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상익은 뭔가를 계속 잃어버리고 있었다.

촘촘하게 잘 짜진 예쁜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어딘가를 걸려 올이 계속 풀리고 있는 기분이다. 스웨터를 벗든, 실을 자르든, 뭐든 해야 할 텐데 올이 다 풀려 벌거벗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뭘 해야 좋을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대회가 끝나면. 그러면 기현선배와 좀 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려나. 괜찮아. 아니, 지금은 안 괜찮은데 곧 괜찮아 질 거야. 상익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회복의 불씨를 아무 데나 던져놓아 꺼트려버렸다. 안일하고 무책임했던 그 날들의 태도는, 모조리 비겁한 회피였음을 뒤늦게야 알았다.


회피의 방법은 또 있었다. 상익은 검도에 매달렸다. 새벽 여섯 시에 제일 먼저 도장에 도착해, 밤 열 시가 될 때까지 연습을 하다가 도장 문을 잠그고 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도복이 다 마르기 전에 또 젖기를 반복했다. 도장 안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 아니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꼭 뭐에 씐 사람 같았다. 그게 상익이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9,107 공백 제외
  • 이미지 1
3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