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으로 들어서자, 수라장이 펼쳐졌다.

자그마한 거실은 엉망이었다. 얼마 있지도 않은 가구들의 위치가 크고 작게 어긋나 있었다. 서랍장이 통째로 넘어졌던 지난번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어질러진 꼴을 보아하니 쌍둥이의 동선이 거실 곳곳을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후시구로는 익숙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결연히 수라장 속으로 들어서려다 그만 멈칫했다. 막 발을 내디디려던 곳에 낯익은 몬스테라 화분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 집으로 이사를 온다고 했을 때 그가 선물했던 화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싸구려 플라스틱 화분이라 흙은 쏟아졌어도 깨지진 않았다는 점. 볼품없긴 했지만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애초부터 비싼 도자기 화분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읏차.”

우선 화분을 일으키고, 후시구로는 신발장 안에 들어 있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떠올렸다. 뿌리가 일부 드러나긴 했지만 엎어진 흙을 도로 담아 다독여 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흙을 쓸어담을 빗자루를 찾으러 몸을 돌리는데, 마침 안에서 인기척이 났다.

“어, 후시구로.”

돌아보자 신문지 뭉치를 들고 머쓱하게 선 유지가 보였다. 터진 입가가 단박 눈에 들어왔지만 후시구로는 애써 모른 척했다. 집이 아직 이 정도면 얼굴은 수습할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저 신문지 안에 든 것도 필시 깨진 무언가일 테지. 머그컵의 잔해라든가 뭐 그런 것.

“언제 왔어?”

“방금.”

일부러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빗자루를 손에 드는데, 유지가 흠칫 놀라며 달려왔다.

“미, 미안!! 화분이 엎어졌지…….”

“괜찮아, 식물은 안 상했어. 그리고 이 집에 들어온 이상 얘도 이 정도는 각오해야지.”

마지막 말은 농담이었는데,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는지 유지가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 농담이었어, 라고 덧붙이려던 찰나.

닫혀 있던 안쪽 문이 벌컥 열렸다.

“후시구로 메구미.”

말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는지 스쿠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찍이 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아닌 게 아니라 나가려던 참인지 재킷이 어깨에 반쯤 걸려 있었다. 허나 그럴 듯한 옷차림보다는 그의 광대에 선명하게 남은 생채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웬일이야? 일단 앉…….”

반사적으로 앉을 것을 권하던 스쿠나가 그만 말을 도중에 삼켰다. 그도 이 아수라장에 앉을 곳은커녕 발 디딜 곳도 마땅찮다는 걸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 후시구로 메구미.”

답지 않게 한숨을 쉰 그가 제 손으로 널브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우며 후시구로를 불렀다. 못 들은 척했더니 이번엔 더 큰 한숨소리가 이어졌다. 이내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후시구로의 한쪽 팔을 잡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빗자루가 손을 떠났다. 빼앗은 빗자루를 넘겨받아 잽싸게 흙을 쓸어담는 유지를 뒤로하고 스쿠나가 그를 이끌어 의자에 앉혔다.

“손 다칠지도 모르니까 일단 거기에 앉아 있어. 여긴 금방 치울 테니까.”

“…….”

빈말은 아니었는지 스쿠나는 다리가 하나 부러진 채 뒹굴고 있는 좌식 테이블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분명 뒷수습은 당연히 유지에게 맡기고 나가려다가 그가 온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치우는 것일 테다. 처음부터 같이 치웠으면 좀 좋았겠냐마는 애당초 결코 그럴 수가 없는 인사임을 이미 잘 안다. 후시구로는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이 재빨리 거실을 치우는 꼴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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