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미니 2집 <Get Up>은 총 6곡으로 구성 되어 있으며 전곡에 뮤직 비디오가 있습니다. 모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느낀 것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앨범에 대한 전체 감상을 후술합니다.










1. New Jeans

"뉴진스는 매일 새롭고 신선하고 깨끗해, 우린 하고 싶은 건 다 할거야."

- New Jeans 가사 대충 번역 요약


 뉴진스의 2집 <Get Up>은 파워퍼프걸과의 콜라보가 예고되어 있었는데, 앨범의 인트로 곡 New Jeans에서 멤버들을 파워퍼프걸 캐릭터화 시켜서 그들을 주축으로 한 뮤비를 만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작하는 이 뮤비는 멤버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응원봉을 매개로 하여 애니메이션 속 가상현실로 돌입하는 내용을 그리는데, 캐릭터가 된 멤버들은 카툰, 픽셀아트, 게임그래픽, 3D 모델링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표현되고, 같은 장소에 모여 있더라도 각자의 이미지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세계에 동화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도 이것이 결국 가상현실임을 상기시키듯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제작공정을 묘사하는 연출을 넣는다. 

가상세계와 멀티버스를 보여주면서도 누군가의 의해 창조된 허구임을 상기 시키는 구성은 아마도 전작의 OMG에 이어서 아이돌이란 다양하고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메세지와 함께, 이 비현실성이 누군가에게 만들어지는 이미지라는 현실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25년의 역사를 가진 '파워퍼프걸'이라는 캐릭터가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지만 '파워퍼프걸'이란 본질은 유지되었듯이, "뉴진스는 깨끗하기에 트렌드에 따라 무엇이든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늘 새롭고 신선할 것이다. 무엇이 되든 '뉴진스'라는 본질은 잃지 않을 것이다." 라는 함의를 담았다고 보는데,  쉽게 말하면 인트로부터 그룹을 하나의 브랜드로서 영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마니아 고객격인 팬덤 <버니즈(뉴진스 팬덤명)>가 있어야 뉴진스가 특별해질 수 있음을 빙키봉을 통해 애니메이션 세계로 들어가는 연출로 표현하고, 초면에 낯설음에 견제 + 적대하다가 결국 친구가 되는 스토리라인, 뮤비 엔딩 크레딧에 버니즈를 넣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관계임을 주장하고 어필했다.





2. Super Shy


대부분의 케이팝 스타가 해외 도심을 배경으로 MV 촬영을 하면, 현지인들이 동양 국가에서 온 스타의 등장에 대해 놀라워하고 충격을 먹는 리액션을 보여주거나 하이틴 세계 속 잘나가고 이목을 끄는 퀸카, 킹카의 모습이 그려졌었는데 슈퍼샤이는 뉴진스가 원래 그 마을에 살던 것처럼 아무도 그들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룹의 히트곡이 삽입되어도 외국인들이 그 춤을 따라 춘다는 흔한 래퍼토리가 나오지도 않고, 군중 속에서 주목을 끌겠다는 것도 아닌 그냥 공원에서 에어로빅 하던 무리에 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노래가 시작된다. 그리고 현지인 역을 맡은 댄서들은 군무에 동참하는 멤버들을 의식하지 않고 원래 이런 퍼포먼스였던 것마냥 그냥 하던 걸 계속 한다. 이런 연출이 슈퍼샤이가 어떻게 소비되었으면 하는지 나타낸다고 느꼈다. 

데뷔곡 어텐션이 주목하고 집중하란 의미의 제목과 다르게 안무씬을 제외하면 멤버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행동했던 것처럼 슈퍼샤이는 멤버들이 비인지적 존재로 넘어가 일상에 녹아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 우리에게 주목할 필요도 의식할 필요도 없이 이 노래를 그냥 틀어두기만 해도 괜찮다. 기분 좋은 공기정도로만 존재해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 연출이 되려 왜 이렇게 표현되는가 의문을 갖고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아무도 누구에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 편안한 이상적인 세계를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뉴진스는 노래가 끝나고 크루원들이 퇴장하는 동안 합동 인사만 하고 같이 퇴장하며 화면에서 벗어난다. 아이돌 시장에서 아이돌이 가장 주목받을 순간을 곡의 완성도를 위해 과감하게 빼버리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선공개 된 슈퍼샤이와 컨셉포토,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하니 앨범의 컨셉이 대놓고 보이기 시작한다. 작년에 해린이 'Y2K20'라고 적힌 머리핀을 꽂고 나왔던 데뷔 앨범이 2000년대 감성을 재해석하는 것이 주를 이뤘었는데, 슈퍼샤이 착장을 한 해린과 다니엘은 'Angel'이라고 적힌 머리핀을 꽂고 나왔다. 전작과 같은 식의 힌트를 던진거라면 뉴진스는 이번 앨범에서 천사라는 컨셉을 잡았다는 것이텐데, 뉴진스가 그런 인간 외적인 존재라면 멤버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해가 간다. 

천사라는 캐릭터가 되어 세계관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느낄수 없는 대자연의 흐름 비스무리한 개념으로서 다루는 모습이 기존 케이팝과도 명백한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호흡하는 걸 의식하지 않고 공기중의 산소를 느끼진 못하지만 호흡을 반복하고 산소가 있기에 살아있듯이 분명 존재하지만 의식되지 않는 것이 되고자 하려는 모습, 이는 곡 하나를 집중하여 듣는 것이 아닌 무드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소비하는 현대인들의 음악 소비 방식에 걸맞는다.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으면 노래는 분명 계속 재생되는데 곡을 개별적으로 크게 인지할 일이 없지 않았던가? 정말 개인이 원하는 공기를 풀었다고 밖에 할말이 없는데 뉴진스는 그걸 시각적으로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3. ETA


Super Shy 착장에선 멤버들이 천사 머리핀을 꽂았다면 ETA는 등에 천사, 요정 날개 장식을 하고 등장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지던 멤버들이 차를 운전하는 Eva의 친구 역으로 등장하여 그에게 애인의 외도현장을 고발한다. 

멤버들이 Eva가 남자친구를 의심하는 마음 그자체인지, 현실 속 실존 인물인지는 불분명하나.. Eva가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남자친구를 살해했다는 묘사가 보여지는 결말부분까지 멤버들은 친구에게 소식을 전달하거나 과거 행적을 언급할 뿐 운전대 같이 주도권을 잡는 자리엔 앉지 않고 주도권이 있는 사람의 곁, 옆자리, 거울에 비춰진 형태로만 묘사되고 있고, 

터널 속을 지나감, 물속에 잠긴 모습은 예전부터 창작물에서 무의식과 심연, 이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표현하는 클리셰로 자주 쓰였던지라 외도 고발까진 현실이어도 그외는 비현실이 아닐지.. 외도 발각과 살인까지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나타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조금 무리수를 두자면 처음엔 무지개 빛 컨페티가 아이폰으로 뮤비를 촬영하면서 화면속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뿌렸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색의 종이 조각이 날리는 그 산만한 이미지들이 주인공이 애인의 외도에 대해 펼쳐지는 다양한 망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쓰인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런 스토리라인 말고도 ETA 무대가 팬미팅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때 왜 전작들과 달리 카메라 원샷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까? 안무 동선이 사방팔방 전방위를 커버하나 의문이었는데, 애플과의 정식 콜라보로 뮤직비디오를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얘길 듣고 이런 의문이 한번에 풀려서 좋았다. 핸드폰 카메라의 기능을 강조하려면 영상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현장감이 필수적일텐데 한방향에서만 촬영하면 그런게 덜했을 것이다.

핸드폰 광고를 노리고 만든 노래인지, 노래 줄거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는데 우연히 콜라보 제의가 들어왔는지 제의를 했는지, 애플이 어디까지 간섭하고 의견을 제시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노래 컨셉과 핸드폰을 홍보해야할 모델로서 뮤직비디오 스토리와 안무, 카메라 동선까지 전부 고려하고 짜치지 않게 완성했다는 게 어이없고, 단순히 그룹에 인기에만 기대지 않고 소속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렇게까지 기획을 하는데 광고계 러브콜이 안올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4. Cool With You

5. Get Up


Cool With You는 Super Shy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졌으나 음악을 퇴장시키고 멤버들의 보컬적 역량을 강조하는 동일한 방식을 보여준다. 

최근까지의 케이팝은 도입부 장인, 확신의 메보 등 정해진 역할을 강조하고 노래에서도 그 캐릭터성에 맞춰서 맞춤 공간을 부여하는 것이 흔했는데 뉴진스에겐 정해진 역할이 크게 없다. 캐릭터를 구축할 필요보단 이 노래에 이 멤버의 목소리가 가장 적합하다 판단되는 구간에 최적배치하니 어떤 노래를 들어도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분위기를 망치는 일도 없으니 몰입을 유도한다. 

Cool With You의 뮤비는 모델이자 배우인 정호연이 중점으로 등장하며 중국 유명 배우 양조위까지 참여해 화제를 끌었다. 난 처음엔 죽은 영혼이 살아있는 인간을 사랑했고, 정호연이 어디까지 하나 저승사자인 뉴진스가 언제 데려갈지 간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박물관에 걸린 그림이나 여러가지 떡밥들을 통해 세워진

인간을 사랑한 큐피드 역인 정호연이 신의 옷을 벗고 인간사에 직접 개입해 인간과 연인이 됐지만 직장상사인 양조위에게 걸려서 없던 인연이 되어버렸다. 이런 일을 우려한 보조천사격인 뉴진스가 정호연 주변에서 머물며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라는 가설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물머금은 듯한 척척한 서늘함이 있기에 이전 곡들과 다르게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다뤄도 이질감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보통 여름 앨범하면 청량하고 경쾌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데 비해 이번 뉴진스의 2집은  뉴진스, 슈퍼샤이, 이티에이에 이어서 쿨윗유랑 겟업까지 있으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6. ASAP

7월 26일에 공개된 마지막곡 ASAP 뮤비에선 다른 뮤비들처럼 멤버들이 음악을 즐긴다는 숲속의 정령 '님프'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비인지적 존재라는 앨범의 컨셉을 끝까지 지키고 있다. 그리고 뉴진스와 버니즈(팬덤명)들과의 관계를 그린 것이라고 소개한 이 뮤비에선 New Jeans 때처럼 아이돌과 팬덤을 인지>경계>친구 라는 단계로 표현한다. 

앨범 인트로 곡이 뉴진스의 자기소개와 글로벌 시장을 향한 브랜드 어필, 팬덤 영입을 위해 빙키봉(응원봉 이름) 모양을 심볼로서 계속 노출한다면, 마무리 곡 ASAP는 라인프렌즈와의 콜라보로 탄생한 '버니니'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팬덤에게 호감적인 모습의 실질적 '존재'를 부여한다. 


보통 아이돌에겐 팬은 관념적인 존재이고 이름로만 호명될뿐 시각적 요소론 비생물적인 형태의 응원봉이나 공식 색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뉴진스는 팬덤을 살아있는 존재로 그려지는 토끼 캐릭터를 제시했고 이는 보는 사람에게 <어도어는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를 실존하는 개인으로 표현한다.>라는 의식을 심는다. 

회사가 고객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대우하는지 말만이라도 크나큰 차이를 주는데, 회사의 실제 대우는 어떨지 팬덤 의견은 모르겠다만.. 이런 작은 행동도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고 소속감을 강화시키는바가 클것이다.
그리고 위버스샵을 통한 하이브사의 자체적인 굿즈 오픈이 아니라 라인프렌즈와 콜라보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대한 어필이 더 쉬워졌다.(해외는 카톡보다 라인 사용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8월 11일 강남, 홍대 라인프렌즈 스토어에서 열릴 팝업스토어 행사로 한국 대중들의 오프라인 접근성 또한 높였으니 이번 앨범 자체가 팬덤영입과 화제성을 둘다 챙기며 뉴진스를 소비함은 하나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을 확실하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니 2집 Get Up

뉴진스를 두고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들고 왔기에 잘됐다 하는 것도, 유명 디렉터의 이름과 대형기획사의 자본과 음악외 마케팅을 동원하였기 때문에 잘됐다고만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걸 이번 미니 2집의 모든것이 말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발매 전부터 전곡에 뮤비가 있다고 예고했었는데, 선공개 된 방식과 주목할 요소는 전곡이 달랐다. 


ETA는 팬미팅때 공개된 무대 직캠이 뉴진스 선공개 신곡 스포라는 딱지를 붙이고 돌아다녀 제일 먼저 어그로가 끌렸으나 호불호가 갈렸었는데, 정식발매까지 나온 선공개곡들이 초경량 저자극이라 빨리 뽕끼 수혈 받고 싶다 여론이 바뀔 시간을 벌었고, 뮤직비디오가 애플과의 콜라보로 진행되어 광고로서 송출되었기에 아이돌 관심없는 사람한테도 접촉 횟수가 가장 많았을 것이다. 가장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노래를 가장 많이 접촉하게 만들어 곡에 적응하게 만들어버리는 노림수가 돋보였다.

New Jeans는 '파워퍼프걸'이란 브랜드가 주는 인지도와 화제성에 가장 큰 이점이 있었지만, 한 브랜드가 25년의 역사동안 트렌드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되었어도 본질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던 사실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멀티버스적 연출을 접목시킨 뮤비가 뉴진스가 가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그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했는데 어도어가 파워퍼프걸이 아닌 멤버들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애니메이팅 했다면 그룹의 장기 목표가 아닌 굿즈 팔이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류의 멤버 캐릭터 굿즈는 머글들이 딱히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그걸 뉴진스보다도 더 강력한 파워퍼프걸이란 브랜드파워를 통해 극복했다.

Super Shy는 퍼포먼스가 중점이라 댄스챌린지로 가장 많이 활용되었고, 케이팝스러운 안무가 아닌 왁킹을 주로 구성한 안무가 댄스의 장르를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된 요즘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단체 크루 퍼포먼스는 뉴진스나 슈퍼샤이를 커버하는 분들이나 여름 페스티벌에 걸맞는 무대를 만들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니 그룹의 향후 무대와 추가적 이점까지 고려했고, 뮤비 특유의 연출이 이번 앨범의 컨셉과 방향성을 잘 표현했다.

Cool With You, Get Up은 앞서 공개된 모든 영상과 다르게 멤버들 보다 배우가 중점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되어 멤버들을 여러번 접촉하면 생길 지겨움을 줄이면서 유명 배우가 등장하여 생기는 화제성을 챙겼다.

ASAP 또한 에스테틱성 비주얼 필름으로 구성된 비디오가 다른 뮤비와 재질적인 차이를 두고 있고 이런 감성을 소비하는 사람을 저격함과 동시에 팬덤에게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캐릭터를 제시했다. 그런 영업마저 라인프렌즈와  콜라보하여 접근성을 높였고, 어느 순간 대중과 일상에서 멀어진 아이돌의 이미지를 다시 되돌리는 드문 행보를 보여주며 다른 아이돌과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화에 차별성을 강조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개된 모든 영상이 직캠, 광고,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드라마, 비주얼 필름으로 장르가 겹치지 않고 세분화 되어 있으며 각각의 장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용이했다. 그리고 매체에 자주 노출되어 생길 스트레스를 완화시켰다. 아마 6곡 전부 멤버들이 원샷으로 카메라 씹어먹는 느낌의 정통 뮤직 비디오였으면 사람들은 애진작에 물렸을 것이고 대기업 자본 운운하며 지금보다도 더 눈에 불을 키고 궁시렁거렸을 듯

음악 외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고 다 잘 되는 거였으면 대기업 출신 아이돌은 매번 국민 그룹을 만들었어야 맞다.
똑같이 영상을 여러개 공개해도 트랙 티징으로서 형식상 공개하는 것과 그냥 비주얼 폭격으로 냅다 몰아붙이는 것, 공개 순서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며 노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장르를 하나하나 설정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뉴진스는 이게 있어보이니까, 유행하니까, 다들 팝업을 여니까 무작정 기획하고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행동에 연유가 있고 이래야만 한다는 철저한 계획이 존재한다. 이런 계획성은 기록을 세우기 위한 수단에 가까워진 아이돌 앨범마저 특별하게 만든다.



비치백 버젼으로 나온 이번 앨범 패키지는 CD플레이어를 넣을 용도로 디자인 됐던 1집 가방 버젼과 다르게 굉장히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팬이 직접 커스텀 하기에 용이하게끔 만들어졌던 빙키봉처럼 그 심볼을 활용한 디자인이라 스티커를 붙이거나 키링을 걸거나, 지비츠를 꽂을 수 있는 폭이 1집때 나온 가방보다 더 커졌다.

같은 앨범을 소장하더라도 나만의 앨범으로 꾸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는 앨범이란 완제품을 구매한 것 말고도 별도의 만족감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팬들이 직접 커스텀한 비치백을 SNS에 자발적으로 업로드하니 그것 자체가 추가적인 광고가 되는 효과도 있다.

이 가방 역시 컨셉포토에 직접 보여졌는데 사진 속 멤버들이 들고 있는 모습처럼 가방을 꾸밀 수 있는 파츠를 라인프렌즈 팝업스토어에서 공식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곧 출시될 '버니니' 라는 인형도 인형을 꾸미는 의상이나 소품, 아이템을 필히 활용할테니 앨범과 굿즈에 공을 들여서 얻는 이익과 수익은 순판매량 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팬덤 심볼을 사용한 앨범 디자인이 팬덤 영입 마케팅의 일부이며,  소비자에게 단순 소비 이상의 만족감을 주면서도 2차 굿즈로 인한 추가적 수익도 발생시킨다. 게다가 그 굿즈마저 대기업과의 콜라보로 온, 오프라인 시장을 둘다 겨냥하고 있다. 패키지와 디자인에 공을 들일 수는 있어도 그게 예쁘다 이상의 평가를 넘어 회사와 고객이 모두가 윈윈하는 그런 실물 앨범을 만들었다니, 나는 여태까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유가 있는 앨범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개성은 누가 지우는가

그러나 그 때문에 오는 단점도 있다. 이 앨범을 구성한 모든 요소들이 철저하게 계획되어 오는 만족감과 별개로 너무 철저하기 때문에 청자인 내가 끼어들 공간마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요소들로 음악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기도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에 성공했으나 그 완벽한 이상 세계가 너무 깨끗한 곳이라 불편하달까.. 깨끗한 방도 좀 사람사는 것 같고 편한 옷을 입어야 편히 있지, 새하얀 방에 화이트진 자켓, 바지를 입고 짬뽕 먹으라고 하면 편히 못먹겠는 감정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게 있었다..

또한 거의 모든 뮤직비디오가 멤버 개개인을 주목하기 보단 비인간적 존재로 그려지고 관망하는 역을 주로하다보니 뮤비가 5개나 되는데도 뉴진스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없었던게 아쉬웠다. 아이돌보단 앨범 컨셉에 철저했기 때문에 그랬던 거 아닐까? 

모든 것이 하나의 앨범, 작품으로서 완벽해 얼핏보면 아이돌 멤버마저 한 개인이 아니라 이 작품의 일부로 쓰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인지적 존재라는 컨셉을 위해 엔딩 포즈마저 빼버리고 유유히 퇴장 시켰던 슈퍼샤이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분위기 맞는 플레이리스트라면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을법한 모나지 않는 예쁜 소리를 위해 멤버들의 개성보단 하나의 결로 정리되는 과정이 세계관이나 특정 역할을 부여하여 아이돌 멤버의 개성과 캐릭터를 주로 소비하는 여태까지의 시장 트렌드와 사뭇 달라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신선하지만 아쉬움도 좀..

근데 시간 좀 지나고 계속 생각해보니 오히려 이런 초경량 음악에도 자기 파트 소화하는 멤버들도 충분히 개성 있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주 다 빼고 라이브 할 수 있는 실력이 어디 흔한가.

그리고 저런 아쉬움도 처음 한두번이지 이미 멤버 이름 거의 다 알게 뻔한 애들이 기획자 때문에 멤버가 안보인다, 멤버 개성이 묻힌다는 소리 1년째 하니까 슬슬 어이없기 시작함. 개성은 디렉터가 아니라 아쉽다고 하는 애들이 지우고 싶어하는 것 같음.




도입부 장인 포지션 주려고 매 노래에 같은 멤버가 도입부 불러, 센터 포지션 챙겨주려고 노래도 못부르는데 후렴구 불러서 가운데 세워, 감미롭고, 쫀득한 음색이나 보컬 능력 어필하려고 맥락없이 성녀 파트 넣어, 춤멤 챙겨주느라 갑분 댄스브레이크도 넣어, 랩포지션 챙겨주면서 알페스도 챙기느라 랩도 넣어 티키타카해.. 이러다가 마라맛 케이팝이라면서 서커스한다, 스밍강요하지 말고 애초에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들라고 했던 사람들 몇년동안 되게 많았던것 같은데.. 

막상 현대의 음악 소비 방향성에 맞춰서 정말 계속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줬고,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모색해서 기획 짜치지 않게 성의 있게 만들어 달래서 만들어줬더니 정반합 마렵다면서 보컬 차력쇼를 기대하더라? 그럼 옆집 가서 마라맛 케이팝 들으면 되는데 그건 또 안듣고 걔들한테 듣고 싶은 노래 만들라고 한다. 

난 그래도 마라맛 케이팝 적폐라는 애들이 진보 성향 운동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걍 골수 보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음, 막상 새로운 건 내키지 않아하고 아쉬워하면서 그시절 대중성 있는 케이팝을 기대하는데 그냥 한강의 기적 맛보고 그시절 집권했던 사람들 평생을 그리워하고 지지하는 전형적 보수 같이 보임..



멤버들의 개성이 기획에 묻힌다는 말도 좀 재수 없어지려는게, 세상에 아이돌 멤버 이름 전부 아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지들이 개성 있으면 멤버 개인을 소비해줄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잘 모르겠음.. 난 솔직히 그 시절 대중적 케이팝 그룹들의 그룹 명은 알아도 특정 몇명 빼면 이름도 다 기억 못하거니와, 요즘에 그 개성이 강해서 영업되는 특정 멤버의 이름과 그룹 명은 알고 있어도 그 그룹 전 멤버의 얼굴과 이름도 잘모를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한다는 거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커뮤니티 죽창, 트창도 아니랍니다? 내가 여태까지 떠들던걸 보고 그냥 노래이고 앨범인데 왜 이렇게까지 의미를 생각하고 의도를 찾으려고 할까 유난이다 싶었으면 지금 내가 하는 말에 공감해야함, 우릴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 안한다니까?

월드 클래스 슈스 선배님들 부터 현세대 남돌 멤버 개별 인지도는 전멸 수준이고, 여돌도 기껏 한두명 아는 사람이 더 일반적인데, 일단 그룹이 뜨고 봐야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개별적으로 관심을 가져준다는 걸 대중성 사망한 마라맛 노래들으며 멤캐해 하고 놀다가 잊어버린거냐, 아니면 케이팝 덕후 됐을때부터 본게 그것 뿐이거냐.. 데뷔한지 이제 1년 된 그룹 멤버가 대기업 서바이벌 출신 멤버의 서사나 캐릭터성 팬덤 크기랑 엇비슷하길 바라는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건지 상상 못하는 듯.

기획성이 너무 강하고 철저해 멤버보단 감히 그룹을 브랜딩 하려고 했다 이런 말도 얼마나 어이없던지.. 멤버 개별 인지도로 화제성 모으는 것도 마케팅이고 그룹 브랜딩 방식입니다 여러분.. 개인 인지도가 확보된 간판 멤버를 주축으로 마케팅하고 싶은 그룹은 개인의 캐릭터를 강조해서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려고 죽도록 노력하는 건 찬양하면서도 전부 생 신인인 멤버들로 그룹을 성공시키려고 그룹 자체를 영업하려는 건 멤버들이 걱정된다? 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미래가 더 걱정됨.. 나중에 사기 당할까봐.. 


솔직히 이런 걸로 남녀 비교하는 것도 그만 하고 싶은데 남돌은 뭘해도 그룹이 아니라 한사람으로 대우해주는데  여돌은 뭘해도 개인이 아니라 소비하고 싶은 것으로 대우하면서 개인을 보여주면 얼마나 존중해줄 거라고 이런 말도 안되는 논리로 시혜적으로 구는지.. 남돌이 이렇게 기획했어봐 비인지적 존재 묘사는 세상에 없던 유일무이한 컨셉이고 팬덤을 앨범 디자인에 포함시키고 캐릭터 굿즈로서 실질적 모습을 제시했으면 팬사랑이 넘치고 팬을 존중하는 최고의 그룹이라면서 감동 먹고 난리 났음.

   이쯤되면 개성을 안보고 싶은 건지 개성을 지우고 싶은 건 누구인지 합리적 의문이 들법하다고 생각한다.











정리


일부 아쉬운 점이 있으나, 올해가 아직 4개월 가량 남았지만 내년이 되어도 2023년 가장 완벽한 기획을 뽑으라고 한다면 난 고민없이 <Get Up>을 고를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원래부터 아이돌이 보여줄 모든것이 누군가 보여질 것을 계산해 만들어졌다 생각하는 편이라 뉴진스가 10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도, 꾸며내지 않았기 때문에 통했다는 말도 삽소리라 생각한다. 난 뉴진스를 좋아하지만 자연스러움마저 연출하고 조정하는 디테일에 감명 받았지 그들이 보여주는 필모가 연출되지 않은 진실된 자연스러움이라고는 생각 안한다. 원래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몇년동안 연습시켜서 데뷔시키는 것이고, 이런 성격이면 이렇게 보여지겠다 고려하고 팀을 꾸리는게 아이돌이란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로 연출된 자연스러움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존중한다. 모르고 살면 모르고 살되, 아는데 어떻게 모르는 것처럼 살겠나. 

그러나 이런 철저한 연출됨이 기괴한거라 주장한다면, 기획의 빈곳을 아이돌 멤버의 역량과 개성이 채우는 인간적인 활동을 바라는 본인의 마음또한 기괴한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단순한 우연에 의존한게 아니라 그런 정도의 여백있는 활동이 실재한다면 멤버들이 주목받을 것마저 생각하고 일부러 빈공간을 빼놓고 만든 것일텐데, 그건 진짜 자연스러운 인간미라 여기는게 참 모순적이다.

뉴진스는 데뷔곡 Attention 부터 "꿈에서 깨워주지 마."라고 말했고, Ditto나 OMG에서도 뉴진스가 보여주는 세계는 비현실적인 것임을 계속 상기 시키고 창작자 또한 허구임을 인정하고 말하려는 듯한데, 평소엔 비현실적인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뉴진스는 노래 나올때마다 허구적인 이야기를 한다 뭐라하는 거 보면 가관이다 싶음.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이상적 세계를 표현하려던 앨범도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나 보다.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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