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뭉쳐지지 않는다.

보슬보슬한데도 왠지 모르게 따갑도록 차가운 눈.

여리면서도 순수한데도 왠지 모르게 그을린 눈.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스러웠는데도 왠지 모르게 고독하던 너.

강인스러웠는데도 왠지 모르게 의존하던 너.


 

같이 손을 맞잡고 걷던 거리를 가보아도,

솜털 같은 눈만 흩날릴 뿐, 내게 감정이 흩날리질 못하더라.

노을빛 잎사귀만 떨어질 뿐, 나의 눈물이 떨어지질 못하더라.

 

함께 먹고 놀았던 바닷가에 가보아도.

우리에 기억이 벌써 심해까지 갔나, 바다는 고요하더라.

우리의 추억이 벌써 파도에 쓸렸나, 바다는 얌전하더라.

 

아니면 너와의 추억이 하늘에 눈이 되어 흩뿌려진 것은 아닐까.

그러니 거리에 가도 눈만이 날 맞이하고

겨울 바다마저 눈을 삼켰기에 침묵했구나.

 

그래서 눈이 따갑도록 차가웠나.

그래서 눈이 마냥 하얗지가 않았나.

 

눈이 뭉쳐지지 않는다.

보슬보슬한데도 왠지 모르게 따갑고 차가운 눈.

여리면서도 순수한데도 왠지 모르게 그을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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