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나루] 18제. 인생에서 사라졌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단어는 사랑이다. - 소포클레스

 

* 대학생x회사원

* 카카시의 짝사랑입니다. (유의부탁드립니다.)

 

시험과 성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고등학생을 졸업하고 나면, 이젠 행복의 시작. 먹고 놀고 마시고 하는 멋진 캠퍼스라이프를 꿈꿨다. 모름지기 고등학교를 3년 지낸 학생이라면, 대학교를 들어간 학생이라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힘들었으니, 성인이 되었으면 자유를 느끼며 놀아야지. 수업도 좀 안 들어가 보고, 어디론가 떠나보기도 하고..

 

.. 그렇게 생각한 게 언제더라..

카카시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 시선을 앞으로 내렸다. 야간의 편의점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끽해봐야 있는 건 불량청소년처럼 보이는 애들과 술 취한 아저씨뿐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아, 젠장 빨리 안 나가나.. 아르바이트의 특성상 손님이 있으면 계산대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서 있어서 다리가 저려오는 카카시 입장에선 정말 짜증을 주는 손님들이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을 구경해서 뭔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 지 얼마나 됐을까, 편의점 문이 열리면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졸려서 끔뻑거리는 눈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신이시여 세상에.

일을 하고 난 다음이라 어딘가 피곤한지, 아니면 잘 진행되지 않아 짜증이 나는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갑갑한 넥타이를 살짝 푸르고, 음료수가 있는 쪽으로 가 에너지 음료를 들고 계산대로 오는 모습이 굉장히 야했다. 물론, 남자의 입장에선 짜증나는 일이 끝나고 피곤해서 한 자연스러운 행동이겠지만 저한테는 굉장히 야하게 느껴졌다. 마치 흥분을 참는 것처럼 느껴지는 표정이었으니까. 침을 꿀꺽 삼키고 그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와 동시에 쿵쿵하고 심장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 나 지금..

“계산 부탁한다니깐.”

저도 모르게 멍하니 보고 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급히 바코드를 찍었다. 120엔입니다.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120엔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갤 끄덕이는 그는 캔을 따고 천천히 음료를 마시며 문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작은 막대사탕을 들고 급히 따라갔다.

“저기..!”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의문인 듯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노란 색, 그를 닮은 노란 색 레몬 맛 사탕을 건넸다. .. 많이 피곤해 보이셔서.. 레몬 맛 사탕이에요. 드시면 기분전환도 될 거에요. 그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다 머쓱한지 머리를 몇 번 긁곤 손을 내밀어 막대사탕을 잡았다.

“고맙다니깐.”

아마 이때지 않았을까. 그에게 첫눈에 반하고, 마음이 뛰며 가슴 설렜던 게.

 

그 이후로 자주 찾아오는 그에게 하나둘씩 챙겨 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게 되었고, 말을 놨으며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었다. 나만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했다. 실제로 꽤나 진지한 얘기를 하며 그에게 고백을 했으니까. 그도 나의 고백을 받아들인 것 같았으니까. 비록 학교는 수업과 과제로 힘들긴 했지만, 가끔가다 연락해주는 그와, 주말에 영화를 본다거나 같이 점심을 먹거나 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힘든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삶의 기쁨이었다. 그는.

 

그리고 그게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망가질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시험이 끝나 텐션이 높아진 상태로 그에게 연락을 보냈다.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저 시험 끝났어요.]

[미안, 오늘은 회사에서 선약이 있어서 못 만날 것 같다니깐.. 미안해!]

돌아오는 답장은 씁쓸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일은 자신의 생계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알겠다고 답장을 보내고 오랜만에 오비토 녀석이랑 린이랑 시험 끝난 기념으로 가볍게 맥주한잔 마시는 약속을 잡았다. 3명이서 노는 것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쉽지 않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린의 인터넷 강의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맥주 집으로 가서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씩 시키고 생맥주를 시켰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학에 대한 얘기, 과에 대한 얘기를 꽃피우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 것 같아 슬쩍 웃었다. 아 너희랑 오랜만에 얘기해서 그런지 진짜 웃기다. 마음속으로 말을 내뱉곤 맥주를 홀짝홀짝 마셨다. 여전히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랑을 하는 두 친구를 보니, 어쩐지 옆구리가 시기기도 하고.. 한편으로 무척 기뻤다. 사랑하는 친구들의 사랑하는 관계를 응원 해주는 게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한 일이니까. 그렇게 둘의 얘기를 듣는 둥하면서 있다 맥주집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창밖에 추운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연말이라 가볍게 먹고 마시는 사람들. 그리고 여성과 함께 즐겁게 웃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그.

.. 그?

 

노란 삐죽 머리에 특유의 여우수염. 이 2가지만으로도 걸어가는 사람이 바로 나루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지나가는 길에 슬쩍 봐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왜냐하면 그가 저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으로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으니까. 입술을 꾹 깨물다 어느 센가. 떨리고 있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톡톡 그에게 연락을 보냈다.

[.. 아직 회사일이에요?]

[미안. 오늘은 무리일 것 같다니깐. 미팅이 좀처럼 끝나지 않아서.. 진짜 미안!]

가만히 그저 가만히 문자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린과 오비토가 조용히 저를 쳐다보고 있을게 느껴졌다. 그 시선에 신경 쓰는 것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 어색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미안. 나 먼저 들어가 볼게.”

오비토와 린이 급하게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제 몫의 값을 지불하고 맥주 집을 나섰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로 인해 거리에는 캐럴과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넘쳐났다. 모두들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며 스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혼자 걸었다. 그저 멍하니 정차 없이 걸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 한 기분이었다. 가슴팍을 만져보면 뜨듯한 피가 묻어나올 것처럼 커다란 구멍이. 목적지 없이 걷다보니 나오는 것은 빈 공터였다. 천천히 공터의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그 이후로 그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당연한 거였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길거리의 행복한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을 테니까. 허탈함과 함께 여러 가지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입술을 꽉 깨물다가 기어이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어느 샌가 히끅거림까지 나오게 되 다 큰 성인 남자가 히끅거리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한심한 모습을 하며 울었다.

눈물과 함께 그가 제 마음속에서 사라졌으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방울 속에 그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어 바닥에 닿으면 물과 함께 흩어져버렸으면. 울면서 수없이 바랬다. 그저 내가 그에 대한 사랑을 잊을 수 있기를. 포기할 수 있기를.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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