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큐-!! 사쿠사 키요오미 X 히나타 쇼요, 사쿠히나 소설 / 원작 성인 시점 배경

※ 7월 3일 디페스타 대운동회 히나른 쁘띠존 내 부스에서 회지 판매 예정입니다!

※ 중반부에 히나른 관련 타 커플 언급이 나올 예정입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누구인지는 작중에서 밝혀집니다!)

 

 

 

 


[사쿠히나] 나의 첫사랑 이야기


 

사쿠사 키요오미의, 06번째 기록.

 

 

 


 


 

 

 


 

“정말 안 가려고? 같이 가지? 오늘 경기하고 와서 평소보다 더 배고프잖아.”

“저녁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밥은 숙소에서 해 먹을게요!”

“히나타 안 가? 왜? 같이 가서 먹자! 내가 특별히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전수해줄게!”

“봇 군이 갑자기 메뉴 바꿔가 안 가는 거다. 내내 설렁탕 노래를 불러놓고 갑자기 웬 냉면인데.”

“음? 이 더운 날 설렁탕이 뭐냐고 했던 건 츠무츠무잖아?”

“봇 군이 내가 그 말 했다고 바꿀 리가 없다.”

“그리고 츠무츠무 머리색이 냉면에 뿌리는 겨자 같아.”

“아 쫌! 그건 또 뭔 소리고!!”

 

 

 

 

 

굳게 닫힌 방문이 무의미하다. 거실로부터 들려오는 대화가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걸 보면 그랬다.

 

 

 

오후에 예정되어 있던 시합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저녁. 팀은 3세트 선취의 승리를 거두었지만, 나는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펼치지 못 해 조금 예민한 상태였다. 서브도 리시브도 스파이크도, 딱히 실수를 하거나 눈에 띄는 범실을 저지른 건 아니었다. 그저 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깔끔한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느껴진 것뿐.

 

 

 

그리고 그 까닭은 아마도, 경기 직전에 있던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친해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

“지금보다 더 친해지고 싶어요.”

“…….”

“…그래도 되나요?”

 

 

 

 

 

히나타와의 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생생히 떠올랐다. 그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마주했던 나의 충동까지도.

 

 

 

스트레칭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이고 찬 물로 얼굴을 씻어냈지만, 잡념까지 함께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필이면 나와 히나타는 경기 내내 거의 붙어있는 포지션인지라, 시합과 눈앞의 공에 집중을 하다가도 금세 시야로 날아 들어오는 주황색 존재감이 집중을 어지럽히곤 했다.

 

 

그렇다고 히나타의 잘못인 것도 아니건만.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옆자리에 가방을 올려두고 안대를 쓴 채 자는 척을 해 버렸다. 여기에 앉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는 암묵적인 신호였다. 오는 버스에서 같이 앉아 있던 히나타에게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을지도.

 

 

 

그런 나의 태도가 딱히 히나타만을 향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는지, 버스에서 내려 걷는 길에는 모두가 나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경기 이후 피드백 시간에 감독으로부터 ‘큰 실수는 없었지만 평소보다 플레이가 거칠고 덜 정돈된 느낌’이라는 평을 받은 것이 원인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내가 납득하지 못 하는 것은 달갑지 않아 하는 편이었고, 그런 내 성격은 다른 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실수는 없었지만’ 좋지 않은 평을 받은 게 납득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은 거라 생각할지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감독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고, 내 기분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똑똑똑―.

 

 

 

 

 

“……네.”

“어, 사쿠사. 지금 다 같이 저녁 먹으러 나갈 건데 안 나가?”

“저는 알아서 챙겨 먹을게요.”

“음, 그래? 뭐, 너라면 걱정은 안 되지만. 일단은 히나타도 숙소에 있기로 했으니까 둘이 같이 먹거나… 숙소 잘 지키고 있어.”

 

 

 

 

 

무슨 일 있거나 뭐 사올 거 있으면 연락하고. 적당한 정도의 걱정을 담은 당부를 남기고, 주장이 문을 닫고 나갔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씻은 것까지는 평소의 루틴이었으나, 곧바로 침대에 누워버린 것은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주장이었기에 더 이상의 권유는 건네 오지 않았다.

 

 

은연중에 받은 배려를 사양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이불을 올려 덮으며 눈을 감았다. 평소대로의 관리를 생각하면 저녁을 거를 수는 없었지만 일단 지금은 밥을 삼켜도 체하기만 할 것 같았다.

 

 

 

깊게 잠들 생각은 없어 안대도 쓰지 않고 옆으로 돌아눕자, 새하얀 벽지 위로 기억의 잔상이 겹쳐 보였다. 그것은 피드백을 주던 감독의 얼굴도, 나로부터 점수를 취득하곤 날 내려다보던 상대 팀 선수의 얼굴도 아니었다.

 

 

 

 

 

“…히나타.”

“어? 아, 햐쿠자와!! 오늘 대단했어! 햐쿠자와 블로킹은 역시 탄탄하네! 스파이크도 완전 위협적이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그… 히나타도 역시 히나타이던걸. 다음에는 지지 않을 거야.”

“그래! 다음에도 또 즐거운 시합 하자! 기대된다!”

 

 

 

 

 

경기 종료 직후, 상대 팀 선수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히나타의 모습이었다.

 

 

이상했다. 아무리 경기에서 이겼다고는 해도 감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있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 불만족스러운 플레이였다. 평소라면 이렇게 누워있을 게 아니라, 오늘 경기의 영상을 돌려보며 보완점을 찾아내 연습 계획을 세우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경기와는 일절 상관이 없는, 한 녀석에 관한 생각뿐.

 

 

 

 

 

“……거슬려.”

 

 

 

 

 

머릿속을 휘젓는 잡념들이 거슬렸고, 그런 잡념에 휩쓸리는 자신이 낯설어 또 거슬렸다. 평소 같으면 내가 무엇에 짜증이 나고 무엇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 확실히 아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뭘 어떻게 해야 이 거북한 감정을 지워낼 수 있을지 알기 어려웠다.

 

 

 

 

 

“히나타, 숙소 잘 지키고 있어~”

“걱정 말고 잘 다녀오세요!”

 

 

 

 

 

문 밖으로 들리던 시끌벅적함이 멎고 문이 잠기는 도어락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곧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잘 다녀오라는 말이 들린 걸로 봐서는 히나타도 숙소에 남은 것 같은데, 그 어떤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벽을 향해 등을 돌리고 누워 확인할 순 없었지만, 조심스레 방에 들어오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미세하게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고 다시 방문이 닫혔다. 닫히기 직전, 방의 불을 끄고 나간 걸 보면 내가 잠들었다 생각한 것 같았다.

 

 

 

 

 

“…방 불을 왜 끄냐. 바로 잘 것도 아니면서.”

 

 

 

 

 

나와 히나타의 방을 소등하는 암묵적인 시각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이따금씩 본인이 일찍 눕는 날에는 “앗, 저 안대 쓰고 잘 거니까요! 방 불은 오미 상 볼 일 다 보시고 주무시기 전에 끄셔도 돼요! 어차피 피곤해서 금방 잠들고!”라 하면서, 왜 이럴 땐 바로 불을 끄는 건가 싶었다.

 

 

 

 

 

“모순적이라고….”

 

 

 

 

 

중얼거림의 뒤로,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부스럭거림은 옷을 챙겨 나가는 소리였나 보다. 평소 훈련을 마치고 다 같이 샤워를 할 때는 콧노래도 곧잘 부르더니, 오늘따라 들려오는 것은 물소리뿐이었다. 잠든 나를 생각한 건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물소리가 크다.

 

 

 

아니, 원래도 이렇게 방음이 안 되었던가? 평소에는 물소리가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는데.

 

 

 

아무리 숙소에 사람들이 없다고 해도, 오늘따라 유독 물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한 결과, 그럴 가능성은 적었지만, 혹시 지금 나의 온 신경이 히나타 쪽으로 쏠려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가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 다른 가설을 찾을 무렵에는 이미 스르르 눈꺼풀이 감긴 후였다.

 

 

 

 

 


 

 

 

 

 

나는 부주의하고 준비가 안 된 사람을 싫어한다. 늘 그랬다.

 

 

 

 

 

“사쿠사 상! 히나타 쇼요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6년 전 얼핏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달라진 모습. 경기장에서도, 시합 영상 속에서도 제법 봤던 얼굴이었지만,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춰오는 이 녀석과 직접 대화를 나눈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

“…….”

 

 

 

 

 

평소보다 길었던 침묵은 그 존재를 잊어서도, 기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도 아니었다. 그냥, 한 순간 말문이 막혔던 것뿐.

 

 

 

 

 

“……발열 퇴장.”

“무슨 별명처럼 얘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6년 전 일이거든요?!”

“컨디션 관리도 못 하는 녀석과는 같이 안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스트레칭을 위해 상체를 숙이면서도 시선은 녀석에게 향했다. 다른 때처럼 일방적으로 대화를 종료하면 될 것을, 마치 다음 대답이 올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눈길이 머물러 있었다.

 

 

 

아니, 어쩌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걱정 마세요.”

“…….”

“그 동안, 많이 배웠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옆 얼굴을 보며, 또 다시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던 것이 생생하다.

 

 

 

왜 그랬더라. 왜 말문이 막혔었지?

 

 

 

확실한 건, 히나타에게는 근거 없는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단 것이었다. 내 앞에서 많이 배웠다 내뱉은 그 말도, 트라이아웃 때 “뭐든 할 수 있어요! 뭐든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던 선언도 마찬가지. 히나타는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는 코트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내던, 부주의하고 준비가 안 된 고등학교 1학년생이 아니었다.

 

 

 

그 이후 서서히 깨달은 것은, 어쩌면 그 때도 이 아이는 부주의하고 준비가 안 된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코트 위의 사람들은 늘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니까. 그 어쩔 수 없는 가끔의 일이, 하필 그 때 그 순간 이 녀석에게 닥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의 히나타를 바라보면 그랬다.

 

 

 

 

 

“왔―다―!!”

 

 

 

 

 

쓰라린 패배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던 과거의 경험. 그것을 배움의 토대로 삼아 성장했고, 결국에는 불투명한 미래 너머의 꿈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곤 다시 눈부신 비상(飛上).

 

 

비록 녀석의 노력을 전부 알진 못 하지만, 팀에서 함께하며 보여준 단편의 모습만 보아도 느껴지는 것은 많았다. 그러니 만에 하나 당시의 그 고등학교 1학년생 햇병아리가 부주의하고 준비가 안 되었던 게 맞다 하여도 달리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싹틀 수밖에.

 

 

 

그리고 그런 히나타를 보며 조금씩 자라난 것은 흥미로움. 그 흥미로움은 놀라움과 기대가 섞인 시간으로 이어졌고, 다시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신뢰감이 형성되었다.

 

 

 

룸메이트로서, 팀 동료로서. 그리고…….

 

 

 

 

 

“그래서 첫 연습 합류 날에 스트레칭 중인 오미 상한테 가서 인사드렸는데, 잠시 멍하니 계시더니 발열퇴장이라 부르셔서 얼마나 놀랐는데요!”

“……발열퇴장을 발열퇴장이라 부르지, 뭐라 불러.”

“뭐, 그 때는 그럴 수 있었겠다 싶어요. 오미 상 기억 속에 남았던 제 이미지는 그것뿐이었을 테니까.”

“…….”

“그래도 지금은 다르죠? 이제는 발열퇴장 아니고, 같이 어울려줄 만한 동료죠, 저?”

 

 

 

 

 

같이 어울려줄 만한 동료.

 

 

그 정도의 존재로만 생각한다고?

 

 

 

……정말?

 

 

 

 

 

“…….”

 

 

 

 

 

눈이 떠졌다. 오늘만 해도 두 번째. 히나타와 관련된 과거의 꿈을 꾸며 일어난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깊게 잠들 생각은 없었는데 잠들기 전의 상황이 제법 아득하게 느껴졌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아 시간을 확인하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지 숙소가 조용했다. 얼마나 조용했으면, 숙소에 남아있기로 했던 히나타까지 밖에 나간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확인한 침대 위에는 아무도 누워있지 않았다.

 

 

 

 

 

“…나간 건가.”

 

 

 

 

 

중얼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어둑했던 방 안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어왔다. 밝은 빛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바라본 시선의 끝에는, 마찬가지로 밝은 색의 머리카락.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방 안을 들여다보는 히나타가 있었다.

 

 

 

빼꼼 내민 얼굴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아, 눈을 더 찌푸렸다.

 

 

 

 

 

“오미 상… 일어나셨어요…?”

“…어.”

“아하….”

 

 

 

 

 

방금 막 잠에서 깨 갈라진 내 목소리 뒤로, 싱거운 리액션이 되돌아왔다. 일어나서 딱히 큰 소리를 내지도 않았는데 내가 일어난 건 어떻게 알고 문을 열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단순히 기상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던 것뿐인지, 히나타는 그 뒤로 별 말이 없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오지도, 그렇다고 문을 닫고 나가지도 않는 걸 보면 할 말이 있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기도 했다.

 

 

 

 

 

“할 말 있어?”

“아. 그게, 음…. 저기… 그러면요, 오미 상.”

“어. 말해.”

“음. 별 건 아닌데… 혹시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요가하실래요―?

 

 

 

 

 


 

20 ↑ 글 / @only4u_gintamaD / 은혼 히지긴 타카긴 오키긴 / 하이큐 사쿠히나 아카히나 츠무히나 시라히나 히나른 MSBY 블랙자칼and so on #메이벨썰 #메이벨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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