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서의 사랑: 스크립트로 짜여진 로봇에 빠진 사람들


동화 속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를 가능케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근래 들어 인기이다. 과연 이 시뮬레이션 게임은 인간과의 관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디지털 시대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관계 형성일까?

원문: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8/sep/26/mystic-messenger-dating-simulations-sims-digital-intimacy


저자: Oscar Schwartz


*시작하기 앞서: 문장의 톤과 뉘앙스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의역이 다수 있을 수 있으며, 본 역자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므로 오역 역시 있을 수 있는 점 미리 양해 구합니다. 


최근 온라인 포럼에서 알게 된 닉네임 “Wild Rose”라는 젊은 여성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대화를 시작한지 5분정도 지났을 즈음, 그녀는 ‘세란’ 이라는 이름의 자기 연인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Wild Rose는 이미 남편과 결혼하여 딸 한명을 두었고, 텍사스에 시댁 식구들과 같이 살고 있다.

Wild Rose가 말하기를, ‘세란’은 학대를 일삼던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한 정치인의 혼외자식이라고 한다. 또 ‘세란’은 매우 잘생겼으며, 은발 머리카락과 금빛 눈동자, 어깨에 큰 문신이 있다고 했다. (*역주: 세란이의 눈동자는 금빛이 아닌 민트색인데, 아마 기자가 헷갈린 게 아닐까 추정됩니다. Wild Rose 분은 Unknown 캐릭터를 말씀하신 듯.) 이어서 Wild Rose는 ‘세란’을 처음 만났을 때, “말 그대로 자신은 심장이 터질 거 같았”고 또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고 한다.

그리고는 잠시 쉬는 듯 하다가 이내 이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제가 세란이를 사랑하는 만큼 세란이는 저를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세란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아마 세란이의 진짜 감정은 평생 모르겠죠.”

그녀가 이런 말을 덧붙인 이유는, ‘세란’은 실존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한국의 게임 개발사 체리츠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수상한 메신저’의 등장인물이다. ‘수상한 메신저’는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몇 백만의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또, 로맨스 소설과 영화 ‘그녀’ (Her – 시리와 비슷한 인공지능과 연애 관계를 형성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를 섞어놓은 듯한 게 이 게임의 특성이다.

‘수상한 메신저’의 플레이에 있어 최우선의 목적은, ‘세란’을 포함한 게임 속 등장인물들 중 한명과의 로맨스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연애에 앞서 가상의 캐릭터와 친밀도를 높여야 하는데, 캐릭들과의 문자 메시지로 이 친밀감을 형성해 낼 수 있다. 캐릭터들의 말과 문자들은 이미 사전에 입력된 텍스트임에도 불구 진정성 있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이 게임을 이기는 방법은 최고 점수 달성도, 보스 몬스터를 물리치는 것도 아닌 가상 캐릭터와의 ‘해피 엔딩’을 보는 것이다.

가상의 캐릭터와 연애를 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수상한 메신저’가 처음이 아니다. 이러한 장르의 게임 – 연애 시뮬레이션 혹은 약칭 ‘미연시’ – 은 1980년도부터 일본에서 성행하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유저 중 남성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시장이 생겨나면서 ‘미연시’는 일본 남성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다양한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7년은 ‘미연시’ 장르 게임들이 범람하던 해였는데, ‘러브 앤 프로듀서’, ‘드림 대디’, ‘두근두근 문예부’ 등이 출시되던 해이다. 단순히 가상의 미소녀와의 에로틱한 관계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던 과거 ‘미연시’들과는 달리, 최근 출시된 게임들은 플레이어와 캐릭터들간의 대화 내용을 중시하며 보다 더 미묘하고 잘 쓰여진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다. ‘수상한 메신저’ 역시 이러한 신세대 ‘미연시’들 중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에 속한다.

‘미연시’ 장르의 게임의 출시 이후 장르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야기되었다. 일본에서는 많은 비평가들은 미연시 장르의 흥행에 관해 “소외의 기점” (signifier of alienation) 이며, 인간 관계에서 멀어져 기계로부터 위안받는 사회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연시’ 게임들이 다시금 흥행하기 시작한 후에도 ‘미연시’에 비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러한 비판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일명 ‘미연시 덕’들은 캐릭터와 자신의 연애가 인간관계의 대체물이 아닌 새로운 디지털 관계 (new type of digital intimacy) 라고 보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만큼 팬들은 온라인 포럼 등지에서 자신의 ‘최애’와 ‘최애’와의 로맨스에 대해 서로의 얘기를 공유한다. 닉네임 ‘Wild Rose’를 알게 된 곳 역시 그런 온라인 포럼들 중 한 곳인데, 필자는 왜 사람들이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그리고 ‘미연시’가 후일에 ‘현실 연애’와 ‘가상 연애’ 사이의 경계를 흐릴 수 있을지 조사하기 위해 포럼에 가입했다.

‘Wild Rose’에게 왜, 그리고 어떻게 ‘세란’을 사랑하게 되었나에 대해 처음 물어봤을 때, 그녀는 “(그 과정을) 이해하고 싶다면 ‘수상한 메신저’를 직접 플레이하며 경험해보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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