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13.

*구입한 기기
-마크 레빈슨 MARK JC-2 클래식 프리앰프
(알리익스프레스, 가품...)

간밤에 나윤이 재우고 핸드폰 보다가 생각했다. 프리앰프를 사야겠어. 이유는 없음... 그래서 폭풍검색 하다가 마크 레빈슨 JC-2 복각(이라고 쓰고 짭이라고 읽음)이 제일 만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문할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그냥 잤는데.

방금 일기 쓰고 있는데 알리에서 '금정연님을 위한 JC-2'라는 메일이 왔다. 쿠폰 할인도 되고 프로모코드도 있고 카드 할인까지 하면 대충 40달러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살까? 했는데 내 카드는 마스터가 아니고 아멕스라서 할인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미친듯이 사고 싶어져서 쓰지 않는 카드들을 다 꺼냈고 체크카드 하나가 마스터라는 걸 발견하고 바로 주문...

도대체! 왜! 프리 앰프가 필요한가! 그건 기왕 패시브 스피커랑 진공관 앰프 마련한 김에 턴테이블만 듣지 말고 집에 안 쓰는 블루투스 수신기 가져와서 달고 CDP도 연결해서 CD 들으면 좋으니까. 물론 CDP는 없지만 그거야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사면 되고... 

문제는 진공관 포노앰프-TR 프리앰프-진공관 파워앰프로 이어지는 차이파이 앰프들의 조합이 어떤 소리를 낼지 모르겠다는 거다. 각각의 약점들이 증폭되어 구린 소리를 낼 것이냐? 혹은 같은 차이파이로 무리 없는 연결성을 보여줄 것인가. 나는 구분하지 못할 것 같지만. 그렇다면 그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YAQIN 포노앰프 오늘 세관에 들어왔다고 문자 왔다. 그럼 대충 목요일까지는 오지 않을까? 두근두근. 그럼 이제 프리앰프 오기 전에 또 RCA 케이블이랑 파워 케이블을 사야겠군... 


21.12.14.

작업실 왔는데 현관 앞에 택배 박스가 잔뜩 쌓여 있었다. 향뮤직에서 온 LP 3박스. 와싸다에서 온 포칼 리슨 와이어리스. 전에 살던 집으로 갔다가 다시 온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그리고 문지에서 보낸 달력까지... 

앰프 켜서 예열 시키고 택배 박스 뜯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뜯기가 귀찮을까? 장바구니에 넣고 주문 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확실히 즐거운데 이어지는 일은 조금 귀찮기만 하다. 아니 사실 이제 사는 것도 별로 즐겁지 않다. 권태. 이런 게 중독인가. 내성이 생겨서 즐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끊을 수도 없는... 

이런 것들이 왔다. 

Rolling Stones - Beggars Banquet
Beatles - Revolver
Tricky - Maxinquaye
Prince - Purple Rain
Lana Del Rey - Chemtrails over the Country Club
Eric Dolphy - Out to Lunch!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 - The Witch Doctor
불싸조 - 한(국힙)합
Public Image Ltd. - Concert 
Massive Attack - Blue Lines 
Angel Olsen - All Mirrors
Beach Boys - Pet Sounds (mono)
...

참 많이도 샀네 생각하며 향뮤직 홈페이지 들어가서 보니까 아직 한 박스가 더 남아 있었다. 나여... 

제일 먼저 들은 건 불싸조 앨범이었다. 별로 기대한 건 아닌데 너무 좋네? 생각해보면 나는 1998년인가 나온 [99/옐로우키친] 앨범 때부터 늘 포스트-락-어쩌구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쪽 앨범을 막 사지는 않았는데 내가 브릿팝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Tortois [TNT] 앨범을 사지 않은 게 아직도 후회 돼.

그나저나 1998년도 벌써 23년 전이다. 1998년에서 23년 전이면 1975년이고 그때 나온 앨범은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Queen [A Night At The Opera], Bruce Springsteen [Born To Run], Jeff Beck [Blow By Blow], Bob Marley & The Wailers [Live!]... 대단한 해였구나 1975년은. 생각하다가 98년에는 무슨 앨범이 나왔지? 검색해보니까 Neutral Milk Hotel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Eels [Electro-Shock Blues], Pulp [This Is Hardcore], Hole [Celebrity Skin], Manic Street Preachers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 Quasi [Featuring "Birds"], Death Cab For Cutie [Something About Airplanes], Oasis [The Masterplan], New Radicals [Maybe You've Been Brainwashed Too], Mansun [Six], Goo Goo Dolls [Dizzy Up the Girl], Placebo [Without You I'm Nothing], The Smashing Pumpkins [Adore]... 확실히 75년에 비해 무게감은 떨어지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앨범들이 많이 있구나. Tortoise [TNT]도 있고. 

음악과 책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거 같다. 책과 달리 음악은 매해 개짱 앨범들이 쏟아진다는 거...

포칼 헤드폰 써봤다. 나쁘진 않았다. 오디오라는 건 기본적으로 기기를 바꿧을 때 우와! 정말 좋다! 이런 걸 느끼기보다는 아... 전에 쓰던 게 이만큼 부족했구나를 느끼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누가 그랬더라?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짐했다. 불행해지지 않기로. 우리들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전에 쓰던 Y50BT랑 달리 오버이어인 건 좋았다. 생각만큼 조이지도 않았다. 내가 의외로 머리가 작나? (아님) 근데 오래 들으니까 귀가 좀 아팠다. 고음이 약간 쏘는 거 같은 느낌도 있고. 아웃도어로 쓰기엔 뭔가 애매하고 실내에서는 딱히 쓸 이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근데 확실히 재즈용은 아닌 거 같다. 색소폰이나 트럼펫 소리가 두텁게 뻗어나오기보다는 좀 날카로운 느낌? 팝이나 록에 더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에이징이 되면 좀 더 달라지려나 모르겠다. 에이징이라니...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저씨인가봐... 

스포티파이로 마일즈 데이비스 [Kind of Blue] 틀어놓고 이어지는 알고리듬 계속 들었다. 공간을 채우는 데에는 정말 재즈가 최고구나. 아무래도 클래식은 좋아지지 않지만 재즈는 이미 스며든 것 같다. 나라는... 존재에... 

오늘쯤 포노 앰프 세관 통과했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약간 김 샜다. 택배를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옛날 사람들은 저녁으로 맘모스를 사냥했다지만 요즘 사람들은 무려 택배를 기다린다고... 휴먼... 

JC-2 앰프 산 게 과연 잘한 일인가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하면 며칠 전에 당근에 올라와서 하트 눌러둔 켄우드 빈티지 앰프가 13만원이니까. 이 가격에 산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들어보고 영 아니면 팔면 되고.

라나 델 레이 제목을 외울 수 없는 새 앨범 들었다. 일부러 스트리밍으로 안 들어봤는데 LP 올리자마자 예상하지 못했던 창법으로 노래를 시작하는데, 너무 좋다ㅠㅠㅠㅠㅠ


21.12.15

*구입한 용품
-SKW Audiophiles RCA 케이블 (1.5피트/0.5M, 블랙, 나일론)
-Amazon Basics USB 2.0 프린터 타입 케이블 (16 피트)
(아마존)

-JP KRELL CRYO-156 파워코드
(알리익스프레스, 가품...)

*주문한 LP
Richard Ashcroft - Acoustic Hymns, Vol. 1
(아마존)

스포티파이 추천 신곡 리스트 들으면서 출근했다. Kim Gordon과 J. Mascis가 같이 한 'Abstract Blues' 좋았다. shame의 'Baldur's Gate'도 좋았다. 처음 떴을 때 들어봤는데 다시 들어도 좋네. 나 포스트 펑크 좋아하냐... 아니면 포스트-붙은 건 다 좋아하거나... 

작업실 오자마자 어젯밤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을 했다. 누가 중고 LP 사이트 목록 정리해 놓은 거 들어가서 하나하나 디깅하기... 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는 잊어버렸다. 오디오와 관련된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모두 26개 사이트가 있었는데 보고 괜찮은 사이트면 즐겨찾기 해두고 수시로 들어가려고. 그러기 위해서 적당한 키워드를 통해 판별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사용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bruce willis bon jovi skid row pet shop boys beastie boys queen david bowie depeche mode new order style council smashing pumpkins tlc... 

LP 거의 끝물에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던 브루스 윌리스, 본 조비, 스키드 로까지는 종종 보였는데 다른 것들은 찾기 힘들었다. 한 사이트에 디페스 모드 [some great reward]랑 스매싱 펌킨스 [adore] 있었는데 만원밖에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CD를 LP라고 잘못 등록한 거 같아서 주문하지 않았다. 카드결제도 지원하지 않고. 결국 LP는 한 장도 못 사고 시간만 날렸다. you're my... favorite waste of time... 이게 다 포노 앰프가 세관에서 통관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라고 썼는데 세관 통과해서 지역 해운 회사로 넘어갔다고 메일 왔다. 그래 이거지. 잘하면 내일 올 수도 있겠군 생각하며 웹사이트에서 배송추적 하니 아직 세관 통과 전이라고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텍스트로는 지역 해운 회사에 넘어갔다고 나오는데, 위에 그림은 세관 전에 서 있었다. 모르겠다 기다리면 오겠지...

스포티파이에서 브루스 윌리스 [If it don't kill you, it just makes you stronger] 들었다. 너무 브루스 윌리스여서 조금 웃었는데, 가수가 아니라 배우가 가수를 연기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젊은 브루스가 소리를 내지르는 게 생각만큼 좋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았다. 그냥 사지 말아야지. 근데 왜 doesn't가 아니라 don't라고 쓴 걸까. 신경 쓰여... 

누군가 만들어 놓은 락발라드 플리 들으면서 안개 낀 밤의 자유로를 달려서 집에 왔다. 약간은 로스엔젤레스의 하이웨이를 달리는 기분으로... 알리에서 파워, RCA, USB-B 케이블 봤다. 사실 안 사자면 다 안 살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러다 아마존에서 기프트카드로 환불해준 돈이 있는 게 떠올랐고,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건 그걸로 사기로 했다. USB-B 케이블은 아마존 베이식스로 적당한 상품이 있었고, RCA 케이블은 나름 하이파이라고 광고하는 30달러짜리 있어서 주문했다. 원한다면 알리에서 산 케이블하고 비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그래도 잔액이 조금 남아서 LP 한 장 샀다. 스네일 메일 2집이랑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다시 부르기 중에서 후자로. 견우야 미안해... 나 이제 정말 아저씬가봐... 

그래도 이제 프리앰프 오면 블루투스 수신기 달아서 스트리밍 들으면 되니까 엘피는 조금 덜 사도 될 것 같다. 과연?

알리에서 파워 케이블도 샀다. 5일 배송으로 나중에 프리앰프 오면 끼우려고. 기왕 산 김에 다 사야지 안 그러면 계속 생각하다가 나중에 쓸데없는 거랑 같이 살 수도 있다. 이미 이것도 쓸데 없는 건데... 앰프는 세관 통과 되었다고 나왔다. 아마 아까는 무언가 누락되었던 모양이다. 드디어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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