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1.

커피는 식었고 'one more second'는 끝났다. 거실은 춥고 음악은 좋다. 

애플 뮤직이 추천해준 노래 들으면서 작업실 왔다.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활기를 불어넣어 줄 믹스. 내 감상은... 활기가 뭔지 모르나?

그래도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은 좋았고, 어쩐지 이런 걸 활기라고 부를 수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80년대 대처 시절을 살았던 영국 청년들의 활기라면... 

디페시 모드 진짜 오랜만에 들었는데 초창기 노래들은 그래도 귀엽고 좋은 거 같다. 무게 잡고 목소리 깔기 시작한 이후로 꼴보기 싫어졌을 뿐. 정확히 말하면 그 시절을 좋아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한참 전부터)는 아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을 것 같다... 

작업실 현관 앞에 알리에서 온 파워케이블이랑 김밥레코즈에서 온 엘피들 있었다. 프리앰프는 아직 오려면 멀어서 파케는 두고 집에서 가져온 전원 분배기 끼웠다. 그런데 설계가 이상해서 아래나 위에 다른 코드가 꽂혀 있으면 간섭 때문에 꽂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끼우나마나 아니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멀티탭에다 전에 이케아에서 산 멀티탭 중복으로 연결하고 집에서 가져온 블루투스 수신기 꽂았다. 처음부터 멀티탭을 6구로 샀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후회를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럴 땐 후회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이... 

블루투스 수신기 가져온 김에 프리앰프 오기 전이라도 파워앰프에 직결해서 한 번 들어보려고 파워앰프랑 포노앰프 분리했는데 했는데, RCA to 3.5 라인 쓰려면 포노앰프랑 턴테이블도 분리해야 해서 귀찮아서 다시 꽂았다. 그냥 LP나 듣자 뭘 듣지? 하다가 펄프 [Different Class] 올렸다. 그런데 소리가 뭔가 이상한데? 귀를 기울여보니 왼쪽 스피커가 안 나왔다. 아까 뭘 잘못 만졌나 어디가 제대로 안 끼워졌나 살펴보다가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RCA to 3.5 케이블 만지니 제대로 나온다. 약간 접촉이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알리에서 3.5 to RCA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리가 여전히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고 답답하고 너무 여러 번 들어서 늘어난 테이프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뭐지 왜 이러지 진공관이 덜 예열 됐나 선이 제대로 안 꼽혔나 싸구려 기기는 어쩔 수 없나 생각하면서 끝까지 들었다. B사이드의 마법도 일어나지 않았다. 확인을 위해 맷 버닝거 틀었다. 판은 여전히 휘어 있었고, 소리는 아무 이상 없었다. 오히려 더 좋게 들리기도 했다. 아마 펄프랑 비교가 되서 그런 거 같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펄프 앨범이 구리다는 거다. 마스터링이 제대로 안 됐건 판을 제대로 못 찍었건 포노 커브가 안 맞건(이건 아닐듯)... 이게 바로 good music bad pressing이라는 거구나 생각하며 꿀렁꿀렁 돌아가닌 휘어진 맷 버닝거 판을 보았다. 빨리 유리판 주문한 게 와서 맷 버닝거 판을 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LP 랙을 둘러보며 다음에 들을 판을 골랐다. 이제 한 70장 되려나. 그런데 벌써 아크릴랙이랑 우드랙이 다 찼다. 아크릴랙은 5면이 막혀 있어서 괜찮은데 우드렉은 앞면이 낮고 옆면이 사선으로 이어져 있는, 앞뒤 높이 차가 있어서 맨 앞쪽에 있는 판이 휘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LP를 그만 사야 하나? 아니면 랙을 하나 더 사거나. 아크릴랙으로...

근데 진짜 CD랑 비교하면 이런 정성도 없다. 겉비닐 따로 끼우지 속비닐 따로 끼우지 적당히 세워놓으면 되는 CD랑 달리 전용 랙까지 따로... 

오아시스 [넵워스 라이브] 틀었다. 스포티파이로 들었을 때도 그렇고 LP로 처음 들었을 때도 그렇고 뭔가 음질이 답답하고 터져야 할 부분이 터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는데 외장 포노앰프를 연결하니 출력이 늘어나서 그런가? 확실히 그런 부분은 좀 덜한 것 같다. 다만 음원 자체가 그리 좋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게 고음 부분이 약간씩 뭉치는 것 같다. 앰프나 턴테이블의 문제일 수도 있고... 게이트폴더 3LP라 겉비닐에 들어가지 않아서 알판들만 따로 속비닐에 넣은 것을 자켓 없이 겉비닐에 넣어두었는데 뭔가 불안불안하다. 그냥 오리지널 커버에 넣어두어야 하나? 근데 이렇게까지 해서 LP를 들어야 하나?

혹시나 해서 비면으로 넘기기 전에 예전에 사두고 안 썼던 유그린 3.5 to RCA 얇은 케이블이 있다는 게 생각나서 그걸로 바꿔보았다. 그런데 소리가 정말 달라진 것 같아... 고음에서 뭉치는 것 같은 느낌이 줄어든 대신 약간 전체적으로 소리가 얇아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펄프 다시 들어봤는데 기본적으로 프레싱 상태가 좋지 않은 게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덜 답답하고 좀 더 깔끔하게 정돈 되면서 나름의 공간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하하... 아무리 일기라지만 이런 말을 써도 되나... (*22년 12월 7일 지금 블로그에 옮기며 이 부분을 삭제할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일기라도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포티파이 재즈 믹스 틀어놓고 일하다가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LP 틀었다. 이제야 턴테이블 올바른 사용법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업다운 버튼을 꾹 누르면 홀드가 되어 암이 들린 상태로 고정되고 그 상태로 원하는 위치에 옮긴 다음 다시 업다운 버튼을 눌러서 홀드를 풀면 암이 내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슬쩍 들어서 내려놓는 게 아니라... 어쩐지 판에 바늘이 닿으며 퍽퍽!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라... 

그렇게 [Serpentine Prison]의 3번째 트랙 'One More Second' 듣는데 왜 또 소리가 지저분해진 거 같지? 이번에는 좀 더 높은 음역대에 뭐가 묻은 것 같은(...) 느낌인데 이놈의 느낌느낌느낌! 내일 건강 검진하고 돌아와서 수면 마취 약간 덜 풀린 상태에서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커피는 식었고 'one more second'는 끝났다. 거실은 춥고 음악은 좋다. 집에 갈 시간이다.


21.12.22.

오늘은 포컬 헤드폰을 본격적으로 들었다. 건강 검진하고 버스 타고 작업실 오면서 들었는데 확실히 오버이어라서 귀를 다 덮는 게 좋았다. 따뜻해. 모양은 좀 우습긴 하지만 괜찮아 아저씨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음질은 전에도 느꼈지만 나쁘지 않은데 와! 할 정도도 아니다. 부드러움이 필요한 음악에는 원래 쓰던 헤드폰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한데 이름이 뭐더라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 y50bt 뭐 이런 거였는데... 아무튼 선명하게 잘 들리는 건 그래도 포칼이다. 깜박 졸다가 헤드폰이 벗겨질 뻔하기도 했다. 약간 작아서 눌린다는 리뷰가 많았는데 눌리기는커녕 오히려 벗겨질 거 같다니 나 의외로 머리가 작은가? (아님)

작업실 가자마자 앰프 켰다. 그렇지만 따로 음악을 듣지는 않고, 그냥 일 하는 동안 배경음악처럼 틀어두었다. '겨울엔' 듀크 조던 [Flight to Denmark] 듣다가 스텔라 도넬리 [Beware of the Dogs]  틀었다. 예열을 오래 시켜둬서 그런가? 어제보다 훨씬 좋은 느낌이다. 특히 어쿠스틱 하면서 보컬이 돋보이는 스텔라 도넬리 앨범을 충실하게 재생해주었다. 나윤이를 따라 말하자면 "그런 노래를 더 듣고 싶어..."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라나 델 레이의 [노먼 퍽킹 록웰] 같은 거?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밤의 광역버스고 스포티파이 2021년 베스트앨범 플리 틀었는데 때마침 아델 '투 비 러브드' 나온다. 이 노래도 진공관 앰프로 들어보고 싶었는데 프리앰프 오면 블루투스로 들을 수 있으니 꼭 LP를 안 사도 되겠지? 글쎄... 


21.12.23.

야호! 프리앰프 세관 통과하고 우체국으로 넘어갔다고 연락 왔다. 내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렇게 쓰니까 되게 별로네 그냥 생각보다 일찍 온 택배라고 해야지... 

작업실 오자마자 앰프 켜놓고 정작 노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면서 스포티파이로 들었다. 스포티파이가 추천하는 데일리믹스 듣는데 Cassandra Jenkins랑 Wednesday가 좋았다. 특히 Cassandra Jenkins의 'Hard Drive' 들으면서 이렇게 나긋나긋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하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노래에 대한 취향은 어떻게 생긴 건지 새삼 궁금했다. 굉장히 오래된 취향이라는 건 분명한데.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작업실 오자마자 앰프 켜긴 했는데 오늘도 하루종일 작업하면서 스포티파이만 들었다. 데일리 믹스 위주로. 여성 보컬이 부른  좋은 노래들이 많았다. cassandra jenkins? wednesday? 또 몇 개 더 있었는데 아무튼.

특히 카산드라 젠킨스 ‘하드 드라이브’ 들으면서 나긋나긋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노래에 대한 취향은 어떻게 생긴 건지 새삼 궁금했다. 굉장히 오래된 취향이라는 건 분명한데. R.E.M. 'E-Bow The Letter'나 블러 'Parklife' 같은 90년대 노래들. 비교적 최근으로 치면 디스트로이어 'Crimson Tide'나 Lost Girls 'Menneskekollecktivet' 같은 노래들도 그렇고.

머리 아파서 거실 나와서 Sharon Van Etten [Remind Me Tomorrow] 틀어놓고 조금 쉬었다. 소리는 너무 좋은데 전체적으로 약간 자글거린다고 해야 하나 살짝 디스토션이 걸렸다고 해야 하나 조금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LP의 특성일까 진공관의 느낌일까 둘 다 아니면 프레싱이 잘못된 걸까. 혹은 저가 시스템의 한계? 프리앰프 도착하고 블루투스 연결 해보면 알겠지. 지금도 연결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귀찮아. 

아마존에서 주문한 케이블이랑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엘피는 19일날 배송센터 같은 데로 이동한 이후에 소식이 없다. 전에도 이러다 사라졌는데, 이번에도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D'Angelo랑 Justice Der랑 Gil Scott-Heron으로 시작하는 스포티파이 데일리믹스 들으면서 운전해서 집으로. 근데 왜 또 소리가 이렇게 좋지? 그러니까 내 말은, 음악 말고 소리 말이다. 오디오는 케이블이라도 바꿨다지만 카오디오에는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떤 날은 소리가 좋고 어떤 날은 소리가 좋지 않다. 아마 오디오라는 게 그런 거겠지. 그러니가 미신들이 횡행하는 거고.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21.12.24.

드디어 프리앰프가 왔다! 유리판도 왔다! 아마존 트래킹도 업데이트 됐다! 기타 등등... 메리크리스마스...

오늘도 작업실 계단 올라가서 현관 앞에 놓여 있는 택배상자부터 그걸 언박싱하는 장면까지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심지어 첫 번째 테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이걸 어디다 쓰나 했지만 맨처음 진공관 앰프부터 포노 앰프, 그리고 오늘 프리앰프까지 세 개 동영상을 연달아 붙여 놓으면 좀 뻘하게 웃길 것 같긴 하다. 한 10명 정도는 웃을듯... 

그런데 왜 늘 기다리던 택배를 막상 받으면 그다지 기쁘지 않은 걸까. 결국 그건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를 기다리는 게 로또를 사고 당첨을 기다리는 것처럼 시간을 의미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또를 산다 → 추첨일까지 일주일이 설렘. 하지만 정작 추첨 당일에 시간 맞춰 확인하지는 않고, 한참 지나서 확인할 때가 많음. 안 될 걸 알고 있고 따라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온라인으로 물건을 산다 → 그때부터 그냥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택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흐름. 당일배송 하루배송 이런 거 말고 해외배송 같은 건 더더욱. 다시 말해 아무 일 없이 보름이 지났다면 또 이렇게 보름이 갔네 그동안 도대체 뭘 했지 휴 나는 쓰레기야... 가 되지만 택배를 기다리며 보낸 시간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택배가 마침내 내게로 오기까지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결과=택배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중요하지 않다는 건 과장이다. 특히 요즘처럼 알리에서 산 물건이라면 불량이면 어떡하지 잘 작동해야 할 텐데... 같은 마음도 분명히 있고. 아무튼. 

기기 정리는 의외로 금방 끝났다. 테이블이 이미 꽉 차서 어떻게 놓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냥 포노 앰프 아래 프리 앰프를 넣었다. 조작할 게 많은 프리가 앞으로 와야 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최종단이 파워 앰프니까 순서대로 하면 파워가 제일 앞에 나오는 게 맞는 듯. 열이 많이 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고 다만 심각하게 멋이 없어... 이 모든 것은 라오첸 진공관 앰프를 블랙이 아닌 실버+우드로 사면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엊그제도 말했던 것처럼 나는 후회를 거의 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럴 땐 후회하게 된다. 지나치게 많이... 

프리앰프 추가하고 블루투스 수신기도 연결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페어링 모드에 들어갈 수 없었다. 뭐지?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스위치가 접촉 불량인 것 같아서 오랫동안 힘 줘서 꾹 누르니 연결됐다. 두근두근. 그런데 무슨 노래를 듣지? 하다가 첫 곡으로 아델 틀었다. 고~ 이이이이이이이지이 온~ 미 베이비~ 그런데 뭔가 부족해. 아델 목소리에 걸리는 디스토션도 거슬리고... 분명 아델 목소리에 원래 그런 게 있는 건 맞는데 이게 진공관을 통해서 두텁게 들리는 건지 아니면 프리 앰프에서 불필요하게 덧칠된 건지 모르겠어서 태연 'Fine' 틀었다. 좋네. 그런데 음... 예전에 쓰던 싸구려 PC 스피커 같은 어딘가 빈 느낌은 뭐지... 

그래서 구글홈미니랑 블루투스 수신기를 연결했다. 아무래도 아이폰이랑 달리 APT-X 코덱을 지원하니까 더 낫지 않을까? 예전에 마그낫 프라임원이랑 연결했을 때도 더 좋았고. 그런데 확실히 차이가 났다. 뭐 나라고 내 귀를 철썩같이 믿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인터넷에서 다양한 압축률의 MP3와 무손실 음원을 비교해서 어떤 게 음질이 더 좋은지 선택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내가 선택한 건 대부분 해당 선택지에서 제일 낮은 음질이었던 128kbps의 mp3였다... 

그런데 자꾸 지직지직 거리면서 튀는 잡음은 뭐지? 꼭 엘피를 듣는 것처럼, 정작 엘피에서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데... 조금 전에 핸드폰으로 연결해서 듣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거라서 구글홈미니랑 연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혹시 프리앰프가 불량이면 어떡해?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맷 버닝거 LP 틀었다. 음... 확실히 프리앰프 문제는 아니다. 소리가 좀 더 정돈된 느낌, 전에는 좀 퍼지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걸 안정적으로 잡아준다고 할까. LP로 틀기 전에 맷 버닝거 노래를 블루투스-스트리밍으로도 들었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왜 자꾸 이렇게 쓰면서도 내가 사기꾼이라도 된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아무튼 여기까지 듣고 맷 버닝거는 두 장의 유리판 사이로... 

처음에는 인테리어 용도 아닌데 그냥 싼 투명 유리로 주문할 걸 괜히 돈 더 주고 색유리로 했나 싶었지만 막상 온 걸 보니 마음에 들었다. 이제 펴지기만 하면 되는데... 

계속해서 비교해보자. 다음은 펄프. 전에는 무척 실망스러웠는데 프리 앰프를 통하면 뭐가 달라질지? 결론: 배드 프레싱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소리가 좋아졌어! 답답하게 압축되어 있던 것 같은 소리가 풀어졌다고 할까? 여전히 소리는 작지만 그 안에 나름의 공간감이 생기고 입체감이 생겼다.  (*22년 12월 7일 지금 이 날의 일기를 블로그에 옮기는 내 기분은 반대로 답답하기만 하다. 무척...) 

그런데 문득 이게 정말 좋은 소리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전이랑 달라진 건 맞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술한 변화가 느껴지긴 하는데... 근데 이게 좋은 거야? 이런 생각은 스웨이드 베스트 앨범 B사이드를 들으면서 더 강해졌는데 이건... 그냥 적당한 피씨파이 소리랑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거 아닌가? 오히려 지금 컴퓨터에 연결된 인티머스 미니-PSB IMAGINE XB 보다 못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한동안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원래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1. 소리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겼고(비록 이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긴 했지만) 2. 입력단이 늘어 블루투스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비록 잡음이 들려서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그리고 다시 블루투스 연결해서 태연, 아이유, 백예린 있는 k-ayo 리스트 들었다. 좋은 거 같기도 하고 안 좋은 거 같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에도 잡음은 사라지지 않고 그게 너무 거슬리고... 그러다 오랜만에 마그낫 프라임원 켜서 아이폰으로 연결해서 비교 청취했는데 아... 마그낫 프라임원이 생각보다 더 좋은 스피커였구나... 

뭐랄까 지금 있는 턴테이블/구글홈미니-프리앰프-진공관앰프-캐슬 나이트1 스피커 조합은 좀 두꺼운 유리잔 같다고 할까? 두껍지만 유리잔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 맑은데 좀 떨리기도 하고 지저분한 것들이 묻으면 너무 거슬리고. 그런데 마그낫은 차분한 나무 같다고 해야 하나... 조금 덜 밝고 약간 무겁지만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느낌... 이렇게 쓰고 있자니 약간 <신의 물방울>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나?

그치만 테일러 스위프트 'All Too Well(Talyor's Version)' 듣는데 확실한 차이가 있었어! 있어야 해서 있다는 게 아니라 진짜 들렸다고... 확실히 때려주는 부분하고 밝고 선명한 느낌에는 따라오질 못했다.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제발... 

블루투스 잡음은 심해졌다 괜찮아졌다 하는데 구글홈미니에서 쏘는 신호의 문제인지 제이비랩 수신기에서 받는 게 문제인 건지 모르겠다. 핸드폰으로 연결했을 때는 그런 문제가 없었으니 아마 전자 아닐까? 정 안 되면 그냥 핸드폰이랑 연결해서 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진짜 LP는 당분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맷 버닝거 LP랑 스트리밍 비교해서 들었을 때 소리가 엄청 다르긴 했지만 솔직히 너무 귀찮아... 돈도 없고... 산타클로스 계신다면 제 소원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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