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내 첫 사랑. 내 첫 사랑이자 내 성정체성을 깨워준 친구…….


 그는 나와 중학교 내내 같은 반이었으며 부모님 다음으로 나를 제일 잘 아는 정말 친한 친구였다.



 내 하루 일과는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서 수업하고 그와 놀고 수업하고 그와 놀고 밥 먹고 그와 놀고 수업하고 방과후에 그의 집이나 내 집에 가서 놀고…… 이런 식의 반복이었다.


 물론, 논다는 의미가 정말 '노는' 것만이 아니고, 같이 공부하는것 또한 포함해서 한 말이다.


 나와 그는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너무 붙어다녀서, 사귀는 게 아니냐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가만히 있었으나 김원재는 "그러면 어쩔건데~" 라며 오히려 그렇게 말한 학우들을 약올리듯 얘기했다.


 이상하게 나는 그럴때마다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조금 설렜다. 언제부터 설렜냐고 묻는다면 그건 답할 수 없다. 정말 갑자기 그렇게 돼버린 거니까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에게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고나서 몇 달이 지난 후였다.





 그 날은 굉장히 더웠고, 아이스크림만으로는 절대 버틸 수 없을 만큼 불쾌한 날씨였다.

 모든 학생들이 마찬가지였고, 심지어는 선생님들까지도 더움에 못 이겨 육두문자를 흘려보내시는 분도 계셨다.


 갑자기 더워진 바람에 에어컨 청소도 하지 못한 상태라 당장 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애들이 키면 우리가 먼지를 다 들이마쉬는 거라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에 에어컨 청소를 하기 전까지는 중앙관리실에서 에어컨을 작동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림판이라던지 공책들을 가지고 어떻게든 바람을 부쳐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학교에서 2교시나 일찍 하교를 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환호했으나 그 대신 다음주중에 일주일 내내 7교시를 하겠다는 말을 듣고 다시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이 엄청난 더위에 집으로 빠르게 피신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기뻐 나는 맞벌이로 아무도 안 계시는 틈을 타 여느때와 같이 그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갔다.





 집에 가자마자 가방을 벗어던지고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화장실로 가 가장 차가운 쪽으로 물을 틀어놓고 세수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수건으로 닦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내 방으로 가 선풍기 코드를 꼽고 '강'으로 틀었다.


 시원한 물에 바람이 닿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김원재와 나는 침대 앞에 앉아 회전하는 선풍기를 쐬며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집 안에 달달달 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가 목이 마르다고 해서 나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 안에 있는 차가운 물을 들고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컵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손잡이 왼쪽인 부분에 입을 댈게, 너는 오른쪽인 부분에 입을 대.


 ………라며 확실하게 마실 곳을 정하고 우리는 그 커다란 물통의 물을 하마처럼 마셔댔다.



 많이 진정되었을 쯤에, 침대 위에서 만화책을 읽고있던 그가 컵을 달라고 침대 밑에 있던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 마지막이야."

 "벌써?"

 "응."




 나는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 물을 따랐고, 그는 고맙다며 꼴깍꼴깍 물을 마셨다.


 근데 갑자기 그가 '어!'하고 놀라더니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왜?"

 "있잖아, 네가 오른쪽이었지?"

 "아니? 내가 왼쪽, 네가 오른쪽."

 "헉……."

 "왼쪽으로 마셨어?"

 "응……."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다 마셨으니까 괜찮아."

 "……."




 김원재는 어째서인지 계속 그 컵을 바라보았다. 설마 내가 입 닿은 쪽이 더럽다고 생각돼서 그러는 건가 싶었다.


 대놓고 컵에 침발라 놓은 것도 아니니 안심해라, 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그가 진지하게 나보고 침대 위로 올라와보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만화책을 같이 보자고 올라오라는 건가보다 했을 뿐이었다.



 끼기긱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매트리스가 좀 더 아래로 푹 꺼졌다. 오래된 침대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와 만화책을 같이 볼 생각으로 가깝게 다가갔다. 나는 아직 2권째긴 하지만, 6권을 먼저 본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와 같이 있고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가 만화책을 펼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또 내 어깨를 톡톡 치길래 그의 몸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 앞에 그의 얼굴이 놓여졌다.


 빠른 속도로 '촉' 하고 닿았다 떨어진 그의 입술은, 방금까지 마셨던 차가운 물 때문인지 시원했다. 그에 반에 나는 이제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어서 미지근했다.


 방금 일어났던 일이 뭔지 모르겠어서 계속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가 좀 더 대담하게 나를 뒤로 눕히고는 내 위에 자신의 몸을 겹쳐 아까보다 더 길게 입을 맞췄다.



 나는 내 첫키스 상대가 김원재가 될 줄 몰랐고, 무엇보다 혼란스러웠던 내 머릿속에서는 '남자랑도 키스가 가능한 거였구나'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우린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서로 누군가를 사겨본 적이 없었기에 테크닉이라던지 하나도 아는게 없었다. 그저 입술을 맞대고 있는 것 만으로 큰 일을 해낸 것 마냥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가 위에서 아래로 나를 쳐다보고, 그런 그를 나는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았다.


 밀어내지 않는 나를 보고 확신했다.




 나는, 김원재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김원재도,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선풍기 예약시간이 끝난 것인지 툭 하고 회전하던 선풍기가 멈춰섰다. 돌아가던 날개도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금방 후덥지근해진 실내 온도에도 나와 김원재는 다시 입술을 맞대어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키스를 할땐 입술'만' 닿아야하는 거라고 생각해 입을 벌릴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그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냥 맞댄 채로 문대끼기만 할 뿐이었다.


 그치만 나는 이때가 가장 짜릿한 키스였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어쩌면 순수했던,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던 그런 키스였다.




- to be continued...

닉네임 뭐로해야할지 너무 모르겠어요... 우선 권총 좋아해서 나이트 호크 줄임말로 했긴한데 아마 나중에 바꾸겠죠...?ㅎㅎ... 퀴어(BL)위주로 작성합니다! 팬픽을 주로 쓰지만(블로그) 이곳에서는 오리지널로 해보도록 노력해볼게요!

나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