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특징을 말해보라 하면, 11살의 나이에 자살 기도를 했었고, 또래보다 빨리 진로를 정한 편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나는 이제 중3이 되는 여중생이다. 말도 할 줄 알고, 귀도 잘 들리며, 두 눈 다 잘 보이지만 시력은 꽤 나쁜 편이다. 두 팔은 금 간 적도 없이 튼튼하며 잘 걷고 잘 뛰지만 왼쪽 발목은 1년 정도 전에 수술을 했다. 그리고, 자주 여러 혐오의 시선들이나 색안경에 대한 생각을 한다. 흔한 일은 아니니 이것도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으려나.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아주 옛날부터, 특히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8살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에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던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오직 장애인에게 한정돼있던 관심이 지금은 성소수자 등으로 넓게 퍼졌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면, 집안은 외가 친가 둘 다 기독교지만 난 무교다. 그냥 신이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산다. 성 지향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어려서 사랑의 감정이란 게 뭔지 잘 모르겠다. 9살 때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그게 정말 사랑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난 내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그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 혹은 둘 다 괜찮거나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부모님은 양쪽 전부 한국인이시다.

아쉽게도 내 주변엔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없다. 가끔 함께 철학적인 생각을 나누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그 친구도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없으니 혼자서 글로 써보기라도 해야 좀 살 것 같다.


학교에 있다 보면 참 많은 말들이 들려온다. 남자애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에는 "너 장애야?"라던가 "게이야" 라던가, "너 정신병원 가야 될 듯" 같은 말들이 참 많다. 여자애들도 딱히 다를 건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나는 참 화가 난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포함되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래도 왜인지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아려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그 애들이 역겹다고 생각하곤 한다. 대체 왜 그런 말들을 남을 디스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걸까?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 자체는 화날 이유가 없지만 그 애가 그 말을 욕을 할 의도로 사용했다는 걸 알기에 화가 난다.

학교는 참 소문이 잘 도는 곳이다. 누구누구가 양성애자라더라 같은 말들을 정말 신기하다는 듯, 혹은 혐오스럽고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를 하는 애들을 보면 대체 왜 저럴까 싶다. 원래 학교는 몇 학년 몇 반에 커플이 생겼다더라 같은 이야기도 소문이 도는 곳이니 소문이 도는 건 이해가 되지만, 중점이 '사귄다'가 아니라 '여자가 여자를 만단다'인 소문인 게 참 의아하다. 다른 게 아닌데, 그냥 하나의 커플이 생겼을 뿐인데. 그냥 예쁘게 사귀라고 응원하면 될 일 아닌가?

애들은 왜 좋은 말은 흘려듣고 나쁜 말만 그렇게 촙촙 흡수하는 건지, 2학년 말에 애들이 장애야 라는 말을 유행처럼 쓰기 시작했다. 비교적 순하던 애들까지 그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걸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우리 학교엔 장애인이 있다. 옆 반에 지적장애를 가진 애가 있었고, 3학년에도 지적장애를 가진 선배가 있었으며, 3학년인지 1학년인지 모르겠지만 지체 장애를 가진 애가 있었다. 내가 아는 건 세 명 뿐이지만 더 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쓰지 말라고 해봤자 똥꾸멍으로도 안 들을 걸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선생님께 이야기 하고, 나와 내 친구들이라도 그런 말을 쓰지 않게 하는 것 뿐이었다. 실제로 1학년 국어 시간, 자유주제 말하기 수행평가를 했을 때 장애인이라는 말을 욕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었는데, 그런 말이 들리지 않은 건 1주일 뿐이었다.

요즘 애들은 참 더럽다. 이건 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그런 게 있다. 예쁘고 마른 애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 웃긴다며 웃으면서, 못생기고 뚱뚱한 애가 예쁜 이야기를 하면 그 말을 놀리며 비웃거나 이상하다고 뒷담을 깐다. 그런 걸 참 많이 봐왔다. 성악설이든 성선설이든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자란 인간은 악하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그런 애들이랑은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왜일까? 그 아이들은 정신병을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게 아니다. 그것 때문에 가장 힘든 건 본인 자신이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도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다. 병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것도 아닌데. 가진 것 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장애를 가진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의 연인, 가족들에게 '대단하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을 무시하고 그 옆의 사람과만 대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진짜로 묻어버리고 싶기도 한데, 대신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을 몇 마디 써보겠다.

왜?

왜 그런 말을 했으며, 그런 행동을 한 건가요?

실제로 이렇게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은 대답을 못 할 것이다. 이건 그들이 무의식중에 가진 편견에서 비롯된 행동일 테니까.

나는 미움받기를 참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들으면 정말 나도 모르게 정색을 하게 되는 말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몇 개만 얘기하자면

1. ~~만 멀쩡하면 참 좋을 텐데~

2. 대단하다. 멋지다. 혹은 불쌍해라.

3. ~~처럼 안 생겼는데.

정도가 있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 한 마디가 남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렇기에 생각을 깊이 해보고 말을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기에 그게 정말 안타까운 점이다.

정말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바로 '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불쌍하게 살고 있지 않다.'라는 사실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누비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한데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같은 말들을 하곤 한다. 그게 참 의문스럽다. 자신은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한 말일 거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잊고 있는 건, 그 사람들도 하나의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안경을 낀 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보청기나 휠체어 같은 건 이상하게 생각할까? 안경처럼 더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들일 뿐인데 말이다.


정말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이기에 이것저것 뒤죽박죽 섞인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어차피 누군가가 봐주기를 기대하고 쓴 글도 아니고, 그저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기에 쓴 글이기에 그래도 상관은 없다. 물론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이 뒤에도 마구 섞인 글들 뿐이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기말끝나면 웹소설 연재할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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