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2 마루야마 아야


아야 언니는 저희 언니랑 같은 그룹의 멤버로, 늘 좋은 향기가 나는 예쁜 언니에요! 그리고 언니한테는 살짝 비밀이지만, 파스파레에서 제 최애랍니다!


TV에서 틀어주는 파스파레의 라이브 영상을 볼 때 마다 언니 앞에서 대놓고 응원봉을 흔들 수는 없지만, 남몰래 아야 언니를 응원하고는 한답니다! 몰래 팬싸인회도 몇 번 간데다가, 아야 언니의 굿즈도 방 안에 고이 장식해놓았을 정도였지요!


물론 언니 앞에서 언니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좋아한다고 할 수 없었으니까 모두 비밀로 모으고 있었지만요!


그런, 남몰래 동경하는 아야 언니를 우리 언니야가 데리고왔을 때에는 남 몰래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환호성을 외쳤답니다. 언니가 저를 불러내더니 아야 언니를 소개시켜 줄 때만큼은, 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날 정도였지요. 


살며시 눈치를 보다가 그대로 아야 언니의 품에 꼭 껴안겼습니다. 푹신푹신하니 달콤한 냄새, 언제까지고 껴안기고 싶은 그런 느낌에 제가 살며시 눈을 감고 아야 언니의 품에서 얼굴을 부비적 거리자 마음착한 그녀가 손을 뻗어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지요.


"와아, 치사토 짱의 여동생, 진짜 귀엽다!"


에헤헤, 칭찬받았다...쓰다듬어주시는 손길에 제가 눈을 살며시 감은 채 그 포옹을 유지했습니다. 언제나 화면 너머로만 보아서 성격은 언니가 들려주는 걸로밖에 상상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본 아야 언니는 제 상상과 조금도 다를 것 없이 작고, 사랑스럽고, 예쁘시기 짝이 없으셔서 팬으로서는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실제로 집에 놀러오셔서 하룻밤 자고가실 때에면, 언니랑 치사토 언니는 거실에서 언제나 사이좋게 꼭 붙어계신 채 수다를 떠시고는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훈훈하던지, 먼 발치에서 제가 지켜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두 분 이셨답니다. 때로는 저까지 불러서 셋이 보드게임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요.


하지만 그런 얌전한 성격의 아야 언니도 잠버릇 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은 목이 말라서 자다가 밤중에 일어났을 때에 일, 거실로 가기 위해서 언니의 방을 지나치는데, 안에서 아야 언니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거든요.


아직도 안주무시나? 싶어서 이러면 안될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문 앞에서 살짝 귀를 기울여보자, 안쪽에서 확실히, 드문드문 들리긴 했지만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치사토 짱...조금만...천천히..."


"...옆에서...듣고있어..."


"...거기...약해앳..."


대체 무슨 꿈을 꾸시길래 잠버릇으로 저희 언니를 찾고 있는 걸까요? 아야 언니 다운 잠꼬대라고 생각한 제가 쿡 웃으면서 문에서 귀를 땐 채 하품을 하면서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다시 향했습니다.


신음 비슷한 소리들 사이에 언니의 목소리가 껴있던 것은, 분명 제 잠이 덜 깻기 때문일 것입니다.


#3 마츠바라 카논


마츠바라 카논 언니는 마치 해파리와도 같은, 둥실둥실하면서 어쩐지 푹신푹신한 느낌을 주는 언니였어요.


첫 만남조차 조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답니다, 평소처럼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가던 어느 날, 상점가의 한복판에서 누군가가 후에엥 거리면서 눈을 뱅글뱅글 돌리고 있으셧거든요. 몇 번이나 휴대폰을 쳐다보시고, 그러더니 방향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저 쪽으로 향하셨다가, 몇 분 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오셨지요.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요? 한참이 지나도 길을 찾지 못하는것에 답답해져서 결국 보다못한 제가 그녀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걸고,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언니의 친구분-마츠바라 카논 언니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에헤헤, 고마워! 언젠가 꼭 답례를 할게!"


물론 그 때에는 언니의 친구란것도, 그녀 역시 제가 언니의 여동생이라는 것 조차 모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한 마디로 생판 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판 남인 저한테까지 어찌나 고마워하시던지, 감사를 받는 제가 다 죄송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그녀의 성품이 얼마나 착한지 눈치챌 수 있었지요.


그 때에는, 그저 그런 식으로 스쳐지나가는 짧은 인연일 줄 알았습니다.


그랬기에 언니가 친구라면서 카논 언니를 데려왔을 때에는 정말 깜짝 놀랐지 뭐에요? 익숙한 푸른 물색의 머리카락이 보여서 고개를 들었다가 저도 모르게 흠칫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카논 언니 역시 저를 알아보셨는지 웃으면서 작게 인사를 해주셨어요!


상점가에서의 인연도 있고, 우리 언니가 자주 데려오는 것도 있고 해서 저는 카논 언니와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답니다.


신기하기도 하지요, 바다에 사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에서 해양 관련 일을 하는것도 아니실텐데, 신기하게도 카논 언니의 품에서는 언제나 바닷가의 냄새가 나고는 하셨습니다. 물론 그 냄새가 싫다던가 하는건 아니고, 오히려 좋았기에 카논 언니가 놀러오실 때에면 그녀의 품에서 거의 안벗어나고는 햇지요. 언니 역시 저를 마음에 들어하시는지, 제 어리광에도 딱히 불평없이 모두 받아주시곤 하셨답니다.


그런, 상냥하기 짝이 없는 카논 언니셨습니다.


그렇지만 언니는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집에 놀러오시면 우리 언니야의 방에서 같이 주무시고는 하는데,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나 다크써클이 살짝 가라앉는 눈을 비비적 거리면서 나오곤 하셨거든요.


"잠을 잘 못주무세요?"


그런 언니가 걱정스러워서 조심스럽게 여쭤보면, 그녀는 언제나 대답대신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는걸로 대체하시고는 하셨습니다. 그러는 반면, 언니는 평소보다도 더 피부가 매끈해진 채로 방 밖으로 나오시고는 하셨지요.


언니가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싶어서 언제 한 번 날을 잡고 목이나 팔 부근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팔뚝이며 목, 허리 부근에 붉은색 반점이 나있는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제서야 언니가 주무시지 못하는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벌레였습니다.


매일 밤마다, 그것도 치사토 언니의 방에서 주무실 때 마다 온 몸 곳곳을 벌레한테 물리니 제대로 주무실 수 있을리가 만무했지요. 마침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된 제가 고민하다가 그 주, 저희 집에 자러 오신 카논 언니한테 모기약을 하나 사서 슬쩍 건내주었습니다.


"이게 뭐니?"


"모기약이에요! 카논 언니, 저희 집에서 주무실 때 마다 계속 붉은 반점이 나시길래, 벌레때문에 못주무시나 하고요!"


웃으면서 건내는 저와 다르게, 카논 언니의 표정을 살짝 복잡하기 짝이 없으셨습니다. 옆을 보자 치사토 언니는 마치 죄라도 지으신 것 처럼 시선을 아래로 돌린 채 아무 말씀도 못하고 계셔서...


어라?


그러고보니 왜 같은 방에서 주무시는데, 저희 언니는 벌레한테 하나도 물리시지 않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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