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취급이 조금 이상하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기분탓인 줄 알았건만, 최근들어서 그것을 조금 더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건 역시 교문을 건널 때, 사요 선배의 반응이었다. 언제나처럼 우리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잔 카스미 녀석이랑 손을 꼭 붙잡은 채, 다정하게 교문을 넘어가려고 할 떄에면 언제나 사요 선배가 우리 두 사람을 불러세우고는 했던 것이다.


"선배! 좋은 아침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카스미는 마치 강아지처럼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정답게 인사를 해주었건만, 나는 괜시리 긴장되고는 했다. 매일 아침마다 풍기위원한테 불리는 건 어쩐지 익숙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익숙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손을 뻗어서 흐트러진 우리 두 사람의 머리를 정리해준 선배는,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카스미의 인사에 대답을 해주고는 했다.


"토야마 부부도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도, 옷차림은 잘 정돈하고 나옵시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들어가라는 듯 작게 손짓했다. 잠시만요 선배, 지금 뭐라고요...? 내가 뭔가 위화감이 느낀 말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카스미 녀석은 태연하게 내 팔짱을 낀 채 교실 안으로 들어가고는 했던 것이다.


교실로 들어온 다음에는 언제나 그 말의 의미를 천천히 곱씹고는 했다. 부부, 부부라...어쩐지 나쁘지 않은 어감에 히죽거리면서도 머리속 한 켠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스미랑 사귀는거, 아직 숨기고 있는데 그렇게 티났나...?


이상한 일은 비단 이것 뿐 만이 아니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나를 부를 때에도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아리사, 하고 이름으로 불러주면 차라리 나았다. 그렇지만 십중팔구는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토야마 씨 부인!"


이렇게 부르면서 나를 찾거나


"토야마 씨, 아내좀 불러와줄 수 있어?"


이렇게 부르며 카스미를 찾곤 했던 것이다. 그럴 때 마다 별다른 위화감 없이 그녀들을 뒤따라가거나, 카스미를 호출해주거나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너무나도 태연한 그녀들의 태도에 지적하면 지는 것 같아서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직 위화감 수준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은 건 출석부를 어쩌다가 우연히 보았을 때의 일이었다. 출석부의 맨 앞장, 반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장소에 '토야마' 라고 적혀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네, 우리 학교에서 토야마라는 성을 가진건 카스미밖에 없고, 카스미는 우리 반에 없을텐데...? 자그만한 위화감을 느끼면서 천천히 손을 뻗어 출석부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토야마 라는 성의 이름 끝에 적힌 이름이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토야마 아리사'


분명히 그렇게 적혀있었다, 일이 이쯤되자 아무리 둔한 나라고 해도 눈치를 못챌리가 없었다. 


그랬다, 카스미랑 사귀기 시작한지 한 달-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전교에 나와 카스미가 사귀는 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


널리 알려져있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이지, 어느새인가 내 성은 토야마로 바뀌어있었다.


기가차서, 투덜거리면서 언제나의 점심시간, 다같이 모여있는 포핀파티의 친구들을 향해서 불맨소리를 내뱉은 내가 마치 분풀이를 하듯 도시락에 얌전히 놓여있는 햄버그를 우적우적 씹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젓가락을 뻗어 두 번째 햄버그를 가져다들자 내 품 안에 껴안겨있는 카스미가 귀엽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앙~하면서 입을 벌렸다. 사랑스러워라, 순간 표정이 느슨하게 풀린 내가 햄버그를 들어서 그녀의 입에 먹여주었다.


"나도 카스미도, 숨긴다고 숨겼는데 대체 어쩌다가 토야마라는 성이 퍼지게 된거야!"


그랬다, 가장 의문인 부분은 이것이었다. 카스미의 입방정? 안타깝게도 이번만큼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이번 일이 들키면 안된다는 걸 알고있는지 나와 사귄다는 티를 내기는 커녕, 어디가서 말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봤자 아는 사람이라고는 영혼의 파트너 오쿠사와 씨와, 카스미가 고백하는 걸 도운 후배, 쿠라타 씨 정도인데 이 두 사람이 어디가서 말할 사람은 아니었고.


그렇지만 내 말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건 오히려 세 사람이였다. 잠시 서로 모여서 뭔가 쑥덕거리더니 이윽고 대표로 리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리사 짱...아침마다 어떻게 등교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또 대답하지 못할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조금 곰곰히 생각하던 내가 마치 지휘하듯 젓가락을 저으며 대답해주었다.


"카스미랑 같이 한 침대에서 자고, 다음 날 같이 손잡고 일어나서 등교하는데, 왜?"


뭔가 이상한걸까? 내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등교하는게 뭐 어때서...?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이번에는 오타에가 손을 들었다.


"그러면, 점심시간에는?"


"보다시피, 이렇게 딱 달라붙어서 서로 먹여준다만."


그렇게 이야기해주며 카스미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 집어서 그녀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그렇게나 맛있는걸까, 고양이처럼 골골거리면서 반찬을 받아먹은 그녀가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내 품에 뺨을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주변에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본 적 있어?"


돌려말하는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사아야가 아예 돌직구로 물어보았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주변에 어떻게 보일지, 어떻게 보일지라...그녀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같이 다니고, 같이 등하교 하고, 한 침대에서 자고, 틈만나면 붙어있고...사귀기 전에 늘 카스미가 하던 일 아닌가? 그러니까...


"평범한 친구?"


음, 내가 생각해도 완벽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완벽하기 짝이 없는 위장이기도 했던것이다. 그야, 사귀기 전의 카스미가 하던 행동을 그대로 카스미한테 해주는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내 대답이 만족스럽기 못했던건지, 세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사아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각이 없는건 무섭네, 아리사."


"대체 뭐가?!"


사아야의 말에 반응하듯 내가 곧장 소리쳤다.


물론,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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