

[음, 아무래도 유진이 아닐까요.]

[아니거든? 우리 유진이 겉은 그래 보여도 속은 진중한 그런 캘리보이일 거라고!]

이 클립 속 질문이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의외로 소수에 불과했다. 차유진의 이미지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해 SNS 타임라인이 시끄러울 뿐이었다.

"나예요! 근데, 가벼운 사람? light?"

차유진이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며 물었다.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게 즐거웠는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일단 신부터 났던 모양이었다.

"아. 그러니까, 음. lightweight person(진중하지 않고 가벼운 사람)."

"What? 나 아니에요!"

차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도 나, 그렇게 생각해요?"

차유진이 자신의 옆에 있던 박문대에게 물었다.

"음, 글쎄. 나느.."

"아니에요!"

차유진이 갑자기 연습실 밖으로 뛰쳐나간 탓에 박문대를 비롯한 멤버들은 모두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차유진은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 무겁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가볍지도 않았다. 뭐, 그런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 또한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데

'What the hell is this feeling?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차유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차유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움찔했다. 박문대의 목소리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뒤돌아볼 수가 없었다. 박문대는 그런 차유진의 곁으로 다가가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았다. 둘 사이엔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박문대의 작은 한숨이었다.

"차유진. 고개 들어 봐."

울어? 하고 묻는 박문대의 다정한 목소리에 차유진은, 정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안 울어요."

"그럼 나 좀 봐봐."

그 다정한 목소리에 당장이라도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박문대는 잠시 말이 없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어. 좀 더 있다가 들어와. 오래 있지 말고. 감기 걸릴라."

돌아서 가려는 박문대의 후드티 소매가 차유진에 의해 쭉 늘어났다. 그에 박문대가 피식 웃었다. 그가 다시 차유진의 옆에 앉아 물었다.

"..많이 속상했어? 팬분들이, ...널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아니요."

자신의 대답에 그럼? 하고 되묻는 박문대에게 쉽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조차 이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다시 물어볼 뿐이었다.

"형도 나, 그렇게 생각해요?"

그제야 자신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차유진에 박문대는 아 하고 작게 탄식했다.

"차유진."

"네.."

"네가 그렇게 나가버려서 말을 못 했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말하려고 했어."

"정말요?"

고개를 끄덕이는 박문대를 보더니, 차유진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하지만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꾸, 내 안에 악마가 생겨요!"


***

"문대 형! 좋아 보여요!"

"응? 아, 응. 좋아."

"나도 좋아요!"

박문대가 기분이 좋으면 괜스레 자신까지 기분이 좋아졌고,

'Look so gloomy..'

"...기분 별로야? 초코바 줄까?"

박문대의 표정이 어두우면 그보다 자신이 더 다운되는 듯했다.

박문대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고,

"선아현. 이거 마셔."

"고, 고마워... 문대, 야."

박문대가 자신은 안 봐주고 다른 사람만 신경 써주면 입술이 삐죽거렸다.

그의 칭찬 한 번 더 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기도 했다. 더 잘하고 싶었다. 땀으로 샤워한 듯 온몸이 다 젖도록 열심히 했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내뱉지 않고 그저 가쁜 숨만 내뱉었다. 안무 아이디어도 열심히 냈다.

"문대 형께 상의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저번에 보여드렸던 곡의 방향성을 아예 키치한 쪽으로 틀면 어떨까 싶어서 다시 손을 봤는데, ..."

"음, 좋을 것 같네. 수고했어. 작업실 가서 들어보자."

그런데도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칭찬해주면 자꾸만 자신의 안에 악마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그저, 자신에게 테스타 멤버 모두가 소중한 만큼 박문대 또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여겼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하였다. 그런데 자꾸만 자신의 안에 있는 악마가 자라났다. 박문대의 웃음이 자신만을 향한 것이었으면 좋겠고. 박문대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것도, 그가 기대서 쉴 수 있는 것도,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이었으면 싶었다. 박문대에게 있어 최고는 늘, 자신이었으면 했다.

"..자꾸, 내 안에 악마가 생겨요!"

"? 어... 그러냐."

고개를 갸웃한 박문대가 먼저 일어나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방황하는 눈동자가 중2병이 온 건 아닐 텐데... 하며 생각하는 듯했지만. 뭐, 암튼. 차유진 또한 답답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안으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와 차유진은 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베개에서 박문대의 향기가 났다. 차유진은, 아 어제 문대 형한테 베개를 빌려줬었지 하고 배시시 웃었다. 마치 박문대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주체 없이 일렁였다.

'악마가 내 안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거야.'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차유진의 침대 쪽으로 와 살짝 걸터앉았다. 침대가 살짝 꺼진 곳에서 자신의 베개의 향이 더 짙게 느껴졌다.

"차유진."

박문대의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러자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려 고개를 숙여 바라보는 박문대가 보였다. 가슴이 붕 떠올랐다.

"...그, 방송 같이 본다고 거실에 모여있는데. 아직도 기분 별로면, 안 나와도 돼."

박문대가 앉아 살짝 꺼져있던 자리가 훅 올라가자, 붕 떠올랐던 가슴이 다시 쿵 내려앉았다. 차유진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봐요! 문대 형 방송 봐요!!"

그런 차유진을 보며 박문대가 싱긋 웃고 흐트러진 그의 머리칼을 살살 매만져주었다.

"그럼 얼른 나와."

쿵 내려앉았던 가슴이 다시 한번 붕 떠올랐다. 더 높이.

'악마가 시소를 타고 있나 봐.'

뒤돌아 밖으로 나가려는 박문대의 뒤통수에 자꾸만 이상한 말을 내뱉을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붕 떠오른 악마가 목까지 올라온 것이 분명했다.

'이젠 내 혀로 미끄럼틀을 타려고 해.'

"뭐 하고 있어."

차유진은 방문 앞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박문대에 그저 해맑게 웃으며 달려갔다.


거실에 나가자 이미 모여앉아 방송을 보고 있는 멤버들이 보였다. 이미 시작한 지 꽤 된 듯했다. 박문대는 그 속을 파고 들어가 소파 한가운데에 쿠션을 꼭 끌어안고 앉았다. 차유진 또한 박문대의 옆에 붙어 앉았다.

멤버 모두 진지하게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저라면 저렇게 편곡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분은 목소리의 톤이 깔끔하기 때문에.."

"..알겠어, 래빈아."

너무 진지하게 빠져든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지만, 암튼. 이미 다섯 명의 출연진의 무대가 지나갔음에도 박문대는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가끔 리액션컷이 나오긴 했지만, 멤버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문대문대, 뒤에 했어?"

"응. 저 선배님 다음이 나야."

노래가 끝나고 화면에 'Who is the next' 자막이 떴다.

"이제 문대 나오나 보다."

화면에 박문대의 얼굴이 나왔다. 곧 작업실 전체가 보이더니 작업실에 앉아 박문대와 김래빈이 함께 작업하는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그 모습에 조용했던 차유진 속 악마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박문대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박문대는 잠시 움찔한 듯했지만,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었다.

박문대의 작업기 영상이 모두 지나가고, 화면엔 무대 위 박문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대 씨는 어떤 곡을 선곡하셨다고요?]

[Play on the ground입니다.]

[팝송을 선곡하셨군요! 그런데.. 그 곡이라면, 2yeol..이죠? 고음이 굉장히 유명한 락 밴드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왠지 고음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자, 그럼 문대 씨의 무대! 지금, 시작합니다!]

무대 전체를 환하게 빛내던 조명이 모두 꺼지고, 핀 조명 하나가 박문대를 비추기 시작했다. 조명 아래 박문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전주가 끝나자 천천히 입을 뗐다. 기존의 락 스타일은 완전히 사라진 서정적인 멜로디였다. 그 위로 박문대의 맑은 목소리가 더해지자 원곡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문대의 목소리가 첫 소절을 울리자, 차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면을 응시했다. 역시 그 누구보다 박문대가 가장 뛰어난 보컬이다 싶었다.


큰 고조 없이 흘러가던 멜로디가 여러 소리가 더해지며 점점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처럼.


[ Feels like I'm on a swing. (가슴이 그네를 타는 것만 같아요) ]


하이라이트에 다다르자 박문대의 입에서 시원한 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 My heart must be on a teeter-totter. (내 마음이 시소를 타고 있나 봐요)

I sink at every word you say. And go up again. (당신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아요. 그러다가도 당신의 말 한마디에 다시 괜찮아져요) ]


고음이 절정에 다다르자 모든 멜로디가 뚝 끊겼다. 처음의 그 서정적인 멜로디가 피아노 반주로 흘러나왔다.


[ You make me a child. (나를 어린애로 만들어요) ]


좀 전까지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던 박문대의 목소리가 다시 맑고 깨끗한 소리를 냈다.


[ I keep playing on the ground. (계속 놀이터에서 놀게 돼요)

Keep playing on the ground. (계속 놀이터에서 놀아요) ]


멜로디가 거의 사라진 반주 위에 말하는 듯한 박문대의 목소리가 입혀졌다. 노래가 모두 끝나자 눈을 떠 화면을 응시하는 박문대가 보였다. 그와 차유진의 눈이 마주쳤다.

멤버 모두는 박문대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각기 떠들어댔다. 각기 떠들고 있지만, 그 말은 다 잘했다는 얘기였다.

"저건 문대문대가 우승이지!"

"마, 맞아...! 문대 잘했어!"

"래빈이도 편곡 잘해줬고."

"아닙니다...! 문대 형께서 의견을 내신 것이 굉장히 좋아서, 그대로 편곡하였을 뿐인데 ...역시 문대 형께서는 안목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또, 워낙 목소리가.."

"그래, 다들 고마워.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그제야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차유진이 조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대로면 문대 형 최고예요! 하면서 제일 요란을 떨었어야 했는데, 이상했다.

"차유진."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차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차유진은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밖에 있었다고 감기 걸렸나... 얼굴이 빨간데.'


차유진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베개뿐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밴 박문대의 향기가 느껴졌다. 박문대가 계속 느껴졌다. 악마가 또 안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자신의 속을 휘젓는 악마로 인해 계속해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가슴이 벅찼다.

"...I'm playing on the ground."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 어떤 말로도 감히 형언하기 어려운.

첫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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