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잠겨드는 꿈을 꿉니다 바람에 불려가는 꿈을 꿉니다 도르르 도르르 공기 방울이 귓가 입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흘러올라가는 때 나뭇잎 이파리들이 온통 창을 두드리는 꿈을 꿉니다

모래가 쓸려가서 사막에서는 사구를 만들고 스콜이 흐르는 강이 머리 위 끝까지 잠기고 격류 해류 대류 톡톡 투툭 똑똑 도드리면 심장이 석류같이 팡 터져 알알 낱낱이 태양빛이 지상에 터지듯 터져나와 과육 속 씨앗 모든 세상에 흩어 심어집니다

나는 자라는 나무 나는 비끌대는 물결 나는 거죽 속 우쭐 우뚝 피 환각 작용이 있는 꽃을 씹어먹는다면 그 안에서 기웃 휘잉 으르렁 빙글빙글 돌아 오름으로 고양으로 당신 날개를 석 자나 연장해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돌산으로 화산으로 분화 흔적의 천지로 그까지 날아가게 만들어 나는 당신이 착각을 하게 만드는 우연 그리하여 그런데 세상에 진실에 도달하게 만드는 예기치 못한 무엇

나는 실꾸리 나는 거미줄 소나기 빗방울마다 똑 똑 끊어져 발바닥에 가에 떨어져 바스럭 걸음마다 달라붙어 은빛 진탕을 만든다 그대로 세상을 걸으면 흙이며 불이며 사람들이 불평하는 소리, 불개미 떼의 충성과 사박거리는 물이 되지 못한 구름의 조각이 엉겨붙어 번쩍 반짝 우르릉 번개가 치는 석영을 발밑에 붙이고 쿵 쿵 걸음만으로 땅을 고르는 당신은 거인, 마고 할미, 설문대의 할망, 의자는 섬이고 박아 놓은 공깃돌은 피라미드고 수박 밭 꽃 향기 오이꽃 향기 회오리바람으로 태산까지 오르면 천도에 이그드라실 복숭아 가지 후두둑 후두둑 과일들이 떨어져서 세상에는 우박, 사람 머리마다 툭 톡 쏟아져 내려 터져 과즙 흘러 발끝까지 적시니 그것이야말로 하늘의 세례 선택하는 사랑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택된 사랑 은혜 은총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꿈을 나는 꾼다, 이것들이 죄다 꿈의 이야기 쨍하고 짱하고 말간 모르는 이야기 생각들이 증발 엉겼다가 노란 별 유성우랑 실물의 빗방울이 구분되지 않고 내리는 밤 밤 낮 밤 뒤섞인 강우 시간의 강우 강설은 봄 강광(降光)은 밤 어둠이 내리는 때라면 그것은 음―그늘과 소리가 발음이 같은 때 원초와 중첩 물줄기가 모두 겹쳐 있는 것이 호수 죄다 좋을 대로 집 나가는 것이 분수 아무도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지는 않네 얻은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귀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한번 태어난 물은 강을 거스르지 않는다네 살아 있는 놈들 외의 것들이란 거스르는 법이 없다네 돌아오는 법이 없다네 자연은 시간은 우주는 일방 통행이라네

일방으로 흐르는 원 무규칙성의 환원 임의로 일어나는 사건 검은 상자 안이 보이지 않는 꿈 관측되지 않는 꿈 들리지 않는 꿈 존재하지 않는 꿈 나는 그 안에서 사랑을 하는 나는 그 안에서 당신 기다리는 우리는 단절된 우리는 우 리로 나뉜 우리는 우/리로 나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꿈과 사랑은 서로 미끄러지는 관계 거울 속 당신이 미친 춤을 춘다 끌어안고 춘다 광대 옷을 입고 춘다 입을 유리 표면에 대고 빠끔 빠끔 하여 보아라 하아얗게 김이 서리도록 부욹은 잉어가 제가 살 수 없는 온도의 더위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당신은 나를 나는 너를 하늘에서 별처럼 밤처럼 똑 똑 떨어진 복숭아를 대류의 순환을 돌아오지 않는 꿈처럼 자라고 늙고 죽는 것뿐 결코 되살아나지 않는 풀처럼 사그라들 뿐 거꾸로 타지 않는 불처럼

산도 뿌리가 썩고 대양도 곰팡이가 핀다네 그런 개념을 두고 우리가 재앙이라고 부른다네 세상이 종말할 때 결코 돌이켜지지 않는 소멸에 다다를 때 확장을 멈춘 최종 부피의 경계에 서서 그때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지금 없고 완전히 다른 종이라도 무엇이든간에 거기에 선 모든 놈들이 공백 안으로 뛰어내리려 하나 그들은 존재에 속한 존재이기 때문에 벽에 막힌 듯 가지 못하고 운명을 받아들인 채 존재를 받아들인 채 생명을 받아들인 채 박탈을 인정하는 채 일렬로 서서 최중심의 관으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피리 불고 노래를 비가 쓸려가는 끝나는 영원을 찬미를 라 라라 라라라

그 선율을 지금 나는 듣는다네 왕골 의자에 앉아 강물 흘러가는 정원을 보면서 그때 그 선율이 나의 귓가에 들려 이 시를 쓴다네 라 라라라 그 날의 발음 그 날의 깃발 회귀가 몸 안으로 흘러드는 밤 낮 밤 밤 낮 밤 밤 일곱 날 일곱 일 일곱 개의 음계 임의로 나눈 것이 세상의 진실 꽃아 꽃아 빛아 솟아나는 말을 들어라 태초랑도 여기랑도 관련 없는 발명된 언어로 만들어진 수수께끼 속에서 우주의 답을 찾는다 영원을 본다 세상을 끝낸다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는 길을 말로 배웅하면 최후의 최후에 탁 하고 입술이 닫히리라 읊기를 멈추기까지 욕동이 노래하네 뻐끔 뻐끔 죽기 전까지 나는 노래하네


(2018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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