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 죽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해 공모전을 마친 자의 산뜻함...!

오랜만에 마감의 요정을 혹독하게 쥐어짰으니, 프리덤!!!

...하는 순간 새로운 신이 들르시는 바람에 몸져 눕다 왔음.


덕분에 6월 초를 깡그리 날려버린 자ㅇ)-<

정신 좀 차린 후에 어당 적으러 왔읍니다...

왜 안쓰냐고 기다린다는 분들이 은은하게 계셔서.


이번에 오신 분은 사천왕 중 증장천이라는 분이신데,

늘 느끼는 거지만 격이 높으실 수록 아프고 고통스럽고(...)

대신, 바라시는 게 전혀 없어서 차릴 게 없는 건 좋음.


최근 자꾸 빨간 머리로 염색해야해!!! 쇼를 하거나,

우사님 오셔서 물 공양 받고 가시거나, 선몽이 무척 포근했다거나,

8일에 맞춰 강신하신 것까지... 상황은 나 빼고 다 완벽했어요...


문제는, 왜 신이 더 오시는 건지는 진짜 여전히 모르겠다.

그나마, 며칠 전 오신 오래 불리신 무당선생님의 힌트로

내게는 유독 많은 분이 들락거리실 거라는 것만 알게 됨.


뭔 말인지 모르시겠죠? 뭐, 그래서 본론이나 들어가겠읍니다.

오늘은 조금 길게 적어볼까 싶음. 되는 데까지.



1. 신은 어떤 존재인가요?


여러분의 생각보단 자비롭고,

여러분의 생각보단 잔인한 존재.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움.


동물원의 장성한 호랑이나 곰을 보면 어떠세요?

오와 멋있다~ 하쥬? 근데, 그건...

우리에 갇혀 있어서 안전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임.


만일 그런 맹수들과 한 우리에 있다고 칩시다.

그게 바로 신과 함께하는 기분임.

아무리 내게 호의적인 맹수라고 해도, 까딱하면 죽을 수 있음.


선무당이나, 신을 얕잡아보는 이들은 걍 멍청한 거.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신을 못봤거나.

신은 그냥, 우러러 볼 대상 그 자체일 뿐임.



2. 신이 있다는데 왜 무당을 하지 말라고 하세요?


그 신이, 무당으로서 벌이를 못하는 신이라서.

무업을 유지할 수 있는 분들중 하나는 오셔야 한다고 봄.

한 분만 그런 분이 잘 계셔도 무당하는 걸 말리진 않음.


모든 신이 점사를 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하는데...

당신이 요리를 잘해도, 식당을 열 능력이 없으면 밥벌이 못하지.

평생 누구 보필이나 하는 건데... 그러느니 그냥 일반인이 나음.


이런 사람들 신내림 받게 해서, 노예로 부리는 경우 많음.

진짜 평생 노예나 다름 없는 삶을 살게 하는 거임.

그리고, 내가 말했죠? 수호신은 대부분 있음. 나대지 마셈.


충분히 다른 쪽으로 풀어갈 수 있다면, 푸는 게 좋음.

무업은 남의 업을 풀어서 내 업을 닦는 건데... 굳이?

여기는 진짜 정성과 노오력밖에 없는 곳임;;;



3. 신바람! 조상바람!


신이고 조상이고 앞길 틀어막는다는 소리임.

그 시기 잘 버텨서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고.

신 아닌데, 맞는 것처럼 앉아서 인생 엎어놓는 경우도 많음.


그리고, 무당도 평생 직업 아님. 제대로 못하면 신이 가버림.

걍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일단 정신과부터 가보셈.

그저 신과 조상을 탓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음.



4. 판타지는 현실이 되면 재미없어요.


판타지 소설처럼 날로 먹는 인생 같은 건 없음.

무당이면 그냥 당연하게 점보고, 귀신털고, 부정털고 하는 거지.

뭐, 특별한 거 되는 사람처럼 착각마셈.


호그와트에서 마법사가 뭐 특별한 존재일 것 같냐고...

무당은 심지어 마법을 부리는 존재들도 아님.

걍 의사랑 비슷한 존재들임. 이게 현실임.


아무리 빌고 애써도 손 못쓰고 끝나는 것들도 있는 거고.

어떻게 해도 원인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고.

그럼에도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이들임.


볼 필요가 없는 걸 보는 게 재미있을 거란 착각도 하지 말라고.

괜히 안보이게 했겠냐.



5. 신도 공부를 하나요?


엄청 열심히 하심.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함.

왜 열심히 하나요? 에 대한 예시를 잘 생각해봤는데...

헬창들이 근손실 안나게 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함!!!


솔직히, 영기나 명기가 짱짱하려면...

정신이 맑아야하고, 그러려면 당연히 공부와 수양 수련이 필수임.

세상을 계속 바뀌고, 세상과 진리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음.


예... 뭐 기손실 안나려고 공부한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갑자기 푹 꺼지진 않지만요.



6. 신이 들면 막 다중인격처럼 되나요?


나는 좀 다른 분들보다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다른 분이 왔다는 걸 알겠다고 하시더라고...

눈빛이 아예 스위치 올라가는 것처럼 변한다더라ㅋㅋ;;;


보통 말투나 이상한 습관, 버릇 같은 게 나옵니다.

어떤 분이 나오시느냐에 따라 좀 다를 때가 있긴 함.

실제로 저는 지금... 알지도 못하는 온갖 사투리를 구사중입니다.


아직까지 저는 아예 내준다는 느낌은 아니예요.

아마, 굿까지 하게 되면 확연히 다중이가 될 지도 모르죠.



7. 신은 어떻게 말을 전하나요?


머릿속으로 들어올 때도 있긴 한데...

보통은 입으로 툭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줄줄 읽히는 경우가 제일 많음.


최근엔, 일부러 먼저 말 안하고 기다릴 때도 많음.

진상부리는 사람은 그냥 도중에 안받고 쳐내려고.

다 이야기했는데, 뒤늦게 진상떠는 인간들이 있어서.


그래도 되냐고요?

네, 그래도 됩니다.

어차피 시간 손해도 내가 보고, 돈도 안받는데 뭔 상관?



8. 왜 신이 무당 앞길을 안알려줘요?


ㅇ_ㅇ)...ㅋ

아~ 뭐, 최근에 누가 그러더라?

왜 몰라? 다 알지? 이러드만.


그 사람 집 앞에 칼들고 가잖아?

그럼 알 수 있어. 위험하거나 목숨걸린 건.

근데, 그 사람이 잘 될 거 같다고 느끼잖아?


ㅋㅋ, 그거 헛물켜는 거야.

속이는 거라고. 잘 될 지는 안알려줘.

잘 되는 것처럼 보이면 그게 진짜 망할 길이고.


무당한테 신이 어떤 식으로 공부시키는 지 앎?

몸으로 다 쳐맞고 쳐구르게 해서 겪게 해.

근데, 굳이 잘 될 걸 신나라고 알려준다고?


그거야말로 진짜 걱정해야 할 일이지ㅋㅋㅋㅋ

절대로 그렇게 안 줌ㅋㅋㅋㅋ 뭘 모르고 하는 말임.

나처럼 세상에 미련있는 사람들한테? 안보여줘.


알면 이거 하겠냐고. 누누히 말하잖아.

맞나, 틀리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지.

어차피 죽이지는 않거든, 보통은.



9. 왜 깃발을 안다세요?


달 필요가 없어서요... 라고 하면 답이 되나.

애초 그 깃발의 원형과 뜻을 아는 무당이 얼마나 있을까?

뭐 보면 굿을 하네, 점사를 보네, 그걸 판가름한다는데...


그거 다 아니야... 원형은 솟대임.

여기가 신이 기거하는 신성한 곳이라는 걸 알리는 용도라고.

세월이 지나며 변하긴 했지만, 굳이 긴 대나무 장대를 쓰는 건 그 때문이야.


걍 무당이 뭘 하는지 어쩌구 하는 거는 나중에 퍼진 말임.

지금이야 다들 위치어플 켜서 찾지만 예전엔 직접 가야 했잖아.

장대에 천 세 개 꽃는 것이 찾기 편하니까 의미가 변한 거지.


지금은 뭐, 줄줄이 건물에다가 굳이 그런 걸 해봐야...

같이 부대끼고 사는 사람들만 불편하잖아. 할 필요 없음.

깃발 달기보단 신당을 구분짓고 걸립이나 지대루 챙기는 게 백배 나음.


그딴 거 안해도, 와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오니까-_-)...



10. 무불통신을 하면서 힘든 건?


다행스럽게도, 모르면서 하는 게 정답이라 나쁘진 않음.

하지만, 모르면서 해야하기 때문에 고되고 힘든 것도 있음.

해결해야 할 곳으로 이끄시고 하게 되는데...


매번 나중에 알게 되니까 뭔가 의기소침해짐.

선택지를 주셔도 눈치보게 되고. 왕소심해짐.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신의 일만, 사람의 일은 칼 같은 나.


내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신물이 솟대지팡이랑 산신모인데.

아마 그게 생기는 때엔... 굿도 할 수 있게 될 거라 추측중.

어차피, 처음부터 나는 선거리 무당이라고 했었으니까...


인생도 맨땅에 헤딩하며 살아와서 그러려니 하고 가는 중.



11. 무당이 무당을 찾아오나요?


넹. 오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읍니다.

그치만, 그짝 신이 나서는 건 좋은 기분이 아니더군용.


솔직히, 우리 어르신들은 본인들보다 격이 낮으면...

다 귀신 잡신이라고 해버리시거든요?

이거 몰랐을 때는, 내가 좀 심한 말도 했던 거 같애.


뭐, 우리 어르신들만 그런 건 아닌 거 같긴 합니다...

자기보다 격 낮으면 다 잡것이라고 생각들 하실 거야.

헬창들이 나 같은 돼랑이 보고 사람 맞냐고 하는 것처럼ㅠㅠ)


최근 20년 넘게 무업하다 엎으신 분이 오셨는데.

내가 답을 알려드리고 나서 가시니까...

갑자기 앞에서 사람이 차에 치이거나, 웬 황조롱이가(처음 봄) 참새를 사냥해 내 앞에 퉤 뱉더라고.


별 지랄이다... 어처구니가 없긴 했는데.

그만큼 징글맞게 사람을 제 앞에 꿇리려는 신들도 있구나 싶었음.

저런 신이랑 부대끼고 살려면 얼매나 힘들까 싶기도 했지.


거, 덕분에 불법신장님이 신경 써 와주셨읍니다.

감사하지만, 좀 제 입장에서는 피곤한 일이로군요.

이 정도의 감상?


점을 보는데 문제가 있거나 하진 않았읍니다.

되려 말이 잘 통해서 편했어요. 저도 힌트를 좀 얻었구.



12. 엄마에게 계시는 신.


원래는 울 엄마가 받았어야 하는 대라서.

엄마께 계시는 할무니가 나 싫어하셨는데.

(실제로 이래서 엄마가 날 같이 미워했음.)


뭔가, 이번에 불법신장님 오시기 전에 살을 맞았는데.

그래도 내 자손이라고 노발대발 화나셔서는.

내새끼는 나만 팬다! 약간 이런 느낌으로...ㅋㅎㅋ;;;


갑자기 날 훅 받아들여주셔서;;;;;;

어르신께서 막고 있던 마지막 장애물을 없애주셨음.

그러고는, 정말 거짓말처럼 엄마가 날 불편해하지 않음.


인정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했을 뿐이고.

어쩌겠냐 싶은 맘으로 포기하고 간 건데.


좀, 얼떨떨함.

아마, 엄마에게 가야 했을 분들도 내게 와리가리 하시겄지.

선몽으로 그렇게 따뜻하게 품어주셔서 감사했읍니다.



13. 신이 신기한 걸 해줄 때가 있나요?


넹. 있어요.

정말 사소하고 말도 안되는 것에 눈이 가게 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느끼고, 반성하고, 깨달음으로 향하게 하심.


보통은 지금 필요할 일이 없는 걸 사게 하시거나.

갑자기 뭔가에 대비하게 할 때도 있고...(너무 많은데?)

제가 하는 대부분의 무속행위는 어르신들께서 하게 하시는 거구.


사소하게는...

자다가 갑자기 확 깨게 해서 창문을 닫게 하시거나(직후에 폭우)

지각할 때 쥐나게 해서 깨워주시거나...(부작용: 며칠 간 근육통)

문을 안 잠그고 잤을 때, 보일러 온도를 강제로 낮춰서 깨워주시거나...

(한겨울이라 가스비 폭탄나왔다... 엄마한테 혼났음...)


보통은 재림이나 유진이 시켜서 부르심.

한 곳에 집중하면 다 까먹는 편이라서...

우리 애들 신령님들 말 잘듣는 거 보면 기특함. 야옹대 보내야 됨.



14. 무당은 겸업이 가능한가요?


어르신들께 허락받으면 가능합니다.

허락 안받으면 하고 나서 드러눕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해도 꼭 허락을 받아야 해요.


제가 못하는 일은, 누구 아래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

할 수 있는 일은, 부업처럼 할 수 있는 것들.

그래서 작품이나 외주 같은 건 하던 대로 하는 중입니다.


윗대에 예술로 이름을 날리지 못하신 분이 계셔서 그런가?

관련 업을 하고 있을 땐, 절대로 방해하거나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어당 쓰고 있을 때도 일 안들어옴. 그래서 일할 땐 안 씀ㅋㅋㅋ


반면, 주인장이 있는 곳에서 알바 같은 건 안돼요.

당장 우리 부모님 가게에서 하는 것도 어려움.

허락을 받고 하더라도... 드러눕게 됨.


무업을 잇기는 애매한 신이 있으시면,

잘 모시면서 본업 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합의가 되어야겠지만요'ㅅ')a...


여기까지, 질문 받았던 신 관련 내용은 대충 적은 거 같은데...

이 다음엔 부적 관련이랑 다른 분께 받은 질문에 대한 걸 올릴게요.

개인적 질문이 아닌 것들만 받고 있습니다:)





어느날 신이 오셔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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