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는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코로나라 줌으로 수업을 한다.저번주에 아파서 빠졌었기 때문에(줌수업을!) 이번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무리해서 들어갔다. 그날 글쓰기 주제는 "홀로"였다. 저번 시간에 빠져 써와야 한다는것도 몰랐던 나는 다른사람들이 발표할때 되는대로 공책에 짧은 글을 썼다.


나와 나 자신만이 남을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배려'에 의한 혼자였다. 몸이 안좋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나를 여러가지 행사에서 제외시켜주었다. 배려를 통해 나는 수학여행을, 수련회를, 엠티를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열등감과 질투가 많았다. 남들이 잘 읽지 않는 철학책도 읽고 겉보기에 나는 스스로를 "탐구"하는 진중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지만 나는 속으로 내가 우물 속 개구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간단한 문자보내기부터 긴 통화까지, 많은 상황에서 많은 방법으로 애썼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지만 나는 내 자신을 마주하지 못하고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모든것은 도피였다.

여러 고난을 겪고 이젱 와서 나는 내 자신을 마주본다. 허무하게도 그 과정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내 자신을 감싸줄 수 있는게 오직 '나'라는걸 깨닫자 나는 내 자신을 깨질까 전전긍긍하는 부모의 위치가 서게 되었다.

"혼자를 잘 기르는 법"이라고 했던가. 나는 나 자신을 "잘 기르고" 싶다. 저 정확히는 내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죽고싶다.

나와 내 자신만이 나을때, 조용한 침대 위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과 슬픔에 헐떡일때, 실려가는 구급차 안 간이 침대위에서 내 자신과 조우한다. 내 몸으로 수축된 세계와 마주한다. 정신과 육체의 고통이 일치할 때, 세계는 내 몸으로 수렴되고 모든 가능성은 차단된다. 내 자신. 나의 세계. 확장하고 갑자기 수축하는 그 셰계를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랑한다.


선생님은 잘 썼다고 해주셨지만 문제는 수업 후였다.

맥이 130을 상회했고 결국 멈추지 않아 119를 불렀다. 


오후 3시쯤에 도착한 병원에는 연말이라 그런지 전문의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새벽 2시에서야 맥을 진정시키고 퇴원했다.

응급실에 다녀온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기에, 이번주에 입원을 할것 같다. 길게 입원할수도 있으니 머리를 짧게 짜르고 가려고 한다.


나와 내 자신의 시간속으로 다시 한번 걷는다.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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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여자. 선천성 심장장애인으로의 삶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kim_mem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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