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 낳은 후로 밤낮으로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한겸우임.  한겸우는 괜찮다고 하지만 마기연은 괜찮지 않음. 수술실에서 차게 식은 한겸우가 중환자실로 옮겨 갔을 때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걸 경험했었음. 차가운 손발을 만질 때면 그 날의 악몽이 재현되는 기분임. 그래서 마기연은 밤마다 차가운 한겸우 손발을 문대주며 잠을 자는 게 일상임. 

밤마다 바람이 들까 안아주고 이불을 돌돌 말아 재웠는데도 체력이 떨어진 한겸우는 아침이 되자 콜록됨.

"기연 선배 나 열나는 거 같아."

한겸우가 침대에 걸터 앉아 중얼거리자 잠이 확 깸. 그러게 이번 학기는 쉬어야 한다니까. 저 고집불통. 마기연이 인상을 확 쓰는 와중 제일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장해경임. 달려들어 열을 재면서 주치의에게 전화해 한겸우의 몸 상태를 빠르게 말함. 탈수되지 않게 생강차를 타주고 주치의가 골라준 해열제를 먹임.

“오늘 강의…….”

강의 받으러 가야하는데요. 열에 빠져 한겸우가 중얼중얼거리자 마기연은 인상을 씀. 일어나면 옷을 입고 주섬주섬 강의받으러 갈 거임. 그래서 옷을 죄 버려야겠다고 마음 먹음. 드레스룸으로 건너가 눈에 보이는 한겸우 옷을 집어 드는데 옆에서 부스럭 소리가 남. 장해경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서 있음. 거기에 넣어 버리라는 뜻임. 다른 때는 티격태격 싸워도 이럴 땐 죽이 잘 맞는 장해경임.

"존나 골 때리네."

이럴 땐 소름끼치게 닮아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옴.

“한겸우한테 미움 받는 거 싫어하는 새끼가. 이런 건 내가 하니까 넌 가서 착한 척 가증이나 떨어.”

"착한 척이 아니고 겸우한텐 진심으로 착해요. 유일하게 한겸우한테만 진심이라."

쓱 장해경의 입술 끝이 미미하게 올라감. 마기연은 저 앞뒤 다른 장해경이 지금 이 순간도 최선을 다해 착한 척 가증을 떨고 있다는 걸 앎. 당장에라도 마기연이란 사람을 한겸우 옆에서 치우고 싶으면서도 아닌척.

"네가 언제부터?"

쥐잡듯이 애 잡을 때가 어제 같은데 무슨.  골프채 휘두르고 그것으로 모자라 병실에서 한겸우한테 했던 짓을 생각하면 여전히 피가 거꾸로 솟음.

"사랑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하여튼 얌체 같은 새끼. 

싫으나 좋으나 장해경과는 비밀한 동업자임. 마기연은 장해경을 밀어내고 쓰레기봉투에 옷을 담음.

싹 나은 한겸우는 옷이 없는 걸 알고 어이없음.  마기연에게 달려들어 왜 멀쩡한 옷을 버렸냐고 잠깐 다투고 잠옷을 입은 채로 장해경과 옷을 사러감. 초가을이라 여름 옷 사기 애매해 가을 옷을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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