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방 안에는 마약범이 있었다. 정국보다 더 일찍 이곳에 들어온 그는 대체 어디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교도소에 들어온 이후에도 자꾸 마약을 했다. 그는 약을 하고 나면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정국은 처음엔 그런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정국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곳에서 정국은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플라스틱 칫솔 뒷면을 갈아서 뾰족하게 만든 후 그걸로 자살을 기도했다. 하지만 끈질긴 목숨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독방 행이었다. 정국은 저 약을 많이 한다면 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약을 했다. 


  주임이 저를 부른 것도 그 후의 일이었다. 주임의 방에서 정국은 그의 손에 들린 약 봉투를 발견했다. 그때 든 생각은 좆됐다, 였다. 그게 자신의 것이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거 더 줄게."


  "......"



  주임은 정국이 약을 한다는 걸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애초에 교도관 주임이나 되는 사람의 입에서 저게 나올 말인가? 정국은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볼 뿐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주임은 약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정국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정국의 상체를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 건진 쉽게 알 수 있었다. 수갑을 차고 있던 정국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정국의 바지를 내려 그 살덩이를 핥았다. 게걸스러운 그 소리에 정국이 눈을 감았다. 좆같은 건, 이 상황에서도 느낀다는 것이었다. 본능이었다. 단단하게 세운 그의 것에 주임이 만족하듯 웃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제 구멍에 정국의 것을 넣었다. 정국의로선 3년 만의 관계였다. 입술을 깨물었다. 쾌락에 주임을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주임과 관계의 대가로 마약을 받는 짓의 시작이었다.



리들범죄 16

w.코럴



  주임과 부적절한 관계 시작이 있은 지 2년이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모두가 곤히 잠들어있는 밤, 교도관 여럿이 정국을 깨웠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멀뚱히 쳐다보는데, 벌레 취급을 하듯 교도관이 정국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정국은 자신이 꿈을 꾸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왜? 대체 왜? 이 새벽에? 무엇을 하려고?


  그가 향한 곳은 주임의 방이었다.



  "나가고 싶지?"



  주임의 출근이 아닌데, 왜 이곳에 있는지 의아했다.



  "그래. 그럴 거야. 네가 죽인 게 아님에도 미친 사랑에 눈이 뒤집혀 이곳에 발을 들였으니 말이야."


  "......"


  "애인이 있었더라?"


  "......"


  "지금은 죽고 없지만."



  주임의 마지막 말에 정국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양옆에서 저를 제압하고 있는 교도관들에 제자리일 뿐이었다.


  정국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주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애인의 유무까지. 정국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젠 내 뒤까지 캐내는 거예요?"



  정국의 물음에 주임이 푸하하, 웃었다.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난 바쁜 사람이라고. 단지 누군가가 알려 줬을 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임이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그 영상 속에는 정국이 헐레벌떡 모텔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시작으로 차마 지우지 못한 핏자국을 억지로 숨기는 듯한 제스처와  함께 벌벌 떨며 나오는 애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모텔의 복도 CCTV 영상이었다.



  "네가 바로 자수하는 바람에 경찰이 제대로 조사를 안 했다지?"



  맞는 말이었다. 바로 자수를 해 버리는 탓에 조사를 설렁설렁 했다. 피해자 가족측이 법원 증거 제출 영상으로 CCTV 영상을 찾으려 했지만, 모텔의 주인은 고장이 나 있다고 했었다. 한마디로, 주임은 누군가에게 이 영상을 받은 것이었다.



  "본론만 말하세요. 이걸 누가 줬고, 나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뭔데요."


  "너한테 안 보여준 장면이 있는데, 이 영상 앞에 진짜 진범이 찍혀있어. 그대로 법원 제출해서 재심 청구할 수 있어. 그럼 넌 무죄 판결을 받을 거고, 억울한 옥살이의 시간은 돈으로 배상 되겠지."



  영상을 종료한 주임이 컴퓨터 본체에서 USB를 뽑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 영상은 김석진이 줬어."



  정국은 그때 느꼈다. 이 모든 일이 김석진의 짓이구나.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니까 모텔에서의 일도, 감옥에 들어오게 된 일도 다 김석진의 짓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요?"



  주임은 정국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정국이 여기에서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저 영상을 받아야만 했다.



-



  "새벽마다 정국이 형이 어딜 갔다오는지 궁금하죠?"



  선우는 얼빠진 태형에게 물었다.



  "주임이 당직인 날에, 가서 말동무가 되어준다고 하더라고요. 말이 말동무지 옆에 있는 교도관들한테 그냥 존나 처맞는 거예요."


  "......"


  "정국이 형이 태형 씨에게 마음을 연 뒤론, 가서 죽을 때까지 빈다고 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정국이 형의 목소리가 세게 나가면, 옆에 있던 교도관들이 폭력을 가한다고 했어요. 나가기 위해서 자존심을 버린 거죠. "




  사람 바보 만들기 참 쉽다,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석진이 형은... 전정국 형이 한 번 더 무너지는 걸 보고 싶었대요. 형이 정국이 형을 배신하는 거요."



  결국엔 자신과 소통했던 쪽지들을 석진이 직접 교도관을 통해 정국에게 전해준 것이었다. 태형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숙여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정국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죄책감은 말할 수도 없었다. 선우 역시 한숨을 쉬었다.



  "형이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이유도 석진이 형과 관련되어 있어요."


  "뭐라고요?"



  2차 충격이었다. 태형의 눈이 커졌다.



  "밖에도 석진이 형의 사람이 많아요. 옛 애인과 닮은 사람을 찾아서 어떻게든 이곳에 넣을 궁리를 한 거죠."



  말도 안 됐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다 계획된 것이었다니.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번에 충격적인 말을 계속 들으니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저 여기에서 나가면 석진이 형 사람한테 죽을지도 몰라요."


  "......"


  "하지만 죄책감은 내려놓고 싶었어요."



  선우가 유리창 밑 조그만 틈 사이로 태형에게 무언가를 밀었다. 작은 USB였다.



  "그 안에 동영상이 있어요. 정국이 형한테 주세요."


  "이걸... 어떻게..." 


  "저 석진이 형이 정말 많이 신뢰하던 사람이었어요. 주임이 가지고 있는 영상은 복제된 거고, 이건 원본 영상이에요."



  [접견이 1분 남았습니다.]



  선우가 긴장한 듯 떨리는 호흡을 내뱉었다. 



  "저는 태형 씨가 잘할 거라고 믿어요."


  

  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형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선우 씨... 고마워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줘서."



  선우가 희미하게 웃었다. 태형은 간절하게 바랐다. 밖으로 나갔을 때, 선우를 볼 수 있기를.



-



접견이 끝나고 방으로 들어오니 정국이 있었다. 아침부터 자리를 비웠던 탓에 당연히 방 안에서 생각 정리를 하며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먼저 와 있어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긴장도 됐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교도관이 태형을 방 안으로 밀어넣고 문을 잠갔다. 방 안을 한번 훑더니 그대로 멀어져가는 교도관의 발소리가 들렸다. 태형은 정국의 옆에 앉았다. 책을 읽고 있는 정국의 얼굴엔 미동이 없었다. 그저 책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태형은 갑자기 슬퍼졌다. 문득 새벽에 정국이 자살시도를 했던 게 생각났다.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감당해야 했을까.



  "정국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태형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내가 하면 안 될 짓을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용서가 안 되는 거 잘 알아."



  '왜 하필 김석진이냐.' 고 묻는 정국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태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근데... 나 네가 너무 좋아."



  태형의 볼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정국이 책을 덮고 태형을 쳐다봤다. 태형은 제 볼을 타고 내리는 게 눈물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서둘러 닦았다. 정국은 그저 그 행동을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야.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김석진 그 사람한테 정말 속았어. 네 사정도 아예 몰랐어.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무슨..."


  "우리 나가자."



  태형이 주머니에 넣어뒀던 작은 USB를 정국에게 건넸다.



  "나갈 수 있어."



  정국의 눈이 흔들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네가 그걸... 


  정국의 표정은 딱 그랬다. 태형은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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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합니다,,,

연초라서 너무 바쁜 저를 살려주세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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