𝙣𝙚𝙬 𝙟𝙚𝙖𝙣𝙨 - 𝙝𝙮𝙥𝙚 𝙗𝙤𝙮






       좋다고 말해 

𝟎𝟑. 니가 좋으니까







물론 어젯밤 꿈에 나타난 박지민 때문에 몽정까지 했지만, 이건 그냥 단순한, 그저 엄청난 물리적 마찰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박지민이 도장에 다니기 전에 확실한 검증이 필요했어.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지만 그날 나는 체육관에서 수많은 굳히기를 실행했고, 작정하고 덤벼들어 훈련을 가장한 의도적인 부비기를 시도했지. 


“...하. 망했다.”

“뭘 망해, 인마.”


옆으로 휙 떨어져 매트에 벌렁 누워서 한숨을 내쉬니까 밑에 깔려있던 선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너 지금 이 정도면 메달 가능성 있다니까? 근데, 너 오늘 뭐 굳히기 못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냐? 대체 애들 붙잡아가다가 굳히기를 몇 번 해?”


형 말대로 나는 오늘 하루 입시반 사람들 스무명을 붙잡고 굳히기를 다 해봤어. 심지어 오바 조금 보태서 어제보다 더 강하고 심하게 비벼봤는데도 꼬추가 커지질 않아. 하아... 그거면 다행이게? 소금에 절인 것 마냥  쪼그라들어서 평소보다도 더 작아진 것 같아.
어젯밤 박지민과의 굳히기에서 내 꼬추가 커진 게 단순한 물리적 반응이었을 거란 한줄기 희망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순간이었지. 그러니까 그건 그냥 박.지.민 때문이었던 거야.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알 거야. 박지민이 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월요일부터, 나는 요 며칠을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남자로 사는 중이야.

도장에서도 미치겠는데, 얘는 집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어서 기술을 건다고 난리를 쳐대. 엊그제도 같이 집에 있는데 잠깐 물 마시러 갔다 온다더니 들어오자마자 매미처럼 내 등에 달라붙는 거. 

애초에 입시반 수업을 같이 들을 순 없으니까 지민인 요즘 관장님이랑 체력 훈련을 하는 게 다야. 줄넘기라든지, 낙법, 구르기 같은 거. 

도장에 처음 오던 날엔 자기는 그냥 스트레스도 풀고 체력만 기르면 그만이라더니, 지금 얘 의욕은 도복에 태극기 단 사람이라고. 못하게 하니까 더 하고 싶은 그런 거 있잖아. 다들 전국체전이 얼마 안 남아서 훈련하느라 재미 삼아 겨루기도 안 해주니까 그 한을 집에서 나한테 이렇게 푸는 거.


“이... 케 해서 다리를 감아..가지구 흐... 하..아앙”


등에 붙은 채 다리를 내 몸에 감아서 뒤로 벌렁 쓰러진 다음 안아조르기 기술을 한다고 혼자 난리를 치는데, 누르고 있는 내 무게 때문에 연신 이상한 소리를 내. 귀에 바로 때려 박는 신음소리가 사람을 돌게 만들기 직전이야.


“흐응.. 아아흐”

“그마해라... 진짜.”

“가만 있어봐. 너 못 빠져 나가겠지? 어...때? 웁. 으. 으흡, 흐읏..하으.”


그때 툭 하고 중심을 치고 지나가는 발끝에 몸 속 피가 한꺼번에 아래로 쏠려.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갑자기 커진 데다가 자꾸만 요리조리 스치는 박지민 발가락 때문에 이대로라면 뒤집힌 거북이처럼 이 자세로 쌀 거 같은 거야. 겨우 남은 정신 줄을 붙들고 온 힘을 집중해서 등 뒤에서 잡고 있는 애를 콱 누르니까 ‘악!’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나가. 그리고 나선 바닥에서 아프다고 구르고 난리. 알게 뭐야? 내가 죽겠는데. 나는 소리소리 지르는 박지민을 두고 얼른 방에서 빠져나와 버렸어. 

식탁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는데 아래는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안보여. 그때 방에서 박지민이 씩씩 거리면서 나와. 얼마나 힘을 쓰면서 매달렸었는지 애 이마엔 땀까지 송골송골 맺혀있어. 벌게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면서 컵에 물을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데, 꿀꺽 거릴 때마다 울렁거리는 목젖에 아래가 또 뻐근해져. 꿈속에서 내가 박지민 입안에 내 걸 집어넣었다가 뺄 때도 박지민 목구멍이 딱 저랬는데.. 

허...! 미쳤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야, 집에 안 가냐?”

“수행평가 아직 다 못했잖아.”

“내일 해.”

“내일까지 제출인데 뭐래.” 

“너만 하면 되는 거잖아. 나 대학 내신 없어. 실기 100%야. 가.”

“도와준다매?”

“피곤해. 잘 거야.”

“이씨... 또라이 새키 진짜.”


사실 도장에 비하면 집은 문제도 아니야. 도장에서는 내가 내 몸 하나만 컨트롤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고. 젤 문제는 도복 갈아입는 거랑 수업 끝나고 샤워하는 거였는데,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이거였어. 

일단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일찍 가서 먼저 옷을 갈아입고, 훈련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이 다 씻고 갈 때까지 시간을 끄는 거. 


“금메달 따라며? 나 유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지금처럼 해서는 안 돼.”

“정국아...”

“어.”

“너... 그 정도로 나랑 친구 하고 싶어?”

“뭐래...” 


어쨌든 메달 못 따서 자기랑 절교할까 봐 그렇게 걱정인 거면 자기가 도와줘야지 어쩌겠냐면서 고맙게도 박지민은 스스로 내 덫에 걸려들었어. 그렇게 우리는 남들보다 먼저 도장에 가서 젤 늦게까지 도장에 남아있었지. 수업이 후에 30분 더 보충 훈련을 하고 가겠다는 이유로. 

말이 도와주는 거지, 기괴한 자세로 날 누르거나 빌어먹을 그 굳히기 기술을 쓰는 게 다야. 그렇게 조용한 체육관에 박지민 숨소리가 쌔액쌔액 울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슬픈 생각을 해. 

할머니.. 보고 싶어요. 하늘나라에서 잘 계신 거죠?

 

“나랑도 겨루기 해.”

“뭔 겨루기.”

“나 맨날 줄넘기만 하잖아... 나도 막 시합에서 하는 거 하고 싶다고.” 


그렇게 박지민이랑 하는 보충 훈련의 마지막은 늘 겨루기야. 야무지게 도복 깃을 움켜쥐고 요리조리 나를 넘기려고 시도하다가 그것도 안 되면 발을 휙 거는 데, 그 타이밍에 내가 다리를 벌리면 박지민은 도복을 잡은 채 달랑달랑 나한테 매달린 자세가 돼 버려. 그런데도 겨루기는 매번 박지민의 한판승으로 끝나지. 왜냐고?  

일단 넘어지면 나는 박지민이 위로 못 올라오게 무조건 바닥에 눕혀. 한쪽 팔로 몸을 누르고, 나머지 팔로는 몸이 붙지 않게 버티면서 공간을 만드는 거지. 그럼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아니, 당한 건 있어서 생겨난 틈으로 발을 쭉 빼서 내 상체를 밀어내. 그때 못 이기는 척 한 바퀴 굴러서 넘어가 줬거든? 첫날엔 자기가 엄청난 기술을 성공한 줄 알고 좋아했던 박지민은 3일 차 되던 날 알아버렸지. 내가 늘 그렇게 져준다는 걸. 



“재미없어.”

“맨날 이기면서 뭐가 재미 없대.”

“니가 봐준 거잖아.”

“알긴 아네.”

“너 전국체전 끝나고 보자. 내가 진짜 지금은 너 다칠까 봐 봐주는 거고, 대회 끝나면 너 그냥 넘겨버릴 거야.”


승부욕으로는 어디 가서 절대 안 지는 게 박지민이거든. 지금도 내가 자길 봐주고 있는 게 더 기분 나쁘대. 


“유도는 젤 빨리 이기려면 어떻게 하면 돼?” 

“한 판이지 뭐.”

“한 판?”

“응. 상대방 등이 바닥에 전부 닿게 매치거나, 등 닿은 채로 20초, 팔 꺾어서 항복 받거나 목을 졸라서 항복 받는 거. 아님 절반 두 개 하거나.” 

“팔 꺾는 거랑 목 졸라서 항복 받는 건 좀 치사하지 않아? 그런 것까지 한 판이라고 쳐주는 거 별로다, 그치?”

“간절하면 뭘 못해? 뭐든 꺾거나 졸라야지.”

“오... 전정국 독기 무슨 일? 너 이 정도면 메달은 따놓은 당상아냐?”

“너는 뭐 전국 체전 매달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안 쉬운 거 알거든요? 그래도 넌 무조건이야.”

“말은 쉽지. 나중에 실망이나 하지 마.”

“그럴 일 없다니까? 내가 이렇게 보충수업까지 도와주는데 못 따면 그게 이상한 거 아냐?”

“...”

“근데 시합할 때 벌점 같은 것도 있어?”

“있지.”

“너처럼 막 져주는 인간은 벌점을 그냥 백 만점 때려야 하는데. 다시는 시합 못하게. 젤 치사한 거 그거잖아. 왜 봐줘? 내가 원하질 않는데?” 


눈에 힘 빡주고 앞으론 절대로 져 주지 말래. 


“져줄 건데.”

“왜! 왜? 싫어!”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될까? 그때도 너는 내 세상에 존재할까? 아니, 내가 네 세상에 있을까? 

불현듯 나는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보다, 고백하는 순간 박지민을 잃을까 봐 그게 두려워져.


“싫다고! 져 주지 마. 왜 져주는 데?” 



내가 너한테 져주지 않을 그런 날이 진짜 올까? 나는 그냥 웃으면서 너를 향한 건지, 나를 향한 건지 모를 대답을 해. 



“아픈 거 싫어서.” 





. · . · . ·   ♡   · . · . · .






“데리러 온다고 해놓고 나 기다리게 하기 있어?” 


교문 앞에 서 있던 박지민이 나를 보자마자 입술을 쭉 내밀고 찡얼거려.


“미안. 오늘 한수 도장 못 오는 바람에 관장님이 나보고 마무리하는 거 도와달라고 하셔서.” 


핸드폰을 보니 족히 20분은 기다리게 한 거 같아 괜히 미안해져. 


“늦으면 늦는다고 톡 보냈으면 걱정 안했을 거 아냐.” 

“핸드폰 라커에 두잖아."

“아는데... 그래두.”


진짜 미안하다고 하면서 얼른 한쪽 어깨에 걸려있던 가방을 가져가니까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리는지 발걸음을 옮겨.


“팔 좀 괜찮아?”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병주고 약주냐면서 나를 흘겨보더니, 내가 아무말도 못하니까 괜찮다면서 씨익 웃어. 


“어차피 반 깁스라 2주 뒤면 풀 수 있대.” 


박지민의 도장 생활은 한 달을 못 채우고 끝이 났어. 어딜 가나 박지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도장에선 그게 더했거든. 

땀 냄새 쩔고, 삭막한 남자애들만 드글드글했던 도장에 갑자기 예쁜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든 느낌이었지. 애가 도장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민이를 예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형들이나 애들이 주고받는 얘기 속에 박지민이 자꾸 등장하면서 내 질투심이 끓어 넘친 거야. TV나 소설 속에서 본 짝사랑은 애틋하고 예쁘기만 하던데, 내 짝사랑은 왜 이렇게 치졸하고 유치한지 모르겠어. 


‘나는 너밖에 친구 없잖아.’ 


언제는 친구가 나밖에 없다더니, 이젠 도장 사람들이 다 박지민 베프야. 탈의실에서 아무도 못 마주치게 방어막을 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거기다 젤 큰 문제는 보충 훈련을 한답시고 남았다가 얘랑 둘이 홀딱 벗고 같이 씻는 거였어. 



“너... 꺼.. 왤케 커?” 


순진한 얼굴로 내 껄 빤~히 보면서 이러는 애한테 뭔 말을 해. 


“뭐래, 거품 묻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거든?”

“너랑 하는 사람은 하다가 죽겠다.”


애기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발랑 까진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


“... 사람이 뭐 그렇게 쉽게 죽는 줄 알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 누군지 알고 빌어?”


사람 속을 아주 박박 긁어. 그래, 내가 너 좋아하는 것도 맞고! 너랑 꿈에서 물고 빨고 박고 다 했던 것도 맞는데에! 그렇다고 내가 너랑 실제로 뭘 하겠다는 건 아니잖...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뒤돌아서서 머리를 헹구는데, 박지민 몸에 묻어있던 거품이 씻겨나가면서 복숭아처럼 봉긋한 엉덩이가 뿅 하고 나타나. 와, 내 새끼 반응속도 보소? 0.1초도 안돼서 갑자기 헐크가 되는데 거짓말 안치고 그 순간엔 진짜 들고 있던 샤워기보다도 더 커 보이는 거. 

허겁지겁 대충 막 몸을 씻어내고 도망치듯 샤워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니까?



그날 이후,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음날엔 팬티 두 장, 다음날엔 세 장, 그다음 날엔 네 장까지 껴입었어. 그런데도 네 장의 팬티마저 박지민의 굳히기와 비비기를 버텨내지 못했을 때, 나는 깊은 절망에 빠졌지.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도장을 젤 오래 다닌 형을 잡고 물었어.


“형, 그... 도복 입을 때요. 바지 안에 팬티 안 입기도 하잖아요.”

“응. 그렇게 입는 사람들도 있지. 그게 전통이기도 하고.” 

“그럼... 이건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그... 기술을 쓰다 보면 물리적인 마찰이 생기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발기하면 어떡해요?” 

“발기? 유도하는데 발기를 왜 해?”


아... 네. 그쵸. 유도하는 데 발기를 왜 해요.


형은 나를 보면서 무슨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냐면서 웃어. 


근데 형... 슬프게도 지금 그 엉뚱한 일이 저한테 맨날 일어나고 있어요.


“뭐, 발기 그런 건 모르겠고, 어떤 운동들은 보호 목적으로 특수 팬티 같은 것도 입는다고 하더라.” 

“특... 수 팬티?” 


그 순간 나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어. 만약 그런 방패 팬티를 구할 수만 있다면, 박지민이 아무리 비벼와도 버틸 수 있을 거 같은 거야. 


그날 밤, 내 네이버 검색창엔 스포츠 특수 팬티부터 차마 입에 담기에도 쪽팔린 검색어들이 가득했지. 찾으면 찾을수록 현타가 오는데 마지막 검색어 아래 뜬 지식인 질문 하나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어. 왠지 그거 박지민이 쓴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니까? 평소엔 귀찮아서 하지도 않는 로그인까지 해서 굳이 답변을 단 나는, 결국 마지막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마음먹었지.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없어. 아니, 어떻게 사람을...” 

“니가 봐주지 말라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체급 차이라는 게 있고 무도라는 게 있는 건데.”

“...”

“웃어? 그날 나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너가 나 그냥 날려버렸잖아.” 



박지민 말대로 나는 작정하고 박지민을 매트에 후드려 쳐 버렸어. 부웅- 날아서 매트에 꽂힌 박지민 입에서 울음이 터지고 난리가 났는데, 미안하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도 난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거야. 됐다! 이제 됐어!! 

 

“그거 미안해서 지금 대신 벌 받고 있잖아.” 

“어. 그래서 참는 거야.”


지민이가 도장을 못 다니게 되면서 나한테 내린 벌은, 야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로 자길 데리러 오는 거였어. 

또 하나는 내가 자발적으로 받기로 한 벌이었는데, 젤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 수요일에 도장 안 가고 지민이랑 같이 야자 하는 거. 



“음악 들으면서 가자.” 


세상에 이렇게 좋은 벌이 또 있을까 싶은 거야. 이어폰을 나눠 끼고 내가 담아둔 노래를 들으면서 집까지 걸어가는 이 시간이 요즘 나한테는 젤 행복하니까. 


“뭐야, 이 구석기 유물은?”


내가 내민 줄 이어폰을 보면서 박지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너 에어팟은?”

“잃어버렸어.”

“진짜? 언제?”

“어젠가?”

“어젠가...?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으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니까. 또 막 뛰댕기다가 어디서 빠졌는지도 모르겠지.”


아닌데. 너랑 더 가까이 걷고 싶어서 그런 건데.


지민일 데리러 오는 길에 에어팟은 가방 안에 넣어두고 일부러 줄 이어폰을 샀어. 

걸을 때마다 스치는 손을 잡고 싶지만 그럴 순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떨어지지 않고 걸으려고. 

내가 박지민을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어. 처음엔 그저 짝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자꾸만 욕심이 생겨났지.



너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너가 알았으면 좋겠다. 











“나 메달 따면.”

“어.”

“그때 할 말 있어.”


계획했던 건 아니었는데, 노을이 예쁘게 내려 앉은 박지민 얼굴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뱉어버렸어.


“나한테?”

“어.”


너는 뜬금없는 내 말에도 알았다면서 환하게 웃어. 


“대신 은메달까지야.” 


살짝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이어폰 줄을 따라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마음이 일렁여.





Don't know what's come over me

나도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It seems like yesterday when I said “We'll be friends forever”

'우린 평생 친구야.’라고 했던 게 어제만 같아

Tell me, do you feel the love?

사랑이 느껴지는지 말해줘 

Spend a summer or a lifetime with me

평생 여름을 함께 보내자 

Let me take you to the place of your dreams

네가 꿈꾸는 곳으로 내가 같이 가줄게











𝑬𝑷𝑰𝑳𝑶𝑮𝑼𝑬 1]


🎧🎵🎶




𝑬𝑷𝑰𝑳𝑶𝑮𝑼𝑬 2 ]




핳씨.. 학교 끝난거 같은데 애들 왜 이렇게 안나와? 어??? 👁👁❗️❗

온다!!!!! 저기 온다!!!!! 📷📸📸







[ 𝑬𝑷𝑰𝑳𝑶𝑮𝑼𝑬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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