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2006)를 뒤늦게 봤는데 참으로 오묘한 점이 있어서 적어본다.

델 토로 영화를 보면 머랄까 델토로의 꾸준한 남혐을 느낄 수 있었달까 정확히는 masculinity(남성성)의 패망을 꿈꾸는… 이런 영화들은 일종의 프로파간다인가(내편이라 다행이다<)하는 생각도 드는데 결국 대부분의 갈등(=폭력)이 ‘불안’을 야기하는 데에는 어떤 위협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불안을 응징하려는 노력까지도. 이걸 복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델토로나 박찬욱이나 아리 애스터같은 사람들의 그 몹시 불안정한 불안들은 masculinity에 대한 저항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하여 나의 결론(?)은 (에피스테메나 에토스 같은 부분은 차치하고) 사실상 인류의 원초적인 부분에서 masculinity의 안티가 femininity는 아니라는 점이다.

라깡의 팔루스나 버틀러를 예시로 들지 않아도… 뭐라고 해야할까 '영화'가 저항성을 보여주기 너무나도 좋은 매체라는 생각은 한다. 영화가 masculinity를 표방하는 매체이긴 하지만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한… 아 정말 정치적 매체 아닌가 하는. (물의 형태 같은거 보면 진짜 썩는 냄새 나는거같다고 그 masculinity의 부패라는 것은)

이 정치적인 폭력성(=masculinity)은 (사회적) 남자에게 거대한 지침(이자 억압)으로 작용하고, 여기서 (사회적) 여성은 자유롭다… 다른 억압이 존재하니까… 가령 뭐 아비살해 서사는 걍 평범한거라고 할 수 있지 아비살해는 체제전복이 되지 못함 그럼 전복은 어디서 볼 수 있겠느냐… 델 토로는 그거시 왹져에 잇다고 말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인본성(humanity)를 설정할 때, 그 전에 man에 대한 정의가 선행했다고 생각한다면, humanism은 masculinity의 전복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주체가, 그 원초적 불안감은 (애초에)(굉장히) '남성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영화라는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화적 서사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은 그 masculinity에 부합하거나 혹은 그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혐오하고, 저항하고 싶어하는 '신성(神性)'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사로잡히거나)

신에 부합하거나, 숭배하거나, 혹은 나아가 저항하거나, 용기가 좀 더 있으면 대항하거나 하는 인간의 신에 대한 반항의식 말이야. 신성은 masculinity이고, 지속해야할 체제이자 구조이다. 그러므로, 전복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여기서 내가 흥미로워하는 점은 그 masculinity의 표상을 거절하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거세하거나) 하는 것은 anti-masculinity의 혐의-의지-로 똘똘뭉친 남성 감독의 femininity라는거야 불안의 극복은 결국 그 불안의 극도에서 사라지는가 하는 그.. 혐의... (결국 이 모든게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거같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안될건없지)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사실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델 토로나, 아리 애스터나, 박찬욱 같은 사람의 '남혐'은 원초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굉장히 분노에 찬, 이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기 이전'의 근본적인 불안감에서 나오는... 원초적인 반항이라는. 최초의 신에게 반항하는. 난 이게 사실 '윤리적 문제(혹은 에피스테메)' 이전의 뭔가에 대한 접근을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후의 대립은 masculinity가 만들어낸 갈등이다.

실질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feminism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anti-masculinity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쩌면 이 둘의 관계는.. 같은 의미라기보다는 뭐 도와준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정도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단서를 어쩌면 남성성을 싫어하는 남자들에게서 본 거 같은 기분도 들었기에.

이런 것들이 전복된 이후의 세계는 진정한 humanity의 의미가 (적어도 그 담론이) 시작될 수 있는 곳일까? 혹은, 또다른 구조가 차지할 것인가? 암튼 <판의 미로>는 그런 점에서 매우 재밌는 영화였다.

결론: 결자해지 하라.

@dugo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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