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킨은 그의 스승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광이다. 때문에 간신히 따라 올라탄 시스의 시미타(아나킨은 이 흥미로운 우주선의 이름을 묻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다)가 코러산트의 깊은 지하를 향해 수직 낙하할 때에도 딱히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래저래 미안하긴 하지만 우주선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주민들의 소중한 집 귀퉁이를 가차 없이 파괴할 때에도 앞으로의 일만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내리던 우주선이 마침내 이 행성 위의 대부분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검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수중 운행 기능도 있는건가?"

 "없다."


아나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거겠지?"


시스는 성가시다는 듯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높였다. 계기판에 붉은 등이 요란하게 점멸하는 것을 보고 아나킨은 따라서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다스 몰과 그는 제법 잘 맞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찾아 헤맨 시간이 얼만데 사원 아래 바닷속에 있었을 줄이야. 과연 시스나 할만한 음침한 발상이긴 했다.

 한참 침묵을 지킬 것처럼 굴던 다스 몰은 덜컥 말을 뱉었다.


 "펠퍼틴 수상은 시스다."

 "뭐?"

 "다스 시디어스, 시스의 암흑 군주이자 나의 스승이지. 내게 아미달라를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아나킨은 조종석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며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지금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믿든 말든 사실이다. 마스터는... "


시스는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 시디어스는 내게 이번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 했다. 아미달라를 혼자 두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 여자가 죽는다면 오비완이 분... "


명백히, 그는 말실수를 했다는 듯 입을 딱 다물고 괜히 조종간을 거칠게 꺾었다. 아나킨은 붉은 뒤통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포스의 흐름이 느껴진다. 제다이와는 다른 어두운 면의 포스. 빠른 탁류처럼 세차게 소용돌이치고, 끊임없이 몸을 뒤틀며 괴성을 지르는 격정의 힘. 젊은 스카이워커는 저도 모르게 그 심연 속을 들여다보았다. 핏덩어리 위에 검은 금을 새긴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에서 끼쳐오는 용암 구덩이 가장자리에 선 아나킨은 스승의 흔적을 느꼈다. 진득한 핏줄기를 뚝뚝 떨구는 그것의 품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 괴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노란 눈을 번뜩였다.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고개를 턴 아나킨은 그를 노려보고 있는 한 쌍의 화마와 마주쳤다. 시스는 잠시간 젊은 스카이워커를 죽일 듯 쏘아보다 이내 운전에 집중했다. 


 "... 파드메는 괜찮아. 믿을만한 조력자가 있으니까."

 "......"

 "그보다, 오비완은 어떻게 된 거야?"

 "오비완이 시스라는 말은 믿지 않으면서 그 말을 한 펠퍼틴은 믿는 건가?"

 "그냥 잘못 안 거였겠지. 수상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럴 사람? 사람이 아니긴 하지. 너만이 포스를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스카이워커. 네 안에 의심이 보이는군. 펠퍼틴, 나, 아미달라, 오비완... 너를 향한 것도. 네 스승이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 오비완 흉내라도 내려는 거야? 시스가 감히 내 마스터를 들먹이려는, "

 "스카이워커, 네가 나이트로 승급하고 두 번째로 파견된 임무."


아나킨은 대번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주먹을 쥐었다. 바다의 한기가 선내로 스며드는 듯 공기가 찼다.
 작은 해안가 마을에 가득했던 피비린내가 코끝에 스친다. 여기저기 널린 시체에 남은 것은 분명 스승의 흔적이 아니었으나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일가족이 몰살된 한 지붕 아래서 오비완의 포스가 희미하게 맴돌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아나킨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
 조사관 스카이워커는 그의 스승을 믿었기에 임무 미완의 불명예를 무릅쓰고 상부에 거짓 보고를 올렸으나, 이후 오비완이 장기 임무 중 그 행성을 거치는 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마을을 재방문했다. 자주 어디론가 사라지는 마스터, 그 몸에 남은 흔적, 이상 행동, 착각이라 여겼지만 분명 아나킨이 느꼈음이 분명한 포스의 어두운 면. 유령 마을에서 아나킨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으나 다만 불안을 가지고 돌아왔다.


 "내가 한 일이다."

 "......"

 "의식 없는 네 스승을 두고 내가 마을의 인간들을 전부 죽였다. 오비완은 그 일을 몰라."

 "분명 흔적이... "

 "네가 오비완의 제자라 그나마 포스를 느낄 수 있었던 거지, 내가 흔적을 남길 정도로 허술했다면 시스의 존재는 훨씬 전부터 드러났을 거다. 왜 오비완이나 아미달라가 아니라 펠퍼틴에게 상담을 부탁한 거지? 내가 왜 이 일을 전부 알고 있을 것 같아?"


아나킨은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시미타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어두운 물속에 숨어있던 건물의 외벽을 들이받자 그럴 수 없었다. 쏟아지는 짠물과 왱왱대는 적색경보 속에 고개를 든 나이트 스카이워커는 분노와 질시를 머금은 짐승의 노란 눈을 볼 수 있었다.


 "네 스승은 너를 믿는데 너는 믿지 못하는군."


다스 몰은 라이트 세이버로 선체를 가르고 빠르게 튀어나갔다. 아나킨 역시 그 뒤를 따르며 잔뜩 젖어 더욱 어두워진 금발을 쓸어 넘기곤 중얼거렸다.


 "... 믿어. 믿는데, 맨날 무슨 말을 안 하니 그렇지."


나이트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에게서 느꼈던 포스의 어두운 면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를 안다. 알게 되자마자 거의 바로 본딩이 끊겨버렸지만, 그 출처가 아나킨의 바로 앞에서 달리고 있다.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마스터는 늘 완벽한 제다이였는데. 
 급작스레 쏟아진 정보들이 젊은 제다이 기사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믿었던 펠퍼틴 수상이 시스인 것도 모자라 파드메를 죽이라고 했다니. 아나킨은 아직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문득 은연중에 오비완과 저를 간간히 비교하던 그 인자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분한 마음뿐이었으나...

 아나킨은 붉은 복도를 달리며 앞서가는 이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어쩌면 몰은 오비완이 제다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는 증명일지도 모른다.
 그래, 오비완도...







문은 열려있고 사람은 없었다. 몰은 침대맡에 서서 오비완의 라이트 세이버를 올려두었던 협탁 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붉은 경보가 바닥에 핏자욱처럼 그림자를 드리웠다.

 다행인 거야. 그렇지 않나? 애초에 아직 회복이 덜 된 오비완을 박타 탱크에서 꺼내와 구속구도 채워두지 않은 것은 그였다. 명을 하달받고 떠나기 전, 다스 몰은 예감했다. 그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든 그렇지 못하든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성공한다면 오비완은 그를 끔찍하게 여기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다스 시디어스는 제자가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 것이다. 오비완 케노비에게 죽음을 주거나, 죽음보다 못한 삶을 주거나. 몰은 차라리 후자이길 바랐다. 아니, 원하지 않아. 그러나 오비완의 죽음을 생각하면 시스는 머리가 하얘져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래도 가둬두면, 손안에 넣어두면 괜찮을 줄 알았다. 지난날은 좋았으니까, 오비완이 모른 척 해오길 기다렸다.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야. 밖은 위험하니까 함께 하려면 어쩔 수 없어. 내 거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어.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다스 몰이었다. 제다이의 심장을 말 그대로 물어뜯기 직전에서야 시스는 입가에 뜨거운 피를 잔뜩 묻히고 깨달았다. 

 그래, 제다이 오비완은 다스 몰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시스는 차마 끌어안은 것을 놓지 못하면서도 푸른 눈이 닿을 곳에 자유를 둘 수밖에 없었다. 차마 직접 손에 쥐어줄 수도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다스 몰은 한 손으로 자유를 건네면서도 다른 손으로 제 팔목을 잘라버릴 것이 분명했다.
 결국 제다이가 그 자유를 주워 들고 떠나버리자 시스는 이제 어떤 기분이 되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아직 오비완이 마스터 케노비라는 것에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버려진 내 처지를 슬퍼해야 할까. 몰은 막막함에 그저 협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책과 안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몰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싫었다. 그에 대해 생각하기만 해도 살의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시스는 얌전히 돌아서서 답했다.


 "오비완은 여기 없다."


시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오비완이 원하지 않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오비완이 원하는 것 또한 알 수 없었기에 차선의 차선으로 그렇게 하리라 생각했다.
 가르쳐준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제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건 나도 보면 알아!"


시스의 본능대로 눈앞의 제다이를 척살하고픈 마음을 누르며 몰은 생각했다. 시디어스는 오비완을 쫓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손에 넣었을지도 몰라. 오비완은 어디 있지? 그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아. 
 스카이워커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또 그의 얼굴을 본다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두렵다. 하지만 오비완을 찾아야 한다. 오비완 케노비는 놓아주어도 잡아두어도 늘 위험에 처해있다. 전부  너  때문이야.
 시스의 마음속에서 여러 해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던 자기혐오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이라도 스승 앞에 꿇어앉아 자비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늦었지만 주어진 임무를 끝낸다면 주인은 그를 용서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시 오비완과 함께하도록 허락할지도 몰라. 성공에는 보상이, 실패에는 벌이 따른다. 시스의 동공이 조여들었다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오비완은 내 것이다. 어떻게 나를 떠날 수 있지? 잡아 와. 제다이를 무릎 꿇게 만들고 길들여라. 그리고 네 스승 앞에 착하게 엎드려서 상을


 기다려.


 다시 시작하면 돼.
 다스 몰은 너무 오랜 시간 길들여져 차마 주인을 물 수 없다. 그는 결국 주인의 발치에 배를 까뒤집고 누워 처분을 기다리는 개인 것이다.

 다스 시디어스가 만들어낸 최악의 악몽, 잘 훈련된 사냥개는 홀린 듯이 고개를 들고 라이트 세이버를 단단히 쥐며 나이트 스카이워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경보가 울리고 있다.

 시작을 알리는 붉은색이다.













오비완은 몸을 웅크리며 두 팔 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그를 얽어매던 사슬과 목줄이 사라졌다. 싸늘한 방 안은 홀로 데우기엔 너무 넓고 몇 시간을 기다려도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 아직 온전치 않은 육신과 정신을 아무렇게나 널려놓은 채로 오비완은 간간히 숨을 몰아쉬었다. 자유. 분명 바라마지 않은 자유를 얻었는데 비참하게도 버려진 기분이다.

 둥글게 말린 어깨와 등을 들썩이며 오비완은 억지로 웃어보았다. 세상은 제정신인 이에게 더욱 가혹하다. 차라리 죽어갈 때가 편했는데, 이제 그는 무력한 사냥감이었던 그 순간을 또렷하게 다시 곱씹어야 했다. 명령과 복종, 애정을 향한 조소와 고통. 피비린내와 눈물의 짠맛. 이번에도 나는 첫 번째가 아닌 거지? 익숙한 아픔이 그의 마른 목덜미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러다가도 축축하게 젖은 푹신한 침구에 얼굴을 묻으며 뜨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그 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코 시스 군주가 원하는 대로 서로를 물어뜯는 희생양은 되지 않을 것이다.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용서해야 할 묵은 감정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비완은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거짓말에, 자책에, 그리고 모든 것.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딛고 싶지 않을 만큼.


오비완은 늘 인내할 줄 아는 제다이였다. 비록 지금은 그 자격이 불충분하다 느껴진다 해도 사원의 가장 나이 많은 영링으로 남아있었을 때, 브레이드가 허리에 닿을 때까지 파다완으로 남아있었을 때, 제자를 제다이 기사로 길러내는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순간에도,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고 잠들 때까지 오비완은 자신이 필요한 그 어느 날을 기다릴 줄 알았다. 

 그래서. 오비완 케노비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아직 마스터 케노비이다. 해야 할 일이 있고, 맺어야 할 일이 있는 제다이 오비완이다. 언제까지고 누워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타인을 위한 거짓말과 자책은 분명 그 마음 아래 선함이 있음이다. 설령 제다이가 아니더라도 오비완 케노비는 그의 안에 단단히 자리 잡아 심장을 뛰게 하는 선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었다면, 마스터 케노비는 실패하지 않았을 테다.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그에게 주어진, 건네진 모든 마음을 저버릴 수 있었을 테니까.


 오비완은 멍하니 몸을 일으키고 비척비척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발이 어색하게 땅에 닿자 곧바로 무너져 내렸으나 잠시 뒤 간신히 똑바로 설 수 있었다. 협탁 위에 놓인 자유의 열쇠를 집어 들며 오비완은 그것의 은빛 몸체를 가볍게 쓸었다. 그리고 옆에 놓인 금테 안경을 바라보다 유리알을 괜히 꾹 눌러 손자국을 남겼다. 
 실없이 한 번 웃은 뒤 마스터 케노비는 방문을 나섰다.


 "오래 기다렸다고 하실 건가요, 아니면 금방 나왔다 하실 겁니까?"

 "방금 왔다고 하면 믿을 건가?"

 "마스터의 마스터의 체면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리 하겠습니다."


오비완은 자세를 최대한 꼿꼿하게 하려 노력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상대의 기색을 살폈다. 아쉽게도, 두쿠 백작은 뒷짐을 지고 옆으로 돌아서더니 원하는 대답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제가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만, "

 "자네야 늘 생각이 많지 않은가."

 "마지막 임무 때 그 행성의 지배자 말입니다."


마스터 케노비는 이제 확신이 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두쿠는 한숨을 삼키며 오비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세레노 봉기를 물밑에서 조작했던 당사자 중 한 명이더군요."

 "마지막 한 명이기도 하지. 나머지는 그 일에 휘말려 다 죽었으니."


두쿠 세레노는 자신과는 영 관련 없는 일이라는 듯 로브 끝을 털며 각을 잡았다.


 "마스터 콰이곤은 이런 결과를 바라고 나선 게 아닐 겁니다. 제 마스터의 마스터이셨으니 잘 아실 텐데요. 평소 자유분방한 분이었다고는 하지만, 쫓겨나듯 사원을 떠나 방랑할 걸 알면서도 세레노에서의 전투에 뛰어든 건 당신을 위한 것이었지 않습니까."

 "그 자신의 신념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

 

두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주제에 뛰어들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요. 어쨌든 마스터 두쿠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비완은 샐쭉 웃다가 힘겹게 몇 번 콜록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저는 이래저래 딱 좋은 제물이었을 겁니다. 제다이 기사단 내부에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기에도 적당하고 당신 마음을 완전히 돌리기에도 적절하고... 시디어스가 제자를 쥐고 흔들기에도 적당하니 말입니다. 마스터 두쿠, 말씀하셨던 대로 제가 그 행성에 가는 걸 반대하셨다는 말은 믿습니다. 포스 제어기가 없으니 더 잘 알겠군요. 포스의 어두운 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참 전에 말했지만, 나는 시스 군주 자리에는 관심 없네."

 "그럼 탈출하는 거나 좀 도와주세요."

 "의회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네. 제다이 기사단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좋은 도구일 뿐이야. 콰이곤이 만약 사원에 남아있었더라면 나를 도왔을 걸세."

 "글쎄요, 마스터 콰이곤은 여전히 제다이이지만 지금도 딱히 당신을 도울 생각은 없을 겁니다. 오직 시스만이 극단적인 길을 택하지요."

 "마스터 케노비. 자네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마스터 케노비는 경청하는 자세로 팔짱을 끼며 짝다리를 짚었다. 별다른 불손한 의도는 없고 그저 몸이 힘들어서 그런 것뿐이다. 


 "시스들은 힘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엄청나지. 더 강한 힘, 더 많은 힘. 시디어스가 과연 자네나 나를 목표로 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


오비완은 창백한 얼굴이 더 그럴 수 없도록 하얗게 질렸다. 선택받은 자, 아나킨 스카이워커. 그의 어린 제자. 그래, 더 강하게 말려야 했어. 펠퍼틴 수상과 함께 할 시간이 없도록 했어야 했는데.


 "자네가 나와 함께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걸세. 오비완, 라이트 세이버를 휘두를 힘은 없어 보여도 혀를 놀릴 힘은 충분해 보이는군."

 "둘 다 휘두를 힘이 있다고 하면 시험해보실 겁니까?"

 "내가 여기 와있는 이유는 그저 자네를 회유하거나 도우려는 것이 아니야. 다스 시디어스가 마련해놓은 안전장치 때문이지."


옆의 가구를 살짝 짚으며 오비완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두쿠는 차분하게 말했다.


 "다스 몰이 아미달라 의원을 암살하러 떠났네. 임무 미완을 대비해 내가 여기 있는 거지. 결국 그 자의 어리석은 제자는 스승 말을 거스르지 못할 테니, 또 자네가 여기 있으니 실패한다면 이유는 둘 뿐이지 않겠나. 죽거나, 그 정도로 부상을 입거나."

 "......"

 "그러면 내가 자네를 끌고 가게 되어있었지. 스승이 전향한 것을 알면 마음 약한 자네 제자야 금방 포스의 어두운 면에 심취하지 않겠나? 고결한 마스터 케노비가 언제쯤 꺾일까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런 꼴을 보고 싶은 건 아니야."

 "... 그것 참 다행이군요."


오비완은 눈가를 꾹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아직 몸에 열이 남아있어 간헐적으로 시야가 흐리다. 그는 라이트 세이버를 꽉 쥐었지만 두쿠 백작의 손짓에 허무하게 광검을 빼앗기고 말았다. 
 손안에 날아든 라이트 세이버를 내려다보며 두쿠는 말했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해도 시디어스는 딱히 곤란해질 일도 없네. 나이트 스카이워커의 마음을 흔들려는 것이 목표이니. 어쩌면 일부러 나를 보낸 걸 수도 있고. 오비완, 얌전히 따라오는 게 우리 둘 다 편할 거야."

 "얌전히 따라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말에 두쿠는 오비완에게 성큼 다가갔다. 오비완은 방어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뒤로 몇 발자국을 물러났으나 닫힌 방문에 등이 닿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대만 맞아도 쓰러질 것 같은데, 그러면 연로하신 마스터 두쿠께서 저를 안고 나르시기라도 할 겁니까?"

 "마스터 케노비, 안겨 다니는 데에 제법 익숙해지셨나 보군."


두쿠의 단조로운 목소리에 오비완은 뜨끔하며 뒷목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뻔뻔하게 말했다.


 "설마 환자를 질질 끌고 가시지는 않겠지요."

 "이미 따라올 생각인 건 알고 있으니 이만 가지."

 "제가 마스터 두쿠를 따라간다 해서 정말 같은 길을 갈 거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며 옷차림을 정돈하는 제자의 제자를 보며 두쿠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쩌다 콰이곤 밑에서 저런 물건이 나왔을까?


두쿠를 지나쳐 앞장선 오비완은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그 앞의 거대한 금고문을 마주했다. 태연하게 암호를 입력하자 문은 소리도 없이 매끈하게 열렸다. 번호는 오비완의 생년월일 여섯 자리였다. 원래 그들이 지내던 집의 비밀번호와 같은.

 마스터 케노비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 완전히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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