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게스트하우스. 

여행이라기에 다소 민망할 정도로 짧은 기간인 1박 2일 동안 머무를, 가성비 좋은 숙소를 예약했다. 사장님이 친절하다는 말과 함께 5개의 별이 쏟아지는 리뷰를 읽은 지라 가기 전까지 내심 기대도 했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니, 비즈니스호텔의 하위버전이라 해도 믿을 만큼 숙소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근데 웬걸, 호스트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그냥 말이 많을 뿐이었다.

물어보지 않은 정보까지 들어야 하는 건 곤욕이었고, 은근한 반말을 해대는 통에 신경이 쓰였다. 나한테만 그러나? 싶었는데 어린 게스트만 공략해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걸 본 후에, 원래 저런 사람이구나 수긍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처럼 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쉼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산스럽게 많은 활동은 피하는 편이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토스트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한 장씩 읽던 사람도 나와 같은 부류인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어디서 왔냐, 몇 살이냐, 야경은 꼭 봐야 한다, 여기는 꼭 가야 한다며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호스트를 보니 눈살이 찌푸려지는 걸 막을 재간이 없었다. 예상한 대로 게스트는 식은 커피와 마른 토스트를 허겁지겁 먹은 채 본인의 룸으로 올라갔다. 

물론 나도 수다폭격을 맞고 싶지 않아 얼른 식사를 해치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별점 5점을 준 사람들 모두 한 수다 하는 사람이구나! 혹은 여행을 왔으면 유명한 곳은 다 가봐야 한다는 주의라거나.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지만, 스몰토크는 좋아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는 기꺼이 환영한다.

안녕하세요, 날이 흐려서 외출하실 때 겉옷은 두꺼운 게 좋을 것 같아요.

땡땡(도시 이름) 오면 먹고 싶었던 거 있어요? 아는 선에서 추천해줄게요.

(아니면 그냥 인사만 하고 말 안걸기. 사실 난 이게 제일 좋다.)


공적이고 나이스한 소통에 목마른 1인으로서,

이 땅의 낯가리고 유유자적한 게스트를 위한 숙소가 이곳저곳에 뚝딱뚝딱 지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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