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로키 쇼토의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카페 무료배포존에 글 리플렛을 뒀습니다.
리플렛 내에 담긴 글을 포타에 업로드합니다.

 


속 깊이 들어찼던 숨을 밖으로 토해냈다. 뿌연 연기가 눈앞을 가렸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차디찬 공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그래도 개성 덕분에 체온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요령’을 잡기 위해 개성을 쓰느라 열이 오른 상태였다. 숨을 고르며 적절한 체온으로 조절해나갔다.

“다시 해볼까.”

심호흡을 하고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온몸 구석구석을 타고 흐르는 혈액에 집중을 하며 서서히 열을 올리고 동시에 식히고자 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정반대인 두 단어가 제 몸을 감쌌다. 집중한 만큼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마치 우주에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물을 병 안에 넣으려는 것과 같은 감각이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흩어져 버리고 언제 저 멀리 날아가 버릴지 몰랐다. 피가 혈관을 타고 흘러가는 감각에 집중하고 한 곳으로 열과 찬 기운을 모았다. ‘무’에 가까웠던 것이 점점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턱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위아래로 놓은 치아가 서로를 밀어냈다.
더... 조금 더..

“토도로키군!!”

멀리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에 어깨가 움찔 떨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돌리자 그가 달려오고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방해를 했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학급 반장, 이이다였다.

“아니야. 괜찮아. 그보다 무슨 일로 부른 거야.”

하던 걸 멈추고 완전히 몸을 돌려 그를 향했다. 이이다는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러곤 이내 준비가 끝났는 마냥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을 내뱉었다.

“아. 잠깐. 너에게. 부탁이. 있어서 왔다!”

몸이 빳빳하게 굳은 게 로봇과 같았다. 팔까지 직각을 유지한 채 이리저리 흔들어대 고개가 저절로 갸우뚱해졌다. 그래도 큰 의심은 없었다. 평소와 같다고 생각했기에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부탁인데.”
“아이자와 선생님의 부탁이 있어서 내가 하지 못하는 임무다!! 그러니 가장 믿음직스러운 너에게 맡기겠다!”

오.... 엄청난 임무인 건가.
이이다의 말에 점점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심각하거나 다소 힘든 임무가 제게 주어지겠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은 이후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찬 음식으로도 되고 뜨거운 음식으로 만들 수 있으며 색이 쿨애쉬 블랙을 뛰고 맛이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무언가를 사 오라는 건가.”
“그렇다!!”

큰소리로 저렇게 말하니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 힘내서 찾아올게.”
“역시 토도로키군!!! 듬직해! 그럼 난 이만 아이자와 선생님이 기다려서 가볼게.”

그는 제 옆을 지나 앞으로 뛰어갔다. 어지간히 급해 보이는 발걸음이었다.
흠.. 잠깐 쉴 겸 사 올까. 중요한 거라고 했으니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수건을 집어 들어 제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대체 뭘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지도 모른 채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나무에 머리를 박는 일까지 생겨났다. 욱신거리는 이마를 문지르면서도 생각은 더 깊어져 갔다.
그보다 이건 왜 사 오라고 한 거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러자 한 가지 떠오른 건.

“부스터에 필요한 연료 같은 건가...!”

라고 하기엔 설명에 맛이 표현되어 있었다. 연료를 직접 먹어본 것이 아닐 테니 이 생각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렇담 무엇일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이 되는 것. 맛이 나는 것. 미간이 한껏 좁혀져 경련이 일어나기 직전, 머릿속에서 번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

답을 찾았으니 나머진, 다리를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

 


찾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려버렸다. 기숙사 건물 문 앞에 도착하니 벌써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동시에 커튼 사이로 보이는 내부 또한 빛 한 점 없었다. 왜 불이 꺼져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가 이내 접었다. 늦게 도착한 건 아닐까. 조마조마함에 얼른 문을 열었다. 어둠이 밖과 안을 이었다. 어쩌면 밖이 더 밝을지도. 그러나 이건 제 발걸음을 묶기에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 왼손을 들어 개성을 발현시켰다. 작은 불씨가 제 눈앞에서 일렁였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눈앞엔.

“!!!!!!!!!!!!!!”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시간이 멈춘 마냥 자세를 유지했다. 눈이 크게 떠지고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그 상태로 굳어있자 앞에서 함께 굳어있던 미도리야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표정을 풀고서 입을 열었다.

“해, 해...!”

해...?

“해피 버스데이!!!! 토도로키군!”

““““““해피 버스데이~~~!!!!!””””””

천장에서 불이 들어오고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들려오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제 주변을 메워 싸고 있었다. 얼떨떨함에 입을 뻐금거렸다. 상황 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거 같았다. 그러나 이는 제 앞에서 케이크를 들고 있던 그로 인해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토도로키군!! 얼른 초 불어! 아, 촛농 떨어져, 촛농!!”
“아, 얼. 어, 그.”

급하게 숨을 들이켜고 입술을 모아 공기를 내뱉었다. 바람에 의해 촛불이 일렁이다 꺼졌다. 작은 연기가 피어올라 위로 올라갔다. 그걸 가만히 지켜봤다. 올라갈수록 희미해져 곧 어딘가로 흩어졌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아... 오늘 생일이었구나.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이 들 자리조차 없었다. 토우야. 제 형인 다비부터 시작해, 엔데버, 빌런과의 전투, 시민들, 그리고 혼자서 큰 무게를 짊어지려고 했던 이로 인해 머릿속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하나둘씩 풀어나가느라 제 생일을 잊고 있었다.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게.
어떻게 축하받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
세간에 알려졌다. 제 집안 사정. 엔데버. 그리고 빌런 연합의 다비가 제 형인 토우야인 것까지.
아니... 내 개성까지.
줄곧 인정해온 줄 알았다. ‘그날’ 이후로 왼쪽과 오른쪽. 모든 게 제 개성임을 인정해왔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진정 제 개성을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저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 마주 봐야 할 게 많았다. 그러니 어찌 생일 따위를 챙길 수 있으랴.
점점 표정이 일그러져 가는 제 얼굴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껏 지내온 세월이 모든 걸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모두가 무슨 생각을 하는 제 눈에 보였다.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두가...
괜찮아. 그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분위기를 깨트려버리듯 키리시마가 외쳤다.

“어이 토도로키!”

대답을 하려던 찰나 그가 제 등을 가격했다. 제법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맞은 부위가 따끔거렸다.

“생일 축하해!”
“어... 응 고마워.”
“생일 축하해 토도로키~.”
“어. 고.”
“해피 버스데이에요 토도로키씨.”
“아.”
“좀 더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오늘 1년에 한 번뿐인 네 생일이잖아.”

기뻐하고 즐거워해...
그동안 생일을 어떻게 보냈더라.
그다지 기억이 없었다. 즐거웠던 기억. 기뻐했던 기억.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애초에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생일은 기쁘고 즐거운 날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토도로키군!!”
“응, 이이다.”
“생일은 태어난 날이다!!!”
“응. 그렇지.”
“즉, 태어난 날을 축복받는 날이란 뜻이야. 그러니 축하해.”

이이다에 이어 미도리야가 말했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다 이내 저를 바라봤다. 그리고 모두가 다시금 외쳤다.
생일 축하해 쇼토.
그 말이 제 가슴 깊이 박혀 떨림을 이어졌다. 무언가가 가슴 안쪽에서부터 얼굴까지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고마워, 모두.”

나는 오늘, 생일을 축복받기로 했다. 모두들에게.
생일 축하한다, 쇼토.
잊고 있던 작은 속삭임이 제 귓가를 스쳤다. 그러나 주변을 가득 메운 소리로 인해 금방 흩어져 버렸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딘가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
잊지 않을 거고, 잊지 못할 날이었다.

 



“아, 이이다.”
“응?”
“이거.”
“이건...!”
“아까 부탁한 거.”

이이다는 제게서 물건을 받고 가만히 쳐다만 봤다. 혹시 이게 아닌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옆에서 케이크를 먹으며 걸어오던 바쿠고가 썩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다.

“등신.”

쯔유가 아니었던 건가.....
소바 장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응을 보니 아닌 듯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부탁은 그저 제 생일 파티를 위해 준비하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이고자 한 부탁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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