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풀었던 케식숴자 비스무리한 거 짧썰 생각보다 마음에 들게 나와서 백업하기. 케이드가 위험에 처한 수호자를 신경 쓴다면 어떤 식일까 생각하다가 풀어봤습니다.

자캐 팬서와 케이드 이야기.




팬서는 목숨을 허투루 쓰는 타입은 아니다. 가능하면 최대한 안 다치고 안 죽으려고 노력한다. 기본적으로 무한한 부활이라는 것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붉은 전쟁 당시 빛의 소멸을 체감했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고.

헌데 그런 팬서가, 어느 날에는 고스트의 찢어지는 비명과도 같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폭발 직전의 태양 전지를 든 채 적진의 용광로에 돌진한 적이 있었다. 고스트는 모든 난장판이 정리된 이후에야 겨우 제 수호자를 찾아내 부활시킬 수 있었다. 그 후 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고스트는 목이 찢어져라 (목은 없지만) 화를 냈다. 너무 무모했다고. 운이 나빴으면 부활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고. 답지 않게 왜 그랬냐고. 팬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 말도 없었지만, 미안하다는 듯 고스트의 의체를 툭툭 두드렸다. 당연히 고스트는 만족하고 물러서지 않았다. 다신 안 그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설령 말뿐이라도,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수호자는 계속 침묵뿐이었다.

그 상태로 둘은 탑으로 돌아와 케이드-6에게로 가장 먼저 발길을 향했다. 헌터 선봉대장에게 임무 완료 보고를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팬서를 맞이하는 케이드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케이드는 언제나처럼 농담을 걸거나 쾌활한 목소리로 수고했다고 인사하지 않았다. 팬서네가 임무 완료 보고를 마칠 때까지 케이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엑소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계 그 자체였다. 제아무리 감정 표현이 적은 팬서라도 당황스러움이 드러날 때까지 그는 그저 뚫어져라 팬서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윽고 헌터 선봉대장이 입을 열었다.

"야."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지만, 팬서는 왠지 그가 조금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너, 안 돌아오려고 그랬어?"

팬서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케이드가 다시 말했다. "안 돌아올 생각이었어?"

팬서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잠시 후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케이드는 팔짱을 반대로 꼈다.

"거짓말하지 마."

팬서는 이제 확신했다. 케이드는 화를 내고 있다. 그리고...

팬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케이드의 팔짱 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의 눈을 마주볼 수 없었으므로.

"그래? 알았어." 케이드는 그렇게 말을 끊고는 이만 가보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팬서는 약간 머뭇거리다 이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너한테는," 팬서의 발이 멈췄다. 케이드는 등을 보인 채 말하고 있었다.

"너한테는 우리가," 그리고 내가, 중얼거리듯이 작은 소리로 덧붙인 말이 들렸는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아무 의미도 없어?"

대답은 없었다.

케이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서로의 표정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았다.


이후 둘은 어찌저찌 풀고 평소와 같은 사이로 돌아가지만, 이 날을 결코 잊지는 않았다. 특히 케이드는 더욱 그랬다.

그리고 이것은, 케이드와 수호자의 마지막 합동 임무에서 케이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 Fin.





그때 그때 좋아하는 것을 막 씁니다.

Maria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