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우 X 스콧 랭

-대학AU


The End of the World



나는 그를 한동안 마주칠 수 없었고 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알맹이가 그 벤치에서의 입맞춤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나의 껍데기는 익숙하게 과제와 시험지를 채점하고 책을 읽으며 이전과 같은 시간을 보냈으리라. 하루가 가는 것에 기뻐하고 다음 날의 태양이 뜨는 것에 절망하던 일상을 계속해서 살았지만 나는 내가 되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호숫가나 그 벤치나 분수대 등, 어디든 내 산책로가 걸리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나는 나를 얕게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준 바, 인내심이 남들보다 강한 편이었고,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처리해야 하기도 했기 때문에 당장 달려나가 그를 찾아대지는 못했다. 그러나 붉은 볼펜으로 정답과 오답을 가르다가 손이 멈추는 찰나의 순간에도 그의 메마른 입술에 대해 생각했다.

왜 그렇게 집요하게 그에 대해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성격에 비추어 보아 나는 내 행동 이후 그가 보이지 않는 것을 실수라고 생각하며 자책에 빠져 있어야 했다. 그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려 노력해봐도 그가 나를 마주치지 않는 것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를 찾았을 터였다. 반팔 티셔츠 말고는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날이 더워지고 모든 사람들이 피로함에 젖어들어 생기가 약간 사라진 캠퍼스를 얼마든지 누비고 뒤지며 그를 찾으면 그의 팔을 붙잡고 왜 그간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추궁해야 했다. 나는 입 속으로 수백 번도 더 연습했다. 당신이 당신 입으로 그랬어요. 나와 똑같이 느꼈다고. 우린 같이 있을 때를 빼면 타인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것 같지 않다고 그랬어요.

그러나 나는 그 말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학기가 전부 끝나고 캠퍼스가 한산해진 뒤에도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건 내 앞에 남은 사소한 잡무마저 모두 처리해야만 그에게 똑바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는 곳을 알아내는 건 쉬웠다. 그는 부둣가에 살았다. 그러니 나는 모든 것을 끝내고 그가 사는 집에 찾아가 그가 현관 앞에 나타날 때까지 거기서 기다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 것은, 그가 나에게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세 시간 씩만 자며 성적 처리까지 끝을 내어 놓고 나서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기숙사에 들어오는 동안 나는 담배를 피울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피로해져 그저 걱정 없이 푹 잠부터 자고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숙사는 헛헛할 정도로 비어 있었고 나는 복도 끝에 있는 내 방까지 힘없이 걸었다. 어찌나 눈이 말라 있었는지 방 앞에 누가 앉아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대로 지나쳐서 문을 열 뻔했다.

저녁시간도 한참을 넘긴 시간이었다. 그는 나만큼이나 지친 얼굴로 문 앞에 앉아있었다. 내가 다가오고 자신을 지나쳐 문고리를 잡을 때까지도 고개 한 번을 안 들고 그렇게 앉아있었다. 나는 비현실적인 태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대로 잠이 든 것처럼 고개를 숙였던 그의 얼굴이 천천히 나를 향해 들어올려졌다. 얼굴에 붉고 푸르게 엉망으로 멍이 들고 입술이 찢어져 있었다. 나는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그를 일으켜 방으로 들인 뒤 문을 닫고 잠갔다.


"무슨 일이에요?"


대체 며칠간 말을 하지 않았던 건지, 내 목소리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왔다. 그는 술 취한 사람처럼 웃었다.


"오지 말 걸 그랬나요."


나는 그 말에 황급하게 그의 얼굴을 쥐었다.


"얼굴이 엉망인 걸 얘기하는 거예요."

"아, 이거.. 이건 며칠 됐어요."

"며칠 됐는데 반창고 하나를 안 붙였어요?"

"붙이나 안 붙이나 낫는 속도는 똑같아요."


내가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하자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미안해요."


라고 흘려놓듯 말했다.


"대체 뭐가요?"

"당신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요. 내가 찾아가려 했으니."

"그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나는 다신 당신을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왜요."

"이런 꼴은,"


그는 가장 거뭇하게 멍이 든 자기 눈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도무지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끌고 내 침대에 앉혔다. 그는 비어 있는 다른 쪽 침대를 말없이 가리켰다. 


"방학이라 집에 갔어요."


소리 없는 질문에 내가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모든 말을 잊은 채였다. 입에서 수백 번을 되뇌였던 말은 현실 앞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나는 하염없이 그의 얼굴을 보기만 했다. 그는 전에 없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우리의 무릎은 맞닿아 있었고, 확신하건대, 손을 포개고 싶은 것을 참느라 아무렇게나 늘어뜨려 놓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나는 그가 일어서기 전에 그의 무릎을 힘주어 잡았다.


"봤으니까 갈게요."


대체 그 말에 뭐라고 대답을 했어야 했는가. 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기다려 놓고 벌써 가냐고 묻기에 우리는 그렇게 세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또 구질구질하게 상황에 기대어 붙잡을 만한 상태도 아니었다. 나는 내가 가장 하기 어려우나 가장 하고싶었던 행동을 했다. 무릎을 잡았던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쳐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이런 스타일인 줄은 몰랐는데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가지 말라는 뜻이에요. 다른 게 아니라."

"그럼 가지 말라고 말을 하지 그랬어요."

"당신을 말로 이길 자신이 없어요."


그는 팔을 올려 눈을 가리고 웃었다. 딱지가 앉은 입이 유쾌한 모양새로 벌어졌다.


"나는 불행을 몰고 다녀요. 그러니 곁에 두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흘러나오는 말에 나는 그의 위로 몸을 겹쳤다. 뺨이 스치도록 겹쳤다. 무기력한 말투로 주워섬기는 그 말의 여운마저 끝나면 그가 날 밀쳐내고 나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불행인데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 죄로 얻는 불행이죠."

"대체 무슨-"

"내가 서른하나에 박사학위를 받고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 사람들이 다들 그랬어요. 교수님한테 몸 팔아서 얻은 자리라고."


나는 그의 위로 겹쳤던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나는 학부 때부터 대놓고 남자 손을 잡고 다니기로 유명했으니까."

"...그래서 이 지경이 된 거라는 얘기예요?"

"잘못 걸리면 이렇게 되는 거죠."

"신고도 안 했어요?"

"신고해서 뭐해요. 어차피 영영 안 볼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닌데."

"누군데요?"

"알면 가서 패 줄 건가요? 안돼요. 그들은 안전해도 당신은 바로 쫓겨날걸요."


그는 허탈한 듯 웃었다.


"알죠? 우리는 그들과 다른 세상에 살잖아요."


거기까지였다.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는 그의 팔을 치웠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쥐고 말했다.


"눈 떠요."

"싫어요."

"나 좀 봐요, 스콧."

"싫어요."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보고 나면 다시 안 보는 게 어려워요. 알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말하는 거잖아요. 다시 안 보는 게 어려워서. 제발 눈 좀 떠봐요."


그의 커다란 눈이 서서히 열렸다. 연록색의 눈동자가 나를 적시듯 드러났다. 여기저기 멍이 든 얼굴이 슬픔으로 무너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었다. 나는 그가 다시 눈을 가리지 못하게 팔을 단단히 잡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결국 그런 걸 견디지 못하고 날 떠났어요."


그의 목소리는 절망에 젖어 있었다. 나는 그의 팔을 더 꽉 쥐었다.


"다시 그런 걸 겪고 싶지 않았어요."


스콧 랭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절망에 빠져 있느니 가끔 희망을 찾아보는 게 낫다는 건 으레 서른줄이 넘으면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빈 껍데기같은 허세였다. 그는, 실은, 종종 마주쳐 농담을 주고받고 담배를 나눠 피우는 나에게 함께 밥을 먹자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나를 아예 끊어내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가지도 못할 게 뻔했는데도. 

우리는 이제 다시는 어느 가을과 겨울처럼 그저 농담이나 몇 마디 주고받다가 분수대 앞에서 헤어지는 사이로 되돌아가지는 못할 게 자명했다. 내가 망설이지 않은 건, 망설일 수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아마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 그냥 오래 이름이나 기억하는 정도로 각인되고 말 수 있었다면 나 또한 그처럼 그를 밀어내려 했을 것이나, 우리를 이어 둔 무수히 많은 인연의 끈은 점점 짧아져 서로를 당기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입을 맞췄다. 우리의 입술은 이제 목적성을 가지고 움직였다. 우리는 서로를 빨아들여 삼켜야 했다. 서로의 타액에 젖어들고 숨이 막힐 정도로 가쁘게 혀를 얽었다. 그의 메마른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아 축축하게 젖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미끄러지면서도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느껴야 했다. 우리는 함께여야만 했다.

내가 그의 가슴에 나의 가슴을 맞대고 손을 더듬어 양 손의 손가락을 모두 교차하여 잡고 한참동안 입술을 문지르다가 다시 서로의 눈을 마주했을 때, 나와 그는 동시에 깨달았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받을 거라는 것을. 쉽게 떠나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으레 그렇게 되기 마련이었으므로. 나는 무기력하게 내 밑에 누워 있는 그의 열 오른 이마에 내 이마를 대었다. 


"부탁이 있는데,"

"말해요."

"이 주간 잠을 거의 못 잤어요."

"그랬겠죠. 그럴 시기였으니."

"그래서 원래는 방에 들어오면 방해받지 않고 계속 자려고 했어요."

"이제 나가라는 건가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내가 깰 때까지 여기서 나가지 말아요."


연록색의 눈동자는 따스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가 고개를 끄덕일 적에 내가 덧붙였다.


"이제 그런 식으로 사라지지 말아요."


나의 말투는 전에 없이 단호했으리라. 스콧은 내 말에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았고, 우리가 진 짐만큼 무거운 잠이 나의 눈꺼풀 위로 쏟아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두어 시간에 한 번씩 잠에서 깨어났지만 그 때마다 보이는 건 엉망으로 다친 스콧의 얼굴이었기에 다시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는 부둣가에 있는 집에 혼자 살았고, 낡은 차를 한 대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낡든 어쩌든 차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체로 낡은 차를 운전하여 일주일 정도를 오가던 그는 이내 참지 못하고 내 방에 들어와서는 책을 모두 쓸어담아 자기 차에 싣고 말도 없이 자기 집으로 가 버렸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조수석에 타서 뺨에 손을 괸 채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십 년을 살면서도 학교 안에서만 지냈던 나는 여름의 바닷바람이 그렇게 차갑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스콧은 부둣가 앞에 있는 기념품 샵에서 후드 티셔츠를 사는 나를 보고 이제 좀 외국인처럼 보인다고 말하며 한참을 웃었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돈을 지불했다. 나는 여름 내내 그 후드를 걸쳐 입고 다녔다. 스콧은 내 가슴팍에 필기체로 수놓인 <San Francisco> 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웃었다.

그 여름 내내 나는 나다니엘 호손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전만큼 많은 양을 읽지는 못했다. 창틀마저 목조로 되어 있는 낡은 집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뒤엉켰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어 두면 소금기 섞인 바람이 얇은 커튼을 간지럽히며 들어오는 부둣가의 주택에서 우리는 서로의 신경 다발을 자극하며 언제고 살을 섞었다. 낮에는 서로를 부둥키다가 어스름해질 즈음엔 바닷가에서 한참동안 물개떼를 쳐다보며 지독한 비린내에 코를 찡그렸다. 그러다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졸음이 덮쳐 올 때까지 각자의 일에 매몰되는 생활을 반복했다.

여름은 길었다. 어느 주간에는 온통 무지개를 두른 사람들이 길을 꽉 메워 행진했다. 우리는 그곳에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모든 색이 뒤엉킨 듯한 물결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우리보다 자유로운 사람들이 반나체를 뽐내며 길거리를 걷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방해받지 않는 모든 찰나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간신히 찾은 이 틈새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그 찬란한 여름의 마지막 아침을 먹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매 순간을 그렇게 충만하게 보내고 있었다. 학기가 또 시작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마저 바깥 세상의 일이었다. 우리의 속옷더미는 이제 온통 뒤섞여 각자의 것을 골라내려면 한참이 걸릴 정도였다. 그렇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삼 개월도 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침을 챙겨 먹고 설거지도 하지 않은 채 싱크대에 모든 접시를 내버려두고 집을 나섰다. 나는 스콧의 집에 들어올 때와 같이 뺨에 손을 괸 채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참을 눈에 담으며 짚어 왔던 풍경을 되짚어가는 듯했다. 마치 모든 것이 되감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숙사 방에 들어갔을 때 나는 룸메이트가 방학을 끝내고 돌아왔는지 커다란 캐리어를 다시 가져다 둔 것을 보고 어쩌면 그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학기에 거주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조금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책더미를 포함한 나의 많은 물건들은 여전히 스콧의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고, 학과사무실에 들어가 동료와 안부를 주고받은 뒤, 수업 두 개의 출석을 부르고 지시사항을 전달하려 두 개의 강의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스콧은 아침에 분수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두었으므로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오후 늦은 시간으로 예정된 그의 퇴근을 기다릴 예정이었다. 

분수대가 보이는 카페테리아에 도착했을 때 스콧의 퇴근은 한 시간이 넘게 남아있었다. 나는 방학때 채 끝내지 못한 <주홍 글자>를 펴서 한참을 읽었다. 본디 책을 한 번 펴면 시간이 가는 줄 잘 몰랐기 때문에 몇 분에 한 번씩은 시계를 확인했다. 앉은 자리에서 팔십 페이지 정도를 읽고 나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는 스콧의 퇴근시간이 지나 있었다. 나는 천천히 책을 덮고 빈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건물의 3층에서 스콧의 차를 찾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새 익숙해진 낡은 회색 승용차 쪽으로 향해 걸으며 스콧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를 기대했으나, 내 예상과 달리 스콧은 차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주차장에서 담배피우다 걸리면 벌금인 거 몰라?"


스콧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땅에 던졌다. 차에 기대 선 그의 발 밑에 서너 개의 담배꽁초가 더 버려져 있었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기다릴 정도로 내가 늦었나 싶어 시계를 다시 확인하려 시선을 내리다 그대로 얼어붙었다. 스콧은 나를 바라보았다. 연록색의 눈동자를 치뜨듯 하고,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내가 더 잘 볼 수 있게끔 몸을 비켜 주었다. 익숙한 회색의 자동차 옆구리에 아주 커다랗고 성의없는 노란색 글씨가 뿌려져 있었다.


FAGG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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