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제 변명이 있습니다...



*

"유우, 우리 같이 놀이공원에 갈까?"

"놀이공원...?"

"응, 놀이공원! 재미난 놀이기구가 잔뜩 있어!"


미도리야 이즈쿠, 아니 이제 공식적으로 아카타니 야미쿠모가 된 소녀가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말에 마찬가지로 아카타니 유우가 된 에리가 말없이 눈만 깜박였다.


사람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야미쿠모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어릴 적 그녀를 구원했던 한 남자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불행하기만 했던 소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 때 우리가 뭘 했더라. 같이 놀이공원에 가고, 축제에 가고, 맛집 탐방하고, 요리도 함께 하고, 도시락을 만들어 피크닉을 갔지. 그 시간은 너무나 즐거워서, 지금도 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경험을, 너도 할 수 있기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야미쿠모는 조금씩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기란은 센스 있게 이즈쿠의 고향 무스타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거래상대가 자신의 정보를 많이 쥐고 있다는 사실은 탐탁치 않았지만, 덕분에 들통날 위험이 줄었다.


그렇다고 해도 변장은 필수였다. 뉴스에서 본 걸 기억하고 신고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일이었으니.


야미쿠모와 유우는 머리를 검게 염색했다. 야미쿠모는 거기에 더해 감당 안 되는 곱슬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한쪽 눈을 가렸다. 파운데이션으로 다크서클과 주근깨를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얼추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야미쿠모는 밖으로 나갈 때 '일루전'으로 환영을 덮어씌웠다. 무척 귀찮은 과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대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그들은 신중해야 했다. 


'나는 둘째치고 에리, 아니 유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이즈쿠는 목에 건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뒷세계 관련일 것이다. 민간인이 아니라서 찝찝함이 덜할 거라는 게 다행이라 해야할지. 


"유우, 저기 봐봐. 꽃이 피려고 해." 

"꽃?" 

"그래, 우리집 화분에도 꽃이 있지? 그게 하나 가득! 저 나무에 피는 거야." 

"나무에..." 

"응! 그 때가 되면 다시 놀러오자. 꽃 구경하게." 

"다시..." 

"다시." 


유우는 그 말에 끌린 듯 꽃망울이 진 나무를 열심히 올려다보았다. 더 뭔가 말해야할 텐데. 야미쿠모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 때는 유우도 예쁘게 차려입어야겠네. 꽃한테 지면 안되니까." 

"지면 안 돼? 시합이야?" 

"응. 꽃이랑 유우, 누가 더 예쁘나 시합이야. 분명 만만찮을 거야. 우리 유우, 이렇게 예쁜걸." 


야미쿠모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뿔을 만졌다. 유우의 뿔은 개성과 연계된다. 그래서 야미쿠모는 매일 밤 유우의 뿔에서 에너지를 흡수했다. 그걸 반복한 덕분에 뿔은 계속 작고 뭉툭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

거의 한 달만에 집 밖으로 나가자 유우는 신기한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는 사예팔재회 이외의 세상을 몰랐다. 종종 도망치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금방 다시 끌려들어왔다. 도망이 아닌 놀러가기 위해 나온 게 얼마 만인지. 


아주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나온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억은 아주 흐릿했다. 당연하다. 그 행복을 부순 것은 에리... 아니, 아니랬지, 유우 자신이다. 


이제는 부모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유우는 자신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상냥한 언니를 바라보았다. 이즈, 아니 야미 언니는 정말 상냥하다. 어느 어른도 구하지 못했던 유우를 치사키로부터 구해준 사람이다. 그녀는 유우를 위해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주고, 자기 전에는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이제 유우를 데리고 새로운 것을 잔뜩 보여주려 한다. 동화책 속에 나오는 모험처럼. 


그래, 이건 모험이다. 유우는 그렇게 느꼈다. 놀이공원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버스라는 걸 타고, 내려서 걷다보니 커다란 곰돌이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게 보였다. 곰인형은 유우와 악수를 해주었다. 야미 언니는 그걸 사진으로 찍고, 곰인형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나가던 사람들은 아무도 유우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귀엽다, 예쁘다, 착하다라고 말했다. 


'넌 저주받은 아이야, 에리.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사라지길 바라겠지.' 


이 사람들은 그녀가 저주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야미 언니는 유우가 저주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해줄까? 


"회전목마부터 타자!" 


놀이공원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언니는 평일 아침이라서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이게 적은 거면, 많을 때는 얼마나 많이 오는 걸까. 


회전 목마는 굉장히 재밌었다. 그 뿐 아니라 빙글빙글 도는 찻잔이나, 직접 운전하는 작은 자동차도 있었고, 그밖에도 유우가 이름을 외우지 못한 수많은 놀이기구가 있었다. 하나같이 반짝거리고, 예쁘고...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유우도 물론, 즐거웠다. 


놀이기구를 타다 지치면 아이스크림이나 솜사탕을 사먹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언니는 그럴 때마다 유우가 아주 예쁘다고 감탄했다. 마지막에는 근처 식당에서 햄버그 정식과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돌아가는 길에 언니는 유우가 피곤할 거라며 그녀를 업고 집까지 걸어갔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나는... 


집에 도착하고 유우를 내려놓은 야미 언니가 몸을 숙이고 유우와 눈을 맞췄다. 


"유우." 

"응?"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언니가 유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우가 저주받았다는 증거인 뿔을 만지면서. 


"나, 너랑 만나서 다행이야. 정말 행복해. 구원받은 기분이야." 

"나...때문에?" 

"너 덕분에." 


유우의 눈 앞이 흐려졌다. 울면 안되는데. 다들 곤란해하는데. 무서워보이는 아저씨들이 제발 좀 울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 고마워. 날 구해줘서." 


그런데, 그 말을 들으니까 참을 수가 없어서. 유우는 야미 언니를 끌어안으며 소리내어 울었다. 언니도 유우를 거부하지 않고 안아주었다. 언젠가 엄마, 아빠가 그랬듯이. 


이 사람도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날 때리고 도망가면 어쩌지?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언니는 사라지지도, 유우를 때리지도 않았다. 


언니가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이젠 내가 유우를 구해줄 차례라고 생각해." 




엄청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작게 변명해보자면...

하필 그 때 마×타 논란 터지고, 만화 줄거리는 점점 단순해지고 주인공은 병풍화... 덕분에 아주 제 덕심이 푸쉬식 식었네요.

그러다가 요번에 5기 예고에 과거 올포원이 뜬 거 보고, 히로아카 오프닝도 다시 듣고, 그랬더니 뽕이 다시금 차오르더군요.

주인공 포함 만화에 점점 매력이 사라지는데 2차창작과 애니로 불타오르네요.

게다가 간만에 와서 보니 제 미숙한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언제 다음편 올라오냐는 문의와, 구독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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