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인계 대전 종료 후 당장은 사스케의 입지가 좋지 않았어. 나루토랑은 화해와 동시에 교제 중인데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비관적이기만 했지. 똥꼬 발랄한 나루토가 당당하게 선언한 덕에 둘 사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 덕분에 멸시의 눈초리는 모조리 사스케의 것이지만 뭐, 딱히 개의친 않아. 본인의 신념과 생각에 따라 행동해왔으니 이제 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진 않겠지. 그저 후회가 아닌,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고 속죄해나가야겠다 생각할 거야.

마을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쯤엔 나루토가 동거를 제안했어. 당연히 즉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상대는 말이 없네. 의아해서 쳐다봤더니 웬걸, 좋아하는 기색이 아닌 거야. 오히려 마주친 시선은 부정의 의미를 내포하듯 잠잠했어. 나루토는 불안해졌지. 무어라 말하려 입을 벌렸지만 사스케 쪽이 더 빨랐어.


"아니. 당분간은 따로 지내는 게 좋겠어."


그 말을 바로 이해할 순 없었어. 사스케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답변이라 당황할 수밖에.


"나루토.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관계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 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강한 지금 그래 봤자 비난만 거세질 거다."

"우리가 함께 사는 걸 모두가 싫어한단 거야?"

"당분간이야. 조금만 참아."

"…무슨 일 있는 거야?"


사스케는 지그시 나루토를 보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인지를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는 얼굴이 다급함으로 가득해. 이런 와중에도 사스케는 그 맹목적인 애정이 사랑스러웠어.


"호카게가 되겠다고 했잖아."

"……."

"벌써부터 적을 만들 필욘 없어."


사스케는 저를 향한 비난이 나루토에게 번질 가능성도 없다곤 생각하지 않아. 그들 하나하나 전부 찾아가 이해하게끔 설명할 수도 없는데 계속 저를 두둔해서 좋을 건 없어. 적어도 현재로선. 당장은 마을의 영웅이니 세계의 구세주니 떠들어도 완벽히 변한 게 아닌 변해 가고 있는 세상에서 일어날 변수란 무궁무진하니까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나루토는 그제야 사스케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지 깨달았어. 앙다문 입술이 잘게 떨리길 몇 번, 끝내 터져 나온 목소리는 참담했지.


"모두, 더 이상 그러지 않을 거야."

"……."

"아직 사스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그래! 싫은 게 아니라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내가 얘기해 볼게. 나 때문에 네가 숨고 그러는 거 싫다니깐. 난 그런 식으로 호카게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할 수 있어!"

"이건 내 문제야."


그 말엔 정말이지 멈칫할 수밖에 없었어. 참견하지 말란 소리잖아. 어떻게 그래. 함께 해결해 나가면 되잖아. 근데 가차 없이 딱 선을 그어버리는 게 너무 야속한 거야. 친구여도 연인이어도 다가갈 수 없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반면 사스케의 생각은 좀 달랐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나루토가 책임질 필욘 없는 거야. 안 좋은 여론을 굳이 억지로 들쑤셔서 자극할 것도, 나루토가 그 때문에 속앓이할 필요도 없어. 제 죄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그를 갚아야 할 건 자신이야. 저 때문에 많은 걸 잃은 연인이 또 무언가를 잃게 만들 순 없어.

뭐, 당장은 이래도 나중엔 잘 풀려서 잘 먹고 잘 살겠지. 다투는 게 보고 싶었는데 그런 건 없다. 예쁜 삿날 늘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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