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화나. 견녀 터마 금지가 풀렸다고?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여신님 대체 왜 이러셔?"

제 4 호위 님프인 히알레가 터마 경호를 보다가  짜증을 확 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칼리스토와 타위게테는 불평하는 히알레를 한심하다는 쳐다봤다.


"히알레, 지난번에도 말했지? 여신님의 결정에 감히 토달지 마. 버릇없게."

칼리스토는 제 2 호위님프이다. 곰으로 변신 가능. 

"칼리스토는 왜 나한테만 그래? 내가 틀린 말 했어?"

"히알레, 그만 해. 여긴 여신님 말씀이 곧 법이라는 거 명심해."

제 3 호위님프 타위게테도 히알레를 나무랐다. 타위게테는 황금뿔을 가진 사슴으로 변신 가능. 지난번 헤라 여신이 원한 사슴이 바로 타위게테였다. 


"너네들은 여신님이 견녀만 싸고 도시는 거 괜찮아? 목욕시중은 우리도 못 하잖아. 오직 네펠라이한테만 허락하신 일인데 견녀가 대체 뭔데 우릴 뛰어 넘어?"


히알레 말이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칼리스토와 타위게테도 속으로는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다. 네펠라이는 제 1 호위님프라 수긍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아무 직책도 없으므로 부당한 편애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여긴 여신님이 지배하시는 포레이아다. 


"히알레, 듣기 싫어. 우리는 여신님께 충성하고 복종할 뿐이야."

칼리스토가 말했다. 



네프님과 내가 터마에 도착했다. 히아님이 내 몸을 수색하셨다. 

"히알레, 시리우스 그냥 들여 보내 줘."

네프님이 말씀하셨다.

"절차야."

히아님이 내 몸을 돌려 가며 거칠게 만지시더니 위 아래로 훑어 보셨다. 좋지 않은 눈빛으로. 그러시더니 내 등을 확 떠미셨다.

"됐어. 들어 가."



터마 안은 온천의 온기와 앰브의 은은한 향기로 가득했다. 

"네프님, 저는 앰브 냄새가 정말 좋아요."

"시리우스, 앰브로시아는 오직 신들을 위한 거야. 앰브로시아 원액이 몸에 닿으면 피부가 타 버리니까 조심, 또 조심해."

"네, 네프님."


네프님과 나는 항아리에 물을 담아 여신님 전용 욕조에 옮겨 부었다. 

"네프님, 저 혼자 해도 돼요. 힘드시잖아요."

"아냐, 도와줄게. 여신님 오시기 전까지 할 일도 없는걸."

친절하신 네프님, 여신님 다음으로 고마우신 분.


물을 다 퍼 담고 나니 몸에서 땀이 났다. 장갑을 끼고 앰브 원액이 담긴 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원액을 욕조에 뿌렸다. 목욕 준비 완료.


순식간에 진한 앰브 향기가 터마 안에 가득 퍼졌다. 

"네프님, 제 몸에서 이제 좋은 냄새가 난대요. 앰브 향이 몸에 배나 봐요."

그 말에 네프님이 웃으셨다. 

"근데 네프님, 이제 앰브가 얼마 안 남았어요. "

"그래? 채워 놓을게."



그 때 여신님이 호위 님프들의 경호를 받으며 터마 안으로 들어오셨다. 아... 나의 여신님. 오늘도 여전히 도도하시고 아름다우셨다. 

"견녀, 왔구나. 네펠라이, 옷 벗는 거 도와 줘."

네프님이 옷 시중을 들고 있는 동안 나는 넋을 놓고 여신님을 바라봤다. 



포브스는 시리우스가 여신님의 목욕 시중을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다. 

'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며칠동안 사냥금지를 당했던 걸까?' 

하지만 터마는 포브스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입구에 호위님프 3명이 지키고 서 있다. 


시리우스가 네펠라이와 함께 터마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터마는 창문이 없었다. 달빛이 들어가도록 천장이 뚫려 있을 뿐. 포브스는 주변을 둘러 봤다. 터마 옆에 터마보다 더 큰 나무가 있었다. 

'나무를 타고 올라 가면 안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포브스는 개 시절에도 곧잘 나무를 탔다. 변신 이후 나무를 탄 적은 없지만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긴 팔과 긴 다리를 이용해 나무를 원숭이처럼 타고 올라갔다. 

'지금이 더 쉽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터마 내부가 보일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손을 뻗었는데 그만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균형을 잃었다.


"앗."

포브스가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를 듣고 호위 님프들이 달려왔다. 


"누구냐? 누가 감히 목욕하는 여신님을 엿보려고 한 거지?"

타위게테가 횃불을 포브스의 얼굴에 비추었다. 


지중해 수면을 뚫고 떠오르는 아침 태양 같이 붉은 머리와 한여름 울창하게 우거진 숲처럼 푸른 눈을 가진 포브스의 얼굴을 보고 타위게테는 그만 횃불을 떨어뜨릴 뻔했다. 


"넌 누구지?"

칼리스토가 물었다.

"여신님의 사냥개 포브스인데 절 못 알아 보세요? 타위님, 칼리님. 저하고 놀아 주셨잖아요."


포브스의 헝클어진 붉은 머리에는 나뭇잎이 몇 개 붙어 있었다. 떨어질 때 부딪혀서 아픈지 포브스는 머리를 만졌다.

"네가 그 포브스야? 사냥개?"

타위게테가 말했다.


"네. 변신 후엔 못 보셨구나."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지?"

"시리 보러 왔어요."


"여신님의 터마를 훔쳐 보면 벌받는 거 몰라? 여신님께 보고해야지."

히알레가 포브스 일을 여신에게 알리러 터마로 들어가려고 하자 타위게테가 말렸다. 

"히알레, 잠깐만. 이거 그냥 우리끼리만 알자. 얘 며칠 전까지 개였어. 그래서 모르는 거야."


"그래도 여신님이 아셔야지."

히알레가 타위게테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터마 안으로 들어 가려고 하자 이번엔 칼리스토가 히알레를 막았다.

"타위게테가 덮자고 하잖아. 왜 너는 별일도 아닌 걸로 여신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건데?"


칼리스토는 히알레에게는 핀잔을 주고 포브스에게는 친절하게 물었다. 

"포브스, 정말 괜찮은 거야? 다치지 않았어?"

"네, 칼리님. 이 정도는 괜찮아요."

포브스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등에 태워 보고 싶어.' 

황금뿔을 가진 사슴으로 변신 가능한 타위게테와 큰 곰으로 변신 가능한 칼리스토가 동시에 마음속으로 외쳤다.


여기는 순결과 처녀의 여신이신 아르테미스 님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포레이아.


GL 레즈 백합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첫 소설은 엘.컴플렉스이고, 사랑에 서툴고 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연재 중 갑자기 새 소설이 떠올라 아르테미스의 견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재소설과 단편소설을 꾸준히 올릴 예정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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